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신부는 잠 못 이루고 (2)
냉정하게 예결의 상태를 살피던 하량은 사제의 입에서 흘러나온 부름에 순간 숨 쉬는 것을 잊었다.
열이 오른 예결이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삼랑의 언질이 있긴 했으나 그조차 잊을 정도로 놀랐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입술을 달싹인 하량은 자신의 목소리가 여전히 괴물의 것임에 안도했다.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지만 사제에게 자신이 이런 짓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진 않았다.
하량은 예결의 답을 듣지 않은 채 상아함을 들어 올려 안의 한독을 다시 머금고 예결에게 입술을 가져다 댔다.
쾌락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어미 새가 새끼 새를 먹이는 것에 가까웠다.
다시 한번 제가 넘겨주는 독을 꼴딱꼴딱 삼키는 예결을 보며 하량의 눈은 한층 어두워졌다.
입맞춤이 끝나자 예결이 흐느끼듯 다시 한번 대사형, 하고 불렀다.
“도와, 도와주세요.”
놓아주세요.
뭉그러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발음은 둘 모두처럼 들렸다.
‘하지만 결아.’
하량은 그가 한독을 제대로 삼켰는지 확인하며 아까부터 거추장스럽게 느낀 혼례복을 북 찢었다.
‘내 지금 너를 돕고 있단다.’
희게 드러난 다리가 애처롭게도 바르작거렸다. 잘 익은 과일처럼 붉은 성기를 내려다본 하량은 그의 허리를 손으로 단단하게 받치며 위로 끌어당겼다.
“대사형…… 대사형…….”
가엾기도 하지.
이 순간 절대 나타나지 않을 단 한 사람을 하염없이 찾는 사제의 음성은 하량의 마음조차 움직일 정도로 애처로웠다.
그러나 그는 죄책감에 움직이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하량은 한층 서늘해진 예결의 목덜미를 따라 입술을 가져다 대고선 속삭였다.
“아플 겁니다.”
닿을 듯 말 듯 가까운 자리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음성에 예결이 파드닥 몸을 뒤챘다. 그러나 예결이 토해낸 정액으로 젖은 하량의 손가락이 그의 둔부 사이를 파고드는 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악!”
예결은 고작 손가락 하나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몸을 굳혔다.
닥쳐올 고통이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토록 무도하게 구는 사내가 제하량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사형은 고지식한 데다가 성실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다. 예결을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자진해서 사제를 범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새삼 괴호에게서 들은 증언이 실감이 났다.
입맞춤에 젖기 시작했던 예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아는 그 대사형이 변했다는 게 슬프진 않았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자신은 죽고 다시 태어나 에스퍼라는 괴물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다만, 그가 없는 세월 동안 제하량이라는 인간을 깨트리고 부숴, 종래에는 원형조차 찾을 수조차 없이 무너지게 했을 모든 고통이 예결을 울게 했다.
대사형에게 안겨 있음에도 대사형이 보고 싶었다. 자신의 두 눈으로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싶었다.
흐느낌을 느꼈는지 하량이 입술을 달싹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겁니다.”
느릿하면서도 물러남 없이 자신의 안을 여는 손길에서 가이딩이 흘러들어 오며 예결의 정신을 두들겨 깨웠다.
“문 공자께서는 그저 제 봉사를 받으셨을 뿐이지요.”
위로하는 음성은 사포처럼 거칠었다. 뒤틀린 형태로도 여전히 다정한 대사형의 위로가 예결의 가슴에 사무쳤다.
“이 방에서 일어난 일은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악몽 같은 겁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예결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그 점에서 예결과 하량의 입장은 같았다. 엿 같은 독 따위 얼른 해독하고 일어나야 한다.
힘이 무림의 규칙이라면 예결은 그들 중에서 가장 강해질 자신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 괴물로 태어난 게 분명하지 않은가.
분노와 슬픔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덜덜 떠는 예결이 두려워한다고 생각해서 위로씩이나 건네는 남자가 좋아 예결은 그의 가슴에 머리를 비볐다.
“착하군요.”
흑귀처럼 존댓말을 쓰면서 표현은 또 평소의 대사형 같다. 두 사람은 같으니 완전히 구별 짓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대사형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만 넣도록 하겠습니다.”
“하, 하지만.”
