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승방략 >
진천뢰들이 폭발하는 것과 동시에 대완구가 불을 뿜으며 진천뢰가 날아오자 왜병들은 겁에 질렸다.
“또 온다. 또 온다.”
“어서 피해. 빨리 피해야 산다.”
“저리 비켜.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왜병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고 왜병들을 지휘해야 할 무사들도 겁에 질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무사들이 저지하지 않자 왜병들은 대열에서 벗어나 도망치기 시작했고 진형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콰앙~” “콰앙~” “콰앙~”
세 번째로 발사된 진천뢰들이 폭발하자 왜병들은 폭발음을 들으며 힘껏 달렸다. 항구와 해변을 지키고 있던 왜병들이 흩어지자 단선들은 여유 있게 항구에 도착했고 대해국의 병사들은 어렵지 않게 항구를 점령했다. 병사들을 내려놓은 단선들은 다시 전선으로 돌아갔고 전선에서는 또 다른 단선들이 바다로 내려왔다. 단선들인 전선과 항구를 오고가며 병사들을 상륙시켰고 섬에 상륙한 병사들은 중대별로 집결해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항구 주위에 진을 치고 왜병을 경계했다.
상륙한 병사들은 항구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자 전선들은 항구로 직접 진입했다. 남만선에 탑승하고 있던 병사들이섬에 상륙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구로다 나가마사가는 왜병들을 긁어모아 항구로 진격해 왔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강선총을 무장하고 있는 대해국 병사들이었다. 이미 1000명 이상의 병사들이 상륙해 항구 주변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대해국에서 강도 높은 사격훈련을 받아왔던 병사들은 왜병들을 발견하기 무섭게 강선총을 조준했고 지휘관의 발포 명령이 떨어지자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요란한 총성이 울렸고 항구를 향해 진군해 오던 왜병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대해국의 병사들은 왜병이 비명을 지르던 말건 평소에 훈련 받았던 대로 움직였다. 방아쇠를 당긴 병사들은 자신들의 뒤에 있던 병사들과 교대해 뒤로 몰러났고 뒷 열에 있던 병사들은 앞으로 나와 강선총으로 왜병들을 조준했다.
“탕~” “탕~” “탕~” “탕~” “탕~”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리자 또 다시 왜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발포한 병사들은 다시 자신들의 뒤에 있는 병사들과 교대한 후 방금 발포한 화승총의 총구를 삭장으로 닦아내고 화승총에 다시 화약과 탄환을 장전했다. 이렇게 대해국의 병사들이 교대로 발포하자 왜병들은 더 이상 항구로 접근해 오지 못했다.
항구를 향해 다가오던 왜병들은 더 이상 진군하지 못하게 되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씩 몸을 돌려 섬 안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어서 돌아오지 못해.”
왜병들이 도망치자 구로다 가문의 무사들은 일본도를 휘두르며 도망치려는 왜병들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진천뢰가 폭발하면서 많은 왜병들이 죽어나간 것을 목격했던 왜병들은 무사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한편 왜병들이 도망치는 장면을 목격한 전은석은 이것을 좋은 기회하고 판단했다.
전라좌수군 출신으로 지금은 대대장으로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던 전은석은 도망치고 있는 왜병들을 추격할 것을 결심하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원 총검을 장착하라.”
전은석이 명령을 내리자 병사들은 허리에 차고 있는 총검을 뽑아 강선총에 장착했다. 병사들이 총검을 장착한 것을 확인한 전은석은 손에 들도 있던 장검을 하늘 높이 들고 힘껏 외쳤다.
“적을 추격할 것이다. 나를 따르라~”
“와아~”
전은석이 장검을 손에 들고 왜병을 향해 달려가자 전은석의 부하들뿐만 아니라 항구 주위에 있던 대해국 병사들은 일제히 총창을 들고 함성을 지르며 전은석의 뒤를 따랐다. 아들은 대부분 간토지역 출신 병사들로 히데요시와 히데요시를 따르는 왜병들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한 병사들이었다. 전장에서 사기가 오른 병사들 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었다. 숫자로만 따지면 도망치고 있는 왜병들의 수가 왜병들을 추격하고 있는 병사들의 수보다 훨씬 많았지만 이미 겁을 먹고 도망치고 있는 왜병들은 대해국 병사들과 맞서 싸울 용기를 내지 못했다.
왜병들을 지휘하던 무사들과 무사들의 직속 부하들이 일본도를 휘두르며 대해국 병사들의 추격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전은석은 주저하지 않고 장검을 휘둘러 왜군 무사와 맞섰다. 전국시대를 살아온 왜국의 무사들이 검술 솜씨가 뛰어난 것은 전은석과 대해국의 병사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전은석 역시 대해국에서 검술을 배웠고 전은석을 비롯한 대해국의 장교들에게 검술을 가리키고 훈련시킨 사람이 바로 시마즈 도시히사였다. 시마즈 도시히사와 시마즈 가문의 무사 출신 교관들의 검술 수업은 철저하고 혹독했다. 일반 교육과 훈련과정에서도 진짜로 날이 서있는 실제 장검으로 훈련을 받았고 교관과의 대련은 목검을 사용했지만 대련과정에서 실제로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질 정도로 실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검술을 익힌 전은석은 검술에도 자신이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장검을 휘둘렀다. 왜인 무사가 전은석의 검을 피하고 일본도를 휘둘러서 반격했지만 전은석은 날아오는 일본도를 몸을 뒤로 접히며 피한 후 재빨리 몸을 앞으로 내밀며 상대방의 목을 노리고 장검을 휘둘렀다.
