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다 고로자에몬 >
두정갑 차림에 각궁과 전통(箭筒)을 등에 맨 혼다 고로자에몬은 단선이 해변에 닿자 단선에서 뛰어내려 해변으로 달려갔다. 해변에게 적군이 없는 것을 확인한 혼다 고로자에몬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빨리빨리 올라와라 병사가 모두 내린 단선은 전선으로 돌아가고 상륙한 병사들은 분대 별로 집결한다.”
동해도 상륙을 준비하면서 울릉도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나를 따르는 군사들을 재편성했고 지금의 대해국 군대도 그 편제를 따르고 있었다. 대해국의 군사들은 분대 - 소대 - 중대 - 대대로 편성되어 있었고 분대는 분대장을 포함해 군사 10명 소대는 3개 분대(군사 30명)에 소대장과 소대장의 호위와 전령을 겸할 군사 4명을 포함해 35명 중대는 3개 소대(105명)에 중대장과 호위와 전령을 겸할 군사 9명과 정찰병 5명을 포함해 120명. 대대는 3개 중대(360명)에 대대장의 호위, 전령, 정찰병 그리고 지원 병력을 포함해 400명이었다.
혼다 고로자에몬의 명령이 떨어지자 분대장들은 자신의 부하들을 소집했고 병사들은 분대별로 집결했다.
“교두보를 확보한다. 횃불을 밝히고 참호를 판다.”
혼다 고로자에몬 명령에 병사들은 준비해간 장작개비와 기름이 가득 든 호리병 그리고 면포 천을 꺼내 장박개비에 면포 천을 감은 후 천 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렇게 병사들이 불을 붙일 장작을 준비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불씨가 담긴 유기그릇을 가져온 병사들이 그릇의 뚜껑을 열고 입으로 조심스럽게 불었다.
재속에 묻혀있던 숯에서 불씨가 살아나자 병사들은 면포 천을 불씨에 가져다 됐고 곧 천에 불이 붙었다. 그렇게 살려낸 불로 장작개비에 불을 붙이자 횃불이 만들어졌고 분대별로 2개씩의 횃불을 들었다. 병사들이 횃불을 밝히는 데 성공하자 혼다 고로자에몬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서 참호를 파고 주변을 경계한다. 서둘러라.”
명령이 떨어지자 횃불을 든 병사들은 불을 밝혔고 소대별로 2개 분대의 병사들이 단선에 싣고 온 삽으로 참호를 파는 동안 경계를 맡은 1개 분대의 병사들은 화승총에 화약과 탄환을 장전하고 화승에 불을 붙여 발포할 준비를 했다.
기함의 갑판위에서 해변을 바라보던 나는 해변에서 불이 피어오르자 선발대가 상륙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군이 모르게 상륙했어도 불을 붙였으니 적들도 이제는 아군이 상륙한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불을 밝혀 아군이 상륙한 것을 알려준 셈이지만 어둠 속에서는 아군도 진군하지 못할 것이고 화승총을 방포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불을 피워야 하니 어쩔 수 없지.’
“단선들이 돌아온다.”
“단선이다. 단선이 돌아오고 있다.”
갤리온의 갑판위에 나와 있던 수병들이 달빛에 갤리온으로 돌아오는 단선들을 발견하자 단선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 광경을 본 나는 수병들에게 외쳤다.
“갑판에 불을 밝혀라 선발대도 무사히 상륙했으니 불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서 불을 밝혀라.”
“예 전하. 어서 불을 밝혀라.”
내 명령이 떨어지자 선장들은 불을 밝힐 것을 명령했고 갑판 곳곳에서 횃불을 밝혔다. 갤리온의 갑판에 불이 밝혀지자 단선들은 쉽게 갤리온을 찾아올 수 있었다. 단선이 도착하자 해변에 다녀왔던 수병들은 줄 사다리를 타고 갤리온으로 올라왔고 그들과 교대할 수병들이 서둘러 단선으로 내려갔다. 수병들이 단선에 탑승한 후 무장한 병사들이 줄사다리를 타고 단선으로 내려갔다.
나는 병사들이 단선에 승선하는 것을 보내 시마즈 도시히사에게 물었다.
“대포는 언제 상륙하는가?”
“이번에 해변으로 보낼 것이옵니다. 전하.”
