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교미기
레인디아와 에이든은 하이락을 떠나지 않고 구동궁에 계속 머물렀다. 이유는 단순했다. 레인디아가 에이든의 불행한 어린 시절이 깃든 장소를 따뜻한 기억으로 물들이고 싶어 했으니까.
에이든은 몸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자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하나가 될 준비를 했다. 문제는 그에 맞춰 또다시 레인디아의 생리가 시작됐단 점이었다. 주기가 일정해졌다는 건 틀림없이 기쁜 일이었으나, 한껏 달아오른 젊은 한 쌍에겐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들어선 눈만 마주쳐도 짐승처럼 흘레붙게 되었으니까.
“후우…….”
에이든은 고개를 젖힌 채 나른한 숨을 토했다. 슥 고개를 숙이자 그가 앉은 소파 앞에 레인디아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젖가슴을 모아 열심히 비벼댔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응. 잘하고 있어.”
골짜기 안에는 에이든의 좆이 파묻혀 있었다. 말랑말랑한 지방은 주무르는 대로 뭉개졌다. 반면 페니스는 단단하게 발기된 채 우뚝 서서 선액만 울컥울컥 흘려댔다. 붉은 막대를 타고 흘러내린 선액이 가슴골에 고여서 마치 질 안처럼 접합부가 습했다.
“어떠세요, 에이든?”
레인디아가 살그머니 고개를 들고 재차 물었다. 에이든은 턱을 괸 채 빙그레 웃었다.
“아주 좋아.”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귓불을 살짝 잡아당긴 손으로 뺨과 목선을 쓸고 내려와 가는 쇄골을 더듬거렸다. 그때마다 레인디아의 입이 흣, 흣 신음을 토했다.
“아……!”
에이든의 손가락 사이에서 젖꼭지가 비틀렸다. 그 야릇한 통증에 레인디아는 질구를 옹골차게 오므렸다.
“계속 비벼야지?”
“네…….”
레인디아는 다시 가슴을 주물럭댔다. 젖가슴 사이에 좆을 끼워 비빈다니, 사창가에서 자랐어도 낯설고 이해가 가지 않는 행위였다. 그러나 에이든은 착실히 느끼고 있었다.
“후우……, 읏.”
에이든은 미간을 찌푸리며 묵직하게 신음했다.
늘 터질 정도로 움켜쥐던 젖가슴이 제 상체를 비비는 일은 익숙해도 좆을 감싸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만큼, 아니,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지퍼만 내린 자신의 앞에 레인디아가 상의를 풀어헤치고 젖가슴을 꺼내 주물럭대는 모습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페니스가 곧추설 만큼 자극적이었다.
‘가슴 사이에 에이든 님의 것을, 끼워달란 말인가요? 왜 그런…….’
처음 제안을 했을 때 레인디아는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순순히 단추를 풀고 젖가슴을 한 짝씩 꺼냈다. 그렇게 뽀얗고 말랑말랑한 젖가슴을 드러낸 레인디아는 마치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어머니처럼 거룩한 모양새였다. 에이든은 단추가 달린 드레스를 입히길 잘했다 생각했다.
“입으로도 빨아줘, 디아.”
“……네?”
“계속 문지르면서. 응?”
에이든이 귓불을 꼬집고 당기며 부탁했다.
레인디아는 머뭇거리다 푹 고개를 숙였다. 말 자지처럼 긴 페니스 끝이 턱에 닿았다. 이대로 고개를 숙이면 입 안에 쏙 들어가기 알맞은 길이였다. 귀두의 갈라진 부위가 벌름대며 선액을 뱉어댔다. 그때마다 강한 수컷의 향이 레인디아의 코를 자극했다.
‘에이든 님의 씨물…….’
레인디아는 꿀꺽 침을 삼켰다.
사실 지금은 입이 아닌 밑으로 이것을 받고 싶었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임신을 원했으니까. 배가 볼록해지는 깊이까지 좆을 품고, 자궁 가득 에이든의 씨물을 받고 싶다. 그런 짐승 같은 욕구가 레인디아의 이성을 함몰시킨 지 오래였다.
“싫어?”
“아, 아니에요.”
레인디아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제 끝에 달해서 진득한 핏물 대신 선홍빛 액체가 나오긴 했지만. 에이든의 말처럼 생리 중에 성욕이 극대화되어 그에게 박히길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에이든은 삽입이 아닌 방식으로만 레인디아를 절정으로 보내버렸다.
“하압.”
레인디아는 천박한 상념을 떨치기 위해 황급히 에이든의 귀두를 입에 물었다. 입 안에서 도톰하게 비벼지는 두께감에 군침이 올라왔다. 에이든의 것은 워낙 커서 모든 점막으로 고르게 맛을 볼 수 있었다.