하량의 어깨를 짚은 예결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비부에 손가락 서너 개가 들락날락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녹아내렸다. 그런데 여기에 진짜 페니스까지 받아들이게 되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대사형 앞에서 보일 수 있는 추태를 수백 가지 정도 떠올릴 수 있었다.
“너무 좁아서, 이런 식으로 넓히다가는 해독 시간을 놓칠 겁니다.”
음담조차 단정하게만 들렸다. 그런데 이조차 예결을 달아오르게 했다.
미친 게 분명하다.
“누구든, 원하는 사람을 상상해도 좋습니다. 그걸 위해 눈을 가린 거니까요.”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인데.
예결은 입술을 깨문 채 다리를 벌렸다. 그리 대단찮은 몸짓이었다. 그러나 하량은 잠시 침묵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두운 가운데, 무언가 뭉툭한 것이 아래에 와 닿았다. 예결은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했다.
천천히, 그러나 묵직한 몸짓으로 하량의 물건이 예결의 안에 파고들었다.
“끄…… 흐아…….”
어디에 매달려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채 옷자락을 움켜쥐는 예결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희게 변하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있는데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분명 조금 전 첫 삽입이 시작되었음에도 그게 아득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다.
입을 뻐끔거리는 예결의 뺨 위로 무언가 물 같은 것이 떨어졌다. 하량의 땀이었다.
‘대사형도…… 참고 있으신 거야.’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예결은 더듬더듬 손을 뻗어 대사형의 뺨을 감쌌다.
‘여기는 광대, 이즈음은 눈가고. 또 여기는 눈썹…….’
굳은살 없이 매끄럽기만 한, 그래서 연약하게 느껴지는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만약 상대가 예결이 아니었다면 손목을 날려 버리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량은 배부른 호랑이가 제 몸 위로 포르르 날아온 새를 관찰하듯 사제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
이내 예결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찾아냈다. 옷소매를 끌어당긴 예결이 그 천으로 하량의 땀을 꾹꾹 눌러 닦아냈다.
조심스럽기 짝이 없는 손길에 하량은 한순간 사나운 숨을 내뱉었다.
안타까움이나 쾌감과는 사뭇 다른, 습하고 더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분노였다.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위선자를 살리려 몸을 던졌던 그날의 예결이 떠올랐다.
고작 얼굴 몇 번 보고 말을 나눈 게 다인 사내의 좆을 품은 채 엉엉 흐느끼다가 한다는 짓이 땀을 닦아주는 거라니.
몇 번이고 느꼈으나 그의 사제는 지독하게 무방비했다.
‘밖으로 내돌리는 게 아니었나.’
고작 호위 한 명 붙인 채 안심했던 과거의 자신이 안일하게만 느껴졌다.
하량은 손을 뻗어 예결의 몸을 안아 올렸다. 눈이 가려진 뒤 자그마한 접촉에도 깜짝깜짝 놀라던 사제가 몸을 움츠리는 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약을 먹이기 위해서가 아닌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인 입술이 예결의 이마에 닿았다. 다정하고, 어딘지 모르게 간지러운 감촉이었다.
앞으로 있을 일을 모르는 채 방심한 예결의 몸이 이완되는 순간 하량은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웃었다.
“악……!”
하량은 예결을 지탱하던 손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갓 태어난 새끼 양처럼 팔다리를 늘어뜨리고 있던 예결은 반응할 틈조차 없이 하량의 성기에 완전히 꿰뚫리고 말았다.
중력이 닻이 되어 예결의 몸을 침상으로 추락시켰다. 그가 갈 곳이라곤 하량의 품이 전부였기에 예결은 지독한 쾌감에 눈물을 터트렸다.
뒤로 완전히 넘어가지만 않을 정도로 등을 받쳐준 하량은 한순간 기절한 듯 사지에서 힘을 풀었던 예결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헐떡이는 모양새를 지켜봤다.
툭 튀어나온 무릎이 봄볕을 머금은 햇과일만큼이나 옅은 분홍을 머금었다. 잘 익어 흐무러진 과실처럼 달지는 않아도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신맛이 느껴질 것 같았다.
기이한 욕망이다.
“흐으…….”
입술이 무릎에 와 닿는 감촉에 예결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흐느꼈다. 눈을 가리고 있는 혼례복의 허리띠가 처음보다 더 달라붙는 감촉이 느껴졌다.
