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포획
“읏, 흐윽. 흐으으…….”
이 남자를 벗어날 수 없다.
그 선명한 공포감에 압도당한 레인디아는 경기를 일으키듯 크게 몸을 들썩였다. 에이든은 미친 듯이 떨리는 레인디아의 등을 다정히 다독여줬다.
“많이 춥구나, 디아. 괜찮아. 내가 얼른 따뜻하게 해 줄게.”
에이든의 손바닥이 허리를 더듬으며 올라왔다. 레인디아는 꾹 눈을 감은 채 미약하게 몸을 뒤틀었다. 에이든의 손이 우뚝 멈췄다.
“소파에서 하는 건 싫어? 그럼 침대로 갈까?”
“저, 저는. 싫……. 읏!”
에이든은 한쪽 팔로 레인디아의 몸을 휘감아 어깨에 걸쳤다.
“싫다고? 그래서? 신경 안 써.”
에이든은 성큼성큼 침대로 걸어갔다.
“말했지, 나는 지금 화가 났다고.”
“아……!”
풀썩.
레인디아의 몸이 철제 침대 위로 떨어졌다. 에이든은 단숨에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 분명 오랫동안 방치된 별장이었다. 그런데 침대엔 먼지 한 톨 없었다. 아마 이렇게 될 줄 알고 하녀를 시켜 미리 청소를 해두었겠지.
이제 와 생각하면 너무나 뻔했다.
모든 게 척척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에이든에게 붙잡히기 전까진 저택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 줄만 알았다. 레인디아는 너무나 순진했고, 에이든은 소름 끼칠 만큼 사악했다.
“디아가 춥다기에 몸을 데워줄 겸 벌을 줄까 해.”
에이든은 부드럽게 목을 돌리며 스카프를 풀었다. 그대로 레인디아의 손목을 한 손으로 붙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새하얀 스카프는 손목을 결박하는 밧줄로 변모했다. 레인디아는 침대 헤드에 묶인 손목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봤다. 손목을 비틀어도 봤지만, 꽁꽁 묶인 스카프는 요지부동이었다.
“쉬. 움직이면 아파, 디아.”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팔을 잡아 누르며 묶인 손바닥에 쪽쪽 입을 맞췄다. 그렇게 꼼질대는 손가락을 이빨로 살살 깨물던 에이든은 뒤늦게 깨달은 듯 중얼거렸다.
“이런. 손을 먼저 묶어버려서 옷을 벗길 수가 없네.”
뱀 같은 손가락이 치마 속을 파고들었다. 에이든은 단숨에 레인디아의 속옷을 벗겨냈다. 레인디아는 다리 사이에서 무언가 주욱 늘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챈 그녀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오랫동안 에이든에게 안긴 몸뚱이는 이제 살이 닿기만 해도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이미 주인의 의지를 반한 지 오래였다.
“응? 젖었네?”
팬티에 끈적한 애액이 묻어 있었다. 에이든은 그것을 보며 히죽 웃었다. 붉은 혓바닥이 속옷에 묻은 애액을 훔쳐 갔다. 에이든은 그 맛을 음미하며 코로 속옷의 냄새를 빨아들였다. 반쯤 솟아 있던 그의 고간이 완전히 부풀어 올랐다. 에이든은 손안에서 속옷을 뭉개며 중얼거렸다.
“하아. 고작 몇 시간 떨어져 있었는데 이 냄새가 얼마나 그립던지. 만약 정말로 디아가 도망쳤어 봐. 나는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을 거야.”
붉은 시선이 레인디아에게 향했다.
장식 하나 없이 수수한 검은 드레스는 목 끝까지 단추가 단정히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티끌 한 점 묻지 않은 새하얀 앞치마가 그녀의 앞판을 가렸다. 설마, 이렇게 하녀복을 입은 모습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확실히 그림보다 자극적이었다.
정갈한 하녀복이 마치 수녀복처럼 배덕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나는 신의 자녀를 범하는 악인인가. 마음에 들어. 붉은 눈동자가 교활하게 가늘어졌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검은 치마를 훅 걷어 올렸다. 그는 사냥용 가죽 장갑을 벗어 맨손으로 레인디아의 밋밋한 배를 쓰다듬었다.
“임신이라도 시켜버릴까?”
레인디아는 제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잘해 주는데도 자꾸 도망치면 말이지. 이제는 디아의 모성에 기댈 수밖에 없어. 디아는 모시는 아가씨를 지키려고 남장까지 할 만큼 책임감이 남다르니까. 임신한 몸으로 도망치진 않을 거 아냐? 제국에서 미혼모의 처지가 얼마나 불행한지 잘 알고 있을 테니. 설마, 아이를 위해 나쁜 선택을 하겠어?”
에이든은 사려 깊은 목소리로 아주 끔찍한 계획을 늘어놨다. 여전히 그의 손바닥은 레인디아의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있었다. 레인디아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임신이라니, 안 돼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레인디아가 침대가 덜컹거릴 만큼 팔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든은 한 손으로 레인디아의 손목을 붙잡아 손쉽게 제압했다. 손목에 압력이 가해지자 그녀의 몸이 다시금 유순해졌다.
“흐, 흐윽.”
레인디아는 무력하게 헐떡이다 고개를 들었다. 물기를 머금은 검은 눈망울이 덫에 걸린 암사슴처럼 애처롭게 글썽거렸다. 역광이라 에이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섬뜩한 붉은 눈동자가 입맛을 다시며 저를 내려다보고 있음은 자명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공기가 스산했다.
“반항은 다 끝났어?”
에이든의 무심한 목소리가 침묵을 갈랐다. 그러나 레인디아의 손목을 더듬거리는 손길은 소름이 끼칠 만큼 부드러웠다. 레인디아는 다시 고개를 떨궜다. 저항은 무의미했다. 온 힘을 다해도 남자를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단 사실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완벽한 포식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저는 먹이 사슬의 최하위에 있는 한낱 피식자였다.
한편으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이든이 왜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집착하는지. 이미 한 번 취하는 것으로 가치를 다해버린 존재였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자꾸만 제 몸을 원했다.
그래서 괴로웠다. 그의 페니스가 내밀한 공간을 찌를 때마다 전율하는 자신이 믿기지 않았고, 이렇게 맞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축축하게 젖는 몸이 경멸스러웠다. 짧은 시간 동안 그의 흔적이 몸 곳곳에 남아 너무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사실 가장 두려웠던 건,
에이든의 존재가 아니라 그에게 익숙해지는 자신이었다.
