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160화 (160/223)

< 새로운 시장 >

‘각 마을마다 장정이 25명씩 있으니 마을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노동력과 방어력은 확보된 셈이고 10리(4km) 마다 마을을 한곳씩 건설하는 셈이니. 마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큰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웃 마을에 충분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거리이다.“

마을을 새로 건설하고 주민들을 이주시키더라도 그곳에서 주민들이 계속 정착해서 생활하지 못한다면 그곳은 대해국의 영토가 되지 못한다. 나는 임진왜란이 발발하는 1592년 까지 새로 확장된 영토에 최대한 많은 마을을 건설하고 주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이었다. 그리고 새로 건설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마을 간의 도로를 연결하고 다섯 마을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마을 단위로 오가작통제를 실시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마을 단위로 구성된 오가작통제를 구상하고 있던 나는 올해가 벌써 경인년(1590년)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임진왜란이 임진년(1592년)에 발발했으니 준비할 시간이 올해까지 2년 남은 셈이구나.’

그동안 최선을 다해 임진왜란을 준비했지만 준비할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면 히라도와의 무역은 단절될 것이다. 조선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니 조선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마카오와의 무역은 거리와 시간 때문에 한계가 있으니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에 최대한 대해국의 국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나는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까지 계속 대해국의 영토를 확장하고 노비와 노예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영토를 확장할 욕심에 지도를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사할린이 생각났다.

‘그래 북해도 위에는 사할린이 있었어. 가만 연해주의 여진족에게서 말을 구매하는데 성공했지. 사할린과 연해주라 그곳도 잘만하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겠는데.’ 

임진왜란이 발발한 이후 히라도와의 교역이 어려워질 것을 염려하던 나는 사할린과 연해주를 떠올리고는 사할린과 연해주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펑”  “펑”  “펑”  “펑”  “펑”

포성이 연이어서 울리며 화약연기가 시야를 가렸지만 조천군과 장수들은 방금 전 까지 불을 뿜은 대포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떠십니까. 나리. 기존의 다른 총통들 보다 최소한 3배 이상 빨리 방포할 수 있사옵니다.”

새로 개발한 대포의 시험포격이 무사히 끝나자 대포를 제작한 장인은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이 제작한 대포를 자랑했고 조천군과 장수들은 방금 시범포격을 보인 대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놀랍다. 놀라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총통이 1발을 방포할 때 3발 이상을 방포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위력이다.”

조천군과 장수들이 놀랍다는 듯이 대포를 바라보자 대포를 개발한 장인 장의달은 대포의 구조를 보여주며 작동원리를 조천군에게 설명했다.

“이 총통은 자포와 모포로 분리되어 있사옵니다. 여기 자포(子砲)에 화약과 탄환을 미리 장전해 놓고 방포할 때에는 이 모포(母砲)에 자포를 결합하여 방포하옵니다. 자포에 미리 화약과 탄환을 장전해 놓으니 방포할 때 마다 일일이 총통에 화약과 탄환을 장전할 필요가 없사옵고 방포한 후에는 모포에서 자포를 분리하여 화약과 탄환을 장전해 놓은 다른 자포를 결합하면 곧바로 방포할 수 있사오니 일반 총통에 비해 훨씬 빨리 방포할 수 있사옵니다.”

장의달의 설명을 들은 조천군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지으며 장의달과 장인들을 칭찬했다.

“정말 놀랍다. 이토록 신기하고 우수한 총통을 개발하다니. 정말 큰 공을 세웠다. 정말 대답하구나.”

조천군의 칭찬에 장의달은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희는 주상전하의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 전하께서 친히 이곳까지 왕림하셔서 남만선에 장비되어 있던 총통을 가져다주시고 주의하여야할 점들을 자세히 알려주셨기에 이 총통을

완성할 수 있었사옵니다. 주상전하 덕분에 이옵니다.“ 

장의달의 대답을 들은 조천군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전하께서 공방까지 직접 왕림하셨다니.”