대사형은 예결에게 쉴 여유조차 주지 않은 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들여 아래를 풀어주긴 했으나 하량의 성기는 예결에게 버겁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는, 멍청한 말을 지껄이느니 신음이나 내뱉는 게 나았다.
“흣! 아!”
가이딩이 숨 쉴 틈조차 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뭘 모르던 시절만 해도 치유의 힘이라 생각했던 가이딩 에너지는 예결의 막연한 상상보다 집요하고 또 폭력적이었다.
제하량이라는 인간 외의 모든 것을 이 세상에서 지워내는 듯했다.
“흐윽…….”
저를 먹어 치우는 사내의 허릿짓에 비상과 추락이 반복되었다. 어질어질한 감각이 양극단을 치달으며 예결을 궁지로 몰고 갔다.
열락의 물결 너머로 좋다와 싫다를 구별하는 판단력이 떠내려간 것만 같았다.
“나는, 아! 흑!”
이게 절정인지도 모르겠는데, 예결의 양물 끝에서 다시 한번 흰 액체가 쏘아져 나왔다. 흐물흐물해진 몸으로 아래를 적신 예결은 혼란스럽게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쉬이…… 괜찮습니다.”
하량은 그를 잠시 달랜 후 손을 뻗어 상아 단지를 끌어왔다. 이젠 그릇을 입에 가져다 대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돌아온 것 같긴 했으나 하량은 얼마 남지 않은 한독을 제 입에 털어 넣었다.
턱을 붙들고 예결의 얼굴을 끌어당긴 하량은 그의 입 안으로 한독을 흘려보냈다. 미약 탓에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사제의 몸이 조금 서늘해지는 게 느껴졌다.
직접 예결을 치료할 작정으로 삼랑을 내보낼 때만 해도 하량의 안에 약간의 염려가 존재했다.
언제나 보호할 대상이었던 사제를 상대로 발기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자신도 미약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결을 상대할 때는 늘 그랬던 것처럼, 하량은 이변을 겪고 있었다.
“도, 도아…….”
예결을 내려다보는 하량의 낯이 무표정했다.
처음으로 쾌감을 알게 된 어린 짐승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벌벌 떠는 모습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애초에 이런 기대 자체를 한 적이 없기에 이는 하량에게 의외로 다가왔다.
“나아…… 느은…….”
혀가 뿌리까지 얼어붙은 양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하량이 또다시 먹인 차가운 독 때문이다.
뜨거운 열락과 차가운 냉기가 번갈아 가며 예결을 범하고 있었다.
옷을 찢어낼 때 희게 드러났던 다리가 하량의 허리를 단단히 감은 채 매달렸다.
거듭된 정사에 머리를 지글지글 끓게 하던 열기는 달아났으나 여유를 찾은 만큼 돌아온 이성이 제 몸에 닿는 손길을 더 적나라하게 느꼈다.
“아흣, 윽! 흐으……! 흑.”
히끅대는 울음소리가 맞닿은 몸에서 몸으로 전해졌다.
하량은 예결에게서 전해지는 떨림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살아 있는 심장의 고동이 그를 기쁘게 했다.
기쁘다는 게 무엇인지 잊은 하량에게 이는 퍽 중독적인 감각이었다.
“가만히.”
하량은 가까스로 제때 자신의 양물을 뽑아냈다. 마침내 절정에 달한 하량의 정액이 예결의 위로 쏟아졌다.
옷과 살갗을 타고 흘러내린 백탁액이 둔부의 골을 타고 예결의 밀지 위에 닿았다. 가이딩이 끝나는 게 아쉬웠던 예결이 저도 모르게 뒷구멍을 움찔거렸다.
한순간, 하량은 치료라는 목적을 잊었다. 예결의 몸을 끌어당긴 하량은 제 정액을 뒤집어쓴 사제의 등에 입술을 묻은 채 잠시 숨을 골랐다.
하나 이는 잠시의 유예일 뿐이었다.
“아!”
간지러운 감각에 허리를 움칠거리던 예결은 한 치의 자비조차 없이 제 안을 파고드는 하량의 양물에 몸을 뒤로 젖혔다. 목이 물린 새처럼 파드득 떨리는 어깨는 이내 아래로 푹 꺾여 야금 위로 무너졌다.
침상 위에 뒤얽힌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 형상은 짐승이 제 것이 아닌 신부의 초야를 탐하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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