동시에 풍요로운 삶에 익숙해지는 몸뚱이가, 두렵다.
“요, 용서해 주세요. 더는 도망치지 않을게요.”
“도망치지 않겠다고? 글쎄. 디아는 교활해서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오늘만 해도 선물을 남기고 도망갈 만큼 잔인한 짓을 벌였잖아?”
에이든은 덤덤히 대꾸하며 한 손으로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지이익. 지퍼가 갈라졌다. 그 사이로 선액을 뚝뚝 흘리는 귀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인디아는 허벅지를 꽉 닫은 채 덜덜 몸을 떨었다.
“벌려.”
에이든이 좆을 쥔 채 명령했다. 그의 페니스는 평소보다 흉악하게 부풀어 있었다. 마치 몸 안의 모든 피가 좆대에 몰린 것처럼 핏줄이 툭툭 불거졌다. 그 위협적인 자태에 레인디아는 압도되고 말았다.
“몸이 안 움직여, 디아?”
에이든은 한층 다정해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는 애처롭게 몸을 떠는 레인디아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겁먹을 거 없어. 벌이라고 해 봤자 디아가 움직이지 못하게 손목을 묶어둔 게 전부야. 내가 디아를 어쩌겠어. 응? 죽이기라도 할까?”
에이든의 무릎이 레인디아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단단한 허벅지가 강제로 레인디아의 다리를 벌렸다. 뒤집힌 치맛자락 아래로 붉은 속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하체를 비벼왔다. 단단한 자지는 용광로에 넣은 철심처럼 뜨거웠다.
“벌이니까 바로 넣어도 되지? 뭐, 이미 충분히 젖은 것 같지만.”
“흣!”
뾰족한 귀두가 레인디아의 밑을 파고들었다. 음부와 함께 레인디아의 입도 동굴처럼 벌어졌다.
“아, 아……!”
좆이 밀려들어 왔다.
빠듯하게 조여오는 압박감에도 굴하지 않고 에이든은 꿋꿋이 좆을 욱여넣었다. 레인디아는 생살이 벌어지는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불이 붙은 양초를 꽂은 것처럼 점막이 화끈거렸다. 쑥쑥 들어온 페니스는 어느새 레인디아의 배 속을 가득 채웠다.
“아, 으, 아아…….”
무성하게 우거진 검은 음모가 음부 위에 비벼졌다. 에이든은 그대로 허리를 멈추고 서서 레인디아를 내려다봤다. 레인디아는 통통하게 부어오른 보지에 붉은 자지가 꽂힌 채 꼼짝을 못 했다.
그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자 속살이 함께 딸려 나왔다. 에이든은 좆을 반쯤 빼낸 상태로 얕은 곳을 푹푹 쑤셔댔다. 일부러 레인디아가 기분 좋아지는 곳을 비껴 찔렀다.
“흐읏……!”
쾌감에 익숙해진 레인디아의 몸은 착실하게 달아올랐다. 질 안은 금세 습해졌고 애액을 뿜어내며 에이든의 좆을 기분 좋게 포용해 줬다. 이미 열이 오를 대로 오른 하반신은 흐물흐물 해져서 저항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에이든의 좆은 얕은 곳만 깔짝거렸다. 도드라진 귀두갓은 말캉말캉한 골 안을 살살 긁기만 할 뿐 깊이 침투하지 않았다.
‘부족해…….’
아니야. 그렇지 않아……!
레인디아는 더 깊은 곳을 찔리고픈 욕망을 떨쳐내려 애썼다.
“더 깊이 넣어줄까?”
에이든의 속삭임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레인디아는 질끈 눈을 감은 채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왜, 내가 안에 쌀까 봐?”
레인디아는 이를 악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에이든이 후후 웃는 소리가 귓바퀴를 쓸며 멀어졌다.
“혹시 모르지. 디아가 솔직하게 굴면 이번에도 밖에 싸줄지.”
늘 이런 식으로 선택권을 주는 척 저를 옥죄는 남자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레인디아에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에이든은 머뭇거리는 레인디아를 보다 이전보다 깊이 좆을 쑤셔 넣었다. 아슬아슬하게 배가 차는 감각에 레인디아는 바르르 몸을 떨었다.
“아흑, 기, 깊이, 더……, 찔러주세요.”
“솔직하게 굴면 얼마나 예뻐.”
철퍽!
에이든은 나와 있던 페니스를 단박에 욱여넣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총 세 번을 있는 힘껏 쑤셔준 다음 레인디아의 두 다리를 꼭 붙여 제 오른쪽 어깨에 걸쳤다. 무게 중심이 옆으로 쏠리며 질 안이 자지 모양으로 뭉개졌다. 레인디아는 가물가물한 눈을 크게 뜨며 신음했다.
“기분 좋아, 디아?”
자궁이 퍽퍽 쳐올려졌다. 숨이 넘어갈 만큼 아찔한 쾌감에 이성이 녹아내렸다.
끽, 끽, 철제 침대가 부서질 것처럼 흔들렸다. 묶인 손목에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릿했다. 그러나 손바닥을 제외한 온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치 새빨간 핏물을 뿌린 것처럼.
“하윽, 아, 앙! 네, 기, 깊은 곳, 흐윽, 좋아요……!”
레인디아는 거의 눈을 뒤집으며 엉엉 신음했다. 불알이 찰싹찰싹 엉덩이를 때려서 둔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몸도 마음도 이 남자의 밑에 깔리면 모든 것이 난잡하게 흐드러졌다. 그러나 관계가 끝난 뒤엔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번에 정신을 잃고 눈을 뜨면 침실 안일까?
다시 그의 새장에 갇히고 말겠지.
레인디아는 끔찍한 미래에 순응하며 눈을 감았다.
“아아!”
바로 그때 에이든의 페니스가 살을 뭉개며 깊은 곳을 찔러 박았다. 레인디아는 목을 꺾은 채 미친 듯이 보지를 조여댔다.
스카프에 묶인 손가락이 오므라들며 손톱이 살가죽을 파고들었다. 손이 묶여 아무것에도 닿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이 여체를 압도했다. 다리로라도 그의 허리를 감싸고 싶었지만, 어깨에 걸쳐져 있어 불가능했다. 에이든은 그런 식으로 레인디아를 깊은 고독 속에 몰아붙였다.
“클리토리스 만져줄 테니까 계속 가.”
“아……? 아흑……!”
레인디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아앙! 싫어요, 아, 넣은 채로, 마, 만지는 거, 으응!”
“옳지. 그래. 기분 좋지?”