“으, 흐응, 후으…….”
볼록 튀어나온 귀두갓이 혀와 입천장을 긁을 때마다 질구가 절로 움찔댔다. 귀두갓에 질벽이 긁히던 감각이 다리 사이에서 되살아났다.
‘넣고 싶어. 안에, 넣고 싶어…….’
자신이 정말로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레인디아는 격렬하게 에이든의 몸을, 더 정확히는 그의 좆을 원했다. 지난 며칠간 이곳에 틀어박혀 에이든과 살을 치댔다. 흘레붙는단 표현이 어울릴 만큼 서로의 육신을 탐하기 바빴다. 짙은 정사가 끝난 뒤에는 음부 사이에 끼워둔 천이 생리혈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곤 했다.
“아. 디아. 큭.”
에이든은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눈살을 찌푸렸다. 느긋하게 애무를 즐기는데, 레인디아의 고개가 점점 밑으로 향하더니 귀두가 목구멍 안으로 쑥쑥 말려 들어간 것이다. 조임이 상당했다.
“우응. 흐, 후으……!”
레인디아는 가슴을 터트릴 기세로 좆기둥을 감싼 채 튀어나온 살덩이를 집어삼켰다. 더 삼키고 싶었지만, 무언가에 가로막혀 입술이 내려가지 않았다. 살짝 눈을 뜨자 이미 좆을 삼킬 만큼 삼켜서, 입술이 젖가슴 위를 내리찍고 있었다.
“!”
레인디아는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혹시나 에이든이 이 우스운 광경을 보았을까 봐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에이든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 채 헉헉 숨을 토하기 바빴다.
“디아…….”
에이든이 얼굴을 감싼 손을 레인디아의 뺨에 얹자 그녀는 좆을 문 채 그의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에이든은 얼굴을 연거푸 쓸어넘긴 뒤 두 손을 팔걸이에 얹었다. 자극이 거세질 때마다 손톱이 팔걸이에 득득 박혔다.
“쪽. 쪼옥. 츄웁. 쭙.”
레인디아는 입술로 표면을 맛깔나게 오물대며 성기를 빨았다. 더 깊숙이 빨고 싶은 마음에 살그머니 모으고 있던 가슴을 내려놨다. 손을 떼기 무섭게 가슴살이 출렁대며 밑으로 흘러내렸다.
“츄웁, 춥, 쭙, 쭈우웁……!”
“크윽. 하.”
레인디아는 위아래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허벅지에 비벼질 때마다 에이든은 미칠 노릇이었다.
“우으읍……!”
레인디아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고개를 들어 올릴 때 에이든이 잘 볼 수 있게 목을 뒤로 젖혔다. 에이든은 떨리는 눈꺼풀을 겨우 떠서 그 광경을 바라봤다. 제 좆을 입에 문 채 눈물을 그렁대는 표정이라니. 거기다 저토록 원한다는 듯이.
“하읍……!”
레인디아는 다시 푹 고개를 숙였다. 탄력을 받아 조금씩 벌어지던 목구멍은 어느새 페니스의 3분의 2를 감싸고 있었다.
‘미치겠군.’
열심히 자지를 조여주는 저 가느다란 목덜미가 퍽 기특했다. 또 뜨끈한 혓바닥이 귀두를 기분 좋게 감싸줬다. 어느새 젖가슴 살에 파묻힌 감각은 사라지고, 귀두와 입 안에 들어간 기둥을 조이는 압박감만이 남아 극상의 쾌감을 선사했다. 이대로 목구멍 안에 정자를 쏟아내라는 듯이 목조임이 격렬해졌다.
“우윽, 우응, 흡……!”
레인디아는 점점 빠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헛구역질 한 번 하지 않고, 목구멍을 조여가며 원하는 만큼 에이든의 좆을 맛봤다.
“큭…….”
에이든이 두 손으로 레인디아의 머리를 힘껏 움켜쥐었다. 말처럼 부푼 허벅지가 달달 떨렸다. 에이든은 허리를 떨며 정액을 쏟아냈다.
“후으으…….”
레인디아는 엉덩이를 꼿꼿이 세운 채 발발 몸을 떨었다. 식도를 타고 정액이 좔좔 흘러 배를 채워줬다. 레인디아는 잘록한 배에 손을 얹었다. 에이든의 정자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을 기세로 삼켰지만, 목으로 들어온 씨물은 자궁에 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안타까운 감정이 일었다.
“에이든…….”