장의달과 장인들이 새로 개발한 대포는 바로 불랑기(佛狼機)였다. 마카오에서 구매한 갤리온에서 불랑기와 같은 구조의 후장식 대포를 발견한 나는 당장 그 대포를 장의달과 장인들이 대포를 제작하고 있던 공방으로 가져갔고 후장식 대포의 구조를 설명한 후 같은 구조로 대포를 제작할 것을 명령했다. 국왕이 직접 명령을 내리자 장의달과 장인들은 잔뜩 긴장해서 대포를 만들겠다고 외쳤고 나는 자포와 모포 간에 결합이 단단히 되어야 대포의 위력이 떨어지지 않고 사고의 위험이 적어진다고 신신당부했다. 내가 직접 명령을 내린 그날부터 장의달과 장인들은 후장식 대포에 달려들어 구조를 파악하고 연구했고 그 덕분에 성공적으로 불랑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대해국에서 임진왜란을 준비하면서 전선만 건조하지는 않았다. 전선을 무장시킬 대포도 제작하고 있었고 병사들을 무장시킬 화승총과 검, 단검 등의 무기들도 매일 생산하고 있었다. 히라도에서 철과 구리를 수입하는 덕분에 무기를 제작할 재료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대해국이 왜국보다 많은 병력을 동원할 수는 없으니 나는 왜군보다 강력한 화력을 확보하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래서 화약무기에 관심이 많았다. 좌수영에서는 당장 전선들을 무장시킬 대포를 확보하기 위해 현자총통을 제작했지만 대해국을 건국한 후 대포를 제작한 구리와 주석을 충분히 확보하고 시간의 여유도 있자. 갤리온에서 확보한 유럽식 대포(컬버린, 데미컬버린)도 구조를 파악해 모방생산을 시도하고 있었고 비격진천뢰도 개발하고 있었다. 불랑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보고를 받은 나는 장의달과 불랑기를 개발하는데 동참한 장인들에게

상금을 내릴 것을 명령하고 직접 공방에 나가 불랑기의 성능을 확인했다. 불랑기의 성능을 확인하고 만족한 나는 직접 장인들을 치하하고 즉시 불량기를 생산할 것을 명령했다. 불량기의 개발로 대해국의 화력은 한층 더 상승했고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경인년(1590년) 3월 드디어 동해도에 쌓여있던 눈이 녹자 나는 3명의 장군들과 사화동 그리고 전라좌수군 출신인 강영남과 고토열도 정벌이후 충성을 다하고 있는 이와마츠 요시히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 대해국의 영토를 대소호수 까지 확장할 계획임을 선포한 나는 영토 확장 임무에 시마즈 도시히사를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도시히사에게 필요한 병력의 수를 물었다. 지난 열흘 동안 직접 대소호수 까지 정찰을 다녀오며 함관에서부터 대소호수와 까지의 길과 지형을 확인한 시마즈 도시히사는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군사 3000명만 맡겨주신다면 대소호수는 물론 호수의 주변지역 까지 대해국의 영토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길을 닦고 마을을 건설하는 것은 이삼일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군량과 보급품을 수송하는 군사들도 필요할 것이니 군사 5000을 이끌고 출병하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시마즈 도시히사는 허리를 숙이며 망극하다고 외쳤다. 도시히사에게 출병을 명한 이후 나는 최도진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자 최도진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명하시지요. 전하.”

“최장군은 전선 10척을 지휘해 야인들의 땅(연해주로)로 가도록 하라. 지난번과 같이 말과 모피를 구해오는 것이 주된 임무이기는 하나 야인들과도 정기적으로 교역을 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은과 소금 외에 농기구를 비롯해 철제 도구들도 가져가도록 하라.” 