“아아앙!”
에이든은 페니스를 깊숙이 삽입한 채 엄지로 레인디아의 음핵을 짓눌렀다. 무게를 실은 압박감에 질벽이 좆 뿌리를 뽑을 기세로 경련했다. 자극이 올라오는 만큼 질이 좁아지는데 배 속 가득 페니스가 박혀 있으니 미칠 것만 같았다.
에이든은 그것도 모자라 좆이 들어온 깊이만큼 툭 튀어 오른 레인디아의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디아, 꼭 임신한 것처럼 배가 볼록해졌네?”
“아, 하으윽!”
“이렇게 조여대니 좆물을 안 뿌릴 수가 있나.”
“아, 안 대여, 안 대애…….”
키스 한 번 해 주지 않았는데 레인디아는 잔뜩 풀린 혓바닥으로 엉엉 울며 애원했다. 에이든은 이렇게까지 자신의 아이를 거부하는 그녀에게 반항심이 생겼으나 강제로 임신시킬 마음은 없었다. 아직은.
‘아이를 배면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섹스를 할 수 없잖아. 나는 한참 부족하단 말이야, 디아.’
무엇보다 이 탐스러운 젖통을 아이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에이든은 거슬리는 하얀 앞치마를 벗기고 목 끝까지 채워진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앞이 벌어지며 낡은 코르셋에 꽉꽉 눌러 담긴 젖가슴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에이든은 쯧 혀를 차며 인상을 구겼다.
“디아. 나 좀 봐.”
에이든은 잔뜩 풀어진 레인디아의 앞에 대고 손가락을 딱딱 튕겼다.
“흐읏, 네, 네에……?”
레인디아는 가물가물한 눈을 겨우 뜨며 에이든을 올려다봤다. 에이든이 그녀의 젖가슴 한쪽을 콱 움켜쥐었다. 손가락 안에서 젖살이 고통스럽게 뭉개졌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걸 좋아해? 붕대로 감질 않나, 이딴 싸구려 코르셋 안에 욱여넣지 않나. 디아, 너는 네 몸을 좀 더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해.”
드레스 안에 감추어진 젖가슴은 싸구려 코르셋 안에 꽉꽉 담겨 있었다. 다른 여자들이 힘껏 코르셋을 조여 가슴골을 만들 때, 레인디아는 가슴을 깊숙이 욱여넣어 숨기기 바빴다. 그러나 열심히 눌러 담아도 컵 안에 전부 들어차지 않은 가슴살이 위로 볼록 나와 있었다.
“읏, 하으, 하, 하지만……!”
레인디아는 파르르 떨며 고개를 저었다.
“사, 사내를, 으응, 유혹하는, 몸은……, 가려야, 한다고……, 아앙……!”
“누가 그런 훌륭한 가르침을 줬어?”
“배, 백작 부인께서……, 아! 깊어요……!”
“그래? 하지만 나와 있을 땐 상관없는 얘기야.”
에이든은 입매를 비틀며 웃었다. 그는 몸을 낮추더니 튀어나온 젖가슴 살을 콱 깨물어 잇자국을 만들었다.
“하읏!”
“쓰레기는 버리래도 듣지도 않고 말이야. 그렇게 쓰던 물건이 좋은 거야? 애착이라도 느껴? 내가 준 건 전부 구석에 쌓아두기만 하니……. 나는 아직도 디아가 정말로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 늘 거짓말만 하잖아. 그래서 속상해.”
에이든의 혀가 방금 제가 문 부위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이 모양대로 얕게 파인 살점 안으로 타액이 연고처럼 스며들었다. 그는 계속해서 레인디아의 가슴을 핥고 깨물어 흔적을 남겼다. 그러는 동안 밑에선 한 손으로 능숙하게 코르셋 끈을 풀었다.
“하아…….”
조여 있던 몸통이 벌어지며 젖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만큼 씹고 맛볼 부위가 넓어진단 생각에 흥분한 에이든의 페니스가 더욱 무럭무럭 커져 갔다. 동시에 레인디아의 배도 부풀었다. 요도 밖으로 울컥 흐른 선액이 질 안을 적셨다. 레인디아는 그 뜨거운 물이 정액일까 안절부절못하다, 계속 흐르지 않는단 사실에 겨우 안심했다.
“다 풀었어. 숨쉬기 편하지?”
“흣…….”
레인디아가 꼭꼭 숨겨온 젖가슴은 지방이 가득 차 탐스럽게 영글어 있었다. 희고 보드라운 살결 위에 붉은 잉크를 한 방울 떨어트린 것 같은 유두는 여전히 납작했다. 하지만 처음 볼 땐 젖꼭지가 함몰된 것처럼 젖가슴 살 안에 옴폭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수도 없이 빨아주니 이제야 조금 솟아올라 주변 살과 경계가 생겼다.
‘내가 길들인 몸이야.’
에이든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아흣……!”
에이든은 중지를 튕겨 짓궂게 유두를 때렸다. 난데없는 자극에 레인디아는 고개를 젖히며 끙끙 신음했다.
“내가 준 옷을 안 입겠다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마. 그냥 알몸으로 있어. 추우면 지금처럼 내가 안아줄 테니까.”
“아……!”
에이든은 한입에 레인디아의 젖가슴을 베어 물었다.
쭈웁. 쭙. 쭈우웁.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유두를 빨아들이자 레인디아가 골반을 비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에이든은 수치심에 젖어 든 레인디아의 얼굴을 즐겁게 관찰하다 눈을 내리깔고 젖을 빠는 것에 집중했다.
쭈우웁!
젖길을 타고 모유라도 나오는 것처럼 에이든의 목울대가 들썩였다. 그는 발딱 선 유두를 퉤 뱉어냈다. 그리고 손톱을 세워 둥근 유륜 모양을 따라 살을 짓눌렀다.
“봐, 내 좆처럼 디아의 젖꼭지도 발기했어. 클리도 예쁘게 부풀었고.”
에이든의 손바닥이 레인디아의 배 위로 내려앉았다. 그에 절로 고개가 젖혀졌다. 레인디아는 목을 물어뜯긴 암사슴처럼 헉, 숨을 들이켰다. 깊이 들이마신 숨만큼 아랫배가 가라앉고 갈비뼈가 솟아올랐다. 볼록한 배를 쓸던 손가락이 가는 갈빗대 사이를 파고들었다. 손길이 닿은 자리가 불에 덴 것처럼 홧홧했다.
“이 예쁜 몸.”
에이든의 손가락이 레인디아의 턱을 움켜잡았다.