빨간 입술이 빠끔 벌어지자 아직 남아 있는 정액이 입천장과 혓바닥에 달라붙어 쭉쭉 늘어났다. 에이든은 엄지를 밀어 넣어 그녀의 입 안을 헤집었다.
“응, 으응. 응.”
레인디아는 눈을 감고 에이든의 엄지도 열심히 빨아 댔다. 기특하기도 하지.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몸을 번쩍 들어 안아 제 위에 앉혔다.
“내 좆물이 그렇게 맛있었어? 음모에 코를 박을 기세로 빨아 대고 말이야.”
“……읏, 에, 에이든은요?”
“응?”
“좋으셨나요……?”
“물론이지. 최고였어. 매일 디아의 입보지에 빼고 싶을 만큼.”
에이든은 엄지로 젖은 레인디아의 입술을 매만졌다. 노골적인 표현에 레인디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너무 괴롭혀서 저를 밀어내진 않을까 걱정하는데, 레인디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이, 입은 안 돼요. 안에…….”
“응?”
“다음엔 이 안에 싸주셔야 해요. 그리고 입은, 보, 보지가 아니에요. 진짜는 여기 있잖아요……. 네?”
레인디아는 에이든의 손을 잡아 살그머니 제 아랫배에 얹었다. 입은 보지가 아니라니. 수줍은 얼굴로 대범한 소리를 하는 모습에 에이든은 가슴이 들끓었다. 에이든은 두 손으로 레인디아의 엉덩이를 콱 움켜쥐었다. 드레스가 엉망으로 구겨졌다. 옷으로 가려져 있어도 손자국이 남을 만큼 강한 악력이었다.
“디아의 말이 맞아. 진짜 보지는 여기 있지.”
“읏!”
“그보다 디아, 나 참고 있는 거 안 보여? 그런데 이렇게 자꾸 유혹하면 말이지, 어떻게 해야 할까. 응?”
“흐읏…….”
레인디아는 엉덩이가 뭉개지는 감각에 허리를 떨며 신음했다.
“저는, 더……, 하고 싶어요. 안 참으셔도 돼요.”
“더 하고 싶어? 구체적으로 뭘?”
“그건…….”
레인디아는 웅얼거리다 에이든의 가슴에 폭 얼굴을 파묻었다. 에이든은 엉덩이를 쥐던 손으로 허리를 감쌌다. 아무리 기름진 음식을 먹여줘도 허리만큼은 두 손에 다 잡힐 만큼 가느다란 상태 그대로였다. 이 허리가 굵어지려면 애를 배게 하는 방법밖엔 없을 것이다.
“……부족하지, 않으세요?”
그때 레인디아가 슬그머니 물었다. 이런 식으로 저를 톡톡 건드리는 발칙한 사슴을 어쩌면 좋을까. 아니지. 너는 순록이었지. 순록은 암컷도 뿔이 있으니 말이야. 에이든은 괜스레 짓궂은 마음이 들었다.
“글쎄. 나는 디아가 가는 모습만 봐도 황홀해서 눈이 멀 지경이라.”
에이든은 상냥히 레인디아의 뺨을 쓰다듬었다. 검은 눈동자가 당황한 듯 떨리다 푹 고꾸라진다. 그녀의 얼굴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저……, 이제 생리도 거의 끝났고. 에이든이 준 약도 다시 먹고 있어요. 그러니까.”
레인디아가 또박또박 힘을 줘 말했다. 에이든은 마치 처음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를 보는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띤 채 레인디아를 바라봤다.
“응. 그래서?”
“……안에 넣어주세요.”
“무엇을?”
“……에이든의, 자, 자지요.”
“응. 내 자지를 디아의 보지에 넣어달란 거지?”
에이든의 손이 레인디아의 가랑이 사이로 쑥 들어갔다. 더듬거리지 않고 단숨에 클리토리스를 찾아 그 위를 꾹꾹 눌렀다.
“으, 아아……!”
“그리고 질척해질 때까지 흔들어서 자궁 가득 씨물을 뿌려달란 거잖아. 디아의 입보지 말고 질구멍 안에.”
“흐으, 네, 네에, 부탁드려요.”
레인디아가 바들바들 떨며 애원했다.
얼마 전만 해도 관계 중에 생리혈이 샐까 봐 전전긍긍했지만 많은 게 달라졌다. 결국, 몸에 각인된 쾌감에 굴복한 것이다. 무엇보다 에이든이 생리혈 자체에 거부감이 없단 사실도 욕망의 사위를 당기는 데 한몫했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밑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오줌이든 피든 애액이든 흥분하는 남자였다. 아니, 수컷이었다. 어떻게든 제 암컷의 밑을 물고 빨고 좆을 밀어 넣고 싶어 했다. 그런 에이든이 이토록 참은 이유는 오직 레인디아의 몸을 위해서였다. 오히려 당사자인 레인디아가 한계였다.