도시히사가 대답한 대로 사화동이 지휘하는 선단의 갤리온에서 수병들이 갤리온에 남아 있던 단선을 바다로 내리고 있었다. 대해국의 갤리온과 전선들은 각각 단선을 4척씩 부착되어 있었고 선발대를 상륙시키는데 단선을 3척씩 동원했다. 선발대에 지원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단선 1척씩을 남겨둔 것이다. 선발대가 무사히 해변에 상륙하고 단선들이 돌아와 후속 병력이 해변에 상륙하자 갤리온에 남겨두었던 단선들도 바다로 내려 보냈다. 이번에 동원되는 15척의 단선에는 대포의 포신이나 분해된 포가(砲架)의 부품들이 실려 있었고 바다에 내려온 단선에는 수병들과 함께 포병들이 승선했다.
기함에서 출발했던 단선들도 기함으로 돌아와 갑판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 단선으로 내려가자 시마즈 도시히사는 내게 인사를 올렸다.
“소장이 먼저 상륙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전하.”
“그래 수고하게 사도에서 보도록 하지.”
“예. 전하.”
시마즈 도시히사는 내게 인사를 올린 후 줄 사다리를 잡고 단선으로 내려갔다. 시마즈 도시히사와 이번에 단선에 오른 후속 병력이 해변에 상륙하면 혼다 고로자에몬은 해변의 교두보를 시마즈 도시히사에게 맡기고 사와네 성으로 진군할 계획이었다. 사외네 성을 함락시키고
혼마 사마노스케를 사로잡거나 제거하는데 성공하면 사도 정벌의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시마즈 도시히사가 탑승한 단선이 해변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나는 오랜만에 치르는 실전에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갤리온으로 다시 돌아간 단선들이 후속병력을 싣고 돌아오는 동안 상륙지점의 교두보를 지키고 있던 혼다 고로자에몬은 해가 뜰 무렵 단선들이 돌아오는 것이 보이자 병사가 들고 있던 횃불을 빼앗아 높이 들고 힘차게 흔들었다.
“여기다. 여기야 어서 오너라.”
후속병력이 도착하면 교두보를 떠나 사와네 성으로 진군할 생각을 하니 혼다 고로자에몬은 단선들이 다가오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서 오너라. 빨리 빨리 오너라.”
단선들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며 반가워하던 혼다 고로자에몬은 다가오는 단선들 중에서 시마즈 도시히사가 탑승한 단선을 발견하고 횃불을 병사들에게 돌려준 후 부동자세를 취했다.
“오셨습니까. 장군님.”
“전장에서 다시 보니 반갑군.”
혼다 고로자에몬은 시마즈 도시히사와 같은 사쓰마 출신이었고 혼다 고로자에몬이 시마즈의 무장이었을 때부터 시마즈 도시히사의 부하였으니 둘은 오랜 시간동안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며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긴 전우와도 같은 사이였다. 교두보를 살펴본 시마즈 도시히사는 병사들이 참호를 파고 앉아 화승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을 보고 혼다 고로자에몬을 치하했다.
“수고가 많았네. 이제부터 이곳은 내가 맡을 것이니 계획대로 진군하게.”
진군 명령이 떨어지자 혼다 고로자에몬의 입이 길게 벌어졌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사와네 성을 반드시 함락시키겠습니다.”
“적군도 이미 우리가 상륙했다는 것을 알아 차렸을 것이니 신중하게 진군하게.”
“예. 장군님.”
혼다 고로자에몬은 선발대 전원과 후속 병력 중 일부를 동원해 2개 대대의 병력을 이끌고 사와네 성을 향해 진군했다. 혼다 고로자에몬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출병한 후 교두보를 지키고 교두보에 도착하는 후속병력을 지휘하는 것은 시마즈 도시히사의 역할이었다. 시마즈 도시히사는 교두보에 남아있는 100여명의 병사들을 지휘해 교두보 주변에 경계를 서도록 하고 대포와 포병에 도착하자 포병들에게 포가와 포신을 조립할 것을 명령했다.
선발대에 이어서 후속병력이 해변가에 상륙하고 해변에 병력을 내려놓은 단선들이 다시 갤리온으로 돌아오자 기함에서는 돛대에 깃발이 올라갔다. 병력이 상륙하는데 성공했으니 사도의 해안을 봉쇄하라는 명령이었다.
“선장님. 기함에서 신호가 올라왔습니다.”