“이제 알겠어. 복종하는 몸이야. 그렇지? 누군가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두툼한 엄지가 그녀의 입술을 억지로 벌리며 깊이 파고들었다. 우윽, 후윽……. 가는 혓바닥이 고작 엄지손가락 하나에 유린당했다. 에이든은 집요하게 침샘을 자극했다. 좁은 입 안 가득 타액이 범람했다.
“아으, 아으응…….”
레인디아는 혹여 황족의 몸에 상처를 낼까 봐 침이 흐를 때까지 삼키지 못했다. 기어코 한계까지 차오른 타액이 주르륵 입 밖으로 흘렀다. 에이든은 혀를 내밀어 삭삭 침을 닦아줬다. 혓바닥은 얇은 입술 바로 옆에서 멈췄다.
“그렇다면 나에게 복종해.”
농밀한 속삭임과 함께 레인디아의 밑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거뭇한 음모를 적셨다. 레인디아는 덜덜 몸을 떨며 절정에 달했다. 에이든은 좆을 박아 꽂은 채 레인디아의 머리를 두 팔로 감쌌다.
“알겠어, 디아?”
“흐으, 하아아.”
평생을 납작 엎드린 채 누군가를 섬겨야만 살아갈 수 있는 몸이라면, 좋아. 일으켜 세워주는 대신 너의 유일한 주인이 되어줄게. 너를 핍박하고 굶기는 주인에게 돌아가느니 앙상하게 마른 배를 가득 채워줄 상냥한 남자의 곁에 있는 게 좋잖아. 배를 채우는 것이 음식이든, 달콤한 과실주든, 무럭무럭 자라날 우리의 아이든 간에.
“으흐윽, 네, 네에…….”
“착하다. 예쁘기도 하지.”
에이든은 떨림이 젖어 든 젖가슴에 쪽쪽 입을 맞추며 상체를 일으켰다. 이윽고 레인디아의 배를 가득 채우고 있던 붉은 페니스가 뽑혔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얼굴 쪽으로 좆을 조준했다. 그리고 그대로 아랫배에 힘을 줘 힘차게 정액을 짜냈다. 탁한 정액이 포물선을 그으며 레인디아의 얼굴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 풍만한 가슴골과 가는 갈빗대, 다시 납작해진 아랫배가 차례차례 정액으로 젖어갔다.
“디아. 나의 디아.”
붉은 눈동자도 황홀감에 젖었다.
나는 최고의 주인이자 양육자로서 널 행복하게 해 줄 거야.
그렇지, 레인디아?
네가 내게 온 거야. 그러니 너는 내 것이야.
아아, 나의 사랑스러운 암사슴.
* * *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에이든의 품에 안겨 별장 밖으로 나왔을 땐 검은 마차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인디아는 에이든의 몸에 기댄 채 앉았다. 여전히 귓가에서 침대가 삐걱거리던 소리가 이명처럼 들리고, 묶여 있던 손목은 욱신거렸다. 에이든은 더욱 깊어진 애정과 집착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깍지를 꼈다. 오직 레인디아만이 텅 빈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레인디아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얼음을 깎아 만든 것처럼 소름 끼치는 남자가 있는 곳.
도주는 실패로 끝났다. 그녀가 철저하게 세웠다고 자부한 계획은 결국 에이든의 손바닥 안을 빙글빙글 돈 것에 불과했다. 손에 넣은 도서관의 지도마저 에이든이 만든 가짜였다니.
우습게도, 깊은 무력감 다음에 찾아온 것은 안도감이었다. 그 묵직한 정액이 배 속이 아닌 몸 위에 흩뿌려졌을 때. 그래, 레인디아는 안심했다.
에이든의 아이를 잉태하지 않았단 사실에. 그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겠어.’
그 후 레인디아는 에이든을 유혹하는 짓을 그만뒀다.
억지로 메이드들과 대화를 나누려 하지도 않았다. 모든 감정을 차단한 것처럼, 그저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런데도 에이든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기뻐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마치 병자를 간호하듯 레인디아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잠이 들 때까지 다독여줬다.
“으응, 아, 하아……!”
“디아. 기분 좋아? 오늘따라 엄청 조이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레인디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이든의 페니스가 밑을 뚫을 때면 헐떡대며 보지를 조일 수밖에 없었다. 몸은 이미 그에게 길들대로 길들어 버렸다.
“읏. 하아. 자, 다시 쑤시기 전에 디아가 입으로 깨끗이 닦아줘.”
바깥에 사정을 한 에이든은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페니스를 레인디아의 입에 가져다 댔다.
“깨끗이 빨아야 해. 내 씨물이 들어가서 배 속에 아기집이 생기면 곤란하잖아. 그렇지, 디아?”
레인디아는 크게 입을 벌려 입으로 귀두를 품었다. 귀두 주름과 핏줄 사이사이를 꼼꼼히 혓바닥으로 비벼 정액을 훔쳐냈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 들어 있던 페니스가 다시 밑을 뚫으며 들어왔다.
“디아의 타액이 묻어서 더 쑥쑥 들어가는 것 같아.”
“으읏, 앙, 아, 흐으……!”
“옳지. 디아가 기뻐하는 곳, 계속 문질러줄게.”
성욕에 굴복해버리고만 음란한 몸.
하지만 영혼만큼은.
마음만큼은 절대 꺾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봤지만…….
레인디아는 빛나는 샹들리에를 보며 눈을 감았다. 머리 위에서 에이든의 거친 숨결이 뚝뚝 비처럼 떨어졌다. 레인디아의 의식 역시 뚝뚝 끊겼다.
* * *
“수심이 깊어 보이십니다.”
집무실을 찾아온 노집사는 에이든의 마음을 알아채고 노련하게 돌려 물었다. 에이든은 서류를 옆으로 치우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디아가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 같아.”
에이든의 입에서 처음으로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
레인디아의 앞에선 내색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곁에 있으면 감히 불만 같은 걸 품을 겨를이 없었다. 사랑스러운 자신의 암컷을 두 눈에 담기 바빴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수발을 드는 동안엔 영혼이 충만해지는 감각에 취하곤 했다. 그러나 이렇게 잠시 떨어져 있으면 불퉁한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인간이다 보니.
“아가씨처럼 성실한 삶을 살아온 여성이라면 주인님의 깊은 사랑을 감당하기 벅찰 테니까요.”
“조금은 불성실하게 임해 줘도 좋은데 말이지.”
에이든의 표정이 삐딱해졌다.
