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상륙 >
“혼마 타카쯔나와 혼마 다카모치 같은 성주의 부인이었다면 그 여인들은 사도에서 영향력 있는 호족 가문이었을 것이다. 성주나 영주들이 가문이나 배경을 보지 않고 배우자를 선택할리는 없지. 그 여인들이 호족들 가문의 여식이라면 혼마 사마노스케가 그들을 소실로 삼은 것도 여인들의 가문을 보고 결정한 것이 분명하고.”
혼마 사마노스케가 여인들의 배경을 보고 소실로 삼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혼마 사마노스케가 혼마 타카쯔나의 부인뿐만 아니라 부인의 동생까지 소실로 삼은 것과 혼마 다카모치의 부인과 혼마 다카모치의 동생까지 소실로 삼은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혼마 사마노스케는 우에스기 카게카츠와 내통해 혼마 타카쯔나와 혼마 다카모치를 몰락시키고 사도의 혼마 가문을 통일하는데 성공했지 사도 섬의 호족들이나 토착무사들은 혼마 사마노스케를 사도 섬에 우에스기 카게카츠를 불러들인 배신자로 생각했을 거야. 혼마 사마노스케가 호족과 토착무사들을 회유하고 혼마 타카쯔나와 혼마 다카모치를 따르던 무사들과 가신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략혼이었겠지 그래서 혼마 타카쯔나와 혼마 다카모치의 부인과 혼마 다카모치의 동생까지 소실로 삼은 것이 분명해.”
자신의 야심을 위해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신하로 고개를 들이고 들어갔을 정도로 혼마 사마노스케는 야심이 큰 사람이었고 사도 섬 최대의 성주 까지 되었으니 단순히 여색(女色)을 탐해서 자신이 몰락시킨 성주의 부인과 동생을 소실로 삼았을 것으로는 보기 어려웠다. 혼마 사마노스케의 소실들이 사도에서 영향력이 큰 호족 가문출신이라면 그들이 나를 만나겠다고 한 것과 소실이 되겠다고 한 것은 단순히 감사인사를 표현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있었을 것이 분명해. 자신들의 미모와 가문의 배경이 내가 사도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가문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자신했고 젊은 여인이 4명이나 동시에 찾아가서 소실로 받아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겠지.”
우에스기 카게카츠나 사도를 욕심내는 일본의 다이묘들이 사도를 점령한 것이었다면 그들의 생각대로 여인들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직 미모가 시들지 않은 젊은 여인들이 스스로 소실이 되겠다고 찾아왔고 더구나 그들의 가문이 사도에 영향력이 큰 호족들이라면 사도를 통치해야 하는 아니 사도에서 세금을 걷어가야 하는 영주의 입장에서는 호족들과 원한만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여인들을 받아들였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사도를 통치하거나 계속 점령할 생각이 없었다.
“임진왜란이 끝난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최대한 주민들과 곡식 그리고 금과 은을 챙겨서 사도에서 철수할 생각이다. 우선은.”
나는 솔직히 사도 섬이 욕심이 났다. 일본 최대의 금광에 벼농사 까지 가능한 비옥한 토지 거기에 일본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혼슈와 가까운 거리까지 무엇 하나 욕심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사도 섬에 대해국의 전선과 군대를 주둔시키는데 성공하면 언제라도 일본을 공격 할 수 있으니 대해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을 겨누고 있는 전진기지를 가지게 되는 셈이었지.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때가 아니야.“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한편 혹시나 여인들이 도망칠 것을 염려해 혼마 사마노스케의 소실들과 자녀들에게 막사를 내어주고 병사들을 붙여서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내가 혼마 사마노스케의 소실들을 만나고 있던 바로 그 시간 츠루코 은광을 점령한 시마즈 도시히사는 은광의 창고를 수색해 은 100근(60kg)을 찾아내고 정련(精鍊)하지 않은 광석들을 찾아냈다. 시마즈 도시히사는 병사들에게 찾아낸 은을 교두보로 보낼 것을 명령한 후 병사들을 시켜서 광산에서 일하던 인부의 우두머리를 불러오도록 했다.
