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214화 (214/223)

< 싸우자. 이기자. 살아남자 >

“아마도 히데요시는 주코쿠와 간사이 지방의 다이묘들을 거느리고 나고야 성에 입성할 것이다. 히데요시는 자신을 따르는 다이묘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니 주코쿠 지방의 다이묘들은 출병준비를 마치고 히데요시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마즈 요시히로의 말을 들은 도시히사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히데요시는 이번에도 수만의 대군을 동원했을 것입니다. 거기에 주코쿠와 간사이의 군사들 까지 더하면 10만 이상의 대군이 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히데요시가 노리는 것이다. 히데요시는 10만 이상의 대군을 이끌고 나고야에 입성하는 것으로 나고야에 모인 규슈 지역의 다이묘들에게 자신의 위엄을 자랑하려고 할 것이다.”

요시히로의 대답을 들은 도시히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요시히로에게 물었다.

“교토에서 규슈는 가까운 거리가 아닙니다. 더구나 히데요시가 주코쿠 지방을 거쳐서 10만 이상의 군사를 거느리고 나고야로 오고 있다면 히데요시의 진군은 신속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나고야 성에 입성하는데 한 달은 걸리지 않겠습니까?”

요시히로는 도시히사의 의견에 공감하며 대답했다.

“네 생각대로 히데요시가 나고야에 입성하는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조선으로 군대가 출병하는 것은 그 보다 빠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히데요시가 나고야에 입성하지도 않았는데 군사들이 조선으로 출병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히데요시가 조선 출병의 선봉인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에게 쓰시마 섬과 이키 섬 가진 진군할 것을 명령했다고 한다.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는 물론 그들의 지휘를 받는 다이묘들 까지 군사들을 거느리고 쓰시마 섬과 이키 섬에 들어가 있다고 하니 선봉은 지금 당장이라고 조선으로 출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규슈정벌 당시 히데요시의 군대가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르게 규슈로 출병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던 도시히사는 쓰시마 섬과 이키 섬에 이미 다이묘들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들어가 있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형님. 히데요시는 군사를 움직일 때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움직여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드는 전법을 즐겨 사용합니다. 히데요시라면 자신이 나고야 성에 도착하기 이전이라도 조선으로 군사들을 출병시킬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선봉만 출병한다고 해도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 그리고 그들의 지휘를 받도록 편제된 다이묘들의 군사를 합하면 4만 넘는 대군이다. 솔직히 그 이상의 대군을 한 번에 조선에 상륙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시마즈 요시히로의 대답을 들은 시마즈 도시히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히데요시의 목을 치기 위해서는 히데요시가 나고야에 입성하는 날짜를 맞춰서 대해국의 전선들이 나고야와 히젠을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히데요시가 나고야에 입성하기를 기다리다가는 그전에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의 지휘를 받는 군사들이 조선으로 출병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도시히사는 고민 끝에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와 나고야 성의 방비 태세를 대해국에 보고하기로 결심했다.

“우선은 이일을 대해국에 알려야겠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히데요시의 목을 치기 위해서는 대해국과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니 최대한 자세하게 이곳의 상황을 알리도록 해라.”

시마즈 요시히로는 대해국과의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5년 전의 전쟁 당시 시마즈는 규슈의 대부분 지역을 점령하고 규슈를 통일하기 일보직전 까지 갔었다. 그 말은 규슈의 모든 다이묘들이 시마즈 군과 전쟁을 치렀다는 뜯었다. 규슈의 다이묘들 중에는 시마즈와의 전쟁에서 아버지와 형제를 잃은 경우도 있었고 시마즈에 의해 가문이 몰락하기 직전까지 갔었던 경우도 있었으니 규슈의 다이묘들이 시마즈를 원수로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규슈에는 규슈정벌 이후 히데요시에게서 영지를 하사받은 다이묘들도 많았으니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 뿐만 아니라 구로다 나가마사의 아버지이자 부젠(豊前)국에 석고 12만석의 영지를 가진 구로다 요시타카와 지쿠젠과 지쿠고에 석고 36만석의 영지를 가진 코바야카와 타카카게 그리고 부젠국에 6만석의 영지를 가지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 등은 모두 히데요시에게 영지를 하사받은 다이묘들이었다.

시마즈 가문의 무사들이 제아무리 충성심과 용맹을 자랑한다고 해도 이렇게 시마즈가를 원수로 여기는 다이묘들과 히데요시에게 충성하는 다이묘들에게 포위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니 대해국과 동맹을 맺지 않고서는 시마즈 가문 단독으로 히데요시의 목을 노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마즈 요시히로와 대화를 마친 도시히사는 그 자리에서 붓을 들어 나고야 성의 상황과 나고야에 입성한 다이묘들과 군사들의 수 그리고 히데요시는 4월 말이 되어서야 나고야에 입성할 것 같으나 이미 쓰시마 섬과 이키 섬에 선봉에서 다이묘들과 군사들이 집결해 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고 적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서신을 작성한 도시히사는 자신의 심복인 우메키타 구니카네에게 서신을 맡겼다.

“서신 가지고 최대한 빨리 히라도로 가도록 하라. 히라도에 가면 서신을 전달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예.”