사랑하는 레인디아가 무언가 요구해 줬으면 좋겠다. 공작령을 통째로 달라든가, 아무런 까닭 없이 심심하니 사람을 천 명쯤 죽여달라든가, 아니면 이 세상에 하나뿐인 다이아몬드를 구해달라든가. 관용처럼 쓰이는 말이지만 에이든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하늘에 별이라도 따다 줄 수 있었다. 진심이었다.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들어주고, 그것으로 레인디아가 기뻐한다면 성취감이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레인디아는 무슨 일에도 시큰둥했다. 마치 영혼 없는 빈껍데기 같았다. 그저 자신이 밑을 찔러줄 때만 기쁨에 전율했다. 몸에 각인시켜준 쾌감은 유효한 듯했다. 뭐 그것도 나름대로 사랑스러웠지만.
“마음을 너무 세게 꺾어버렸나 봐.”
역시 탈출할 수 있단 희망은 조금쯤 남겨두어야 했을까.
에이든은 곰곰이 생각하다 미간을 찌푸렸다.
“왜 자꾸 돌아가려는 걸까?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이곳은 최고의 환경이었다.
물론 레인디아의 입장에선 민중의 영웅, 그것도 황족씩이나 되는 대단한 남자가 자신에게 광적으로 집착한단 사실이 부담스러울 순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 집착을 줄인다는 건 불가능했다. 매일 봐도 허기가 진다. 몇 번이고 쓰다듬어도 부족했다.
그래, 마치 숨 쉬는 것처럼. 레인디아는 에이든에게 있어 산소 같은 존재였다. 이 세상에 숨 쉬지 않는 인간은 없었다. 그 말인즉, 이 집착을 멈추는 방법은 에이든의 죽음뿐이다.
‘눈앞에서 죽어줄 수도 없고. 하지만……, 나의 죽음으로 디아의 기억 속에 평생 각인될 수 있다면 그 또한 기쁠 것 같아.’
어쨌든 에이든이 생각하기에 레인디아가 자꾸만 돌아가려는 이유에는, 단순히 상대가 과분하다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그 머루처럼 까만 눈동자 아래엔 천하의 에이든 헬렌베르크조차 뒤흔들 수 없는 어떤 ‘신념’이 있었다.
신념. 그래, 마치 종교와도 같은 단단한 믿음이었다.
그게 대체 무엇일까?
“그래서, 날 찾아온 이유는?”
고심하던 에이든은 다시 현재의 문제로 관심을 돌렸다.
“예. 다름이 아니라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황궁에서 온 거라면,”
“명하신 것처럼 태우고 있습니다. 이번 편지는 후작저에서 도착했습니다.”
에이든은 집사장에게 편지를 건네받았다.
머스탱 지그문의 편지라면 읽을 가치가 있었다. 지그문 후작은 에이든의 부모가 북부에 거처하던 당시 가까운 사이였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에이든의 예상과 달리 지그문 후작은 에이든을 친구 부부의 자식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했다. 이따금 과하리만치 올곧은 성품에 속이 뒤틀리긴 했지만, 구린내가 나지 않아 마음에 드는 인간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도대로 척척 움직여주는 장기 말이란 점이 합격점이었다.
벌써 지그문 후작이 벨리타에게 등을 돌렸단 소문이 노스빌리움에 파다했다. 거기에 벨리타의 평판은 수도에서처럼 나날이 안 좋아졌다. 제아무리 향수와 보석으로 악취를 가려도 결국 그 추잡한 본질은 들통나기 마련이었다. 에이든처럼 철저히 타인과 선을 긋고 살아가지 않는 이상.
[존경하는 에이든 헬렌베르크 장군께.]
에이든은 지그문 후작의 글씨를 천천히 음미하며 내려갔다. 그답게 진중하면서도 강직한 필체였다. 그중 에이든의 관심을 단숨에 휘어잡은 표현은 ‘백작가의 사생아’였다.
[귀공께서 보호 중이신 하녀는 제 친우인 제임스 그레제 백작의 사생아입니다.]
이어지는 편지의 내용은 일목요연했다.
벨리타가 숲속에 레인디아를 버려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나, 그 뒷배경에는 백작가의 가정사가 깊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제삼자인 자신이 관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듯하다 못을 박았다. 그것과 별개로 벨리타가 후작가의 하인에게 군 만행은 치기로 넘어갈 수 없어 제 선에서 조치했단 점을 강조했다.
또한, 백작 부인이 백작가의 재정 문제를 비롯해 벨리타와 황후 사이의 관계를 은폐한 문제에 대해 해명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 답신을 기다리는 중이라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벨리타는 새로운 거처로 떠날 것이며, 지그문 후작의 경제적 지원은 모두 끊긴 상태였다.
벨리타는 버려진 오리알 신세였다.
“이게 바로 이지(理智)란 거지. 제국인들은 지그문 후작의 판단력을 본받아야 해.”
에이든은 하하 웃었다. 다소 격양된 웃음소리는 마치 짐승이 인간의 소리를 따라 하는 듯하여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소름이 끼쳤다.
“이제야 디아가 나를 떠나서 백작가로 돌아가려던 게 이해가 가네.”
“어째서인지요?”
“레인디아가 백작가의 사생아라는군.”
에이든은 대수롭지 않단 말투로 엄청난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상하지. 사생아가 본처의 자식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는 극히 드무니까. 이 말인즉슨 본처가 자식을 낳기 전에 불륜을 저질렀단 것인데, 디아의 외모로 보아 친모도 제법 미인이었지 않겠어? 어째서 그런 미인을 첩으로 두지 않은 걸까. 백작씩이나 되는 사내가.”
“주변의 평판을 의식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점도 이상해.”
에이든의 눈이 가늘어졌다.
“주변의 평판을 신경 쓰는데 불륜의 증거인 사생아를 저택에 하녀로 둔다? 그리고 본처는 그것을 허락하다니. 이야기가 묘한 쪽으로 흐른단 말이지. 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이야. 그런 끔찍한 존재를 십 년 가까이 데리고 있을 여자가 얼마나 될까?”
에이든은 레인디아가 하녀로 복무한 기간을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집사장은 여기까진 눈치채지 못하고 공감한단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복수치곤 백작 부인 본인이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사람을 보내 조사할까요?”
“그러지 않아도 산첼로에게 백작가의 뒷조사를 맡긴 참이야.”
그가 돌아온다면 진실을 알게 되겠지.
“그렇다면 지그문 후작의 입을 막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해서 함부로 떠벌릴 위인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 지금만 해도 제삼자로서 선을 잘 긋고 있지 않나.”