“부르셨습니까. 나리.”
머리가 벗겨진 50대의 사내가 허리를 굽실거리며 시마즈 도시히사에게 인사를 했다.
“네가 이 광산에서 일하는 자들의 우두머리냐?”
“소인이 이곳에서 가장 오래 일하기는 했습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노지마 마치오라고 합니다.”
시마즈 도시히사는 광석들을 가리키며 노미자 마치오에게 물었다.
“저기에 있는 광석에서 은을 뽑아낼 수 있겠느냐?”
“예. 할 수 있습니다. 평생 해오던 일입니다.”
노미자 마치오는 어렵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좋다. 저 광석에서 은을 뽑아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느냐?”
노지마 마치오는 잠시 광석들을 바라본 후 대답했다.
“하루만 주십시오. 내일 이맘때 까지는 은을 뽑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노지마 마치오의 대답을 들은 시마즈 도시히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다. 내일 까지 시간을 주도록 하겠다. 당장 일을 시작하도록 하라. 일하는데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하도록 하라. 마을을 벗어나는 것 외에 무엇이든지 허락하겠다.”
시마즈 도시히사의 말을 들은 노지마 마치오는 도시히사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리. 광부들도 다시 일을 시작해도 괜찮겠습니까?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광부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노지마 마치오의 부탁을 들은 시마즈 도시히사의 단호하게 대답했다.
“광부들은 광산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오늘은 푹 쉬고 미리 짐이나 싸 놓도록 하여라.”
“짐을 싸라고 하시면?”
노지마 마치오가 불안한 눈빛으로 시마즈 도시히사를 바라보자 도시히사는 노지마 마치오를 바라보고 말했다.
“광석에서 은을 뽑아내는 일이 끝나면 너희 모두는 우리를 따라 대해국으로 간다. 물론 광부들도 모두 함께. 너희의 가족들도 모두 데리고 갈 테니 안심해도 좋다.”
“대해국이 어디에 있는 곳입니까?”
대해국으로 데려간다는 말에 노지마 마치오는 두려워하며 물었지만 도시히사는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
“자녀들이 있느냐?”
노지마 마치오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시마즈 도시히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예. 아들 둘과 딸아이가 둘 있습니다.”
“자녀들은 무엇을 하느냐?”
“아들들은 이 광산에서 같이 일하고 있고 딸들은 시집을 갔습니다. 딸과 사위도 이 광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손자와 손녀들도 있느냐?”
“예. 첫째 아들의 자식들이 있습니다. 아직 젖먹이입니다.”
노지마 마치오의 대답을 모두들은 시마즈 도시히사는 이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음성으로 노지마 마치오에게 말했다.
“내가 장담하겠다. 우리를 따라서 대해국으로 간다면 너의 손자와 손녀들은 글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검술을 익히기를 원한다면 검술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시마즈 도시히사의 대답을 들은 노지마 마치오는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손자들이 무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스스로 걷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글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해국은 신분에 상관없이 글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글공부를 할 수 있고 무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검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우리를 따라 대해국으로 간다면 네 손자와 소녀들은 물론 다른 아이들도 글공부를 하고 검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농사를 짓고자 하면 혼자서는 다 갈지 못할 만큼 넓은 땅을 빌려줄 것이다. 대해국은 땅의 넓이에 비해 사람의 수가 적은 나라이니 말이다.”
시마즈 도시히사의 대답을 들은 노지마 마치오는 그 자리에서 엎드려 외쳤다.
“나리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희를 꼭 데리고 가셔야 합니다.”
