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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87화 (187/223)

< 훈련원 >

경인년(1590년) 10월 17일 선단을 이끌고 마카오에 도착한 사화동은 부하를 루이스 프로이스에게 보내 가스파르 코엘료가 쓴 서신을 전달할 것을 명령한 후 알폰스 비에이라를 찾아갔다. 알폰스 비에이라는 사화동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알폰스 비에이라와 인사를 주고받은 사화동은 내가 보낸 서신과 선물을 비에이라에게 내밀었다.

“저희 장군님께서 보내신 서신과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또 선물을 보내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사화동에게서 나무상자를 받은 알폰스 비에이라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의 예상대로 상자 안에는 아름다운 백자와 접시 그리고 찻잔과 술잔 등이 들어있었다. 지난번에 받은 백자보다 더 아름다운 도자기를 선물로 받은 알폰스 비에이라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런 보물을 제가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장군님께서 보내신 선물이니 안심하고 받으십시오. 그리고 이번에도 비에이라공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습니다.”

사화동의 대답을 들은 알폰스 비에이라는 눈에 빛을 내며 물었다.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까. 무슨 일인지 궁금합니다. 마카오의 상인들에게 모피를 판매하는 것은 저보다 더 잘하시는 분이시고 노예들을 고르시는 안목도 저보다 더 탁월하신데. 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알폰스 비에이라가의 질문에 사화동은 웃는 얼굴을 하면서 속으로는 생각했다.

‘전하께서 알폰스 비에이라를 경계하시는 이유가 있었구나. 이번에도 은을 가져온 것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저런 질문을 하다니 절대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될 상대다.’    

“과찬이십니다. 비에이라공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마카오에서 어떻게 필요한 물품들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은을 가져왔습니다. 금으로 환전해가려고 하니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화동이 도와달라고 하자 알폰스 비에이라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아무 염려 마십시오. 그런데 은은 얼마나 가져 오셨습니까?”

“지난번의 2배를 가져왔습니다. 7만 2000냥입니다.”

“예? 7만 2000냥이요?”

사화동의 대답을 들은 알폰스 비에이라는 은 7만 2000냥을 금으로 환전하겠다는 말에 놀랐다.

“그렇습니다. 금 1만 2000냥으로 환전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 가능합니다. 금으로 환전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사흘만 시간을 주십시오. 액수가 커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은 환전을 하기 전에 모피의 판매와 노예의 구매를 주선해 주기로 약속한 알폰스 비에이라는 사화동을 돌려보냈다.

같은 시간 나는 대해국의 장군들과 함께 사도 섬을 정벌할 계획을 의논하고 있었다. 

“우선 현재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1만3000명입니다. 이들은 대해국의 건국에 참전한 병사들에서부터 올해 대해국에서 구매한 노예 출신 병사들 까지 모두 포함한 병력으로 전선을 모는 수병과 선원들이 아닌 순수하게 사도 섬에 상륙시킬 수 있는 병력입니다.”

조천군이 병력 상황을 보고하자 나는 육군만 1만이 넘는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게 생각됐다. 병력 수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나는 조천군에게 질문을 던졌다. 

“병사들의 훈련과 무장상태는 어떤가?” 

“병사들 가운데 절반이 올해 대해국에서 구매한 노예출신 노예병입니다. 노예병들은 기초 훈련을 마친 상태이고 다른 군사들에 비해 훈련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병사들의 무장상태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병사들 전원에게 화승총 1정씩을 지급하였고 보조병기로 지급할 단검과 활, 창 등 냉병기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사옵니다. 대포의 경우에는 전선들이 장비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도 200문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해국은 임진왜란을 대비해서 건국된 일종의 병영국가였다. 정식으로 건국을 선포하기 이전 동해도에 상륙해서 함관 지역을 점령하고 거점을 건설했을 때부터 쉬지 않고 화승총, 대포, 칼 등의 무기들을 제작한 덕분에 병사들을 무장시킬 무기들은 부족하지 않았다. 

