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동원령 >
“준비가 되는 대로 사쓰마로 출발하도록 하게 전선을 준비해 놓겠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시마즈 도시히사가 흔쾌히 사쓰마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나는 조천군에게 시마즈 가문에 보낼 무기들과 선물을 준비할 것을 명령했다.
“조장군은 전선과 함께 금 500냥, 화승총 200정, 현자총통 2문 그리고 탄환 2만발과 화약 100근을 준비하도록 하게.”
“예. 전하.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나이다.”
조천군의 대답을 들은 최도진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최장군은 야인들에게 다녀와야겠네.”
“전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전하. 야인들을 동원하시려고 하십니까?”
“야인 1000명을 고용하도록 하게 전장에 기병으로 내보낼 것이니 젊고 날쌘 자들로 데려오도록 하게.”
“심려를 놓으십시오. 전하. 날쌔고 사나온 자들로 골라서 데려오겠습니다.”
“은 5000냥을 줄 것이니 야인들에게 은 5냥씩 나눠주도록 하고 전쟁이 끝나면 5냥을 더 나눠준다고 하게 물론 전쟁 중에 죽거나 다친 자들에게도 은으로 보상하겠다는 말을 잊지 말게.”
“명심하겠나이다. 전하.”
시마즈 도시히사와 최도진에게 사쓰마와 연해주에 다녀올 것을 명령한 후 그 자리에서 장군들과 함께 대해국이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을 확인했다.
“우선 군사들의 수는 1만5000명입니다. 이들 모두 화승총으로 무장했고 총병들 외에 창병과 궁수, 검수들도 기본 훈련은 마친 상황입니다.”
나는 사도 섬을 정벌한 후 대대 단위이던 대해국 육군을 다시 한번 정비했다. 우선 400명으로 구성된 1개 대대의 병력을 500명으로 증원했다. 전투병력 외에 공병과 의무병 등 지원 병력을 대대마다 포함시켜 1개 대대의 병력을 400명에서 500명으로 증원한 것이다. 대대 위에는 연대가 있었고 연대는 4개 대대의 병력에 지원 병력과 연대 본부 병력을 증원해 2500명으로 구성했다. 즉 대해국 육군은 5개 연대로 구성되어 있었고 전시에는 상황에 따라 몇 개 연대를 묶어서 여단이나 사단을 편성해 출병시킬 예정이었다. 5개 연대에 편성되지 않은 군사들은 포병이나 정찰병 그리고 전령 등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포병의 규모는?”
내 질문에 조천군은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대해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포의 수는 전선들이 장비한 것 외에 220문이 넘으며 포병은 주상전하께서 편성하신 대로 대포 3문을 1개 포대로 하여 포병중대는 2개 포대 6문의 대포를 장비하고 있고 포병대대는 3개 중대 18문의 대포를 장비하고 있습니다.”
포병은 모두 12개 대대로 편성되어 있었고 대대보다 상위 집단으로 편성하지 않았다.
“컬버린의 모두 몇 문이나 보유하고 있나?”
“총 22문입니다. 그 중 6문은 함관항을 방어하기 위한 해안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안포로 사용하고 있는 컬버린 중에 2문은 마카오에서 가져온 대포였다. 컬버린의 제작을 지위하고 있는 몬테로와 빌리노는 연간 50문 이상의 컬버린을 제작할 수 있다고 장담했었지만 막상 올해 초 부터 컬버린의 제작이 시작되자 제작된 컬버린은 지금까지 20문에 불과했다. 몬테로와 빌리노가 요청했던 모든 자원과 200명 이상의 장인들과 장정들의 노동력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컬버린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적어 실망스러웠지만 컬버린의 위력을 생각하면 컬버린의 제작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좋아 컬버린은 별도의 포대를 조직하도록 하고 컬버린으로 무장한 포병들은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라.”
“전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전하.”
