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221화 (221/223)

< 간몬 해전 >

“쾅~”  “쾅~”  “쾅~” “쾅~”  “쾅~”

현자총통이 불을 뿜으며 철환을 발사했다. 발사된 철환은 왜선을 향해 날아갔고 선체에 명중하자 왜선의 선체에는 큰 구멍이 났다. 

“안 돼~”  “어서 구멍을 막아라.” 

철환에 맞아 파손된 곳으로 바닷물이 들어오자 왜군들은 비명을 지르며 구멍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유속이 빠르기로 유명한 간몬 해협의 바닷물은 순식간에 선체 안으로 몰려들어왔다.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파손된 부위는 점점 넓어졌고 왜선은 서서히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쉬지 말고 방포하라. 진천뢰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고 사부들은 화전을 준비하라.”

나는 갑판에 서서 전투를 지휘했다. 내가 내리는 명령은 깃발 신호를 통해 다른 전선들에게도 전해졌고 대해국의 전선들은 왜선을 향해 연이어서 현자총통을 발사했다.“

“쾅~”  “쾅~”  “쾅~” “쾅~”  “쾅~”

또 한번 포성이 울리자 눈앞에 보이는 왜선들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직 히데요시가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선은 잡지 못했지만 대해국의 전선들은 눈앞에 보이는 왜선을 침몰시키며 앞으로 전진 하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간다면 승산이 있다. 충분히 승산이 있어.”

나는 왜선을 향해 철환을 발사하고 있는 대해국의 전선들을 바라보며 이번 해전의 승리를 자신했다. 나는 전선들의 화력을 믿고 주저하지 않고 간몬 해협으로 들어왔다. 나는 간몬 해협에는 처음 들어왔지만 히데요시를 찾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히데요시는 남들 앞에서 화려한 복장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백성들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히데요시가 간몬 해협을 건넌다면 남들 모르게 조용히 건널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 예상대로 간몬 해협을 절반정도 통과했을 때 한 무리의 왜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왜선들 가운데 유독 크고 화려하게 장식된 왜선이 선단의 한가운데 있었고 다른 왜선들은 그 왜선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왜선들을 발견한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공격을 명령했다.

“지금 즉시 방포하라. 왜선들 한가운데 있는 가장 큰 왜선에 히데요시가 타고 있을 것이다.

어서 방포하라.“

방포명령이 떨어지자 대해국의 전선들은 뱃머리를 왼쪽으로 돌려 정면의 왜선들에게 전선의 우측면 갑판에 배치된 총통을 조준했고 간몬 해협에 진입하기 전에 장전해둔 총통을 방포했다. 

“쾅~”  “쾅~”  “쾅~” “쾅~”  “쾅~”

우리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왜선들을 일제히 철환을 맞고 침몰했고 전면의 전선들 외에 2열의 전선들도 45도 각도로 뱃머리를 돌려 왜선을 조준한 후 총통을 방포하자 또 다시 5척의 왜선이 침몰했다. 

왜군들을 10여척의 왜선을 잃고 나서야 우리가 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리 전선에 올라타기 위해 속도를 높여 전선으로 다가왔지만 왜선들이 다가오기 전에 전선에서 또 다시 현자총통이 불을 뿜었다. 

“쾅~”  “쾅~”  “쾅~” “쾅~”  “쾅~”

전선들을 행해 달려오던 전선 3척이 철환에 맞아 침몰했고 포격을 무릅쓰고 전선에 접근한 왜선에게는 화전이 날아갔다. 

“불이다. 불이야~”  “어서 물을 떠와 바닷물을 퍼부어라.”

선체에 화전이 명중하자 왜병들은 황급히 물을 부어 불을 끄려고 했지만 왜병들이 불을 끄기 위해 물통을 들고 설치고 있었을 때 총성에 울렸다.

“탕~”

총성이 울린 후 왜병들에게 물을 떠 오라고 외치던 무사가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쓰러진 무사를 부축하려던 왜병들은 무사의 이마에 구멍이 나있고 그 구멍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철포인가? 설마 단 한발로 무사를 노린 것인가?”

무사를 부축하던 왜병은 무사가 화승총으로 저격당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해국의 전선들을 바라보았다. 전선의 갑판에서는 어느새 총병들이 화승총을 조준하고 있었다. 

이미 무사가 저격당한 것을 알고 있었던 왜병은 황급히 갑판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대해국의 총병들은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충성이 연이어서 울리면서 몸을 피하려던 왜병은 물론 갑판에 나와 있던 왜병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불을 끄려던 왜병들이 쓰러지자 선체에 붙은 불길은 점점 번져갔고 왜선은 곧 불타올랐다. 대해국의 전선들은 거리가 떨어져 있는 왜선들에게는 철환을 발사하고 전선에게 다가오는 왜선들에게는 화전과 화승총을 쏘며 왜선들을 침몰시켜 나갔다.

“저 남만선들은 어디에서 나타난 것이냐? 수군은 남만선을 몰아내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 어서 남만선을 침몰시키지 못하겠느냐.”

왜선들이 불타거나 침몰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분통을 터트렸지만 왜선들은 대해국의 전선들에게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히데요시가 화를 내고 있었지만 가신들은 히데요시를 두려워할 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다른 가신들이 나서지 못하자 이시다 미쓰나리가 나서서 말했다. 