시마즈 도시히사는 노지마 마치오를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너도 대해국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신묘년(1591년) 3월 03일 아침 사도 섬 남쪽 바다에 대해국의 전선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선들은 사도의 해안을 봉쇄하던 전선들과 달리 대놓고 사도 섬 해변으로 다가왔고 단선으로 해변에 상륙할 수 있는 거리까지 도착하자 단선을 내려 해변에 병사들을 상륙시켰다. 전선은 모두 5척이었고 5척의 전선에서 15척의 단선을 내려 보내 해변에 병사들을 상륙시켰다.
이들은 최도진은 지휘하는 선단으로 하모치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교두보 인근 바다에서 사도 남쪽으로 내려왔다. 단선들이 해변 가까이에 도착하자 두정갑 차림에 등에는 각궁을 메고 허리에는 환도를 찬 장수가 단선에서 뛰어내려 해변에 상륙했다. 바로 최도진이었다. 해변에 상륙한 최도진은 단선에서 내리고 있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빨리 빨리 분대별로 집결하라. 서둘러라.”
장군이 직접 나서서 외치자 병사들은 단선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자신의 분대장을 찾아 분대장 주위에 모였고 분대장들은 병사들을 2열 횡대로 정렬시켰다.
“소대장들은 각자의 소대를 정렬 시키고 병사들이 모두 집결한 소대는 화승총을 장전한다. 서둘러라.”
최도진의 명령에 분대별로 모여 있던 병사들은 다시 소대별로 집결했고 소대장과 분대장들은 화승총에 화약과 탄환을 장전할 것을 명령했다. 병사들이 화승총을 장전하는 동안 해변으로 병사들을 수송한 단선은 다시 전선으로 돌아갔고 잠시 후 다른 병사들을 태우고 다시 해변으로 돌아올 것이다.
병사들이 화승총을 장전하는 동안 최도진은 하모치 성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병사들이 상륙하고 있는 해변에서 하모치 성까지의 거리는 대략 1km로 성벽 위에서 해변을 바라보고 있다면 병사들이 상륙하는 장면을 충분히 목격할 수 있는 거리이지만 하모치 성에서 병사들이 출병하지는 않고 있었다.
최도진은 하모치 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 보고 있지만 출병하지 않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기는 하지.’
하모치 성에 적군의 수가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최도진은 하모치 성의 적군들이 병사들이 해변에 상륙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해도 성 밖으로 쉽게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하모치 성에 적군들이 출병한다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성에서 해변이 보인다고 해도 성에서 해변까지의 거리가 있으니 적군들이 성에서 나와 해변까지 나오는 동안 우리 병사들은 해변에 상륙할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지. 선발대로 상륙한 병사들만 150명에 달하니 하모치 성에 있는 적군이 모두 나온다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오히려 적군이 성 밖으로 나와 주면 고마운 일이지 화승총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손쉽게 하모치 성을 점령할 수 있을 테니.’
최도진의 판단대로 선발대가 무사히 상륙할 때 까지 하모치 성에서는 적군이 출병하지 않았다. 적군이 출병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도진은 산발대로 상륙한 병사들과 함께 후속 병력을 기다렸고 잠시 후 다시 단선들이 해변으로 병력과 대포를 수송했다. 후속병력으로 포병도 해변에 상륙했고 대포도 3문이나 도착했다. 해변에 상륙한 포병들이 분해해서 수송한 포가를 조립하고 포가에 대포를 장착하는 동안 다시 한번 전선과 해변을 왕복한 단선들이 해변에 병력을 상륙시키면서 사도 섬 남쪽 해변에는 모두 400명이 넘는 병력과 3문의 대포가 집결하게 되었다.
대포의 조립이 끝나고 3차례에 걸쳐 상륙한 병사들이 무사히 해변에 도착하자 최도진은 하모치 성을 향해 진군할 것을 명령했다.
“진군하라.”
“와아~”
진군 명령에 병사들은 함성으로 대답했고 400여명의 병사들은 최도진의 뒤를 따라 동쪽으로 진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