서신을 받은 우메키타 구니카네는 품속에 서신을 잘 숨긴 후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히라도로 서신을 보낸 도시히사는 인부로 위장시켜서 성 건설에 투입했던 무사들이 그려온 지도와 성의 도면을 꺼내 천천히 살펴보면서 언제 어떻게 히데요시를 기습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임진년(1592년) 4월 01일 대해국 함관항

항구에는 갤리온과 전선들이 출항준비를 마치고 대기해 있었고 항구 밖의 벌판에는 1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병사들은 이미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 화승총을 비롯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긴장감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던 병사들은 내가 나타나자 더욱 긴장한 표정을 나를 바라보았다. 

병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나는 준비된 연단위에 올라가 병사들에게 외쳤다.

“너희가 바로 대해국의 군사들이냐?”

내가 외치자 병사들 가운데서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습니다. 전하. 저희가 바로 군사들입니다.”

“목소리가 작다. 너희가 대해국의 군사들이 맞느냐?”

이번에는 모든 병사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습니다. 전하. 저희가 바로 대해국의 군사들입니다.”

1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일제히 외치자 병사들의 목소리가 야구 경기장의 함성소리처럼 들렸다.

“바로 그렇다. 너희가 바로 대해국이 자랑하는 정예 군사들이다.”

병사들에게 힘껏 외친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병사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너희들 중에는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인생을 노비로 시작한 자들도 있을 것이고.”

내 정면에 있던 조선 출신 병사들이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집이 가난하여 어쩔 수 없이 노예로 팔린 자들도 있을 것이며.”

이번에는 왜인 노예출신 병사들이 잠시 동요한 기색을 보였다.

“억울하게 전쟁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고 노예가 된 자들도 있다.”

간토지역 출신 병사들이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지금 너희는 대해국의 군사들이다. 너희의 출신과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너희는 자랑스러운 대해국의 군사들이고 대해국의 주민들이며 나의 백성들이다. 내가 이 세상에 있는 한 그리고 대해국이 존재하는 한 이 세상의 그 누구라도 너희들을 다시는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며 너희의 가족을 헤치지도 못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내가 그런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와아~”

병사들은 손에 들고 있는 화승총과 무기를 높이 치켜들고 함성을 질렀다.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잦아들자 나는 다시 병사들에게 외쳤다.

“우리는 이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것이며 곧 전쟁터에 도착할 것이다. 이번 전쟁은 빼앗고 침략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다. 바로 지키기 위한 전쟁이고 복수하기 위한 전쟁이다.”

복수라는 말에 병사들이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히데요시가 다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 히데요시의 명령을 듣는 다이묘들은 이미 군사를 일으켰고 히데요시의 명령에 따라 조선을 침략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히데요시와 히데요시를 따르는 다이묘들을 박살내고 히데요시를 몰락시킨다.”

“와아~”

히데요시를 몰락시킨다는 말에 간토 출신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왜국을 완전하게 점령했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조선을 침략하려는 히데요시를 그대로 놔둔다면 히데요시는 조선을 침략한 후 반드시 이곳 대해국을 노리고 침략해 올 것이다. 그러기 전에 히데요시가 대해국을 침략하기 전에 우리 대해국의 군사들이 먼저 출병하여 히데요시를 박살내고 몰락시켜서 온 세상에 대해국의 힘을 똑똑하게 보여주고 그 누구도 다시는 대해국을 노리지 못하게 만들겠다.”

“와아~”

병사들은 다시 한번 함성을 질렀다. 대해국의 병사들은 대부분 노예와 노비 출신들이었고 대해국에서 자유를 얻었다. 대해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으니 히데요시와 왜군이 대해국을 침략할 수 있다는 말은 병사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들렸다. 

특히나 히데요시를 몰락시켜서 복수한다는 말에 간토지방 출신 병사들은 그말 그대로 기뻐 날뛰었다. 그들에게 히데요시는 모든 것을 빼앗아간 원수였고 반드시 복수해야 할 원흉(元兇)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 병사들을 진정시키고 병사들에게 외쳤다. 

“우리는 전장으로 나가는 만큼 우리 모두가 무사히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억하도록 하라 이번 전쟁은 우리 대해국을 지키는 전쟁이며 대해국에 남아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것을 말이다.”

순간 병사들의 분위기가 숙연해 졌다. 

“전장에 나간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번 전쟁에서 용감히 싸우다 부상을 당한 병사들은 내가 책임지고 치료해 줄 것이며 부상이 나은 후에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게 해줄 것이다. 혹시나 적군과 용감히 싸우다 전장에서 전사한 용사들은 단 한명도 빠짐없이 기록을 남겨 용감히 싸운 사실을 후세에 까지 알릴 것이며 전사한 용사의 부인과 자녀들은 대해국에서 책임지고 생활을 보장할 것이다. 전사한 용사의 가족들은 평생 추위에 몸을 떠는 일이 없을 것이며 먹을 양식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모든 것을 대해국의 왕인 내가 보장할 것이며 만약에 내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나는 육신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져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결코 그 누구도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왕인 내가 직접 부상자들과 전사자들의 가족을 책임질 것을 장담하고 목숨까지 걸자 병사들의 눈에는 이슬이 고이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싸우자. 이기자.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자.”

병사들 중에 누군가가 감정을 참지 못하고 외치자 다른 병사들도 일제히 따라서 외쳤다.

“싸우자. 이기자.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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