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마즈가의 숙원 >
조선을 공격하기로 결심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규슈의 히젠국 나고야 지역에 거점으로 삼을 성을 건설할 것을 결정하고 가토 기요마사와 데라자와 히로타카에게 성의 건축을 맡겼다. 나고야 성 건설에 동원될 인부들과 필요한 자재들은 규슈지역의 다이묘들이 부담해야 했고 나고야 성 건설에 무려 5만 명 이상의 인부들이 동원됐다.
나고야 성의 건설로 인해 인부들의 동원하게 된 규슈지역의 다이묘들에게 부담이 되었고 특히 히데요시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시마즈 가문은 나고야 성의 건설이 히데요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신묘년(1591년) 10월 03일 저녁 갤리온 한 척이 사쓰마에 도착했다. 항구를 경비하던 병사들은 갤리온에서 단선이 내려오자 조총을 겨누며 경계했지만 갤리온의 정체를 몰라 발포하지는 못했다. 단선이 부두에 도착하자 단선에 타고 있던 시마즈 도시히사는 부두에 올라오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나는 시마즈 도시히사다. 형님을 만나야겠다.”
시마즈 도시히사가 몇 년간 사쓰마를 떠나 있었지만 시마즈 가문의 무장들 중에서 시마즈 도시히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병사들을 지휘하던 무장은 시마즈 도시히사를 알아보았고 도시히사가 돌아온 사실을 사쓰마의 영주 시마즈 요시히사에게 보고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형님.”
오랜만에 큰형인 시마즈 요시히사를 만난 도시히사는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
“그래 너도 잘 지냈느냐?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것이냐?”
시마즈 요시히사는 막내 동생 도시히사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꿈만 같았다.
“저는 잘 지냈습니다. 그동안 대해국에서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있었습니다.”
“대해국이라니 그런 나라가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구나. 대해국은 어디에 있는 나라냐?”
“대해국은 동해도에 세운 나라이며.”
도시히사는 시마즈 요시히사에게 대해국에 대해 설명했다.
“아니 정말 그런 나라가 있다는 말이냐?”
도시히사의 설명을 들은 시마즈 요시히사는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도시히사에게 물었다.
“전하께서 형님께 보내는 선물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래. 나는 좋다. 선물을 보자.”
시마즈 요시히사는 도시히사와 함께 성 안의 창고로 향했다. 창고 안에서 대해국에서 가져온 나무상자들을 찾은 도시히사는 상자를 열어 화승총을 꺼냈다.
“대해국의 군사들이 사용하는 철포입니다. 우리 시마즈 군사들이 사용하는 철포보다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고 명중률도 더 좋습니다.”
도시히사가 내민 화승총을 받은 요시히사는 화승총을 만져보며 대해국에서 생산한 총이 시마즈 가문에서 제작하는 철포에 뒤지지 않는 다는 것에 놀랐다. 요시히사가 화승총을 확인하는 동안 도시히사는 무명천으로 덮여있는 물체를 발견하고 무명천을 걷어냈다.
“형님. 이것은 대해국에서 제작한 대포입니다.
현자총통을 처음 본 시마즈 요시히사는 놀란 얼굴로 도시히사에게 물었다.
“그 대포의 위력은 어떠하냐?”
“철포보다 10배 이상 먼 거리 까지 철환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화약을 가져왔으니 내일이라도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형님.”
“꼭 보여 다오. 기대가 되는 구나.”
대해국에서 가져온 화승총과 대포에 이미 놀라고 있었던 시마즈 요시히사는 그 다음에 더 놀라고 말았다.
“금 500냥입니다. 형님”
도시히사가 내민 상자 안에는 황금이 들어있었다. 금 500냥은 은으로 6000냥의 가치가 있었고 그 정도 액수라면 시마즈 요시히사에게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대해국에서 형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형님.”
금을 받은 후 시마즈 요시히사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도시히사에게 말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물은 없는 법이다. 대해국이 내게 이런 무기와 적지 않은 액수의 금을 보낸 이유를 지금 당장 알아야겠다.”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형님.”
시마즈 요시히사와 함께 방으로 돌아간 도시히사는 대해국에서 시마즈 가문과 동맹을 맺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해국의 전하께서 바라는 것은 히데요시의 몰락입니다. 대해국에서는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고 히데요시가 조선으로 군사들을 출병시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해국의 전선들이 나고야에 포격을 퍼붓고 조선으로 향하는 전선들을 불태우고 침몰시킬 것입니다. 대해국에서는 우리 시마즈 가문에 대해국과 동맹을 맺고 히데요시를 공격해 줄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도시히사의 설명을 들은 시마즈 요시히사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해국과 동맹을 맺는다고 히데요시를 무너트릴 수 있겠느냐? 히데요시는 20만이 넘는 대군을 동원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사쓰마와 오스미가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
“히데요시는 나고야에 성이 완성되고 건조중인 전선들이 완성되는 대로 조선으로 출병할 것입니다. 이미 다이묘들에게 동원령을 내린 히데요시가 우리 시마즈 가문에게는 군사들을 요청하지 않을 것 같으십니까? 우리 시마즈의 군사들이 히데요시의 탐욕 때문에 바다건너 조선까지 건너가 조선군과 피 튀기는 전쟁을 벌여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미 히데요시가 시마즈 가문에 1만의 군사를 동원할 것을 명령한 것을 알고 있었던 시마즈 요시히사는 도시히사에게 물었다.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냐?”
