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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67화 (167/223)

< 끝없는 욕심 >

조천군을 보낸 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올해는 히라도와의 무역에 집중하려고 했었는데 마카오에서 흑인들과 아랍인 노예들을 구매하려고 하니 마카오에도 계속 선단을 보내야겠구나. 그래도 다행이다. 건조 중인 전선들이 5월 중에 완성된다니 5월만 잘 버티면 되겠다. 

마카오와의 무역을 생각하던 나는 스스로 내 욕심에 놀라며 생각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갤리온과 전선을 합해서 29척이나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배가 부족한 것을 염려하고 있으니.’

대양항해가 가능한 갤리온과 첨저형 전선을 29척이나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히라도 마카오와의 무역을 생각하자 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나는 5월부터 11월 까지 매달 히라도에 선단을 보내겠다고 마쓰라 다카노부에게 말했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는 29척의 전선을 지혜롭게 운용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5월에는 내가 10척을 끌고 히라도로 가고 사화동에게 4척을 맡겨 마카오로 보내는 만큼 남아있는 전선의 수는 15척이었다. 그중에서 최도진이 5척을 강영남과 박언필이 각자 1척씩을 끌고 가니 대해국에 남아있는 전선은 8척이 전부였다.

‘대해국과 히라도의 거리가 가까워서 5월에 히라도에 다녀온 전선과 선원들을 그대로 6월에 히라도로 보내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야 히라도 까지 가는 거리에 교역을 위한 시간까지 계산하면 대해국에서 히라도 까지 다녀오는 것만으로 26일 이상이 걸려 5월에 히라도에 다녀온 전선들과 선원들을 그래도 히라도에 보낼 수는 없다는 말이지 그렇다고 히라도로 보내는 전선의 수를 줄이면 매달 보내는 의미가 없으니 전선을 지혜롭게 운용해야지.’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은 간단히 말하면 돌려막기였다. 대해국과 울릉도의 거리는 히라도에 다녀오는 거리보다 훨씬 가까우니 울릉도에 다녀온 박언필의 전선을 6월에 히라도로 출항하는 선단에 합류시키고 강영남의 전선 역시 5월 20일 경에는 함관항으로 귀환시켜 선원들에게 휴식을 명령하고 6월에 히라도로 보낼 생각이었다.

‘새로 완성된 전선들을 바로 동원할 수 있겠다면 좋겠지만 시험항해도 해야 하고 선원들도 배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시켜야 하니. 한 달간은 선원들이 배에 적응하도록 훈련시키고 새 전선들은 7월부터 무역에 동원하자.’   

마카오와 거래를 하지만 않아도 이렇게 까지 전선들로 돌려 막기를 할 필요는 없을 텐데. 흑인과 아랍인 병사들을 동원하는 계획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훌륭한 생각이야. 더구나 환차익으로 금과 은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큰 이익을 볼 수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마카오와의 무역을 포기할 수는 없어.’

내 명령이 떨어진 후 장수들은 각자의 임무에 따라 출항을 준비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대해국의 기리시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루이스 프로이스에게 사화동이 찾아왔다. 사화동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는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예상할 수 있었지만 태연한 얼굴로 사화동을 맞이했다.

“잘 지내셨나. 하나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안녕하셨습니까. 신부님.”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를 상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사화동은 인사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신부에게 말했다. 

“신부님 이제는 마카오로 돌아가실 시간이십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프로이스 신부는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고 사화동은 환장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애초에 신부님께서는 7일간만 동해도에 머물기로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7일은 벌써 지났단 말입니다. 이틀 후에 마카오로 출항하는 배가 있으니 마카오로 돌아가시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사화동은 최대한 정중한 태도로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에게 말했지만 프로이스 신부는 변함없이 태연한 표정으로 지으며 사화동에게 말했다.

“마카오로 돌아가기 전에 제독님을 뵈어야겠네. 제독님에게 안내해 주게.” 

프로이스 신부를 상대하기 어려웠던 사화동은 어쩔 수 없이 프로이스의 요청을 나에게 전했고 나는 프로이스의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안녕하셨습니다. 제독님. 하나님의 은혜가 늘 함께 하시기를.”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는 내 집무실로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다. 나는 그런 신부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프로이스 신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카오와 무역을 하는데 신부의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니 기분 좋게 보내자. 신부가 뭐라고 해도 반드시 마카오로 돌려보낼 것이다.’

나는 인상을 풀고 신부의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셨소. 건강해 보이시니 다행이오.”

“하나님의 은혜로 잘 지냈습니다. 다행히 왜국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형제들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더군요. 이 모든 것이 제독님 덕분입니다.”

“기리시탄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수고해준 덕분에 나도 아주 만족하고 있소.”

“그렇습니까. 형제들이 제독님께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다행입니다.”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와의 대화가 길어지자.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신부에게 말했다.

“동해도에 있는 동안 기리시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니 아주 다행이오. 동해도에 도착해서 약속한 7일은 이미 지났으니. 이제는 마카오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소.”

