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츠루코 은광 >
“펑~” “펑~” “펑~”
“탕” “탕” “탕” “탕” “탕”
대포가 포성을 울리며 불을 뿜고 총성이 요란하게 울리며 탄환이 날아가자 무기를 들고 달려오던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1열 뒤로 2열과 3열은 발포를 준비하라.”
시마즈 도시히사가 일본도를 뽑아들고 병사들에게 외치자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들을 향해 발포한 병사들은 뒤로 물러나 2열과 3열의 병사들에게 자리를 비워 주었고 2열의 군사들은 앞으로 나와 한쪽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았고 3열의 군사들은 그 자리에 서서 우에스기 가문의 군사들을 향해 화승총을 조준했다.
“발포하라.”
시마즈 도시히사가 일본도를 휘두르며 명령을 내리자 우에스기 군사들을 조준하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다시 한번 요란한 총성이 울리며 또 한 무리의 병사들이 쓰러졌고 앞으로 달려가던 병사들이 연이어 벌집이 되어 쓰러지자 전국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강병인 우에스기 가문의 에치고 군사들도 겁을 먹고 뒤로 돌아 도망쳤다. 에치고 병사들이 은광 안으로 도망치려고 하자 시마즈 도시히사는 일본도로 에치고 병사들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장전이 끝난 1열은 적군을 향해 발포하고. 2열과 3열은 총검을 장착하고 적군을 추격하라. 도망치게 놔둬서는 안 된다.”
“와아~”
발포하라는 명령에 화승총을 다시 장전한 1열의 병사들은 에치고 군사들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고 방금 발포한 2열과 3열의 병사들은 화승총에 총검을 장착한 후 함성을 지르며 에치고 군사들을 추격했다.
“탕” “탕” “탕” “탕” “탕”
또 다시 요란한 총성이 울렸고 도망치던 병사들이 쓰러졌다. 1열의 병사들이 에치고 병사들에게 발포하자 시마즈 도시히사는 방금 발포한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서 총검을 장착하라. 이제는 화승총을 장전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시마즈 도시히사의 명령에 병사들은 아직 총구가 식지도 않은 화승총에 총검을 장착했다. 병사들이 화승총에 총검을 장착해 창처럼 들자 시마즈 도시히사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나를 따르라.”
“와아~”
시마즈 도시히사가 일본도를 치켜들고 앞장서서 달리자 총창을 들고 있던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시마즈 도시히사를 따라 달렸다. 자신을 추격하는 대해국 병사들에게 창이나 일본도를 휘두르며 저항하던 에치고 군사들에게 시마즈 도시히사가 이끄는 병사들이 파도처럼 덮쳐왔다. 시마즈 도시히사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에치고 병사를 향해 일본도를 내리쳤고 에치고 병사는 황급히 창을 들어 시마즈 도시히사의 일본도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도시히사의 일본도는 병사의 창을 가르고 병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시마즈 도시히사의 일본도를 막으려고 했던 에치고 병사는 머리에 쓰고 있던 투구가 갈라지며 머리에 일격을 당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눈앞의 병사를 벤 시마즈 도시히사는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다시 일본도를 좌에서 우로 휘둘러 총창을 든 대해국 병사를 창으로 찌르고 있던 에치고 병사의 목을 쳤다.
시마즈 도시히사의 일본도는 칼날이 예리하게 서있었고 도시히사의 검술 역시 시마즈를 대표했던 무장답게 뛰어났다. 창을 들고 있던 병사는 일격에 머리가 몸통에서 떨어졌고 잠시 후 몸통은 그대로 쓰러졌다. 대해국 병사들이 추격해 오자 에치고 군사들은 발악을 하듯이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승패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대해국 병사들의 수는 에치고 병사들의 수에 2배에 달했고 화력에서도 전원 화승총으로 무장한 대해국 병사들이 에치고 병사들의 화력을 크게 능가했다.
전투는 해가 지기 전에 끝났다. 시마즈 도시히사가 지휘하는 대해국 병사들은 츠루코 은광을 지키고 있던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들을 전멸시키고 츠루코 은광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전투가 끝난 후 전과를 보고 받은 시마즈 도시히사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뭐야? 에치고 군사들 가운데 생포된 놈이 하나도 없다고. 전부 전사했거나 부상을 당한 놈들도 포로가 되기 전에 할복했다니 정말 지독한 놈들이다.’
시마즈 도시히사는 속으로 진저리를 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즉시 전하께 적군을 전멸시키고 광산을 점령했음을 보고할 것이다. 전하께 올리는 보고문을 작성할 테니 지금 즉시 교두보로 전령을 보내 전하께 보고문을 올리도록 하고 병사들을 동원해 광산의 입구와 관문에 보초를 세우도록 하고 광부들과 마을의 주민들이 광산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라.”
“예. 장군.”
츠루코 은광의 갱도 앞 공터에 막사를 치고 군영을 세운 시마즈 도시히사는 자신의 막사에서 이번 전투의 경과를 보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잠시 후 보고서를 모두 작성한 시마즈 도시히사는 전령을 보내 보고서를 교두보로 보낼 것을 명령한 후 막사 밖으로 나와 은광과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우에스기 가문의 군사들이 강병으로 이름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 군사들이 사도에 상륙한 것은 모르고 있었는지 몰라도 은광을 지키고 있는 군사들은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츠루코 은광에 배치된 에치고 군사들의 경계는 결코 허술하지 않았다. 은광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관문이 세워져 있었고 10여명의 병사들이 관문을 지키고 있었다. 에치고 병사들의 경계태세는 훌륭했지만 상대가 대해국 군대였고 그 군대의 지휘관이 바로 시마즈 도시히사였다.