조천군의 대답을 들은 나는 병사들의 노예병들이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시마즈 도시히사를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시마즈 도시히사는 백호대와 함께 노예병들을 훈련시키도록 하라. 전국시대를 살아간 사내들이니 이전에도 전쟁에 동원된 경험은 있을 것이다. 체력 훈련부터 시작해서 검술, 사격훈련, 무술훈련까지 내년 봄까지 빡세게 굴려라.”

병사들을 훈련시키라는 말에 시마즈 도시히사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심려를 놓으십시오. 전하. 소장과 백호대는 노예병들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강병으로 훈련시킬 것이옵니다.”

시마즈 도시히사에게는 군사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마을을 건설하고 도로를 닦는 것 보다 적성에 맡는 임무였다. 도시히사는 벌써부터 병사들을 훈련시킬 생각에 눈에 빛을 내며 좋아했다.

“자세한 작전계획은 사도 섬의 정보와 지도가 도착하면 의논하기로 하고 과인은 우선 내년 봄에 출병하려고 하는데 제장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년 봄. 3월이나 4월에 출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전하. 그 이전에는 바다가 거칠어 병력을 수송하기 어렵고 여름에는 비바람이 몰아칠 염려가 있사오니 봄에 출병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사옵니다.”

조천군은 봄에 출병하자는 내 의견에 찬성했다.

“전하. 소장도 봄에 출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노예병들을 강병으로 훈련시키려면 몇 달은 시간이 필요하옵니다. 특히 겨울에 산과 들판을 달리게 하며 병사들을 훈련시키면 내년 봄에는 다들 강병이 되어 있을 것이옵니다.”

조천군에 이어서 시마즈 도시히사도 내년 봄에 출병하는 것에 찬성하자 다른 장군들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렇게 출병시기가 결정되자 나는 조천군에게 물었다.

“내년에 사도 섬을 정벌할 때에는 전선을 몇 척이나 동원할 수 있는가?”  

“전하. 저희 대해국은 올해 건조한 16척의 전선을 포함해 총 45척의 전선과 갤리온을 보유하고 있사옵고 현재 6척의 전선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사옵니다. 사도 섬으로 출병할 내년 봄에는 최소한 51척의 전선과 갤리온을 동원할 수 있사옵니다.”

조천군의 보고를 들은 나는 조천군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수병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내년 봄에 51척의 전선을 모두 출항시킬 수 있을 정도의 수병들이 준비되어 있는가?”

내 질문에 조천군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전하 바로 그것이 문제이옵니다. 전선 1척에 탑승하는 수병의 수는 40여명입니다. 51척의 전선과 갤리온을 운항하는데 2000여명이면 충분하옵고 전선에서 근무하기를 원해서 해군에 지원하는 장정들이 적지 않으니 전선에 탑승할 수병들의 수는 부족하지 않사옵니다. 문제는 배를 지휘할 선장이나 타공(키를 잡는 수병) 맡을 만한 경험이 있는 숙련된 수병들의 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옵니다.”

조천군의 대답을 들은 나는 내가 중요한 일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실수다. 전선만 건조한다고 함대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데 전선이 있어도 전선을 몰고 나갈 선장과 항해사가 없으면 전선이 무슨 소용일까.’

기리시탄들을 받아들이면서 갤리온을 구입했고 짧은 시간에 대해국의 전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무리를 해가면서 전선을 건조한 덕분에 적지 않은 수의 전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전선을 지휘할 선장과 항해사가 부족했다. 선장과 항해사를 맡을 정도의 수병들은 하루 이틀 만에 양성되지 않는다.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해군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육군도 병력의 절반 이상이 노예출신인 노예병들이고 몇 달 만에 병력이 2배 이상으로 증가했으니 병사들을 지휘할 장교들의 숫자가 부족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관학교를 설립하는 수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제장들에게 말했다.

