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211화 (211/223)

< 진법훈련 >

내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마쓰라 다카노부는 결정을 내렸는지 내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느냐?”

“왜군에 대한 정보와 간파쿠에 대해 정보를 알아봐 주십시오. 그리고 이키 섬을 저에게 주십시오.”

마쓰라 다카노부는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이묘는 자신의 영지를 목숨과도 같이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키 섬을 넘겨주는 대가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느냐?”

“제가 마카오에서 거래를 하는 동안에는 아버지께서 마음껏 은을 금으로 환전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제가 공동으로 섬의 광산을 개발하는 조건으로 사도 섬을 아버지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쓰라 다카노부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네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전쟁 기간 동안 이키 섬을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키 섬을 네가 가지겠다는 말이구나. 그리고 사도는 우에스기 카게카츠가 지배하고 있는 섬인 것을 알고 있느냐? 설마 우에스기 카게카츠와도 싸우려는 생각을 하고 있느냐?”

“제가 이키 섬을 장악하고 있으면 아버지께서 조선과의 무역을 독점하는데 어려움이 없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에스기 가문과는 전면전을 벌일 필요가 없습니다. 간파쿠가 몰락하면 한동안은 매일 같이 전투가 벌어질 것이니 제아무리 우에스기 카게카츠라고 하더라도 사도 섬에 신경을 쓰지는 못할 것입니다.”

마쓰라 다카노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간파쿠가 절대자의 자리에서 내려온다고 해도 네 말대로 누군가는 천하를 통일하지 않겠느냐. 그때는 어떻게 할 셈이냐?”

“에치고에서 사도로 전선을 보낸다고 해도 바다에서 침몰시켜 버리면 그만입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신다면 전선을 침몰시킬 수 있는 무기와 화약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면 에치고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내 대답에 마쓰라 다카노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기에 아버지 앞에 나온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에치고를 불바다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내 말을 들은 다카노부는 내게 물었다.   

“얼마 전에 사도 섬이 약탈당하고 섬의 주민들이 도이(刀伊)[여진족 해적]들에게 끌려갔다는 소문이 있었다. 설마 네가 저지른 짓이냐?” 

“군사들의 훈련을 겸해서 사도를 공격했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때가 아니니 우에스기 카게카츠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였습니다.”

마쓰라 다카노부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고 나는 다카노부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사도 섬은 이키 섬보다 6배나 큰 섬이다. 벼농사도 가능한 농지가 펼쳐져 있고 은광도 있느니 다카노부가 사도 섬을 거절할리는 없지.’

내 예상대로 다카노부는 사도에 관심을 보였다.

“섬에서 공동으로 광산을 개발하자니 무엇을 말이냐?”

“아버지. 사도에 은광이 있는 것은 이미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은광 외에도 사금이 채취되고 있으니 금이나 은이 더 묻혀있을 가능서도 있지 않겠습니까?”

금이라는 말에 다카노부가 흥미를 보이자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였다.

“아버지와 형님이 저와 손을 잡으신 것을 간파쿠와 다른 다이묘들이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형님이 자리만 피해 주신다면 이키 섬은 제가 알아서 점령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카노부는 내 제안이 솔깃하게 들렸는지 다시 물었다.

“정말 자리만 피해주면 되겠느냐?” 

“간파쿠의 군사들이 조선에 출병하는 날짜만 알려주십시오. 그 날짜에 맞춰서 형님께서 자리만 피해주시면 이키 섬은 제가 알아서 점령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저도 출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며칠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빨리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형님에게 출병 명령이 떨어져도 형님은 직접 출병하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게노부를 걱정하는 것이냐?” 

“말씀드린 대로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부하들만 보내시고 형님께서는 병에 걸렸다는 핑계로 잠시 히라도에 와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말을 들은 다카노부는 찻잔을 들어 안에 남아있는 차를 단숨에 마신 후 말했다.

“좋다. 내가 아들삼은 너에게 모든 것을 걸어보겠다.”

“절대로 후회하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나는 다카노부에게 다시 한번 절을 올렸다.

그로부터 3일 후 나는 선단을 이끌고 대해국으로 돌아갔고 선단이 바다로 나오자 전선 한척이 대열에서 나오더니 방향을 돌려 남쪽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린 전선은 내가 시마즈 가문에게 보내는 선물이 실려 있었다. 강선을 새긴 화승총 200정과 초석 2000근을 실은 전선은 조심스럽게 남쪽으로 향했고 다음날 저녁 사쓰마에 도착했다.

시마즈 가문에 이이서 마쓰라 다카노부와도 동맹을 맺는데 성공한 나는 안심하고 대해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겨울 동안 전쟁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임진년(1592년) 2월 20일 조선 전라도 순천부 전라좌수영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좌수사로 부임한 이후 좌수군의 전력을 강화하고 부족한 전선과 병장기를 보충하기 위해 노력했다. 좌수영이 관할하는 고을과 진포에 직접 들려 전선과 병장기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고 병사들도 원래의 편제보다 부족하지는 않은지 확인하며 부족한 전선과 병장기 그리고 군사들을 채워 넣었다. 좌수사의 그런 노력 덕분에 전라좌수군의 전력은 충실해졌고 전선도 병장기도 그리고 군사들 까지 편제대로 갖춰지게 되었다. 

더구나 대해국에서 보낸 유황이 도착하자 좌수사 이순신은 우수사 이억기에게 3000근의 유황을 나눠주고 2000근의 유황을 좌수군의 몫으로 확보했고 유황 2000근은 화약 2만근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었으니 때마침 도착한 유황 덕분에 좌수군은 화약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선과 무기 그리고 군사들과 화약까지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게 되자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전라좌수영이 지휘하는 5개 군현[5관(官)]의 수령들과 5개 진포(鎭浦)[5포(浦)]의 장수들을 포함해 좌수영의 모든 장수들을 좌수영으로 소집했다. 

