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165화 (165/223)

< 이곳의 주인은 바로 나 >

흑인과 아랍인 노예들을 전쟁에 동원할 생각을 하자. 이들을 일본에 상륙시킬 상륙병력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21세기에 벌어졌던 전쟁에서도 폭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시작하지만 기갑부대와 보병이 투입되어 마무리를 짓잖아. 임진왜란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포격과 해상봉쇄만으로는 부족해. 상황에 따라서는 보병을 상륙시켜 일본열도에서 전투를 치러야해.’ 

흑인들과 아랍인 노예들을 무장시켜 일본에 상륙시키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그들의 화력과 전투력은 둘째 치더라도 우선 생전처음 보는 흑인들과 아랍인들의 피부색과 외모에 왜인들이 두려워할 것이 확실했다. 

‘왜인들은 저들의 모습만 보고도 겁을 먹고 사기가 떨어질 거야. 물론 자주 보면 익숙해지겠지만 처음 한두 번은 효과가 있을 거야.’

흑인들과 아랍인들을 일본에 상륙시킬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야인여진족이 떠올랐다. 

‘그래 여진족은 유목과 농업을 겸하고 있고 거친 만주벌판에서 태어나 생활하는 만큼 거칠고 사납기로 유명해 만약 여진족 기병을 일본에 상륙시킬 수만 있다면.’

흑인과 아랍인 그리고 여진족을 임진왜란에 동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사화동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좋은 생각을 했구나. 좋다. 네 계획대로 저 노예들을 병사로 훈련시켜 보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내 칭찬을 들은 사화동은 허리를 숙이며 기뻐했다.

“그리고 전하. 알폰스 비에이라가 전하께 선물로 보낸 노예들이 곧 내려올 것입니다.”

사화동의 말을 들은 나는 호기심에 갤리온을 바라보았다.

‘선물로 노예를 보냈다고.‘

잠시 후 조선의 장옷을 입은 것처럼 온몸을 가린 옷차림에 베일 같은 것으로 얼굴을 가린 노예 셋이 발판을 밟고 부두로 내려왔다.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부두로 내려온 노예들은 병사들이 내 앞으로 인도하자 부들부들 떨면서 내 앞에 도착했다.

“이들이냐?” 

“그렇사옵니다. 전하.”

사화동의 대답을 들은 나는 노예들에게 말했다.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느냐?”

노예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노예들은 조선말은 물론 왜국말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화동의 대답을 들은 나는 귀찮은 짐을 떠맡은 기분이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일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노예들이 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냐?”

“처음 갤리온에 탑승할 때부터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알폰스 비에이라는 전하께 선물로 보내는 노예들이니 선원들이 함부로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하라 하였습니다.

사화동의 대답을 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들도 요새로 데라가도록 하겠다.”

노예들을 요새로 데려갈 것을 명령한 나는 사화동에게 조용히 명령을 내렸다.

“루이스 프로이스는 배안에서 만나는 것이 좋겠다. 프로이스 신부를 선장실로 데려오도록 하라.”

“예 전하.”

사화동에게 명령을 내린 나는 태연히 발판에 올라 갤리온에 탑승했다. 갤리온에서 화물을 내리던 선원들과 병사들은 내가 배에 오르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나는 태연하게 갑판을 걸으며 선원들에게 외쳤다.

“모두들 하던 일을 계속 하도록 하라. 나는 따로 볼일이 있다.”

말을 마친 나는 곧장 선장실로 향했다. 선장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있자. 잠시 후 루이스 프로이스가 선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셨습니까. 제독님. 건강해 보이시니 정말로 다행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늘 함께 하시기를.”

“신부님 안녕하셨소.”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와 인사말을 나눈 후 나는 신부가 대해국에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소식도 없이 오셔서 많이 놀랐소.”

“죄송합니다. 제독님. 때마침 마카오에서 쉬고 있던 중에 제독님의 갤리온이 마카오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워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선단이 반가우셨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오. 부하들에게 이미 보고는 받았소. 마카오에서 신부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이다. 정말 고마운 일이오.”

“아닙니다. 제독님 저야 말로 믿음의 형제들에게 새로운 터전을 내려주신 제독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독님께 도움이 됐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와 대화를 나누며 나는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정말 보통이 아니다. 왜 대해국에 왔는지 이유를 물을 틈을 주지 않는구나.’

신부의 말솜씨에 밀린 나는 결국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신부님을 만나서 반갑기는 하지만 나는 이곳 동해도를 통치하고 있는 입장이니 신부님께 묻지 않을 수 없소. 이곳 동해도에는 무슨 일로 오셨소.”

내 질문에 신부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야 물론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새로운 터전으로 이주한 형제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신앙은 잘 지키고 있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신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절대로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를 대해국에 정착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신부님께서 기리시탄들의 소식이 궁금하시다면 이곳 동해도의 기리시탄들의 소식을 들려드리겠소. 아니 기리시탄들이 생활하고 있는 마을을 방문하시고 직접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도록 하시오. 그러나 신부님께서 이곳 동해도에 계속 머무시는 것은 곤란한 일이오.”