당장 그의 페니스를 배 안 가득 품고 싶었다.
“오늘 질 안에 싸줘도 임신은 안 되는 거 알지? 생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니까.”
에이든의 속삭임에 레인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에이든을 원해요. 배가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에이든으로 가득.”
임신할 수 없는 상태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씨를 받아야 이 허전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 같았다. 발정기가 찾아와 엉덩이가 달아오른 암컷처럼.
* * *
“다리 더 활짝 벌려야지.”
레인디아는 수줍게 허벅지를 벌렸다. 빠끔 벌어진 질구 안은 평소보다 붉은빛이 강하게 감돌았다. 레인디아의 엉덩이 아래엔 새하얀 천이 깔려 있었다. 곧 저 천이 옅어진 피를 빨아들여 짙게 물들겠지. 에이든은 씩 웃었다.
“읏.”
에이든은 물기가 남은 레인디아의 질구를 슥 훔쳐 닦았다. 확실히 묻어나는 피가 매우 옅었다. 얼마 전까지 생리혈에 애액이 섞여 있었다면, 이제는 애액에 피가 조금 섞인 정도였다.
에이든은 질구가 보송보송해질 때까지 닦은 뒤 페니스를 잡아 쥐었다. 당장 쑤셔 넣어도 될 만큼 단단해진 상태였다. 레인디아의 보지 역시 속이 흠뻑 젖어 있었다.
“이게 그렇게 먹고 싶었어?”
에이든은 기둥을 붙잡고 레인디아의 보지 위를 퉁퉁 두드렸다. 망치로 내리치는 것처럼 질구가 얼얼했다.
“흣, 네, 네에…….”
“손으로 잡아서 벌려봐.”
레인디아는 검지와 중지로 조갯살을 잡아 벌렸다. 붙어 있던 소음순이 나팔꽃처럼 활짝 벌어졌다. 피가 섞여 더욱 짙게 농익은 향이 솔솔 피어올랐다.
“혹시 모르니 이걸 발라두자.”
“……?”
뽁 하는 소리와 함께 질구 위로 미적지근한 액체가 쏟아졌다. 레인디아가 번쩍 눈을 뜨자 에이든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차갑진 않지? 데워두긴 했어.”
“이런 건 언제, 으응, 그보다……, 이게 뭔가요?”
“자궁 안에 바르는 부인약(婦人藥)이야. 혹시 몰라 준비해뒀지. 디아가 생리하는 동안 내가 못 참고 안아버릴까 봐.”
에이든의 산뜻한 미소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돌연 손가락 하나가 질구 안으로 쑥 밀려들어 왔다.
“아읏……!”
“옳지. 골고루 발라줘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아, 아아…….”
“손가락 하나론 안 되겠네. 두 개는 넣어야 넓게 바를 수 있겠어.”
에이든은 구멍을 잡아 벌려 약을 조르륵 따르곤 손가락으로 안을 틀어박았다. 에이든은 집게와 새끼로 엉덩이를 받친 채, 중지와 약지로 찰찰찰 속을 쑤셔댔다. 한껏 민감해진 질벽 안에서 약이 고르게 퍼졌다.
“아, 흐읏, 아응……!”
“며칠 안 박아줬더니 다시 처녀가 됐네, 디아?”
“으, 흐으읏.”
“이참에 처음인 것처럼 해 볼까? 우리 둘 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돌아가는 거지.”
에이든은 한쪽 팔로 레인디아의 머리를 감쌌다. 레인디아는 끙끙대며 고개를 저었다.
“흐으, 아, 읏, 싫어요…….”
레인디아는 에이든의 팔뚝에 고개를 파묻은 채 애원했다.
“평소처럼……, 예전처럼, 해 주세요.”
어서 에이든의 것을 받고 싶었다. 애무라면 지난 며칠간 질리도록 당했으니까. 마치 앞으로 있을 삽입을 위해 장장 며칠에 걸쳐 애무만 받은 기분이었다.
“예전처럼 말이지?”
에이든의 눈이 가늘어졌다.
약으로 반질거리는 손가락 두 개가 동시에 뽀옥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에이든은 다시 조여드는 질구 안에 귀두를 푹 찔러넣었다.
“아, 아아……!”
“큭. 좁아.”
며칠간 내리 피를 쏟아내 얇아진 질막은 그만큼 예민해진 상태였다. 에이든은 얕은 곳부터 찔렀다가 빼길 반복하며 좆을 깊이 밀어 넣었다. 비빌수록 내벽이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으응, 아, 아……!”