시마즈 도시히사는 에치고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관문에 대포(현자총통)를 쐈다. 구경 75mm의 대포가 철환을 발사하자 나무로 세운 관문은 그대로 주저앉았고 시마즈 도시히사는 관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을 모두 사살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원정에 참가한 병사들 중 절반 이상이 경인년(1590년)에 노예로 대해국에 팔려온 노예병들이었고 그들 대부분은 우에스기 가문을 포함해 호조정벌에 참전했던 다이묘의 군사들에게 붙잡혀서 노예가 된 사람들이었다. 우에스기 가문을 포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하들이나 히데요시와 동맹을 맺은 다이묘들의 군사들에게 노예로 붙잡혔고 그들이 자신의 재산을 약탈하고 집과 마을을 불태우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었고 그들 중에서 병사들이 자신의 아내나 딸 혹은 어머니를 강간하는 것을 목격한 경우도 있었다.
관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우에스기 가문의 에치고 병사들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대해국의 병사들은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은광을 지키며 광부들을 감시하던 병사들은 관문을 부수는 포성과 병사들을 사살하는 총성을 듣고 무기를 들고 달려왔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대포의 철환과 대해국 병사들이 쏘는 총탄이었다.
대포의 포격과 화승총의 일제 사격으로 에치고 군사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전투를 시작했지만 에치고 군사들은 발악하듯이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했고 그 덕분에 대해국의 병사들도 2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츠루코 은광을 점령했고 200명의 적군을 전멸시킨 것에 비하면 그다지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시마즈 도시히사는 오늘의 전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병력은 2배가 넘었고 화력은 그보다 훨씬 큰 차이가 있었음에도 아군이 2명이나 죽었고 부상병도 22명에 이른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에치고 군사들이 그만큼 끈질겼다는 말이고 아군의 병사들은 미흡하다는 증거다. 귀국하면 군사들을 더욱 혹독하게 훈련시켜야겠다.’
이번 실전으로 대해국 병사들의 상태를 파악한 시마즈 도시히사는 병사들이 기대했던 것 보다 활약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교두보를 지키고 있던 나는 배안에 적재되어 있던 군수품과 병사들을 모두 사도에 내려놓은 사화동의 선단과 강영남의 선단은 계획했던 대로 마카오와 히라도로 출발할 것을 명령했다. 사화동과 강영남의 선단이 사도를 떠나자 사도의 인근 바다를 감시하고 있던 전선들이 교대로 교두보로 다가와 전선에 탑승하고 있던 병사들과 군수품들을 사도에 상륙시켰다.
사화동과 강영남의 선단이 사도를 떠난 직후 난 최도진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최장군. 소식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시마즈 도시히사와 혼다 고로자에몬이 이번에 아주 큰 전공을 세웠네. 시마즈 도시히사는 츠루코 은광을 점령하고 은광을 지키고 있던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들을 전멸시키는 전공을 세웠고 혼다 고로자에몬은 선발대를 지휘해 사도에 맨 처음으로 상륙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활을 쏴서 사와네 성의 성주인 혼마 사마노스케를 사살하고 사와네 성을 함락시켰으니 얼마나 큰 전공을 세운 것이지 모르겠네.”
시마즈 도시히사와 혼다 고로자에몬이 세운 전공을 말해주자 최도진은 속이 타는지 애타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전하. 소장 언제라도 전하의 명을 받들어 적군에게 돌진한 준비가 되어 있사옵니다. 소장에게도 적군과 싸울 기회를 주시옵소서.”
“최장군은 적군과 싸울 기회를 원하는가? 아니면 전공을 세울 기회를 원하는가?”
내 질문에 최도진은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하께서 소장에게 출병을 명하시면 곧 소장에게 전공을 세울 기회를 주시는 것이옵니다. 전하.”
최도진의 솔직함과 자신감이 마음에 든 나는 최도진에게 부드러운 목소리 말했다.
“과인이 어찌하여 최장군의 진심을 모르겠는가? 과인은 최장군의 충성심과 용맹함을 잘 알고 있었다.”
내 말을 들은 최도진은 더욱 간절하게 외쳤다.
“전하. 소장을 전장으로 보내주시옵소서.”
최도진이 이렇게까지 출병할 것을 원하자 나는 최도진에게 하모치 성을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장군 최도진은 하모치 성을 함락시키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나는 기뻐하는 최도진을 진정시키고 최도진과 함께 지도를 보며 하모치 성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하모치 성은 사도섬 남부에 위치한 성이다. 성의 위치를 보면 알겠지만 이곳에서 육로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남쪽 해안가와 가까운 것에 위치해 있으니 바다로 진군하는 것이 성에 접근하기에 더 편할 것이다. 전선 5척과 전선에 탑승한 병력의 지휘권을 맡기도록 하겠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전하.”
하모치 혼마 가문의 거점이었던 하모치 성의 성주는 혼마 타카모치였다. 사도 섬 남부지역의 호족으로 사도 섬에서 제법 세력을 떨쳤던 혼마 타카모치는 기축년(1589년)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사도 침략으로 몰락하고 만다. 혼마 사마노스케를 포섭하는데 성공해 어렵지 않게 사도 섬에 상륙한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군대는 가와하라다 성을 공격해 함락시키고 뒤이어 하모치 성으로 진군해 들어갔다.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공격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성은 함락되었고 성주인 혼마 타카모치는 성을 탈출해 도망치다가 우에스기의 병사들에게 붙잡혀 처형당하고 만다.
하모치 성은 우에스기 군사들의 공격으로 함락되었지만 우에스기 카게카츠에 의해 복구되었고 사도 남부지역의 우에스기 가문의 거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