에이든은 난로 앞으로 걸어가 편지를 좍좍 찢었다.
“벨리타란 계집을 본 순간 구린내가 풍겼던 기억이 나. 그 집안은 참으로 수상쩍단 말이지.”
갈가리 찢긴 편지가 난로의 불길에 휩싸여 재로 변했다.
그날 밤, 산첼로가 보낸 서신이 도착했다.
그레제 백작가의 재정난이 가속화돼, 백작 부인이 창고에 보관 중이던 남편의 물건을 전부 경매에 부쳤다는 것이다. 경매는 돌아오는 주말 하이락의 경매장에서 진행됐다. 소문에 의하면 거액의 예술 작품과 골동품이 경매에 올라간다고 했다.
에이든은 답신에 백지 수표를 가득 동봉했다. 더 자세한 조사를 위해 수상쩍어 보이는 물품은 전부 사들여두라 덧붙이며.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어.’
늘 그래왔듯이, 승리의 여신은 그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 * *
늦은 밤.
레인디아는 달빛에 의지해 책을 읽었다. 가녀린 손가락 아래로 책장이 팔락팔락 넘어갔다. 몇 번이고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었다. 이제는 주인공이 마치 자신처럼 느껴졌다. 책에 적힌 내용은 제 일대기를 적어놓은 일기장 같았다.
레인디아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책을 따라 읽었다.
죄의 아이야.
너의 발바닥이 닿는 곳곳 땅이 불에 달군 것처럼 뜨거우리라.
너의 두 눈이 감기는 족족 원망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리라.
너의 입이 열리는 순간마다 정당한 손찌검이 쏟아지리라.
그러니 눈을 감고 입을 닫아 웅크려 앉아 있어야지.
서슬 퍼런 원죄의 낫이 너의 어린 영혼을 갈가리 찢어놓기 전까지.
그리 눈을 감으면 천국의 문이 열리리니.
속죄의 삶을 살지어다.
<죄의 아이>
레인디아에게도 죄가 있다.
방탕한 어미 밑에서 태어난 사생아라면 모두 가지는 원죄(原罪).
아버지가 자식에게 성(姓)을 남긴다면, 어머니는 자식에게 죄를 대물림했다. 아비 된 자와의 관계에 따라 자궁은 태아의 안락한 공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의 불행을 양분 삼아 자라는 기생충의 낙원이 되기도 했다. 레인디아가 태어난 순간 형벌의 낙인이 탯줄이 잘려나간 자리를 짓눌렀다.
자신은 타인의 행복을 빨아들이는 더러운 기생충이었다.
“뭐 해, 디아?”
레인디아는 책을 덮고 고개를 돌렸다. 에이든이 문에 기대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레인디아는 시선을 떨군 채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책을 읽고 있어요.”
“조명도 없이?”
“달이 밝아서…….”
레인디아는 말끝을 흐리며 달무리 선 하늘을 바라봤다. 에이든도 함께 창밖을 보다 성큼성큼 침대로 다가왔다.
“그 책, 아직도 갖고 있네?”
레인디아는 움찔 몸을 떨더니 두 팔로 책을 꼭 감싸 안았다. 마치 장난감을 뺏기기 싫어하는 아이 같은 모습에 에이든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레인디아의 표정은 무척 진지했다.
“구시대적 구원론이 담긴 책이라.”
“……제, 제가, 처음으로 읽은 책이에요.”
그만큼 뜻깊은 책이라고 레인디아는 마음속으로 덧붙였다. 에이든은 그녀에게서 책을 빼앗으려 팔을 뻗었다.
“이상한 거에 정붙이면 탈 나.”
“……그건, 에이든 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레인디아는 다소 삐딱한 심성으로 되받아쳤다. 레인디아의 말뜻을 이해한 에이든은 팔을 거두며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나한테 시위 중이야? 정붙이지 않으려고?”
레인디아는 휙 고개를 들다가 애처롭게 시선을 떨궜다.
“그런 게 아니에요. 이제 다 무의미하다 느꼈을 뿐이에요.”
저항도, 몸부림도, 유혹도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가장 자신 있는 일을 택한 것뿐이다. 불행에 순응하는 일.
“그 책의 어느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
“……네?”
책을 빼앗아갈까 봐 겁먹었던 레인디아는 다소 놀란 얼굴로 에이든을 바라봤다. 에이든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이 책에 관심을 보일 줄이야. 레인디아는 머뭇거리다 촤라락 책을 펼쳤다. 백작 부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이 책에 대해 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장 마지막 장이요.”
레인디아의 목소리가 조금씩 격양됐다.
“이 아이는 결국 구원을 받아요. 지상에서 속죄의 삶을 살아온 노력을 신께 인정받은 거죠.”
“죽고 나서야?”
“네. 그렇게 천국에 가는 거예요.”
레인디아는 마치 천국행 티켓이 정말로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책을 품에 안고 행복하게 미소 지었다. 그토록 바라던 그녀의 미소였지만 어쩐지 에이든은 기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뱀처럼 똬리를 튼 추악한 마음이 더욱 뒤틀릴 뿐이었다.
“현실에서 행복할 순 없는 건가?”
“……그, 그럴 순 없어요. 그래선 안 돼요. 죄를 지은 사람은 현세에서 그 죗값을 치르지 않으면 안 돼요. 죄인은 행복할 수 없어요. 나쁜 사람이 행복한 건…… 이상하잖아요?”
레인디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시무룩해진 표정에 에이든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 있었다.
“세상은 나쁜 놈들이 더 잘 살아.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인류는 무한히 증식 중이니까. 땅, 식량, 여자, 무엇이든 먼저 독식하는 놈이 승자인 거지. 인류는 그렇게 자신의 몫을 차지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어. 그런데 디아의 말에 따르면, 이런 놈들은 결국 현세에 행복해도 죽어선 지옥에 간다는 거네?”
“그, 그렇겠죠……?”
레인디아는 혼란스러운 듯이 되물었다. 자신의 말에 확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에이든은 차오르는 웃음을 겨우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무리 순진한 레인디아도 그것을 알아챌 눈치는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신의 각오를 비웃고 있었다.
“알아요. 제가 안락한 삶을 벗어나서 백작가로 돌아가려는 게 이해가 안 가시겠죠. 하지만 저도 에이든 님을 이해할 수 없긴 마찬가지예요. 누구나 평생에 걸쳐 관철해야 하는 것이 있어요. 그게, 에이든 님의 경우 과거에 대한 집착이라면 저는 속죄예요.”
