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198화 (198/223)

< 히모치 성 >

“펑” 

포성이 울리며 대포가 불을 뿜자 철환이 성문을 향해 철환이 날아들었다. 

“쾅~”

철환이 성문에 명중하자 굉음이 울리면 성문이 부셔졌다. 성벽위에 올라가 있던 병사들과 무사들은 성문이 부셔지자 놀라서 어쩔 줄 몰랐고 최도진은 환도를 뽑아들고 힘차게 외쳤다.

“성문이 열렸다. 전진하라.”

“전진하라.” 

최도진이 명령을 내리자 대해국의 병사들은 대열을 흐트러트리지도 않고 하모치성을 향해 전진했다. 수백 명의 병사들이 발을 맞춰가며 진군하는 장면은 하모치 성을 지키던 병사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탕~” 

성벽위에 있던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가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발포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그 총성을 신호로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들은 연이어서 조총을 발사하고 화살을 날렸지만 대해국의 병사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대해국의 병사들은 머리에 철모를 쓰고 있었고 가슴과 상체를 보호해주는 엄심갑을 입고 있었다. 철모와 엄심갑을 착용하고 있어도 가까운 거리라면 조총과 화살에 맞는 것이 위험하겠지만 100m 이상의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조총의 탄환도 철모를 뚫지 못했고 일본식 목궁으로 쏘는 화살에 맞은 병사도 있었지만 엄심갑 덕분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화살에 맞거나 총탄에 맞아 부상을 당한 병사들은 재빨리 대열을 이탈해 상륙지점으로 돌아갔고 부상을 당하지 않은 병사들은 정지 명령이 떨어질 때 까지 그대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멈춰라.”

정지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일제히 발걸음을 멈췄고 최도진은 정면의 성문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총검을 장착하고 정면을 조준하라.”

최도진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각자의 총검을 꺼내 화승총에 총검을 장착했고 정면의 하모치 성을 조준했다. 화승총에 달린 화승에는 이미 불이 붙어 있었다. 화승의 길이를 길게 연결해서 미리 불을 붙여놓는 것은 왜군 조총병들도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1열과 2열은 정면을 성문을 조준하라. 발포 후 성문으로 향해 돌진할 것이다. 3열은 성벽위에 있는 적군을 조준하라 역시 발포해 성문을 향해 돌진할 것이다.”

명령이 떨어지자 1열은 그 자리에 앉아 성문을 향해 화승총을 조준했고 2열은 그대로 서서 성문을 조준했다. 3열의 군사들은 총구를 들어 올리고 성벽위에 있는 병사들을 조준했다.

“발포하라.”

발포명령이 떨어지자 대해국 병사들은 성문과 성벽 위를 향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돌진하라~”

총성이 울리자 최도진은 환도를 휘두르며 앞장서서 성문을 향해 달려갔고 그 뒤를 총검이 장착된 화승총을 든 병사들이 뒤따라 달려갔다. 가장 먼저 성문 안으로 뛰어 들어간 최도진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온몸에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병사들이었다. 부셔진 성문을 대신해 성의 입구를 막으려다가 총탄을 맞은 병사들이었다. 

최도진은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무시하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 성벽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았다. 

“저기다.”

성벽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한 최도진이 그곳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왜군 무장 하나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얏~”

최도진은 달려드는 무장을 향해 환도를 휘두르며 마주 달려갔다. 일본도를 내려치려던 무장에게 최도진이 환도를 내리치며 달려들자 일본도와 환도가 부딪치면서 칼날과 칼날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최도진의 반격으로 일본도를 있는 힘껏 내리치지 못한 무장은 얼굴을 일그러트렸고 최도진은 그런 무장을 비웃으며 왼발을 축으로 삼아 상체를 뒤로 반쯤 뒤로 돌렸다. 갑자기 최도진이 몸을 돌리자 일본도를 내리치며 힘을 주고 있던 무장은 최도진이 빠진 허공에 일본도를 내리쳤고 앞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무장의 몸이 앞으로 기울여지자 최도진은 다시 환도를 들어 올려 무장의 목을 힘껏 내리쳤다. 목에 환도를 맞은 무장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이 땅에 떨어졌다.  

자신에게 달려든 무장을 처리한 최도진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고 성 안 곳곳에서는 이미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들과 대해국의 병사들인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들과 무장들은 일본도와 장창을 휘두르며 악착스럽게 저항했지만 대해국의 병사들은 그런 병사들과 무장들을 향해 총검이 장착된 화승총을 힘껏 찔렀다. 우에스기 가문의 병사 한 명당 대해국 병사들이 두세 명씩 달려들어 총검을 찔러대니 일본도를 휘두르며 저항하면 무장들도 병사들의 총검에 목숨을 잃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무장이 최도진의 환도에 목숨을 잃으면서 대해국의 병사들은 하모치 성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최도진이 지휘하는 병사들이 하모치 성을 함락시키던 바로 그 시간 사와네 성을 함락시킨 후 성에 머무르고 있던 혼다 고로자에몬은 사와네 성 주변의 마을로 2개 중대(240명) 병력을 거느리고 내려갔다. 성에서 전투가 벌어졌던 것을 알고 있었던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길로 혼다 고로자에몬과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마을의 촌장이 누구냐?”

혼다 고로자에몬이 마을에 들어서며 외치자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집에서 노인이 나왔다.

“제가 마을의 촌장입니다. 나리.”

“나는 대해국의 장교인 혼다 고로자에몬이다. 대해국의 무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내가 사와네 성을 함락시킨 것은 이미 알고 있겠지. 마을 주민들은 모두 불러 모아라 지금 당장.”

