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몬 해협 >
임진년(1592년) 4월 21일 일기도(壱岐島)[이키 섬]
21일 아침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히라도에 다녀온 사화동이 새벽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마쓰라 다카노부로 부터 서신과 철, 구리, 유황을 받은 사화동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20일 밤에 히라도를 출발해 오늘 새벽에 일기도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밤을 새서 달려온 사화동으로 부터 히라도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 받은 후 돌아가 쉴 것을 명령하고 다카노부가 보낸 서신을 펼쳐보았다. 다카노부가 보낸 서신에는 나고야 성에 집결해 있는 다이묘들과 그들이 거느리고 있는 군대의 규모와 함께 히데요시가 21일 경에 스오국에서 배를 타고 규슈로 건너 갈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히데요시가 바다를 건너온다는 정보에 주목했다.
“간몬 해협(関門海峡)이다 히데요시가 혼슈에서 규슈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간몬 해협을 건널 수밖에 없다. 히데요시가 간몬 해협을 건너는 바로 그 순간이 히데요시를 제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히데요시가 자신의 직속 군사들과 주코쿠, 간사이 지역의 군사들 까지 10만에 달하는 대군을 거느리고 움직이고 있었고 나고야 성에는 규슈와 시코쿠의 다이묘들이 군사를 거느리고 집결해 있었으니 히데요시는 나고야에 도착하면 20만에 가까운 대군이 히데요시를 에워싸게 된다. 아무리 시마즈 가문과 손을 잡았고 시마즈 가문에서 히데요시에게 이를 갈고 있다고 해도 히데요시가 20만 대군을 거느리고 나고야 성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히데요시의 목을 치는 것은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히데요시가 간몬 해협을 건널 때 기습할 수 있다면 히데요시가 타고 있는 배를 불태우거나 침몰시키는 것만으로도 히데요시를 제거할 수 있었다.
“충분히 가능하다. 히데요시가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있다고 해도 간몬 해협을 건널 때는 배를 타야 하니. 간몬 해협을 건너려는 배들을 침몰시켜 버리면 히데요시를 잡을 수 있다. 만에 하나 히데요시를 잡지 못한다고 해도 10만의 대군이 나고야 성에 합류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니 간몬 해협에서 왜군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히데요시와 함께 간몬 해협을 건너는 무장들과 군사들의 히데요시의 직속 군사들과 히데요시에게 충성하는 모리가문의 무장들과 군사들일 것이니 간몬 해협에서 그들을 제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간몬 해협으로 출병할 것을 결정한 나는 일기도에 남아있는 장군들을 소집했다.
“히데요시가 간몬 해협을 건너려고 한다. 오늘 스오국에서 배를 타고 간몬 해협을 건너려고 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간몬 해협을 건너 부젠(豊前)이나 지쿠젠(筑前)으로 건너가려는 것 같다. 나는 함대를 이끌고 간몬 해협으로 출병해 히데요시와 간몬 해협을 건너는 왜군들을 공격할 계획이다.”
말을 마친 나는 잠시 장군들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반대의사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장군들을 바라본 후 나는 박언필에게 물었다.
“아침밥을 먹은 후 출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수 있겠는가?”
박언필은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심려를 놓으십시오. 전하. 전선들은 언제라도 출병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병사들도 출병에는 지장이 없도록 준비시키도록 하겠나이다.”
박언필의 대답에 나는 만족한 표정으로 보이며 사화동에게 물었다.
“장군이 선봉에 나서서 함대를 인도해야할 것이다. 히데요시가 바다를 건너기 전에 간몬 해협에 도착해야 하니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 간몬 해협까지 뱃길을 안내할 수 있겠는가?”
“예 전하. 마카오에 다녀오면서 이지역의 바다를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헤치고 다녔습니다. 소장 외에도 저희 대해국에서는 이 지역의 바다에 익숙한 선장과 수병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으니 가장 빠른 길로 함대를 인도할 수 있나이다.”
사화동의 대답을 한 후에도 할 말이 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라.”
“전하. 일기도에 주둔하고 있는 전선은 13척에 불과하옵니다. 히데요시와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대마도로 출병한 최장군이 돌아와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화동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최장군에게는 연락선을 보내 회군명령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최장군이 돌아올 때 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다. 준비가 되는 대로 간몬 해협으로 출병할 것이다.”
나는 장군들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고 장군들을 고개를 숙이며 일제히 대답했다.
“전하의 명을 따를 것입니다.”
그로부터 2시간 후 12척의 전선이 일기도를 떠나 간몬 해협으로 출병했다. 일기도에 남아있던 전선은 대마도로 북상해 대마도의 항구와 왜선들을 불태우고 있는 최도진 장군에게 내 명령을 전달했고 명령을 확인한 최도진은 전선들을 거느리고 황급히 일기도로 돌아왔다.
임진년(1592년) 4월 21일 조선 한성 경복궁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선조를 독대한 정언신은 선조에게 간청했다.
“전하. 왜군의 수가 20만이 넘는 다는 통제사와 이대원의 장계를 완전히 믿을 수 는 없지만 지금의 상황이 조선에 왜군이 상륙한 것은 사실이니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마땅한 줄 아옵니다.”
“대비라는 무엇을 하라는 말이냐? 좌상은 이일과 신립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냐?”
“전하. 소신도 경상도 순변사 이일과 삼도 순변사 신립이 왜군을 토벌해 전하께서 더 이상 왜군으로 인해 근심하시는 일이 없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전장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사오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한성을 방어할 준비를 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옵니다.”
