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183화 (183/223)

< 2배가 되는 장사 >

‘루이스 프로이스 보다 지위가 높다니 그래서 프로이스가 반대하지 못했구나.’

나는 가스파르 코엘료를 노려보며 말했다.

“컬버린과 장인들로 과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과인을 너무 가볍게 보았다.”

“전하 오해하지 마십시오. 컬버린과 장인들이 전하께서 계획하시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가져온 것입니다. 전하께서 루이스 프로이스에게 당부하신 말씀을 소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소인은 전하께 근심거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코엘료의 대답을 들은 나는 당장 마카오로 돌려보내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을 참으며 물었다.

“루이스 프로이스에게 과인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면 과인이 그대가 대해국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짐작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무슨 생각으로 대해국에 온 것인가?”

“전하와 소인은 같은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스파르 코엘료의 대답을 들은 나는 코엘료가 원하는 것을 짐작했다.

‘일본지역 책임자였다고 했었지. 히데요시가 선교사들을 추방했으니 코엘료 저자도 히데요시를 원망하고 있겠구나.’  

“그대는 무엇을 원하느냐. 선교사로써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기를 원하느냐? 아니면 간파쿠가 몰락하는 것을 원하는가?”

가스파르 코엘료는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역시 전하와는 대화가 통할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 가지 모두를 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하께서 차지하지고 지금 간파쿠가 누리고 있는 권력도 전하께서 누리시지요. 다만 소인은 소인의 자리를 되찾고 저희 예수회의 신부들이 일본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코엘료의 대답을 들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코엘료는 대해국이 아닌 일본을 노리고 있구나. 자신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을 보니 대해국에서 엉뚱한 일을 꾸밀 것 같지는 않으니. 루이스 프로이스를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위험부담이 적을 것 같기고 하고.’

내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코엘료는 나에게 물었다.

“전하. 잠시 선실로 돌아가 저의 짐을 가져와도 괜찮겠습니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느냐? 얼마든지 가져오너라.”

선실에 다녀온 코엘료는 작은 나무 상자를 들고 왔다. 

“이것을 보시지요. 전하.”

상자 안에서 둘둘 말려있는 문서들을 꺼낸 코엘료는 탁자 위에 문서를 펼쳐놓으며 말했다. 코엘료가 펼쳐놓은 문서들을 바라본 나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것은 지도가 아닌가?”

코엘료가 탁자위에 펼쳐놓은 것은 규슈지역의 지도였다. 

“전하.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것도 보시죠.”

코엘료는 그 뒤를 이어 교토와 사카이항 일대의 지도와 사카이 인근 바다의 해도, 규슈 인근 바다의 해도와 사카이항에서 마카오까지의 해로를 기록한 해도 그리고 사카이에서 필리핀까지의 해로를 기록한 해도를 펼쳐 놓았다. 내가 지도와 해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코엘료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저희 예수회가 일본에서 활동한 세월이 30년이 넘습니다. 이것은 예수회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안 쌓인 정보 중에 일부에 불과합니다. 전하 어떠십니까. 이정도면 제가 전하께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지도를 바라본 나는 코엘료에게 물었다.

“다른 지역의 지도도 구할 수 있겠나?”

“전하. 오와리국 까지의 지도와 인근 바다의 해도는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와리 동쪽 지역의 지도는 저희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대마도와 이키섬의 지도와 인근 바다의 해도도 구할 수 있겠나?” 

“가능합니다.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마카오에 서신을 보내 지도와 해도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과인은 주고쿠 지역 전체의 지도도 필요하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코엘료가 가져온 지도와 해도만 봐도 예수회의 저력이 작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과 손을 잡는 것이 일본과의 전쟁에 확실히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한 나는 코엘료를 바라보며 말했다.

“코엘료 자네가 대해국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하겠네. 그러나 대해국의 주민들을 선동하려고 하거나 주민들에게 자네들의 종교를 강요하지는 말게 그리고 대해국에서는 자네들의 율법보다 대해국의 국법이 우선한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게.”

코엘료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전하. 소인을 받아들이신 일을 결코 후회하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나는 그런 코엘료에게 물었다.

“대해국과 간파쿠가 통치하는 일본 간에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자네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려면 과인이 일본의 통치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지금 일본에서 영지와 군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영주들 중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 있는 신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간파쿠가 두려워 굴복하고 있을 뿐이죠. 전하와의 전쟁으로 간파쿠의 권위가 떨어지게 된다면 영주들도 용기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와 하나님을 믿는 영주들이 전하를 돕는다면 전하께서 간파쿠의 자리를 차지하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코엘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지만 내 생각에도 히데요시의 권위가 흔들리는 일이 발생하다면 히데요시의 정권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다. 

“세상이 공짜는 없는 법. 일본과의 전쟁에 자네와 예수회가 대해국에 도움을 준다면 전쟁이 끝난 후 나와 대해국의 영역 안에서는 예수회의 성직자들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고 대해국의 주민들은 어떤 종교를 믿는지 간에 종교로 인해 박해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네.”

“하나님의 축복이 늘 전하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전하.”

코엘료와의 대화를 마친 나는 코엘료가 가져온 지도와 해도들을 챙겨서 그 길로 갤리온에서 내려와 관아로 돌아왔다. 많이 피곤했지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었던 나는 내 집무실로 사화동과 강영남을 불렀다. 사화동과 강영남이 도착하자 나는 호위병들에게 마카오에서 환전해온 금을 집무실로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호위병들은 잠시 후 작은 나무상자들을 다섯 개나 운반해 왔다.