“히데요시가 동원한 군대가 조선으로 출병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대로 대해국에서는 모든 전선을 동원해 출병할 것입니다. 대해국의 전선들의 목표는 나고야의 성과 히데요시입니다. 대해국의 전선들이 나고야 성을 비롯한 히젠 전역에 포탄을 퍼붓고 불화살을 날린 다면 히젠은 불바다가 될 것입니다. 히데요시가 20만 대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한차례 조선으로 군사들을 보낸 이후일 것이니 히데요시 주변에 있는 군사들은 몇 만을 넘기 힘들 것이고 그 중에는 히데요시의 동원령으로 출병한 우리 시마즈의 군사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대해국 전선들의 공격으로 히데요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 시마즈 군사들이 히데요시에게 다가가 기습공격을 한다면 히데요시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 말도 없이 도시히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던 시마즈 요시히사는 도시히사의 말이 끝나자 다시 물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네 말대로 운 좋게 히데요시의 목을 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나고야 성이 불타고 히데요시의 목이 떨어진다면 나고야에 모여 있던 다이묘들은 구심점을 잃고 각자의 영지로 돌아갈 것입니다. 혼슈의 다이묘들이 각자의 병사들을 거느리고 혼슈로 돌아간다면 우리 시마즈 가문이 규슈를 통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규슈를 통일한다는 말에 시마즈 요시히사의 눈에서 빛이 났다. 규슈 통일은 그 만큼 시마즈 가문의 숙원이었고 요시히사는 실제로 규슈를 통일하기 일보직전에 히데요시의 출병으로 규슈를 통일하는데 실패했다. 도시히사의 대답을 들으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요시히사는 눈을 크게 뜨며 도시히사에게 말했다.
“자세한 계획을 세워보자 우리 둘이 마음을 정한다면 요시히로(시마즈 요시히로)도 우리의 뜻에 동참할 것이다.”
“예. 형님”
신묘년(1591년) 10월 05일 최도진은 오랜만에 만난 톨만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톨만을 찾아온 용건을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 부족의 전사들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지. 주상전하께서는 왜인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계획을 세우고 계시네. 전하의 계획에 톨만 자네의 부족의 전사들이 동참한다면 전하께서는 두둑하게 보상하실 것이네. 물론 전리품이나 노예를 원한다면 그것도 줄 수 있고 말이야.”
전쟁에 참전하는 보수는 물론 전리품과 노예까지 획득할 수 있다는 말에 톨만은 입맛을 다셨다.
“우리의 전사들이 얼마나 용감하고 날쌘지는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네. 우리 우지에부의 전사들은 용감하기만 해서 전장에서는 물러서지를 않아. 말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왜인들 쯤이야 우리 우지에부의 전사들이 가면 그야말로 쓸어 담을 수 있을 것이네. 그런데 우리 전사들이 우리 부족의 땅의 싸움도 아닌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그것도 바다를 건너서 대해국과 왜국까지 가려면 전사들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말이야.”
톨만의 말을 들은 최도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보상은 걱정하지 말게 두둑하게 보상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전사들에게 은 5냥씩 줄 것이네. 5냥은 선수금이야. 전쟁이 끝나면 전사들은 은 5냥씩 더 받을 것이고 전하께서는 전사들이 세운 전공에 따라 별도로 포상 하실 것이네. 전사들은 최소한 은 10냥씩을 벌게 되는 것이지. 그들이 전쟁 중에 획득한 전리품과 노예들과는 별도로 말이네. 거기에 전공을 세운다면 더 큰 포상을 받을 것이고.”
은 10냥에 전리품과 노예들 까지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은 톨만을 비롯해 야인 여진의 사내들에게 강력한 유혹이었다. 최도진의 대답을 들은 톨만은 부하들을 바라보자 톨만의 부하들도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톨만에게 고개를 숙였다.
“좋아. 자네의 제안을 듣기로 하지. 전사들이 얼마나 필요한가?”
최도진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톨만 자네는 화통해서 좋아. 당장은 전사 1000명을 데려갈 것이네. 가장 날쌔고 용맹한 전사들로 준비해 주게 전사들을 데려갈 선수금은 내일 아침에 줄 것이니 전사들에게 나눠주도록 하게.”
“물론이네 가장 용맹한 전사들로 준비하지.”
톨만도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신묘년(1591년) 10월 08일 조선 강원도 강릉 이른 새벽 고기잡이를 나가기 위해 고깃배와 그물을 정비하던 어부들은 강릉 앞 바다에 갑자기 나타난 전선을 발견했다.
“저것이 무엇이냐?”
“전선 같은데 수군이 여기까지 올라왔나?”
“수군의 전선은 아닌 것 같은데.”
어부들이 전선을 보고 놀라서 전선의 정체를 궁금해 하고 있을 때에 전선에서 단선이 내려왔다. 단선에는 10여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단선은 힘차게 노를 저어 해안으로 다가왔다. 단선이 해변에 도착하자 어부들 중에 배짱 있는 몇몇 사람들이 나와 그들의 정체를 물었다.
“당신들은 어디서 온 누구요?”
“우리는 해국에서 왔소. 조선에 유황을 판매하기 위해 왔으니 현감에게 우리가 도착한 사실을 알리시오.”
어부의 질문에 단선을 타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가죽 갑옷을 입고 있던 무장이 대답했다. 해국사람이라는 무장이 조선말로 대답하자 이들의 정체를 물었던 어부는 놀라면서도 동료들에게 말했다.
“어서 관아에 알리게 해국이라는 나라 사람들이 전선을 몰고 왔다고 말이야.”
“알겠네. 금방 달려가지.”
몇몇 어부들이 대답하더니 관아를 향해 달려갔다. 단선을 타고 있던 무장은 어부들이 달려가는 것을 보며 자신들에게 정체를 물었던 어부에게 말했다.
“우리는 해국에서 왔소. 유황을 가져왔으니 현감이 도착하면 전선으로 올라오라고 전해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