부하의 보고를 받은 박언필은 직접 기함에서 올린 깃발을 확인한 후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리도 깃발을 올린다, 돛을 올리고 뱃머리를 우측으로 돌려라. 그리고 포수들은 좌측의 포들을 장전하라.”
“예. 알겠습니다. 깃발을 올려라.”
박언필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선은 돛대에 깃발을 올려서 박언필이 지휘하는 선단의 전선들에게 사도섬의 서쪽 해안을 봉쇄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박언필의 전선이 돛을 올리고 뱃머리를 돌려 우측으로 향하자 박언필의 지휘를 받는 선단의 전선들도 박언필의 뒤를 따라 돛을 올리고 우측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박언필은 이번 사도 정벌에서 사도 서쪽 해안을 봉쇄하는 선단을 지휘하는 임무를 맡았다. 11척의 전선들은 방향을 돌려 사도의 서쪽 바다로 향하던 바로 그때 전선의 포수들은 전선이 장비하고 있는 대포에 화약과 포탄을 장전했다.
“갑판에 병사들을 배치해 전선의 좌우 바다를 잘 살피도록 하라 사도에서 출항한 왜선들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격침할 것이며 왜국에서 출항한 왜선들은 나포할 것이니 모두들 정신 바짝 차리도록 하라.”
“예, 나리.”
박언필이 부하들에게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지시하자 수병들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각 전선마다 12문의 대포를 장비하고 있었고 그중 좌측에 장비한 6문의 대포에 화약과 포탄을 장전해 놓고 있었다. 사도에서 출항하는 배들은 발견하는 즉시 공격해 침몰시키라는 명령을 받았고 반대로 혼슈에서 출항한 배들은 추격해 나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대해국이 사도를 정발한 것을 히데요시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도와 혼슈간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 시켜야하기에 내린 명령이었다. 11척의 전선들은 사도 섬 서쪽 바다에서 서로 간에 시야가 확보될 정도의 간격으로 벌어져 사도에서 출항하는 배는 없는지 혹시나 혼슈에서 사도를 행해 다가오는 배는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했다.
한편 사와네 성의 성주이자. 사도 섬의 호족인 혼다 가문의 사실상 수장인 혼마 사마노스케는 잠에서 깨어 일어나자마자 적군에서 성이 포위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가신의 보고에 놀라 성벽으로 올라온 혼마 사마노스케는 실제로 정체불명의 적군이 성을 포위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가신들과 무사들에게 노발대발 고함을 질렀다.
“아니 저들이 어떻게 사도에 상륙한 것이냐? 저들이 성을 포위할 때까지 도대체 너희는 무엇을 한 것이냐.”
혼마 사마노스케가 고함을 지르자. 가신 중의 하나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난밤에 성벽을 지키던 병사들이 해안가 쪽에서 불빛을 봤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들은 지난밤에 사도에 상륙한 것 같습니다.”
가신의 대답을 들은 혼마 사마노스케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것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니 불빛이 보였다면 왜 보고하지 않은 것이냐? 왜 당장 출병하여 적들을 몰아내지 않은 것이야?”
“병사들은 무사들에게 보고를 했지만 주군께 보고를 올리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왜? 무엇 때문이냐?”
혼마 사마노스케는 성난 목소리로 물었지만 들려오는 가신의 대답은 기가 막혔다.
“지난 저녁에 주군께서 늦게까지 연회를 즐기시다가 잠이 드시지 않으셨습니까. 주군께서 잠이 드셔서 무사가 보고 드릴 것이 있다고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혼마 사마노스케는 그제 서야 어제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로 술에 취해 애첩과 함께 잠자리를 가진 것을 떠올렸다.
‘내가 술에 취해서 부하들이 부르는 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 혼마 사마노스케는 가신들에게 물었다.
“저들은 누구냐? 목적이 무엇이냐?”
정체를 모르는 자들이 성을 포위했다면 목적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혼마 사마노스케의 질문에 가신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들의 정체는 알 수 없사옵니다. 아직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을 포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한시라도 빨리 구원을 요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구원을 요청해야지 우에스기 카게카츠공께서 저들에 대해 아시면 분명 대군을 일으켜 저들을 토벌하실 것이다.”
우에스기 카게카츠를 떠올린 혼마 사마노스케는 살길이 열렸다고 생각했는지 한결 여유가 생긴 표정으로 가신들에게 호기롭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