“디아 배 볼록해지고 있네. 봐봐.”
“흐으으, 네, 네에……, 볼록해졌어요……, 아아……!”
레인디아는 가물가물한 눈을 겨우 뜨며 제 배를 바라봤다. 에이든의 것이 얼마큼 들어왔는지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아랫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좆이 반쯤 들어가자 에이든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이윽고.
철퍽!
“아앙……!”
에이든은 오직 힘만으로 닫혀 있던 살점을 열어젖혔다. 단단한 몽둥이가 핏물에 젖은 육벽을 가르며 들어오는 감각에 레인디아는 파드닥 몸을 떨었다. 불에 달군 꼬챙이가 밑을 쑤셔대는 듯했다. 아니, 꼬챙이가 아닌 둥글게 다듬은 나무 기둥 정도는 되는 두께였다. 레인디아는 이빨까지 닥닥 부딪히며 신음했다.
“그러다 혀 씹겠다. 입 벌려 봐, 디아.”
“아흑.”
에이든이 한 손으로 레인디아의 뺨을 움켜쥐었다. 그대로 입을 겹치자 이제는 에이든과 레인디아의 치아가 부딪혀 딱딱 소리를 냈다. 그러나 불협화음은 이내 잦아들고 질척질척 혀를 맞비비는 소리만 이어졌다. 혓바닥이 스칠 때마다 서로의 신경세포가 연결되는 듯했다.
“흐그, 으, 하압……!”
“후으. 하.”
에이든은 내내 레인디아의 입 안을 탐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정자가 꼭지까지 차올라 유난히 빵빵해진 기둥이 질벽을 쿵쿵 으깼다.
“다리, 더.”
에이든은 허공에서 대롱거리는 레인디아의 발목을 붙잡아 위로 젖혔다. 엉덩이가 붕 떠올랐다. 그대로 위에서 밑으로 쑤셔 박듯 성기가 살점을 밀치며 쏟아졌다.
“아아앙……! 아, 아앙!”
“후우. 하. 하아…….”
마치 소낙비가 쏟아지듯이 귀두가 퍽퍽 자궁에 내리꽂혔다. 레인디아는 피부 위로 흘러내리는 에이든의 거친 호흡을 온몸으로 느꼈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젖은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치 폭포수라도 되는 듯. 습하게 달아오른 공기 중엔 희미한 쇳내가 섞여 있었다. 옅은 피 냄새였다.
“더. 더 깊이 넣을래.”
“으으응……! 지금도, 깊, 어요……! 아아!”
“부족해, 디아.”
에이든은 자신의 어깨에 레인디아의 다리를 걸쳐버렸다. 사슴을 둘러업을 만큼 떡 벌어진 어깨라 격한 움직임에도 다리가 흘러내리질 못했다.
“깊은 거, 좋아하잖아, 디아. 응?”
“하읏, 아, 아앙……!”
“이 정도는 쑤셔줘야, 만족하는 몸 아니었어?”
에이든의 상체가 점점 기울어서, 레인디아는 이대로 몸이 반으로 접힐 것 같았다. 허벅지에 제 젖가슴이 짓눌릴 정도였다.
“배 비어 있는 거, 허전했지? 디아는, 후우, 여길 쑤셔줘야 기분이, 좋아지는데, 다른 곳만 문질러서 가게 해버리니까 속상했잖아, 응?”
에이든은 쑤컥쑤컥 밑을 쑤시며 물었다.
“으응, 하아, 흐으, 네…….”
“지금은 좀 채워진 것 같아?”
“흐윽, 네, 네에……!”
“내가, 후우, 꼭 임신시켜 줄게.”
에이든은 개처럼 허리를 털어댔다. 레인디아는 그의 아래에서 말을 모르는 사람처럼 울어댔다.
퍽. 퍼억. 퍽퍽, 퍽!
질구를 쑤시는 성기는 교미기(交尾器)가 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질구는 생식공으로 변모했다. 그 순간, 에이든과 레인디아는 두 사람이 아닌 두 마리였다. 둘의 그림자에 꼬리가 살랑대는 듯했다.
“큭.”
에이든은 자궁 깊이 좆을 찔러넣은 채 움직임을 멈췄다. 허리가 잘게 떨렸다. 단전에서부터 힘을 끌어모아 정자를 쏟아냈다.
“후. 디아. 지금 싸고 있어, 느껴져?”
“흐으으, 네에……, 느껴져요. 배, 차고 있, 어요.”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배 안 깊은 곳에서 에이든의 체온이 번지고 있었다.
