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신부는 잠 못 이루고 (3)
흥분 때문에 축골공이 풀리면서 하량은 점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인피면구가 성가시게 나풀거리자 그는 이를 대충 뜯어 침상 곁의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예결은 더해가는 무게에 숨 쉬는 법을 잊었다.
“흐으으…….”
마찰로 화끈거리는 감각에 예결은 침상에 머리를 파묻은 채 어깨를 들썩였다.
이미 풀려 있다곤 하나 좁은 비부가 반쯤 강제로 열리며 그 안으로 하량의 몸이 치받을 때마다 가이딩 에너지가 차오르다 못해 넘치고 있었다.
“아, 아……! 흐읏!”
가이딩을 받고 있음에도 감당하기 버거웠던 크기다. 그런데 어쩐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커지고 있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쿵 뛰었다. 예결을 찍어누르는 힘마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달아날 생각조차 없는 이를 품에 가두며 이어지는 무작스러운 허릿짓에 예결의 몸이 부서져 내릴 것처럼 바들바들 떨렸다.
반쯤은 저를 잠식하는 가이딩 에너지 때문에, 반쯤은 눈이 가려진 탓에 대사형이 너무도 거대한 존재로 느껴졌다.
“흐……. 너무, 커. 으……. 아.”
하량은 자신이 통제력을 잃었음을 인정했다.
예결의 하문은 비좁았다. 가장 안까지 파고들어 길을 내도 허리를 뒤로 빼면 사내를 언제 알았냐는 양 닫히고 만다.
거칠게 굴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집요해진다.
하량은 가엾은 신부를 내려다봤다.
사내로 태어나 같은 사내를 뒤로 받게 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미약 때문인지 타고난 것인지 뒤가 범해지면서 앞을 잘도 세웠다. 백탁액이 얼룩덜룩 말라붙은 성기의 끝은 하량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덩달아 흔들리며 애액을 질금질금 흘려내는 모습이 야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가장 헤픈 건 앞도 아니고 뒤도 아니라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
“너무 많이…… 울면 금방 지칠, 겁니다.”
손으로는 달래듯 뺨을 훔치고 있었어도 살을 비빌 때마다 쏟아낸 정액이 내는 젖은 소리가 철퍽철퍽 침상 위를 울렸다.
예결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네에, 네…….”
사실 너무 좋아도 괴롭다는 걸 배우는 바람에 눈물샘의 통제권을 놓치게 된 지 오래였다.
그러나 하량이 이렇게 달래주는데 어쩌겠는가, 부도수표라도 발행해야지.
“아픈, 건? 아니지요?”
낮고 탁한 음성 사이로 만족이 깃든 신음이 들렸다.
예결은 좋다고 냅다 외치려는 입술을 꾹 깨문 채 고개만 끄덕끄덕 움직이며 흐느꼈다.
“아, 안아주세요.”
보이지도 않는 얼굴을 마주 볼 수 없어 서럽다는 조름이었다. 대단치도 않은 부탁에 짐승은 관대하게도 사제의 몸을 돌려주었다. 아래에 성기가 박힌 채로 몸이 돌려진 예결은 내벽에 와 닿는 자극에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며 흐느꼈다.
하량은 그런 예결의 등을 문지르며 아이를 어르듯 다독여주었다.
자신이 안전한 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예결은 하량의 목을 끌어안으며 가슴에 뺨을 비볐다.
감촉으로 보나, 크기로 보나 하량의 체격이 원래대로 돌아온 게 분명했다.
눈을 가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이 가슴을 착각할 리가.
아까 숨이 막힐 정도로 버거웠던 건 온전한 사형의 몸을 받아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이 마냥 좋았다.
치료를 위해 시작한 정사에 매몰되어 축골공을 유지할 여유조차 잃어버린 하량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사제를 범하며 그가 느꼈을 감정이 무언지, 대사형의 두 눈을 보며 묻고 싶다.
“아!”
한때 도가의 제자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몸짓이 예결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온몸이 기쁨으로 아우성이었다.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고 싶어서, 대사형을 더 깊게 삼키고 싶어 안달이 났다.
“좋, 흐윽…… 조아, 좋아요……!”
다리를 활짝 벌리면서도 음탕하기 짝이 없는 몰골을 대사형이 질색할까 번민한다.
하량은 그 어설픈 요구에 응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가 단숨에 예결의 가장 깊은 곳을 꿰뚫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덜덜 떨리던 몸이 한순간 얼어붙더니 성기 끝에서 멀겋게 변한 정액을 토해냈다.
하량은 예결의 목덜미에 입술을 댄 채 잠시 숨을 골랐다. 자칫 사제의 안에 사정할 뻔했다. 이 행위는 그의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자꾸만 잊게 된다.
성기를 예결의 밀지에서 빼낸 하량은 성의 없는 손길로 제 하반신을 문질렀다. 그리 공들이지 않았음에도 짙은 백탁액이 터져 나왔다.
제 손으로 찢어발긴 붉은 혼례복에 이를 닦아낸 하량은 숨을 고르며 어깨를 들썩이는 사제를 내려다봤다.
거의 타들어 간 촛불의 빛에 눈물로 젖은 뺨이 반짝였다. 그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사제는 그가 선 방향을 두리번거렸다.
이제는 아득히 멀기만 한 과거에 입문식을 치르던 하량은 선대의 가르침을 따르고 스승을 공경하며 사제를 보호하겠노라 맹세했었다.