“과인이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었다. 전선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는 전선을 지휘할 선장과 선장을 도와 전선을 운용할 숙련된 수병들이 필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 전문적인 훈련과 교육을 시킬 것이다.”

인재를 선발해 훈련시키겠다는 말에 장군들은 관심을 보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해군 훈련원을 설립할 것이며 훈련원은 해군의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과 훈련기관이 될 것이다. 우선은 항해경험이 있는 수병들 중에서 장교로 지원할 지원자들을 받도록 하고 제장들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인재들을 선발해 우선은 100명을 모아 교육 시킬 것이다.”

내가 말하는 훈련원은 사관학교였다.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단기간에 장교들을 양성할 계획이었다.

“훈련원은 해군뿐만 아니라 육군도 설립해 현장에서 병사들을 지휘할 장교들을 양성할 것이다. 육군 훈련원의 지원자격 역시 1년 이상 복무한 병사들 중에서 지원자를 받기로 하고 제장들이 선발한 인재들이 훈련원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장교로 임명될 것이다.”

해군에 이어서 육군도 훈련원을 설립해 지휘관들을 양성하겠다고 하자 장군들은 훈련원에 관심을 보였다. 

“전하. 훈련원에 모집한 인재들은 어떻게 훈련시키려 하시나이까?”

조천군의 질문에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훈련원의 훈련과 교육과정과 훈련생들을 교육시킬 교관의 선발은 과인이 제장들과 의논하여 결정할 것이다. 석 달 동안 훈련원의 설립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내년 1월에 훈련원을 설립할 것이다.”

내 대답을 들은 장군들은 훈련원의 설립으로 자신들의 일거리가 늘었다는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년 3월에 사도 섬을 정벌할 계획이니 그때는 훈련원을 졸업한 장교들이 활약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도 섬을 정벌하고 있을 때 훈련생들은 훈련원에서 땀을 흘리고 있겠지. 그러나 임진왜란 까지는 아직 1년 7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있으니 훈련원을 거쳐서 임관한 장교들이 활약할 기회는 충분하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장교들을 양성해야 한다.’

훈련원의 설립은 임진왜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이번 일이 시간을 다투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한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훈련원 설립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다. 

“이럇”

말이 힘차게 달리자 한명련은 고삐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고삐를 단단히 잡고 자세를 낮춘 한명련은 말이 움직이는 대로 말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한명련을 태운 말은 힘차게 달렸지만 한명련을 떨어트릴 정도로 거칠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한명련이 말을 타는 모습을 보던 본 송상걸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저기 저놈은 누구야. 말을 타는 모습이 아주 타고났네.”

“한명련이라고 왜인들과 싸웠다가 군사로 복무하게 된 병사입니다. 말을 이전에 타본적이 있는지 상당히 잘 타는 군요.”

정원방의 대답을 들은 송상걸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아 지난번에 처형당한 왜인들과 싸웠던 사람들. 한명련도 그 중 하나인가.”

“한명련이 맨 처음 왜인들을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고 나섰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훈련받는 것을 보니 몸도 빠르고 힘도 좋고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정원방의 대답에 송상걸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군.

“그 사내들이 조선에서는 노비였었다고 들었는데 그럼 한명련도 노비출신이겠군. 그런데 말을 저렇게 잘 타다니.”

정원방은 웃으며 말했다. 

“저놈도 대해국에 와서 출세한 셈입니다. 조선에서는 아무리 제주가 좋아도 노비로 태어난 이상 노비로 인생을 마쳤을 테니 말입니다. 저놈이 하는 것을 보니 전장에 나가기만 하면 적장의 머리를 가져올 놈입니다.”

“그럼 장군이 될지도 모르겠군.”

“예 정말 장군이 될지도 모르는 놈입니다.”

송상걸과 정원방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노비출신 병사가 장군이 된다는 것은 조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대해국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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