“하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짜낸 에이든은 슥 허리를 뒤로 뺐다. 페니스가 뽁 빠지자 덩어리가 흘러넘쳤다. 정액과 애액, 에이든이 발라준 약, 그리고 미미한 혈흔이 섞인 덩어리였다. 에이든은 귀두로 삽처럼 그것을 긁어모아 다시 질 안으로 꾹꾹 밀어 넣었다.
“으응, 아, 들어와요…….”
이미 이성이 녹아내린 레인디아는 느껴지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응. 디아가 조이질 못해서 막아주는 거야. 계속 구멍을 벌리고 있네. 그만큼 기분 좋은 거지?”
“흐으, 네, 기분, 좋아요…….”
레인디아는 눈을 감은 채 배시시 웃었다. 에이든은 그 햇살 같은 미소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교접은 레인디아의 피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이어졌다.
“으응, 아앙, 아!”
“하아. 디아, 디아.”
마치 개과 짐승처럼 좆대가 부풀어 빠지지 않는 듯, 에이든의 페니스는 체위를 바꾸는 동안에도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교미기(交尾期)였다.
* * *
“디아, 오래 품고 있는다고 임신이 빨리 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레인디아는 몸을 돌돌 감싼 시트를 만지작거리며 에이든의 시선을 피했다.
“어서 씻으러 가자. 아침부터 배 속에 정액을 담고 있었잖아.”
에이든이 침대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레인디아가 침대 위로 폭 쓰러졌다. 그러면서도 정액이 자궁에 깊이 스며들게 엉덩이를 세우고 있었다. 빼꼼 고개를 든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더요. 조금만 더 품고 있을래요.”
레인디아는 살그머니 제 배를 감쌌다. 꼭 투정 부리는 아이 같은 모습에 에이든이 피식 웃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그는 레인디아의 옆에 드러누웠다.
“내일도 잔뜩 싸줄게.”
에이든이 흘러내린 레인디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어서.”
“응?”
“어서 에이든의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요.”
레인디아가 배시시 웃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에이든은 심장이 꽉 조여오는 듯했다. 그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니까요.”
레인디아는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하얀 천이 여체를 훑으며 부드러이 흘러내렸다. 창밖의 햇살이 그 나신을 비췄다. 한 폭의 종교화처럼 신성함이 느껴졌다. 이윽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에이든의 뺨에 닿았다.
“당신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에이든은 눈을 감고 레인디아의 손바닥에 뺨을 기댔다. 레인디아의 온기로 충분히 뺨을 데운 뒤 눈을 뜨자 그녀가 화사하게 웃으며 에이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씻어야 해.”
“앗.”
에이든은 번쩍 그녀를 안아 들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 그가 보기 좋게 살이 오른 레인디아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따끔한 통증에 레인디아는 질구를 힘껏 조였다.
“욕조에서도 디아를 안고 싶어졌거든.”
에이든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첨벙, 첨벙!
“응, 으응, 아, 아!”
“후우. 큭.”
에이든은 욕조 안에서 레인디아의 밑을 팡팡 쳐올렸다. 격렬한 교접에 욕조를 가득 채운 물이 흘러넘쳐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수면 위에는 질구에서 흘러나온 애액과 정액이 둥둥 떠다녔다. 이래서야 씻는 게 아니라 몸에 분비물을 묻히는 꼴이었다.
“후, 디아.”
에이든은 분비물 덩어리를 건져 올려 레인디아의 가슴에 치덕치덕 문질렀다. 그렇게 번들번들해진 발딱 선 유두를 이리저리 비틀어 질벽의 조임을 즐겼다.
“으응, 아, 하으으…….”
“더 빨리 쳐줘?”
“으읏, 지, 지금도 빨, 아앙!”
레인디아의 대답은 이어지는 격렬한 허릿짓에 신음으로 변했다. 에이든이 레인디아의 손목을 움켜쥐더니 뒤로 잡아당기며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물이 사정없이 튀어 오르고 레인디아의 밑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욕조의 물이 차갑게 느껴질 만큼 속이 뜨거워졌다.
“디아, 그렇게 내 좆물이 좋아?”
“으으응, 아, 아앙!”
“배에 종일 품고 있고 싶어?”
“네, 네에……!”
“그럼 잠잘 때도 좆 꽂은 채로 잘까? 그럼 밤사이 흐를 일이 없잖아.”
에이든이 귓가에 입술을 파묻고 속삭였다. 레인디아는 헐떡이며 겨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저, 저는, 으응, 사, 상관없, 어요, 아니, 좋아요……. 하압!”
에이든은 참지 못하고 레인디아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대답을 들을 여유 따윈 없었다. 온몸으로 레인디아를 맛보고 싶었다. 먹어도 먹어도 부족했다. 하도 물고 빨아 통통해진 입술이 이빨 아래로 뭉개졌다.