“다이코 전하(도요토미 히데요시) 남만선은 여러 종류의 철포와 화기로 무장하고 있는 탓에 우리 전선들이 상대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만선의 수는 불과 10여척에 불과하니 우리 전선들이 포위하기만 한다면 남만선을 불태우거나 침몰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남만선들은 수군에게 맡기시고 다이코 전하께서는 일정대로 나고야 성으로 행차하시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이시다 미쓰나리가 나서자 미쓰나리의 친우인 오타니 요시쓰구도 나서서 거들었다. 

“다이코 전하. 나고야 성에는 규슈지역의 다이묘들과 군사들이 전하께서 도착하시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을 출병한 다이묘들도 다이코 전하께서 명령을 내려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한시라도 빨리 나고야 성을 행차하셔서 규슈지역의 다이묘들과 군사들을 위로하시고 조선으로 출병한 다이묘들을 지휘하시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전하 나고야 성으로 행차하시지요.”

“전하 남만선들은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으실 것입니다. 우리 수군은 전선의 수가 500척이 넘으니 남만선들을 제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나고야 성으로 행차하셔야 하옵니다.”

이시다 미쓰나리에 이어서 오타니 요시쓰구도 히데요시에게 나고야 성으로 떠날 것을 권하자 히데요시의 가신들은 앞 다투어 나고야 성으로 떠날 것을 주장했고 가신들의 주장에 히데요시도 마음이 흔들렸다.

“정말로 우리의 수군이 남만선들을 물리칠 수 있겠느냐?”

히데요시의 질문에 이시다 미쓰나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모리님(모리 데루모토)께서는 일찍부터 수군을 이끄시어 해전에 능숙하시고 수군에 대해 잘 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수군 중에 모리님의 군사들도 적지 않으니 모리님께서 수군을 지휘하시면 남만선을 침몰시키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시다 미쓰나리의 대답을 들은 히데요시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명령을 내렸다.

“좋다. 모리 데루모토에게 수군의 지휘를 맡기도록 하겠다. 한시라도 빨리 남만선들을 불태우고 늦지 않게 나고야 성으로 오도록 하라.”

“전하.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히데요시가 선단에서 빠져나와 나고야 성을 갈 것을 결정하자 가신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모리 데루모토에게 남만선들을 물리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히데요시가 탑승한 상선은 히데요시의 직속군사들이 탑승한 왜선들의 호위를 받으며 뒤로 물러섰고 상선이 규슈의 부젠국으로 방향을 돌리자 오타니 요시쓰구는 자신의 동료이자 친구인 이시다 미쓰나리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총명한 친구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하구나. 자존심이 강하신 전하를 좋은 말로 설득해 나고야 성을 향하게 했으면서 모리 데루모토에게 남만선들을 맡기다니. 우리 수군이 남만선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말한 사람은 미쓰나리지만 전하께서 모리 데루모토에게 남만선을 토벌할 것을 명령하셨으니 우리 수군이 남만선을 토벌하지 못한다고 해도 패전의 책임은 모리 데루모토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말 대단한 친구다.’

갑판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던 이시다 미쓰나리는 오타니 요시쓰구의 시선을 느꼈는지 요시쓰구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나? 사지를 벗어난 것이 그리도 즐거우신가?”

오타니 요시쓰구는 이시다 미쓰나리의 말을 듣고 놀랐다.

“아니. 사지라니? 그럼 자네는 모리님이 남만선들을 물리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가?”

미쓰나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니 나고야 성으로 가야한다고 다이코 전하께 아뢴 것이 아닌가. 수군이 남만선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으면 다이코 전하께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계시도록 말씀드렸어야 하겠지 그러나 우리 전선으로는 남만선들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네. 그래서 나고야 성으로 행차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 아닌가.”

미쓰나리의 대답을 들은 오타니 요시쓰구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그럼 모리님과 수군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모리님께서는 바다를 잘 아시고 수군을 이끄신 경험도 있으시니 다이코 전하의 상선이 시야에서 멀어지시면 남만선들을 피해 나고야 성으로 오시겠지. 수군의 피해는 있을지 몰라도 모리님께서 몸을 피하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네.”

오타니 요시쓰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모리님이라도 남만선을 물리치지 못하시면 패전의 책임을 피하시지는 못하실 텐데.”

미쓰나리는 요시쓰구를 향해 소리 없이 웃은 후 대답했다.

“자네나 나나 다이코 전하를 모신지가 얼마나 됐는가? 그런데도 그렇게 다이코 전하에 대해 모를 수가 있다니 정말 놀랍군.” 

그 말을 들은 오타니 요시쓰구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다이코 전하께서도?”

“물론 짐작하고 계시지. 지금까지 다이코 전하께서 승전의 기회를 다른 다이묘에게 양보하신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다이코 전하께서도 남만선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아시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실 명분을 찾고 계셨을 것이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나고야 성으로 행차하실 것을 말씀드리니 못이기는 척하시고 받아들이신 것이지. 물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남만선의 수는 12척에 불과했고 모리님이라면 다이코 전하의 상선이 물러설 때 까지 남만선들을 붙잡아둘 능력이 충분히 있으신 분이니 다이코 전하께서도 안심하시고 물러나신 것이네.”

오타니 요시쓰구는 그제 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이시다 미쓰나리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요시쓰구에게 말했다.

“모리님께서 나고야 성으로 돌아오시기만 하면 다이코 전하께서 다이묘들의 눈을 의식해 꾸짖을 수는 있어도 처벌하지는 않으실 것이네. 모리님은 120만석의 영지와 군사 3만을 거느리고 계신 다이묘이시며 다이코 전하의 맹방이니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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