왜인 무사는 다시 일본도를 휘둘러 전은석의 검을 막았다. 장검과 일본도의 칼날이 부딪치면서 전은석과 왜인 무사가 서로 마주보는 위치가 되자 전은석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전은석은 뒤로 물러서려는 몸짓을 보이다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장검을 들어 정면에서 무사를 내리쳤고 무사는 다시 일본도를 휘둘러 황급히 장검을 막으려했지만 한발 늦어서 전은석의 검에 손목을 베이고 말았다.
“으아~”
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고 무사의 오른쪽 손목은 반쯤 잘려서 피가 치솟고 있었다. 전은석은 주저하지 않고 무사의 목을 노리고 장검을 휘둘렀고 무사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며 목에서 피가 치솟았다. 왜병들을 독려하고 지휘해야할 무사가 전은석의 장검에 쓰러지자 저항하던 무사들과 왜병들은 용기를 상실하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대해국의 병사들은 왜병들이 도망치도록 기다려 주지 않았다. 도망치려는 왜병들을 추격한 병사들은 왜병의 등을 총창으로 찔렀다.
아직 이키 섬에는 5000명 이상의 구로다 가문과 오토모 가문의 병사들이 남아있었지만 이미 사기가 떨어지고 겁에 질린 왜병들은 이번 전투를 끝으로 더 이상 대해국 군대와 제대로 전투를 치르지 못했다. 이후의 전투는 대해국 군사들이 일방적으로 왜병들을 소탕하는 소탕전에 가까웠고 그로부터 이틀 뒤에 구로다 나가마사와 오토모 요시무네가 대해국 병사들에게 사살되면서 소탕전은 마무리가 되었다.
임진년(1592년) 4월 18일 대해국 군대는 이키 섬을 완전히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이키 섬에서 구로다 가문과 오토모 가문의 군사들을 소탕한 후 나는 장군들을 소집했다.
“제장들 모두 오늘 수고가 많았네. 연희라도 베풀어 수고한 장졸들을 위로해야겠지만 지금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고 이곳도 방금 전까지는 적지였으니 한 치라도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모두들 이해해주기 바라겠네.”
장군들은 내 말에 공감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모두들 피곤하겠지만 방금 말했듯이 지금은 전쟁 중이니 한시가 급한 상황인 것을 이해하게.”
말을 끝낸 나는 최도진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최장군은 내일 아침 일찍 전선 24척을 이끌고 대마도로 출병하도록 하게.”
“대마도도 점령하는 것입니까?”
최도진은 신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대마도에는 상륙하지 않을 것이네. 대마도에 정박해 있는 왜선들을 불태우고 혹시 부두나 항구에 군량이라 화약이 쌓여있으면 모두 불태우도록 하게 조선에 상륙한 왜군의 보급을 차단할 계획이니 철저하게 불태우도록 하게.”
“예. 전하. 명을 따를 것입니다.”
왜군의 보급을 차단한다는 말에 최도진은 이번 임무의 중요성을 깨닫고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최도진의 대답을 들은 나는 강영남에게 질문을 던졌다.
“전선들에 싣고 온 무기와 군수품을 모두 섬에 내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강영남은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일손만 충분하다면 내일 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군량과 화약은 운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대포 특히 컬버린을 섬으로 내리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야 해서 내일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좋아. 전선에서 군수품을 모두 내리는 대로 강장군은 대해국에 다녀와야겠네.”
“명을 따르겠습니다. 전하.”
내 말을 들은 강영남은 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전선 20척을 이끌고 모레 아침 대해국으로 출발하도록 하게. 대해국에서 군량과 화약을 수송해오도록 하고 대해국으로 가는 길에 포로들도 좀 데려가는 것이 좋겠군.”
전쟁 기간에도 대해국에서는 계속 무기와 화약을 생산하고 있었으니 일할 사람들이 필요했다. 나는 포로들의 노동력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부상당하지 않은 포로들 중에서 비교적 젊은 자들로 데려가도록 하게 항해기간동안 반항하거나 도망치려고 하는 자는 처형해도 좋아.”
강영남에게 다시 한번 명령을 내린 후 나는 장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로다가와 오토모가의 패잔병들을 소통한 후 포로들을 분류해 일부는 이곳에서 포대를 건설하는 작업에 동원하고 대부분의 포로들은 오시마 섬에 수용할 계획이네. 나는 이곳에 남아 포대를 건설하고 포로들을 관리하도록 하겠네.”
이것으로 임무의 배분이 끝났다. 이키 섬에 포대가 완성되면 나고야(히젠 나고야)에서 조선으로 출병하는 왜선들을 저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이키 섬에 설치하기 위해 컬버린 6문과 현자총통 36문을 가져왔다. 이 대포들로 대해국에 설치된 해안포대 보다 더 큰 규모의 포대를 설치할 생각이었다.
대해국의 군대가 이키 섬을 점령하고 있는 동안에도 조선에서도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선에 상륙해 부산진을 함락시킨 고니시 유키나가는 연이어서 동래성을 함락시키고 한성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고 고니시 유키나가의 뒤를 이어 가토 기요마사가 지휘하는 2만2800명의 왜군이 조선에 상륙해 경주를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이렇게 4만 명 이상의 왜군이 조선에 상륙해 경상도 남부 지역을 휩쓸고 다니는 동안에도 조정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조정에서는 4월 17일에 왜군이 조선에 상륙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왜군의 본격적인 침략이 아닌 규모가 큰 왜군들이 상륙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조정에서는 이일을 순변사로 임명하고 남해안으로 내려가 왜군을 토벌할 것을 명령했지만 이때 이일이 한성에서 거느리고 내려간 병력은 군관 60명에 불과했다. 물론 조정에서도 이들 60명만으로 왜군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일은 조선의 방어체계인 제승방략에 따라 경상도로 내려가 경상도에서 소집된 군사들을 지휘해 왜군을 몰아낼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