‘더, 더 깊은 거, 원해…….’
욕실을 가득 채운 수증기와 연이은 정사로 정신이 몽롱해진 레인디아 역시 더 큰 쾌락을 원했다.
“으으응!”
퍽!
레인디아의 욕망에 화답하듯 에이든이 묵직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입 안은 물론 배 속 깊은 곳까지 좆으로 채워줬다. 빡빡한 검은 음모 아래에 덜렁덜렁 매달린 불그죽죽한 성기는 발기만 하면 내장을 위로 밀어내고 속을 꽉 채워줄 만큼 우람해졌다. 바로 그 거대한 육봉이 레인디아의 배를 그득하게 채워줬다.
“하아. 씻고 저녁 먹여야 하는데.”
에이든은 창밖의 저무는 해를 보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레인디아의 끼니를 걱정하면서도, 밑으론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댔다.
“응? 디아. 밥 먹을 시간인데 이렇게 자꾸 조르지. 밑으로 꽉꽉 물어대면서 놓아주지도 않고.”
“흐, 흐으. 하지만, 으응, 지금도, 충분히, 배불러요…….”
레인디아는 고개를 숙여 볼록거리는 제 배를 바라봤다. 에이든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아랫배를 득득 긁으며 귀두가 올라왔다.
“앞으로 열 달은 족히 배부르게 될 거야.”
“으응, 아, 아앙!”
“그래도 밥은 거르지 말고 꼬박꼬박 먹어야지.”
“흐읏, 으으응!”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응?”
“네, 네에……!”
에이든은 붙잡고 있던 손목을 놓아주며 출렁출렁 흔들리는 젖가슴을 붙잡았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발딱 선 유두가 톡 튀어나왔다. 이것을 입에 물 아이에게 질투가 날 만큼 탐스럽게 무르익은 젖이었다. 하지만 질투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를 밴 디아가 처음으로 흘릴 모유는 자신의 목을 적셔줄 테니.
어서 레인디아의 젖을 맛보고 싶었다.
아이에게 먹일 것인데 아버지가 먼저 확인하는 건 당연했다.
“착한 어머니구나, 디아.”
에이든은 눈을 휘어 웃으며, 제 암컷의 자궁 안을 씨물로 적셔줬다. 젖을 수확하기 위해선 씨를 먼저 뿌려야 했으니까. 물이 차가워지자 에이든은 레인디아를 안아 들어 침대로 돌아갔다. 침대에 눕히는 순간에도 깊이 꽂힌 좆은 빠져나오지 않았다. 에이든은 침대 위에서 뒹굴며 젖은 몸을 문대 닦았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에야 교접은 끝이 났다.
* * *
어느 날, 에이든은 꿈을 꿨다.
레인디아와 함께 맨발로 풀밭을 밟으며 나아가는데, 푸른 호수 너머로 사슴 한 쌍이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꿈이었다. 어렴풋이, 태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아, 오늘은 외출하자.”
“어디로요?”
“비밀.”
“네. 좋아요.”
잠에서 깬 에이든은 무언가 결심했는지, 레인디아를 데리고 곧장 교외로 빠져나갔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한 번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숲이었다.
“세상에. 정말 예쁜 곳이에요.”
꿈에서 본 것처럼 잔잔한 호수가 있었지만,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사슴 한 쌍은 없었다.
“그렇죠? 에이든…….”
“나와 결혼해 줘, 디아.”
그 대신 에이든과 레인디아가 한 쌍의 부부가 되었다. 에이든은 등을 돌리는 레인디아의 손목을 붙잡고 반지를 끼워줬다. 레인디아는 멍하니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봤다.
레인디아의 섬섬옥수에 꼭 맞는 반지는 그녀가 여태 보아온 그 어떤 기물보다 눈부셨다. 반지가 지닌 가치 때문이 아니었다. 앞으로 이 반지가 갖게 될 의미 때문이었다.
“네……! 좋아요, 에이든. 정말 좋아요.”
레인디아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울지 말고 웃어줘, 디아.”
“네. 하지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에이든은 그렁그렁해진 레인디아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녀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말없이 안아줬다.
에이든이 만들어준 약과 보살핌이 효과가 있었는지, 레인디아는 생리가 끝나고 얼마 안 있어 바로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지난번 얘기해 준 꿈 말이야. 태몽이었나 봐.”
“태몽은 여자들만 꾸는 줄 알았어요.”
“이참에 입덧도 내가 대신해 줄까?”
“네?”
“디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면 슬플 거야.”