내 명령이 떨어지자 최도진은 야인들에게 가는 것이 마음에 든 눈치였다. 대해국에서 최도진의 지위가 낮지는 않았지만 최도진은 야인여진족과의 교역이 마음에 들었는지 흔쾌히 대답했다.

“전하의 명을 따를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사화동 차례였다. 나는 사화동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전선 5척을 이끌고 마카오로 가도록 하라. 모피와 은을 교역품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마카오에서 남만에서 제작한 무기들과 노예들을 구매하도록 하라. 우선은 알폰스 비에이라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남만의 대포와 의사들을 고용할 수는 없을지 알아보도록 하라.”

내 명령에 사화동은 허리를 숙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중요한 임무를 맡겨주시니 한없이 영광이옵니다. 전하.”

사화동에게 명령을 내린 나는 이번에는 강영남을 바라보았다. 전라좌수군의 병사출신인 강영남은 높으신 분들이 모인 자리에 있는 것이 긴장되는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강영남은 전선 1척을 이끌고 바다로 나가도록 하라. 동해도의 동쪽 해안가에 상륙해 해안가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누인들과 교역을 하도록 하라.”

아직 대해국과 교역을 하지 않고 있는 아이누인들에게 철기 농기구들과 도구들을 팔고 동물가죽과 사금을 구해오는 것이 강영남의 임무였다. 대해국이 동해도의 남쪽 끝에 있는 이상 대해국과 거래를 하는 아이누인들은 한정되어 있었다. 나는 아예 전선을 보내 대해국과 거래를 하지 않고 있는 아이누인들에게도 대해국에서 생산한 도구들과 생필품들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금과 모피를 확보할 생각이었다. 내가 내린 명령을 이해한 강영남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런 큰 임무를 맡겨주시니 영광이옵니다. 전하.”

강영남에게 명령을 내린 후 나는 이와마츠 요시히를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자 요시히는 재빨리 허리를 숙였고 나는 그런 요시히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마즈 도시히사가 새롭게 마을을 건설하면 그 마을에 주민들을 이주시킬 것이다. 마을마다 25가구씩을 이주시킬 것이며 새로 건설한 마을로 이주하는 주민들에게는 1년치 식량과 새로운 마을에 정착하는데 필요한 연장과 도구들도 지원할 것이다. 이와마츠 요시히는 새로 건설할 마을에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이주한 주민들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도록 하라.”

갑자기 큰 임무를 맡은 이와마츠 요시히는 강영남과 마찬가지로 크게 놀랐지만 아직까지 중간관리자가 부족한 대해국이기에 이런 벼락 승진도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마츠 요시히는 허리를 숙이며 맡겨만 달라고 외쳤다. 이와마츠 요시히에게 명령을 내린 후 나는 조천군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조장군은 올해도 전선을 건조하는 일을 지휘해야 할 것이다.”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전하.”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22척 이상의 전선을 건조해야 할 것이다.”

22척의 전선을 건조하라는 명령에 조천군은 놀란 눈치였지만 잠시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올해 안에 22척의 전선을 건조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전하.”

“조장군이 늘 수고가 많다는 것은 과인도 알고 있다. 과인은 조장군의 충성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렇게 모두에게 명령을 내린 나는 자리에 모인 장수들에게 말했다.

“과인은 이번 달 안에 선단을 거느리고 평호도(平戶島)[히라도]에 다녀오도록 하겠다. 예전처럼 평호도에서 쌀과 철, 구리, 유황 그리고 노예들을 구매해 올 것이며 왜국의 정보도 수집해 올 것이다.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대해국의 내정은 조장군이 담당하도록 한다.”

“심려를 놓으십시오. 전하.”

전선을 건조하는 일도 작은 일이 아니었지만 믿고 맡길 사람이 부족한 탓에 나는 자리를 비울 때마다 조천군에게 대해국을 맡겼다. 조천군은 내가 없는 동안에도 빈틈없이 일을 처리했으니 믿고 맡길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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