마을 주민들을 불러 모으라는 명령에 노인은 벌벌 떨면서 동네 아이들을 논과 밭으로 보내 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잠시 후 100여명의 주민들이 마을에 모이자 혼다 고로자에몬은 촌장에게 물었다.

“전부 모였느냐?”

“예 나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모였습니다.”

혼다 고로자에몬은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다. 수고 많았다.”

말을 마친 혼다 고로자에몬이 소대장들에게 눈짓을 하자 대해국의 병사들은 마을 주민들을 에워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나리.”

대해국의 병사들이 마을 주민들을 에워싸자 촌장은 기겁을 하며 혼다 고로자에몬에게 물었다. 혼다 고로자에몬은 태연한 표정으로 촌장과 마을 주민들에게 말했다.

“놀랄 것 없다. 너희 모두는 우리와 함께 대해국으로 간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를 모두 잡아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저희에게 고향을 떠나란 말씀이십니까?”

대해국으로 데려가겠다는 말에 촌장과 주민들은 놀라서 외쳤지만 혼다 고로자에몬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대해국도 이곳과 다를 것이 없는 곳이다. 너희는 그곳에서 농사를 짓던지 아니면 각자 가지고 있는 재주대로 일하게 될 것이다. 너희는 지금과 다를 것이 없게 살겠지만 너희의 아이들은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이라니 말입니다.”

마을 주민 중 하나가 묻자 혼다 고로자에몬은 마을 주민들과 촌장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며 대답했다.

“너희 아이들은 글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검술과 무술을 익히게 될 것이다. 글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계속 글공부를 해서 관직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검술과 무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계속 검술을 연마하여 무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재주가 있거나 농사를 짓기 원하는 아이들은 그 재주대로 희망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대해국은 신분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너희는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겠지만 너희의 아이들은 관직에 오르거나 무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너희 중에도 글을 알고 있거나 글공부를 하기를 원하는 자들은 글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혼다 고로자에몬의 대답을 들은 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리 그것이 사실입니까? 소인의 손자가 관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사실이다. 이곳에 나와 함께 온 병사들도 대해국에 노예로 팔려온 노예들이었다. 이들은 대해국의 병사로 선발되어 훈련을 받고 지금은 대해국의 어엿한 병사들이 되었으며 이들의 아이들은 노예가 아닌 병사의 아이들로써 글공부를 하고 무술을 연마하게 될 것이다. 대해국은 신분에 의한 차별이 없는 곳이다. 나와 함께 대해국으로 간다면 너희의 아이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해국은 신분의 차이가 없고 아이들에게 글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말에 주민들은 반발은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주민들이 순순히 따라갈 것 같은 분위기를 보이자 혼다 고로자에몬은 주민들에게 외쳤다.

“지금 즉시 집으로 돌아가 각자 짐을 싸도록 한다. 짐은 각자의 옷과 식량만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가축과 수레 그리고 쇠나 구리 등 금속으로 된 것은 모두 가져오도록 한다. 가져올 수 없는 것은 나에게 말하면 병사들을 보내 도와주도록 하겠다. 알겠나? 각자 옷과 식량만 챙겨도 충분하다.”

“예 나리.”

촌장이 마을 주민들을 대신해서 대답했고 주민들은 짐을 싸기 위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혼다 고로자에몬은 주민들을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후 마을 입구에 병사들을 배치해 혹시나 마을 주민 중에서 도망치는 사람은 없는지 감시했다. 이렇게 사와네 성 주변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의 주민들과 가축 그리고 식량을 교두보에 건설된 군영으로 보내는 것이 혼다 고로자에몬이 맡은 임무였다.

혼다 고로자에몬과 시마즈 도시히사가 군영으로 보내는 주민들과 가축 그리고 식량과 각종 물품들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은 내가 지휘했다. 군영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주민들에게 막사를 배정하고 식사를 제공했다. 다행히 대해국에서 출병했을 때 군량을 넉넉히 준비해왔고 혼다 고로자에몬이 사와네 성에 비축되어 있던 식량을 보내온 덕분에 식량은 부족하지 않았다. 

신묘년(1591년) 3월 04일 오전 

사화동과 강영남이 지휘하는 선단이 사도를 출발한 이후에도 전선들은 연이어서 사도에 병사들과 군수품을 내려놓고 있었다. 항구가 아닌 상륙지점에 병사들과 군수품을 내려놓다 보니 하역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반대로 사도에서 철수할 때도 병사들이 전선에 탑승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나는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에 군사들을 상륙시킬 때는 상륙지점에 임시로라도 접안시설을 만들어야겠구나. 대해국으로 돌아가는 데로 접안시설을 야전에서 건설하는 방법을 연구해봐야겠다.”

접안시설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내게 최도진이 보낸 전령이 도착했다.

“하모치 성을 함락시키는데 성공했구나. 아군 전사자는 없고 부상자가 12명에 포로는 50명이라. 그만한 병력에 대포까지 가져갔음에도 부상자가 발생했다니.”

인구가 부족한 대해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병사들을 모두 무사히 대해국으로 돌려보낸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최도진의 보고를 받은 나는 그 자리에서 최도진에게 보내는 명령문을 작성했다.

“포로와 노획품 그리고 병력을 전선에 탑승시켜 군영으로 귀환하라. 이제는 시간이 없다.”

최도진에게 보내는 명령문을 작성한 후 나는 그 자리에서 사도의 해안을 봉쇄하고 있는 선단들에게도 최도진의 철수하는 것을 지원하며 군영으로 귀환할 것을 명령하는 명령문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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