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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59화 (159/223)

< 오가작통 >

“자네들이 할 일이 무엇일 것 같은가?”

임장춘의 질문에 조천군이 질문으로 대답하자 임장춘과 대동계원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조천군을 바라보았고 그 모습을 본 최도진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임장춘과 대동계원들에게 말했다.

“조선에 상륙한 왜군은 우리가 상대할 수 없네. 왜군으로부터 조선을 지키는 것이 바로 자네들이 조선에서 해야 할 일이네.”

최도진의 말이 끝나자 조천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 대해국에서 전선들이 출병한다고 해도 조선과 가까운 본주(本州)[혼슈] 남부까지 도착하는데 보름 가까운 시간이 걸리네. 왜군이 조선으로 출병했다는 대해국 까지 소식이 전해지는데도 보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이고 소식이 전해진 후 전선들이 출병한다고 하면 우리 대해국의 전선들은 왜국의 항구를 불태우는 것은 왜군이 조선으로 출병한지 한 달은 지난 다음일 것이야. 더구나 우리 대해국은 조선에 군사들을 상륙시킬 여력은 없으니 조선에 상륙한 왜군을 상대하는 것은 자네들 같이 조선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네.” 

조천군의 설명을 들은 임장춘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20만이 넘는 왜군이 조선에 상륙할 것이라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저희에게 왜군을 막아내라니요.”

임장춘의 말을 들은 조천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왜군이 무서운가? 그럼 가족들과 함께 이곳 대해국으로 이주하시게 대해국에는 일할 사람이 항상 부족하니 주상전하께서는 자네들을 너그럽게 받아주실 것이네. 그러나 조선에 상륙한 왜군을 막아내지 못하면 조선이 불바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자네의 고향도 불탈 수 있을 것이야.”

“사내가 처자식들과 고향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왜군이 무서워 이곳으로 피신을 온단 말인가? 그런 겁쟁이들이 대해국에서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군.”

최도진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임장춘과 대동계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도진의 말에 임장춘은 순간 발끈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곧 숨을 고르고는 침착한 태도로 조천군에게 물었다.

“저희는 1300명에 불과합니다. 저희가 과연 20만이 넘는 왜군들을 막아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왜군이 20만 명이 넘는다고 해도 20만 대군이 한꺼번에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네 우선 선봉대가 조선에 상륙해 한성으로 진군할 길을 확보하려고 하겠지. 조선에는 산과 고개가 많이 있으니 지형이 험한 곳에서 선봉대의 진군을 저지하는데 성공한다면 시간을 벌수 있을 것이네. 왜군이 조선에 상륙한 것을 알면 조정에서도 대책을 세우겠지.”

조천군의 대답을 들은 임장춘은 깨닫는 것이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왜군이 조선에 상륙한다면 경상도 해안가 지역에 상륙할 것입니다. 조선에 돌아가는 대로 경상도에서 한성으로 진군하는 길목 중에 왜군의 진격을 저지하기 좋은 곳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장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조천군과 최도진은 임장춘과 대동계원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조천군은 임장춘에게 말했다. 

“조선으로 돌아가기 전에 주상전하를 찾아뵙도록 하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실 것이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인년(1590년) 2월 대해국의 눈이 녹기 시작하자 나는 본격적으로 영토의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전하. 부름을 받고 왔사옵니다.”

시마즈 도시히사가 힘차게 대답하며 방 안으로 들어오자 나는 도시히사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한 후 탁자위에 지도를 펼쳐보였다.

“전하. 이것이 무엇입니까?”

“이제 곧 눈이 녹을 테니. 북쪽으로 진군해야 하지 않겠나.”

내 대답을 들은 시마즈 도시히사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었다.

“맡겨만 주신다면 전하를 실망시켜 드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도시히사의 대답에 만족한 나는 웃음을 지으며 지도에 나와 있는 호수를 가리켰다.

“이곳이 바로 대소(大沼)호수[오누마(大沼)호수]이다. 이 호수는 물론 호수의 주변지역 까지 대해국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다. 할 수 있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전하. 결코 실망하시는 일은 없으실 것입니다.”

시마즈 도시히사라면 실력은 확실했다. 다만 이번 임무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닦고 마을을 건설해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했다. 나는 지도를 보며 시마즈 도시히사에게 이번 계획을 설명했다.

“이곳 함관(函館)[하코다테]에서 목적지인 대소(大沼)호수[오누마 호수]까지의 거리는 대략 50리(20km)가 넘는다고 하니 대소호수 까지 진군하면서 수레 2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정도 넓이의 길을 닦도록 하고 함관에서 호수까지 가는 길에 최소한 5곳의 마을을 건설하도록 하게.”

“마을을 만든다는 말씀이십니까. 전하?”

마을을 건설하라는 명령에 시마즈 도시히사는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나는 도시히사에게 이번 출병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번 출병하는 목적은 나라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 일세. 대소호수까지의 영역을 대해국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이곳 함관에서 부터 호수까지 길을 연결하고 곳곳에 마을을 건설해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할 것이네. 대해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해국의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한다는 말이네.”

마을을 건설하고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은 시마즈 도시히사에게도 생소한 업무였다. 도시히사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내게 물었다.