정언신의 간청에 선조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성을 방어하라니 왜군들이 한성까지 올라올 것이라는 말인가?”
정언신은 선조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하 그야말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전하께서는 이 조선의 기둥이시니 전하께서 계신 이 한성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평소라면 선조의 눈치를 보며 선조의 비위를 맞춰주었을 정언신이었지만 오늘은 물러서지 않고 도리어 선조를 밀어붙였다. 선조는 정언신의 이런 모습에 은근히 놀랐지만 정언신이 죽음도 각오하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모르고 있었다.
어제 선조와 독대한 후 자신의 집을 돌아가 생각을 거듭한 정언신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기로 결심했다.
‘주상전하께서 수군통제사를 의심하고 계시니 수군이 한번이라도 왜군에게 패한다면 통제사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일과 신립이 왜군을 몰아낸다면 다행이지만 왜군이 정말 20만 대군이라면 제아무리 이일과 신립이라고 하더라도 고작 수천에서 몇 만의 군사로는 왜군으로 몰아내지 못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정언신은 정말 조선이 큰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수군통제사가 파직당하고 처형을 당하면 한동안 수군은 혼란에 빠져서 왜군을 바다에서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이일과 신립이 왜군에게 패하기라도 한다면 왜군은 파죽지세로 한성으로 올라올 것이고 그때 왜군으로부터 한성을 방어할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면 이미 늦은 다음이다. 지금부터라도 한성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언신의 공세에 선조는 지쳤다는 표정을 보이며 물었다.
“좌상은 어찌하기를 바라는가?”
선조의 질문에 정언신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전하. 경상도 순변사와 삼도 순변사가 왜군에게 승리한다 하더라도 뒤를 받쳐줄 군사의 수가 적으면 왜군을 완전히 토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옵니다. 지금 즉시 평안도와 황해도 그리고 강원도와 경기도의 모든 병영의 군사들을 한성으로 집결시켜 주시옵소서. 그리고 한성과 인근 고을에 거주하고 있는 장정들 중에서 병장기를 들 수 있는 자들은 신분에 관계없이 징집해 군사로 삼아야 하며 군기시 어명을 내리시어 병장기를 생산하게 하시옵소서. 마지막으로 도성의 방어와 한강의 방어선 구축을 신에게 맡겨주신다면 한강을 방어선으로 삼아 왜군이 한성으로 진군하지 못하도록 저지할 것이옵니다.”
정언신의 대답을 들은 선조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선조는 결론을 내리고 정언신에게 말했다.
“한성과 인근 고을의 장정들을 징집하는 것과 평안도와 황해도, 강원도와 경기도의 군사들을 모아 한성을 방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과인이 병영에 명을 내려 군사들을 한성으로 집결시킬 것이다. 전쟁이 일어났으니 군기시에서는 당연히 병장기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좌상이 직접 한성을 방어와 한강의 방어선을 구축할 필요는 없다. 좌상은 과인과 함께 국정으로 의논해야 하니 김명원을 도원수에 제수해 한강의 방어선을 구출할 것을 명할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정언신은 자신이 직접 한강의 방어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웠지만 선조가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어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경기도의 군사들을 한성으로 불러들이겠다고 하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에 선조에게 절하며 성은이 망극하다고 외쳤다.
‘한성 안에는 10만석 이상의 쌀이 쌓여있고 화약도 2만근 이상이 쌓여있으며 한성과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백성들의 수도 적지 않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수천 명의 장정들을 징집해 무장시킬 수 있다. 왜군이 20만이 넘는 대군이라고 해도 4개 도의 군사들이 도착하고 한성과 인근 마을의 장정들을 동원해 왜군이 한강을 넘지 못하도록 막아낸다면 한성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정언신은 선조에게 절을 한 후 일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임진년(1592년) 4월 21일 간몬 해협
사화동은 장담했던 대로 간몬 해협 인근의 바다에 익숙했다. 사화동의 안내로 함대는 병다른 어려움 없이 간몬 해협 까지 진군할 수 있었고 때마침 불어온 바람과 빠르고 사납기로 유명한 해류를 타고 일기도에서 출발한지 5시간 만에 간몬 해협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른 시간이었다. 간몬 해협의 입구에 있는 우마시마 섬이 보이자 나는 잠시 함대 전체에 명령을 내렸다.
“화포장과 포수들은 즉시 모든 함포에 화약과 포탄을 장전하도록 하고 진천뢰도 준비해 두도록 하라. 사부들은 화전을 준비하고 다른 병사들도 각자의 무기들을 점검하고 장전하도록 하라 간몬 해협에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화병들은 주먹밥을 만들고 감자를 삶아놓도록 하라 전투가 시작되면 병사들이 밥을 먹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예. 전하.”
기함에서 깃발을 올려 다른 전선들에게 내가 내린 명령을 전달했다. 화포장과 포수들은 함포로 사용하고 있는 현자총통에 화약과 포탄을 장전했다.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장전하는 동안에도 전선은 바람과 해류를 타고 간몬 해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혼슈와 규슈 사이에 있는 간몬 해협은 혼슈에서 규슈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너야 하는 해협이지만 폭이 좁은 곳은 해협의 폭이 650m도 되지 않고 유속이 9노트에서 10노트에 이를 정도로 빨라 전투를 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12척의 전선으로 히데요시와 10만 이상의 왜군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나는 간몬 해협의 이런 환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