“형제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신다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제독님. 그러나 제가 이곳에 머무는 것이 왜 제독님을 불편하게 하는 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는 프로이스 신부의 언변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 신부에게 대답했다.

“기리시탄들이 이곳 동해도에 이주하기 전에 나에게 약속한 것이 있소. 신부님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제독님께 충성하는 것과 징병과 조세의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나는 프로이스 신부의 대답을 들은 후 말했다.

“나는 신부님이 알고 계신대로 기리시탄들에게 충성을 요구했고 그들이 내게 충성하는 한 나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오. 나는 절대적인 충성을 원하고 있소. 그러나 신부님이 이곳 동해도에 계시면 내가 안심할 수 없을 것이오.”    

내말을 들은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를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신부님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님이 기리시탄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는 것이오.”

내 대답을 들은 프로이스 신부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신부에게 말했다.

“정확하게 7일간 이곳 동해도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하도록 하겠소. 7일이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충분한 시간일 것이오. 그러나 7일이 지나면 신부님은 반드시 동해도를 떠나셔야 하오. 나는 나 외에 다른 사람이 동해도의 주민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소.”

“7일이라는 시간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제독님.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가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7일 간만 동해도에서 지내는 것에 동의하자 나도 살짝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의 인격이나 성품을 믿고 그를 대해국에 거주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기리시탄들의 수와 기리시탄들에 대한 신부의 영향력을 생각해 봤을 때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루이스 프로이스와 대화를 마치고 요새로 돌아온 나는 알폰스 비에이라가 보낸 노예들을 불렀다. 노예들은 여전히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노예들을 보며 갑자기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 나는 노예들 앞으로 가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베일을 걷어 올렸다. 베일을 올리자 노예는 당황한 기색이었다. 베일을 걷은 후 드러난 노예의 얼굴을 본 나는 그 이국적인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뭐야. 백인이잖아. 그런데 어디 사람이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의 여인을 노예로 보냈을 리는 없고 영국이나 러시아 쪽도 아닌 것 같은데?’

베일을 걷어내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인은 금발에 푸른색 눈이 아닌 긴 갈색 머리에 검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흰 피부와 오뚝한 코,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백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다른 노예들의 베일도 연이어서 올린 나는 노예들이 모두 같은 인종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모로 봐서는 서유럽이나 북유럽 출신은 아닌 것 같고 코카서스에서 출신들인가?’

나는 노예들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그보다 노예들과의 의사소통이 문제였다. 노예들은 셋 모두 여인이었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 어린 소녀로 보였고 한눈에 봐도 새로운 환경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들의 정체는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고 일단은 쉬게 해주자.’ 

선물로 받은 노예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 일단은 이들을 맡아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시녀들을 불러 노예들을 씻기고 쉬게 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나는 다시 공무를 보기 위해 내 집무실로 들어갔다.  

경인년(1590년) 4월 조선에서는 지난 3월 조선을 출발한 일본 통신사 일행이 대마도로 향하고 있었다. 정사 황윤길, 부사 김성일, 서장관 허성(허균의 형제) 그리고 200여명의 수행원들로 구성된 통신사 일행은 대마도를 거쳐 교토로 향하게 되지만 통신사 일행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지 못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간토의 호조 가문을 정벌하기 위해 출병한 상태였으니 통신사 일행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귀환하는 9월 까지 히데요시를 기다려야 했다. 통신사 일행이 일본으로 가는 동안 조선에서는 임장춘과 대동계원들이 계원들 중애 화전민 출신들을 선발해 울릉도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호조 가문을 정벌하기 위해 출병한 히데요시는 3월 27일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카쓰와 합류했고 3월 29일부터 전투가 시작되었다. 히데요시의 직속군과 히데요시를 따라는 영주들의 군대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오다 노부카쓰 까지 합류하면서 20만이 넘는 대군이 집결했고 이들의 맹공에 호조 가문의 성과 요새들은 하나씩 함락되고 말았다. 특히 히데요시의 가신 출신인 영주들과 중소 규모의 영주들은 전투에서 전공을 세워 호조 가문의 영지를 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군사들을 이끌고 호조 가문의 성들을 맹렬하게 공격했고 자연히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호조 가문의 성들 중에서는 공격 받은 지 하루 만에 함락되는 성들도 나올 지경이었고 전투가 치열했던 만큼 히데요시측의 무장들 중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4월 6일 오다와라 성 인근까지 진군하는데 성공한 히데요시는 대군을 동원해 오다와라 성을 포위하는 한편 영주들에게는 오다와라 성 외에 호조 가문의 다른 성들을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경인년(1590년) 4월 26일 나는 다시 한번 대해국의 주요 장수들을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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