“길을 연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전하. 바위가 있다면 바위를 치우고 숲이 있다면 나무를 벌목해 길을 뚫을 것입니다. 다만 마을의 경우 소장이 아둔하여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들어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 전하의 가르침을 청하옵니다.”

도시히사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기 전에 생각했다.

‘시마즈 도시히사 정도의 겅력과 위치에 있는 사람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과연 시마즈 도시히사는 큰 인물이다. 내가 진짜 호랑이를 얻었구나.’   

도시히사의 질문에 만족한 나는 지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함관에서 대소호수로 가는 도중에 군사들의 숙영지를 세우기에 적합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게. 수천 명의 군사들이 하룻밤을 보낼 정도의 막사를 세워야 하니 숙영지를 세울만한 곳은 평지가 펼쳐져 있어야 할 것이며. 군사들이 마실 식수가 있어야 할 것이니 주위에 강물이 흐르거나 물을 구하기 쉬운 곳이어야 하겠지. 집을 세우기에 적합할 정도로 지형이 평평한 곳 그리고 식수를 구하기가 쉬운 곳. 바로 그런 곳이 마을을 건설하기에 적합한 곳이네. 그리고 마을의 규모는 그리 클 필요가 없네. 새로 세우는 마을은 마을당 25가구를 정착시킬 예정이니 25채의 집을 짓고 마을에 목책으로 울타리를 만들어주면 그만이네. 집과 울타리만 지어놓는 다면 그 외에 것은 마을에서 살아갈 주민들이 직접 짓게 할 것이네.”

내 대답을 들은 시마즈 도시히사는 막막했던 것이 해결됐는지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전하. 알겠사옵니다. 저하의 명에서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을 것이옵니다.”

도시히사의 대답을 들은 나는 호수를 가리키며 도시히사에게 추가로 명령을 내렸다.

“함관에서 대소호수까지의 마을이 최소한 5곳이고 호수 주변에도 최소한 5곳의 마을을 건설해야 하네. 총 10곳의 마을을 건설하는 것이지. 물론 모든 마을은 2대 이상의 수레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정도 넓이의 길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네.”

10곳의 마을을 건설하고 도로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하자. 시마즈 도시히사의 표정이 한결 심각해 졌다. 쉽지 않은 임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가을 이전에 마을을 건설하는 일과 길을 닦는 것을 끝내려면 군사가 얼마나 필요할 것 같은가?”

네 질문에 도시히사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전하. 소장은 목적지인 대소호수와 그 주변지역의 지형에 대해 알지 못하지 섣불리 대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사옵니다. 소장에게 열흘만 시간을 주시면 대소호수와 주변 지역을 정찰하여 그곳의 지리와 환경을 파악하여 몇 명의 군사가 필요한지 보고 드리도록 하겠사옵니다.”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필요한 병력을 요청하겠다는 말에 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보고하겠다니 그 말이 옳다. 좋다. 직접 대소호수 까지의 지형을 살피고 와서 직접 보고하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대답을 마친 시마즈 도시히사는 나에게 나가도 되겠는지 물은 후 내 허락이 떨어지자 한시가 급하다는 듯이 밖으로 나갔다. 나는 도시히사가 나간 후에도 탁자위에 펼쳐진 지도를 바라보았다.

‘우선은 대소호수 까지 영토를 넓히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북쪽으로 영토를 넓힌다.’

“주권”, “국토”, “국민”은 국가 구성의 3요소였고 그중에서 국토의 넓이와 인구의 수는 곧 국력으로 이어졌다.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수는 곧 국력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우선은 대해국의 영토를 삿포로(札幌) 까지 확장시킨다.’

기리시탄들의 이주를 받아들이면서 대해국의 인구가 5만 명에 가까워졌으니 영토 확장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면 조선과 히라도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마카오와의 무역도 쉽지는 않을 것이니 대해국 내에서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도 영토의 확장과 개간은 필수였다. 영토 확장 계획을 세우면서 나는 대해국의 상황과 북해도의 자연환경을 고려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새로 세우는 마을에는 25가구씩을 정착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은 아직도 마을을 벗어나면 야생동물을 흔하게 불수 있고 산에 오르면 곰과 늑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북해도의 자연환경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각 마을당 25가구라면 마을마다 25명의 장정들이 있는 것이니 그 정도의 수라면 야생동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마을 주변의 황무지를 개간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 건설한 마을에는 오가작통(五家作統))제를 적용하기 위해 25가구씩을 정착시킬 계획을 세웠다. 오가작통제는  중국 진(秦)나라 때의 상앙으로 부터 시작된 제도로써 5가구를 한 그룹으로 묶어 관리하는 방식이다. 중국 진나라에서는 백성들을 감시하는 제도로 사용했고 조선에서도 세조시대부터

사용됐다. 조선에서는 5개 호(戶)를 1개의 통(統)으로 구성하고 5개의 통(統)으로 리(里)를 구성하며 면(面)은 3~4개의 리(里)로 구성하여 통에는 통주(統主) 또는 통수(統首)를 두어 조직을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이 조선식 오가작통제를 응용해 새로 건설하는 마을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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