“상자를 열어라.”

내가 호위장군 김개동에게 명령을 내리자 김개동은 직접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상자를 열자 직사각형의 금괴가 상자 안에 가득히 들어있었다. 금괴를 확인한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이 길게 벌어졌다.

“전하. 금 6000냥입니다. 은 3만6000냥을 금 6000냥으로 환전할 수 있었습니다.”

사화동이 상자에서 금괴 하나를 들어 나에게 내밀면서 보고했다. 나는 사화동이 내미는 금을 받아들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화동에게 말했다.

“수고가 많았네.” 

금 6000냥이면 무게로 220kg이 넘었고 이 금을 히라도에서 다시 은으로 환전하면 은 7만 2000냥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정말 수고했네.”

나는 금괴를 손에 들고 바라본 후 다시 사화동에게 내밀었고 사화동은 금괴를 상자 안에 넣었다. 

“이 금은 이번 달에 평호도(平戶島)[히라도]로 보낼 것이네. 평호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겠지?”

내가 강영남을 바라보며 묻자 강영남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전하. 이 금을 은으로 환전해 오도록 하겠사옵니다.”

금 6000냥을 히라도에서 은으로 환전한 은을 다시 마카오에서 금으로 환전하면 금 1만 2000냥이 될 것이니 정말 이런 장사도 없었다. 나는 호위장군에게 선단이 출항할 때 까지 금을 잘 보관할 것을 명령한 후 강영남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흘 후에 평호도(平戶島)[히라도]로 출항하도록 하게 평호도에서의 거래는 이전과 같고 간토지역의 전쟁이 끝났으니 평호도에서 확보한 노예의 수가 줄었을 수도 있으니 구매해 올수 있는 노예들은 최대한 구매해 오도록 하게. 과인이 마쓰라 다카노부에게 서신을 쓸 것이니 다카노부에게 전해주도록 하게.”

“예 전하. 명심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강영남의 대답을 들은 나는 사화동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긴 항해에 피곤하겠지만 휴식시간을 오래 주지는 못할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하네.”

사화동은 아무 대답도 없이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보름간 쉰 후 다시 마카오에 다녀오도록 하게 10월 안에는 마카오에 선단이 도착해야 하니 충분히 휴식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시게.”

“예. 전하.”

“마카오에서는 이전과 같이 모피를 판매하고 노예와 면포, 주석을 구매하도록 하고 알폰스 비에이라에게 선물과 서신을 보낼 것이니 잘 전달해 주도록 하게. 그리고 이번에는 마카오에 은을 보내지 않도록 하겠네. 시간이 맞지 않을 것 같군.”  

히라도에서 환전한 은을 마카오에 보내지 않으면 금은거래를 하지 못하는 만큼 손해를 보는 셈이었지만 시간이 맞지를 않았다. 대해국에서 히라도 까지 가는 데 약 12일에서 13일이 걸리고 대해국에서 마카오 까지 가는데 약 30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히라도에서 은으로 환전하고 대해국까지 돌아오는데 거래하는 기간까지 28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마카오로 보내는 선단은 늦어도 보름 안에 출항해야 했으니 시간을 맞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거래되는 액수가 커지는 만큼 조심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이번에는 마카오에 은을 보내지 않을 생각을 했다. 내 말이 끝나자 사화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평호도에서 환전한 은을 마카오에서 금으로 환전하면 2배가 되니 환전하지 못할수록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허락하신다면 이번에도 마카오에 은을 싣고 가도록 하겠사옵니다.”

사화동의 말을 들은 나는 사화동의 충성심이 기특하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과인도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시간을 맞출 방법이 없네. 평호도로 가는 선단은 곧 출항할 것이고 마카오로 가야하는 선단은 최소한 보름의 휴식과 준비기간이 필요하니 열흘 이상의 시간 차이가 나는데 마카오로 가는 선단이 평호도에 도착할 때 까지 강영남이 평호도에서 기다리려면 열흘 정도 발이 묶이게 되니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내 대답을 들은 사화동은 그 정도는 어렵지 않다는 듯이 해결책을 말했다. 

“제가 이끄는 선단은 대해국에서 마카오로 갈 것이고 평호도로 환전을 한 선단은 평호도에서 대해국으로 돌아와야 하니 대해국과 평호도 사이의 바다에서 마주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다에서 은을 넘겨받으면 마카오로 은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전하.” 

사화동의 대답을 들은 나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법에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잠시 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머리를 굴렸다.

‘무전도 GPS도 없는 세상에서 선단이 바다 한가운데서 만나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강영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전하. 충분히 가능할 것 같사옵니다. 같은 경로를 오간 선원들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바닷길이 있는 법입니다. 마카오로 가는 선단의 선원들도 평호도를 오고갔던 선원들일 것이니 대해국에서 평호도를 오고가는 바닷길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끄는 선단은 평호도에서 평소에 가던 길로 대해국으로 귀환할 것이고 마카오로 가는 선단은 남진하다가 평호도에서 대해국으로 북상하는 길목에서 하루나 이틀정도 기다리고 있는 다면 두 선단이 바다에서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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