좌수사의 명령에 따라 5관 5포의 지휘관들이 모두 모였으니 그들 중에서 5관(官)의 수령들은 순천부사 권준, 낙안군수 신호, 보성군수 김득광, 흥양현감 배흥립, 광양현감 어영담이었고 5포(浦)의 지휘관들은 사도첨사 김완, 방답첨사 이순신, 여도만호 김인영, 녹도만호 정운, 발포 만호 황정록이었다. 

5관 5포의 장수들이 모두 모이자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좌수군 우후 이몽구와 함께 장수들이 모인 자리에 나왔다. 장수들 앞에 나온 이순신은 좌수군의 모든 전선을 동원한 대규모 진법훈련을 명령했다.

“각 고을의 수령들과 장수들은 5일 안에 모든 전선과 병사들을 좌수영으로 집결시키도록 하라. 본관이 직접 진법훈련을 지휘할 것이다.”

갑자기 대규모 훈련을 명령하자 5관5포의 수령들과 장수들은 당황했지만 그동안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 덕분에 장수들은 진심으로 이순신을 믿고 따르고 있었다. 전라좌수군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선과 군사들을 완전히 무장시켜 좌수영으로 집결시키라는 이순신의 명령에 장수들은 순순히 따랐고 이순신의 말이 끝나자 장수들은 각자의 고을과 진포로 돌아갔다. 

5과 5포의 장수들이 돌아간 후 이순신은 해변으로 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군의 선봉이 4월에 조선으로 출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으니 3월 한 달 동안은 군사들을 철저하게 훈련시켜야 한다. 다행히 전선과 무기, 군량과 화약까지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다. 전선들이 쉴 틈 없이 바다를 가르게 해야 하고 포수들은 온 몸에서 화약 냄새가 날 때 까지 총통을 쏘고 포탄을 장전하게 해야 한다. 훈련을 받으며 흘리는 땀의 양 만큼 전장에서 흘리는 피의 양이 줄어들 것이다.’

이순신은 바다를 바라보며 왜군의 진격을 바다에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임진년(1592년) 3월 13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의 다이묘들에게 군사들을 거느리고 히젠의 나고야 성으로 집결할 것을 명령했고 출정군의 선봉이 될 규슈지역의 다이묘들에게는 출정군의 편성까지 알렸다. 히데요시의 명령은 시마즈 가문에게도 전해졌고 시마즈 가문의 당주인 시마즈 요시히로는 자신의 형과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군사를 거느리고 나고야 성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입니다.” 

시마즈 요시히로가 시마즈 가문에 도착한 명령문을 보여주자 실질적으로 시마즈 가문을 다스리고 있는 시마즈 요시히사(요시히로의 형)는 명령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차라리 잘됐다. 1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나고야 성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이니 말이다.”

요시히사와 함께 출정군 편성계획을 살펴본 시마즈 도시히사는 화를 참지 못했다.

“아니 이게 무엇입니까? 우리 군사들을 4군에 편성하고 4군의 지휘를 모리 요시나리에게 맡기다니 이것은 우리 시마즈가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시히사 만큼은 아니었지만 요시히사와 요시히로도 출정 편성계획을 보고 못 마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히데요시는 시마즈 가문에 1만의 군사를 출병시킬 것을 명령했고 가문의 당주인 시마즈 요시히로가 직접 군사들을 거느리고 출병할 계획이었다. 4군의 병력은 17000명이었고 그중에서 1만 명이 시마즈 가문의 군사라면 당연히 시마즈 가문의 당주인 시마즈 요시히로가 4군의 지휘관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히데요시는 자신의 가신이 출신 다이묘인 모리 요시나리를 4군의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모리 요시나리는 석고 6만석의 영지를 지닌 다이묘였고 출정군에 동원하는 군사의 수도 2000명에 불과했지만 시마즈 요시히로는 석고 60만석의 영지를 지닌 시마즈 가문의 당주였고 1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출병하니 모리 요시나리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만큼 히데요시가 우리 가문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우리가 진짜 히데요시를 위해 싸울 생각은 없지 않느냐.”

요시히사가 도시히사를 달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굽히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히데요시를 방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화가 났을 요시히로가 우선은 참자고 말하자 도시히사도 더 이상 화를 내지는 못했다.

“그럼 언제 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도시히사의 질문에 요시히로가 대답했다.

“나고야로 출발할 군사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겨울동안 네가 훈련시킨 덕분에 다들 사기가 대단하더구나. 군량과 무기도 겨울 동안 준비해 놓은 덕분에 당장 내일이라도 출발할 수 있다.”

“그럼 좋다. 당장 내일이라도 출발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자리에서 우리 계획을 다시 한번 검토하기로 하자.”

요시히사가 말하자 요시히로와 도시히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예. 형님.”

그 날 하루 동안 꼬박 방안에서 계획을 의논한 시마즈 가문의 3형제는 3일 후 나고야 성으로 출발할 것을 결정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시마즈 도시히사는 붓을 잡고 대해국으로 보내는 서신을 쓴 후 자신의 심복 무사에게 서신을 맡겼다.

“이 서신을 최대한 빨리 히라도로 보내도록 하라. 당장.”

“예. 알겠습니다.”

무사는 힘차게 대답하고 부두가로 향했다. 부두에는 왜선 한척이 준비되어 있었고 서신을 품속에 품은 무사가 배에 올라타자 왜선은 돛을 올리고 히라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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