육군 외에도 대해국이 동원할 수 있는 전선의 숫자는 모두 59척이었고 현재 건조중인 전선들 까지 계산하면 최대 67척의 전선을 동원할 수 있었다. 대해국의 전선들은 모두 대포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해국의 전선들은 왜선들을 만나는 족족 침몰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대해국이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을 확인한 나는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선보다 더 빠르고 더 튼튼하며 대포로 무장한 60여척의 전선들과 화승총과 대포로 무장한 1만5000명의 병력 여기에 여진족 기병들을 용병으로 고용하고 시마즈 가문과 손을 잡는 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아니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대해국의 병력이 1만5000명, 동원할 수 있는 여진족 기병이 약 8000명 시마즈 가문의 병력이 약 2만 모두 합쳐서 4만여 명에 불과한 병력으로 20만 대군을 동원할 수 있는 히데요시와 전쟁을 치러야 하지만 나는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의 목표는 일본을 점령하는 것이 아닌 히데요시의 정권을 붕괴시키고 히데요시를 몰락시키는 것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이곳 동해도에서 유황계곡을 발견해 화약을 생산하는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화승총에 강선을 새기는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장군들이 수고해준 덕분이네. 이번 전쟁이 끝나면 과인은 장군들의 수고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최도진은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지으며 망극하다고 외쳤고 조천군은 아니라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전하. 저희 장수들의 수고했다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십니다. 저희 장수들을 전하의 명을 따른 것뿐이지 이 모든 것은 전하께서 이루신 것입니다.”
나는 조천군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오. 이번 전쟁이 끝난다면 과인은 그대들과 승전의 영광을 함께 누릴 것이오.”
이번에는 세 명의 장군이 일제히 대답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나는 장군들을 바라보며 군사훈련과 무기의 생산을 서두를 것을 명령했다.
“히데요시가 영주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하니 늦어도 내년에는 왜군이 조선을 침략할 것으로 보이네. 아마 내년 봄에 왜군이 출병할 가능성이 높아. 내일부터 군사들에게 포격 훈련과 사격훈련을 시키도록 하고 병장기와 화약의 생산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하게.”
“예. 전하 명을 따르겠나이다.”
이렇게 회의를 끝내려고 할 때에 최도진이 나에게 물었다.
“전하. 왜군이 조선을 침략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미리 조선에 알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선에도 이 사실을 알려야겠지 그러나 조선과 왜국에 아직은 우리 대해국의 정체를 알리고 싶지는 않아. 최대한 조심스럽게 알릴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 보겠네.”
“예. 전하.”
장군들이 돌아간 후 나는 조선에 다녀올 생각을 했다.
“최도진의 말 대로 조선에 미리 경고를 해두는 것이 좋겠어. 지금 조선의 왕이 선조라는 것을 생각하면 알려줘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알려주는 것이 나도 마음 편할 것 같다.”
조선에 왜군이 곧 쳐들어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어떤 방법으로 알려주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냥 조선에 찾아가서 선조에게 장계를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해국이란 나라에 대해 알릴수도 없고.”
전쟁에 개입하는 순간 대해국이란 나라가 존재하는 것이 조선과 왜국에 알려지겠지만 전쟁이 발발하는 그 순간까지 나는 대해국의 정체를 최대한 숨기고 싶었다. 어떻게 조선에 다가갈지 고민하던 나는 작년에 발견한 동해도의 유황계곡을 떠올렸다.
“그래 유황이야. 조선은 아직까지 유황을 명국과 왜국으로 부터 수입하고 있지. 유황을 판매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하면 조선도 거부하지 못할 거야.”
한편 같은 시간 히라도에서는 마쓰라 다카노부가 히데요시가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소식과 히젠의 마쓰라 가문의 영지에 성을 쌓으라고 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간파쿠가 전국의 다이묘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고 나고야에 성을 쌓으라고 했단 말이지.”