과거에 대한 집착. 레인디아치곤 꽤나 신랄한 공격이었다. 에이든은 자신을 변호하는 건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우선 호기심을 푸는 게 먼저였다.
“무엇을 속죄하겠단 거지?”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어요. 백작가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까요. 그러나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는 죄인이란 사실이에요.”
“글쎄. 디아가 엄청난 중죄를 저지를 사람으론 안 보여.”
“겉만 보곤 몰라요. 그리고…… 태어나기 전부터 죄를 짓는 사람도 존재해요. 죄라는 건 그런 거예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짓고 마는 거죠.”
레인디아의 시선이 점점 밑으로 향했다.
“디아가 모시는 아가씨를 만나고 왔어.”
에이든의 말에 레인디아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는 뱀처럼 교활한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가씨는, 안전하신가요?”
“그래. 놀랍게도.”
에이든은 어깨를 으쓱했다.
“남장까지 시킨 하녀를 위험한 숲에 버리고 간 것치곤 후작에게 공주님 대접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더군.”
레인디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에요.”
“디아를 찾지 않는데도?”
“……그건.”
“숲에서 늑대 밥이 되게 버린 것이나 다름없잖아.”
레인디아는 말문이 막혔다. 풍부한 속눈썹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 아래에 깔린 짙은 눈동자도 불안한 빛을 띠었다. 그러나 곧 레인디아의 눈썹이 체념한 듯 누그러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제가 버려진 건……, 여기 갇힌 건, 벌을 받는 거예요.”
벌? 대체 누가 벌을 준다는 거지? 에이든이 미간을 찡그렸다.
“사, 사내인 척 사람들을 속이고 다녀서……. 신께서 벌을 내리는 거예요.”
“남장을 한 건 디아가 모시는 아가씨를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이타적인 행위에 벌을 내리는 신이라면 믿지 않는 편이,”
“그럼 전 왜 이곳에 갇힌 건가요?”
레인디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계속되는 에이든의 질문에 조금씩 마음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왜, 수, 숲에 버려지고, 그 남자들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당할 뻔하고…….”
검은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어린 시절 저를 핍박하던 어른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고 생각했지만, 그 선연한 공포는 레인디아의 영혼 뒤에 잠시 웅크린 채 숨어 있었을 뿐이었다. 온몸이 경기를 일으키듯 덜덜 떨려서 작은 이가 딱딱 부딪혔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지어서, 그래서 그토록 불행한 거고, 그런, 그런 짓을……, 당한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불행했던 모든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신이 준 벌이 아니라면, 대체 왜 저는……!”
책 위로 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처음이었다. 이 깊은 고독을, 고통을, 두려움을,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은. 그 응어리가 온전히 인간의 언어로서 타인에게 닿은 것은. 그렇다고 속이 시원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영혼을 넘어서 육신까지 고통에 잠겼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제 목을 조르는 듯했다.
“디아, 진정해.”
“흐윽, 흑, 저, 저는. 저는……. 싫어요! 오, 오지 말아요!”
레인디아는 다가오는 에이든의 손을 뿌리쳤다. 에이든은 레인디아를 두 팔로 꽉 옭아맸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가슴에 레인디아의 뺨을 기대게 했다.
“착하지. 천천히 숨 쉬어.”
“흐으, 하아, 하…….”
“옳지.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는 거야.”
에이든은 시범을 보여주듯 후후,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으, 흐으…….”
레인디아는 에이든의 품 안에서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그가 알려주는 호흡법을 따라 할 순 없었으나 시간이 지나자 차츰 두근대는 가슴이 진정됐다. 살며시 고개를 들자 에이든의 붉은 눈동자가 물끄러미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디아.”
에이든의 손가락이 레인디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꽂았다. 어느새 머리카락이 제법 자라 어깨 아래로 살랑거렸다.
“그냥 일어난 일이야.”
남자의 입에선 믿기지 않는 소리가 나왔다. 이런 말을 내뱉은 게 에이든이 아니었다면, 구원받는 기분이 들었을지도 몰랐다.
“불행한 일이 벌어지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어. 대개 운이 좋지 않아서, 어쩌다 나쁜 마음을 품은 타인을 만나서. 그랬을 뿐이야.”
레인디아는 에이든의 다정한 위로를 부정했다.
“……에이든 님도, 저에겐…… 악몽이에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제가, 다시 붙잡혔다는 게…….”
레인디아는 질끈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아아, 디아. 내가 너의 악몽이라고? 에이든은 황홀한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봤다. 순종적으로 보여도 가만 보면 할 말은 다 한다. 아주 사람을 미치게 해.
“맞아. 나도 똑같은 놈이야. 말했지. 인류는 제 몫을 챙기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고. 나는 그 정점에 섰어. 내가 못 가질 거라면 철저히 부숴버리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 극단주의자거든. 반면 남들이 죽고 못 사는 것이라도 관심이 생기지 않으면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나는 태어나길 애초에 이런 놈이었어.”
에이든은 부드러운 금발을 손가락에 말아 빙글빙글 돌린 뒤 입을 맞췄다. 머리카락에도 감각 세포가 살아 있는 것처럼 레인디아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특히나 사랑이란 건 나와 가장 거리가 멀었지. 그런데 디아, 나는 널 돌볼 때면 영혼이 충만해져. 너에게 헌신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 이건 걸 사랑이라 부른다지? 그렇다면 난 디아를 사랑하는 게 맞아.”
“……마음 두실 곳을, 잘못 고르셨어요.”
“응. 신경 안 써.”
에이든은 가뿐히 레인디아의 말을 무시했다. 그래. 이 에이든은 이런 남자다. 다정한 듯해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레인디아의 젖은 눈꺼풀 위로 입맞춤이 쏟아졌다. 그는 늘 질식할 것 같은 애정을 퍼부었다. 받는 사람의 입장은 신경 쓰지 않는 이기적인 애정.
하지만 왜일까.
레인디아의 마음은 에이든의 말을 통해 위로받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연약해진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에이든은 레인디아를 침대에 바르게 눕혔다. 그대로 그녀의 위에 올라타 허리와 어깨, 팔뚝을 쓰다듬으며 살갗을 빨아당겼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레인디아는 에이든을 밀어냈다.
“아, 안 돼요…….”
“싫은 거야, 안 되는 거야?”
붉은 눈이 여체를 응시했다. 레인디아는 픽 고개를 돌렸다.
“……안 돼요.”
“싫은 건 아니란 거네?”