마카오로 돌아가라는 말에 루이스 프로이스는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곧 태연한 표정으로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그동안 동해도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워서 벌써 날짜가 그렇게 지났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곳 동해도는 아주 아름다운 곳입니다. 믿음의 형제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즐겁고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독님.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무를 수는 없겠습니까?”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의 표정은 태연해 보였지만 눈빛은 간절해 보였다. 이곳 동해도가 마음에 든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았고 기리시탄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즐거웠다는 것도 사실로 보였지만 나는 루이스 프로이스를 계속 동해도에 머무르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소. 신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곳도 이곳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말이오. 이번에는 이만 마카오로 돌아가시고 다음에 기회를 봐서 다시 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내 말을 들은 루이스 프로이스는 눈에 빛을 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곳 동해도에 제가 계속 머무르면 안 되는 사정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말했듯이 이곳에는 이곳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법이오.”

나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말을 들은 프로이스 신부는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동안의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전하.”

‘내가 대해국을 건국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것을 신부가 알아냈구나.’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프로이스 신부가 대해국에서 지낸 시간이 짧지도 않았고 기리시탄들은 프로이스 신부에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했을 것이니 내가 대해국의 국왕이라는 것을 프로이스 신부가 몰랐을 리는 없었다.

“그렇소. 내가 바로 대해국의 왕이오. 일부러 속이려 한 것은 아니지만 무역을 하기 위해서 왜국과 마카오에는 내가 대해국을 건국한 것과 대해국의 왕이라는 사실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소. 신부께서도 비밀을 지켜 주셨으면 좋겠소.”

“전하. 제가 마카오나 왜국에서 대해국에 대해 떠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사오니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해 보시오.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대답하도록 하겠소.”

프로이스 신부는 침착하다 못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전하. 제가 대해국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사정이 무엇입니까. 이곳이 대해국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전하께서 왜국을 노리고 계시기 때문입니까?”

프로이스 신부의 질문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무슨 말이오. 내가 왜국을 노리고 있다니?”

프로이스 신부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대해국으로 이주한 형제들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형제들은 조선소와 공방에서 전선과 무기들을 제작하고 있었고 전하께서는 형제들을 주민들을 받아들인 것도 모자라 노예들 까지 구입해 인구를 늘리고 계시면 형제들과 노예들 중에서 사내들을 징집해 군사로 만들고 계시니. 전하께서 전쟁을 준비하고 계신 것이 분명합니다.”

프로이스 신부의 대답을 듣자.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하긴 장정들의 3할에 가까운 수가 군사인데다가 그리 넓지도 않은 대해국 안에서 화약이며 병장기들을 제작하고 있으니 프로이스 신부가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지. 그런데 왜국을 공격하려는 것은 어떻게 눈치 챘지?’

나는 프로이스 신부에게 일단 시치미를 땠다.

“대해국에서 전선을 건조하고 무기를 제작하는 것은 대해국을 방어하기 위해서지. 타국을 침략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왜국을 침략하다니 신부는 왜국에 오래 있었으니 왜국에 수십만의 군사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소.”

내 대답을 들은 프로이스 신부는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대해국에 지금 병사로 있는 사내가 몇 명입니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사내들을 3할이나 무장시킨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사옵니다. 대해국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항구에 포대를 설치하고 대포를 설치하는 것을 충분했을 텐데. 항구에는 인근 바다와 항구 주변을 감시하는 망루는 보였지만 포대는 보이지 않았고 제작한 무기들도 숨겨두고 있는 것을 보니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더구나 전하께서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수군을 지휘하는 제독이셨습니다. 전하께서 조선을 노리셨다면 굳이 이 먼 곳까지 와서 대해국을 건설하는 수고를 하셨을 리가 없으셨을 것이니 전하께서 왜국을 노리고 계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말을 하던 중간에 잠시 멈춘 프로이스 신부는 자신이 한말이 맞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왜국에 수십만의 군사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국은 각 지역의 영주들이 자신들의 영지를 다스리며 영주들은 영지와 함께 군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간파쿠(関白)[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왜국을 통치하고 있으나 간파쿠는 이미 적지 않은 나이고 그의 자녀는 아직 어린 갓난아기에 불과하니 간파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나는 루이스 프로이스의 대답을 들으며 그의 식견에 놀라는 한편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틀린 말은 없지만 왠지 나에게 왜국을 침략하라고 권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신부의 식견에 놀랐소. 그런데 지금 신부가 하는 말이 나에게는 왜국을 공격하라고 권하는 것으로 들리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내 말을 들은 루이스 프로이스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왜국에는 아직도 비밀리에 신앙으로 지키고 있는 형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하께서 기회를 봐서 출병하시고 형제들이 왜국 안에서 호응한다면 전하께서 큰 뜻을 이루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니 내가 왜국을 공격하는 것이 신부나 기리시탄들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소?”

“자유롭게 신앙을 지킬 권리를 위해서입니다.”

루이스 프로이스의 대답을 들은 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선교사들을 추방한 사실을 떠올렸다.

‘루이스 프로이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권이 몰락하기를 바라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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