현재 일본에서 간파쿠 히데요시의 명령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히데요시가 성을 쌓는 곳은 히데요시의 영지가 되겠지만 마쓰라 가문에서 감히 히데요시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고 마쓰라 다카노부가 히데요시가 자신의 영지에 성을 쌓는 것 보다는 조선을 공격하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대원은 조선의 장군이다. 만약 간파쿠가 조선으로 군대를 출병시킨다면 이대원도 전선을 거느리고 나와 저지하려 할 것이다. 이대원이 아니 조선군이 과연 간파쿠의 군대를 막아낼 수 있을까?“
마쓰라 다카노부는 지난달에 이대원에게 대량의 철과 구리 그리고 물소뿔을 판매한 사실을 떠올리며 일이 공교롭게 됐다고 생각했다.
“간파쿠가 이대원에 대해서 알게 되고 내가 이대원에게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철과 구리, 물소 뿔을 판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는 물론 마쓰라 가문 전체가 곤란해 질 것 같은데.”
마쓰라 다카노부는 이번 전쟁이 자신과 마쓰라 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쟁의 승패가 과연 어떻게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
신묘년(1591년) 9월 22일 대해국 함관 북쪽 50km 지점
평원 한가운데 3000명이 넘는 군사들이 완전무장한 상태로 집결해 있었다.
“포병대 방포”
“방포”
두정갑 차림의 무장이 명령을 내리자 기수는 깃발을 휘둘러 포병에게 신호를 보냈고 깃발 신호를 확인한 포병대 대대장은 포수들에게 방포를 명령했다.
“쾅” “쾅” “쾅“ “쾅” “쾅”
18문의 현자총통이 불을 뿜자 포성이 울리며 철환이 날아갔다. 천리경(망원경)으로 포병이 발사한 철환들이 목표물에 명중한 것을 확인한 무장은 다시 포병에게 명령을 내렸다.
“진천뢰”
“진천뢰”
기수가 다시 깃발을 휘두르자 포병대에서 이번에는 대완구가 불을 뿜었고 수박만한 크기의 비격진천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600미터 이상 날아간 비격진천뢰는 곧 땅으로 떨어졌고 잠시 후
“쾅~”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파편을 날렸다. 비격진천뢰가 폭발하자 무장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1대대 돌격”
“돌격”
깃발신호를 확인한 대대장은 환도를 뽑아들고 명령을 내렸다.
“질려포를 준비하라.”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허리에 차고 있던 질려포를 꺼냈다. 대해국의 질려포는 조선군이 사용하는 질려포를 개량한 것으로 우선 손에 들고 던지기에 적당한 크기였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돌기가 튀어 나와 있어 손으로 잡아도 잘 미끄러지지 않았고 폭발하면 파편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병사들이 질려포를 꺼내들고 준비해둔 밧줄로 단단히 묶었고 병사들이 준비를 끝내자 횃불을 든 병사들이 질려포의 도화선에 불을 붙여 주었다.
“1중대 돌격”
“와아~”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1중대 120명의 군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투척”
정면을 향해 달려가던 1중대 병사들은 중대장이 투척을 외치자 손에 들고 있던 질려포를 힘껏 던졌다. 질려포를 묶은 밧줄의 끝을 잡고 두세 번 밧줄을 휘두르다 던지자 질려포는 멀리까지 나갔다. 병사들은 질려포를 던진 후 곧바로 그 자리에 엎드렸고 잠시 후 질려포가 폭발했다.
“쾅” “쾅” “쾅”
1중대의 뒤를 이어 2중대와 3중대가 연이어서 정면을 향해 돌격하며 질려포를 던졌고 이미 질려포를 던진 1중대는 2중대와 3중대가 질려포를 던지는 동안 정면을 향해 화승총을 발사해 2중대와 3중대를 엄호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질려포를 던진 2중대와 3중대의 병사들도 1중대의 뒤를 이어 정면을 향해 화승총을 발사했고 정면의 적군이 돌진해 온다는 가정 하에 난전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창병들이 길이 3m 이상의 창을 들고 밀집대형을 갖춰서 앞으로 나왔다. 창병이 밀집대형으로 적군의 돌격을 저지하면 총병들은 창병의 뒤로 몸을 피한 후 다시 화승총을 장전했다.
이번 훈련을 지휘한 두정갑 차림의 무장은 병사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지적했고 부관은 그의 옆에서 무장이 지적한 점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