에이든은 레인디아가 대답하기 전에 입을 맞췄다. 억지로 끼워 맞춘 입술 안에서 혓바닥이 제법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늘 요리조리 피하던 것과 대조되었다. 레인디아는 자신도 모르게 에이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발가벗겨진 채 세상에 덩그러니 버려진 기분이 들어서, 익숙하지 않은 타인의 온기조차 반갑게 느껴졌다.
“으음, 흐, 흐읏…….”
부르튼 입술이 떨어졌다. 레인디아는 입술을 달싹이며 에이든을 바라봤다.
이 뱀처럼 교활한 남자는 타인의 나약함을 비집고 들어오는 데 능했다. 보이지 않는 올가미로 육신을 묶어두고 마음을 꺾는다. 그것에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뒤틀린 감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까지 했다.
“디아, 내가 지금 네 다리를 벌리는 건 말이야.”
에이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리가 휙 벌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속옷이 벗겨지고 조개같이 다물려 있던 음부가 짝 벌어졌다. 안에는 가는 주름이 예쁘게 포개져 있었다.
에이든은 붉은 기둥을 꺼내 그 사이에 문질렀다. 뜨끈뜨끈한 열감이 소음순을 데우며 음핵까지 치달았다. 레인디아는 헉, 헉 숨을 들이켰다.
“디아를 보고 개처럼 좆을 세우고, 네 보지에 발딱 선 좆을 비벼대는 건. 신이 내린 벌이 아니야.”
에이든이 슥 몸을 낮췄다.
“내가 디아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그게 나와 너를 핍박하던 새끼들의 결정적인 차이점이야.”
귀두가 푹 속살을 갈랐다. 레인디아는 다시 한번 힉 숨을 들이켰다.
“나는 디아가 내 새끼를 배도 버리지 않아. 끝까지 책임질 거니까. 또 디아가 계속 도망간다면, 어디든 따라가서 붙잡아 올 거고.”
“아, 으아……!”
배 속이 볼록한 자지 모양을 따라 벌어졌다. 항아리처럼 부푼 좆대가 속을 밀고 들어오기 무섭게 무성한 검은 숲이 레인디아의 구멍을 덮었다.
에이든은 자신의 선액과 레인디아의 애액을 윤활제 삼아 푹푹 좆을 비벼댔다. 버섯갓 모양의 귀두와 툭툭 불거진 핏발이 내벽을 휘저었다. 용광로에 달군 철심을 들이박은 것처럼 보지 안이 후끈거렸다.
“그러니, 디아. 너도 슬슬 나를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거야.”
“으, 아앙, 아!”
이제는 익숙한 쾌감이었다. 에이든은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 않아도 고통 없이 기분 좋게 제 안을 찔러주고 있었다. 특히나 그녀가 잘 느끼는 도톰한 부위를 귀두갓으로 긁어내리자 내벽이 마구 오므라들며 애액을 뿜어냈다. 젖은 걸레를 짜내듯 애액이 줄줄 흘러넘쳤다.
“다른 새끼들한테 납작 엎드렸듯이 이제는 나에게 복종하든지, 아니면 나를 종처럼 부리란 말이야. 무엇이든 요구하고 부탁해. 제발 그래 줘, 응?”
“아으, 아, 아앙!”
에이든은 철퍽철퍽 하체를 밀어붙이며 상의를 벗었다. 두툼한 목을 감싼 스카프가 벗겨지고 단추가 톡톡 열리며 앞이 벌어졌다. 에이든은 어깨를 비틀어 블라우스를 벗어던졌다. 완벽한 역삼각형의 상체가 드러났다. 널찍하게 벌어진 어깨 아래로 근육이 꽉 들어찬 가슴이 역동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골반에 이를 때까지 좁아지던 선은 다시 허벅지부터 두툼해졌다.
에이든의 하체는 말처럼 튼실했다. 보기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바위처럼 단단했다. 옷을 갖추어 입었을 땐 차가운 외모 탓에 이지적인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그 안에 감추어진 전라의 육체는 마치 육식 동물처럼 촘촘히 근육으로 다져져 있었다. 이런 몸 아래 깔려 있으면 감히 저항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번엔 옆으로 누워서 해 볼까?”
“흐읏.”
에이든은 좆을 삽입한 채로 레인디아의 몸을 돌리고 뒤에 꼭 달라붙었다. 한 손으론 납작한 유두를, 반대쪽 손으론 음핵을 굴려주자, 레인디아가 기쁜 듯 보지를 조여오며 화답했다.
찰팍찰팍 살을 치대는 소리와 끽끽 침대 흔들리는 소리가 뒤섞였다. 레인디아는 자신이 몇 번이나 갔는지 셀 수 없었다.
“응, 아, 아아! 안 돼, 더는, 으응, 못, 해요……!”
“난 더 할 수 있어.”
강렬한 자극에 레인디아는 두 손으로 에이든의 허벅지를 꾹꾹 밀어댔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손목을 낚아채 아래로 힘껏 잡아당겼다.
퍽!
굵은 핏줄이 휘감은 페니스가 더욱 깊이 자궁을 쳐올렸다.
“흐으윽!”
이 두께. 굵기. 레인디아의 공허하던 배 속을 완벽하게 채워줬다. 귀두갓은 기분 좋게 달아오른 살점을 반복해서 긁어줬다. 페니스는 단단한 동시에 안에서 유연하게 휘어져 곳곳에 닿았다. 그의 허릿짓은 짐승처럼 격렬했지만, 본능적으로 암컷이 기분 좋아지는 부위만 찔러대고 있었다. 입 안이 허전하다 느끼면 혀를 쑥 밀어 넣어 잔뜩 헤집어줬다.
합이 좋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아으응……!”
“큭.”
이대로 침대가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에이든의 허릿짓은 격렬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질벽을 가르던 페니스가 순식간에 뽑혀 나갔다. 에이든은 엄지로 레인디아의 입을 벌려 쌓여 있던 정액을 그 안에 전부 토정했다.
그 후로도 자신의 체취를 남기려는 듯 레인디아의 온몸에 정액을 흩뿌렸다. 목구멍 안쪽과 겨드랑이, 사타구니, 살이 접히는 모든 부분이 정액으로 끈적였다. 자궁 안을 제외하고.
“어때, 디아.”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 에이든의 속삭임이 귀를 옭아맸다.
“내가 얼마나 디아를 사랑하고 있는지 느껴져?”
“흐, 흐으으…….”
“기대해.”
그의 검지가 질 안을 푹 찔러왔다.
“언젠가 이 안에도 잔뜩 싸질러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