에이든은 짙은 눈썹을 처연히 늘어뜨리며 레인디아의 몸을 끌어안았다. 레인디아는 그의 몸에 기댄 채 후후 웃었다. 그답지 않은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대답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사실 저, 아직도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아니, 이제는 상관없어요. 에이든과 함께 먹는 거라면 무엇이든 맛있으니까요.”
“디아…….”
“그러니 나 대신 입덧해 줄 생각은 말고, 늘 옆에서 같이 식사해 줘요. 알았죠?”
“그래. 그럴게.”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목덜미에 마구 얼굴을 비비며 어리광을 부렸다. 그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데 디아.”
“네?”
“우리 약혼은 했는데 결혼식은 언제 올리면 좋을까?”
“으음.”
레인디아는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둘이서 조용히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걸로 만족하겠어?”
“네. 저는……, 축하받을 가족도 없고…….”
레인디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비릴리안의 재판이 끝난 후, 레인디아는 벨리타에 대해 잊고 지냈다. 아니, 잊으려 했다. 에이든을 위해서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계속 나아가야 했으니까. 이제 벨리타와 자신은 남이나 마찬가지라 선을 그은 것이다.
“아. 하지만 황후 마마껜 말씀드리는 게 좋겠어요. 에이든의 가족이잖아요?”
레인디아는 재빨리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내 가족은 너뿐이야. 에이든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신부가 된 레인디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른 놈들과 공유할 마음은 없었지만, 그녀의 결혼식이 조용히 넘어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교외의 예배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자.”
“좋아요.”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이마에 쪽 입을 맞췄다. 그저 형식적인 절차였지만 법적인 부부가 된다는 사실에 레인디아는 가슴이 들떴다. 에이든 역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건 하나도 빠짐없이 레인디아에게 해 주고 싶었다. 아니, 그 이상을.
며칠 뒤, 두 사람은 교외의 예배당을 찾았다. 새하얗게 페인트칠한 목재로 만들어진 아담한 크기의 예배당이었다. 주례를 선 교구 성직자의 앞에서 두 사람은 변치 않을 사랑을 약속했다.
“오늘 무슨 날인가요?”
마차가 하이락에 다다르자 창밖을 보던 레인디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특별한 날을 기념할 때만 떠오르는 등불이 하늘 가득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글쎄, 모르겠는걸.”
등받이에 몸을 기댄 에이든이 시침을 뗐다.
성문에 들어서서야 레인디아는 등불을 띄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에이든과 레인디아의 행복을 기원하는 백성들이 마차를 향해 천을 흔들었다.
“봐, 디아.”
에이든은 살며시 레인디아의 손을 붙잡았다.
“디아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
에이든의 잔잔한 속삭임에 레인디아는 그만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읏, 흐윽……, 네……. 기뻐요.”
“또 기뻐서 우는 거야?”
에이든은 두 팔로 그녀를 감싸 안아 다독여줬다.
“괜찮아, 디아. 기뻐서 우는 거라면 얼마든지 울어도 돼.”
에이든은 가슴이 흠뻑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인디아를 감싸 안아줬다.
“어서 오렴.”
황궁에 도착하자 카타리나가 한 쌍이 된 젊은 부부를 환영했다. 그리고 앞으로 사흘간 에이든과 레인디아의 결혼을 기념하는 축제가 이어질 거라 말해 줬다.
“기념 축제를요……?”
“그래. 황후의 특명으로.”
카타리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송구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레인디아를 사이에 두고 에이든과 카타리나가 시선을 교환했다. 백모와 조카의 합작에 레인디아는 또다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토록 많은 눈물을 흘리는데도 가슴 가득 슬픔 대신 행복이 차올랐다.
“귀족들이 보내온 축하 선물들입니다.”
산첼로는 매일 오전과 오후에 황궁으로 도착한 폐물을 싣고 구동궁을 찾아왔다.
“북부의 지그문 후작과 볼레어 경이 보낸 선물도 도착했습니다.”
그가 싹싹하게 손을 비비며 선물을 보낸 이들을 소개했다.
“그래. 거기 두고 가.”
“부인께서는……?”
“아직 자고 있어.”
에이든은 잠든 레인디아의 모습을 떠올리며 싱긋 미소 지었다. 그도 서둘러 잠든 암컷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산첼로는 눈치 빠르게 보고를 마치고 구동궁을 빠져나갔다.
축제 기간, 성축일만큼 많은 관광객이 하이락을 방문했고, 제국의 영웅과 사랑에 빠진 여인의 행복을 한마음 한뜻으로 빌었다. 레인디아는 그 순수한 관심에 둘러싸여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연이은 비극으로 분위기가 우울해졌던 하이락은 생생한 활력이 흘러넘쳤다.
그야말로 한 편의 희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