‘그러나 여기는 곤륜이 아니고…….’
하량의 입술에 벌건 미소가 스쳤다가 사라졌다.
‘나는 오래전에 네 사형이라 불릴 자격을 잃었지.’
짐승은 다시 신부의 위에 올라탔다.
저를 찍어누르는 묵직한 감각에 연약하고 어린 것이 어깨를 벌벌 떨었다. 쾌감이 두려운 건지 이 상황이 무서운 건지, 하량은 소리 내 묻지 않았다.
***
‘이게 꿈은 아니겠지.’
보송보송한 몸으로 깨어난 예결은 눈을 끔뻑였다. 정갈하게 정돈된 침상 위에 흰 침의로 갈아입혀진 채 일어나니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눈가리개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슬그머니 몸을 더듬어 지난밤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으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밤새 눈을 가리던 비단 허리띠는 물론이고 하량의 손에 반쯤 찢어진 혼례복도 마찬가지였다.
정중하게 시작한 정사는 거칠게 끝났다. 첫 경험인 데다가 사내의 몸으로 사내를 받아들였으니 몸이 두들겨 맞은 양 아파야 하는데 산뜻하고 가뿐하기만 했다.
만약 전신에 차오르는 기묘한 전능감만 아니었다면 끝내주는 꿈을 꾼 거라고 판단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그야말로 최상이었다.
“아.”
심지어 목소리도 멀쩡하다. 극독에 당해 녹아내렸던 내장도 다 재생되었으리라.
아무리 등급이 깡패라지만 가이딩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하량이 이렇게까지 유능할 줄은 몰랐다.
‘대사형은……. 가이드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게 아닐까.’
몸도 마음도 충만해진 예결은 처음으로 살을 섞은 순간을 떠올렸다.
다정하기보다는 집요하고, 배려를 잊진 않지만 거친 정사였다.
새벽이 창백하게 밝아올 즈음에서야 하량의 손에서 풀려났다. 갈수록 맑아지기만 하던 정신은 가이딩 귀한 줄도 모르고 재워달라 아우성이었다.
이미 깨어 있는 정신에 자꾸만 각성제를 들이붓는 것과도 같은 밤이었다.
쾌락과 가이딩에 절어 정신이 까무룩 넘어가려 할 때면 하량이 그의 몸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눈가가 짓무르도록 우는 예결에게 해독만 되면 금방 놓아준다며 어르고 달래 놓고는 어찌나 집요하게 굴던지.
이런 거짓말은 천 번, 만 번이라도 환영이었다.
예결이 기척을 내자 문밖에서 삼랑의 모습이 들렸다.
“일어나셨습니까?”
“……응.”
졸지에 초야를 치르게 된 예결은 일부러 차분하게 반응했다.
장지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삼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눈 밑은 검게 변해 있었다.
“얼굴이 왜 그래?”
“죽었다 살아나신 분이 지금 제 얼굴을 신경 쓰시는 겁니까?”
삼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밤새 문 공자가 어찌 되었나 애면글면하다가 어떻게 독살을 시도한 건지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꽁무니에 불붙은 개처럼 뛰어다녔다며 삼랑이 투덜거렸다.
“누구였어?”
“문 공자에게 원한이 있는 독공의 고수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당서악이구나.
삼랑은 일부러 흉수의 이름을 생략했으나 예결은 금방 진실을 알아냈다. 애초에 중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뿌려놓은 원한도 적은 편이었다.
“당 공자가 선을 넘네.”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송구합니다.”
와중에도 예결의 손목을 붙들고 진맥을 마친 그녀가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이미 확인하긴 했지만 완전히 해독되셨습니다. 당분간 먹는 것 조심하시고 몸도 쉬엄쉬엄 움직이셔야 합니다.”
“……내 흑점의 사천지부에 큰 은혜를 입었지.”
“기억나십니까?”
약 기운에 반쯤 정신을 잃고 있던 예결을 떠올리며 삼랑이 물었다.
“드문드문.”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인 예결은 일부러 바닥을 내려보며 우물쭈물했다.
“속에 담아두신 말이 있다면 지체 없이 물어보십시오.”
“그……. 흑귀 님은?”
잔뜩 움츠러든 낯을 하고 있었으나 정작 예결의 속은 산책만 세 시간 한 대형견처럼 들떠 있었다.
삼랑은 그녀답지 않게 잠시 망설이는 눈치였다. 저 섬세하지 못한 성격에도 예결이 지난밤 받았을 충격을 염려하는 모양새였다.
“안 그래도 흑귀 님이 문 공자가 깨어나는 대로 만나게 해달라고 말을 전했습니다.”
“그래?”
예결은 아침 해가 밝기 전에 침상을 빠져나간 대사형이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몸이 달았다.
“운신하기 불편함이 없으시다면 바로 모시겠습니다.”
삼랑도 대충 방 안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으리라.
예결은 대사형이 사제를 범하는 이 막장 드라마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안내해.”
삼랑은 흑점을 몇 번이나 와본 사람처럼 능숙하게 예결을 안내했다. 예결은 부축해 주겠다는 삼랑을 제 발로 걷겠다며 거절하곤 느릿느릿 움직였다.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면 삼랑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걸음을 늦춰주었다.
안내받은 장소가 그리 멀진 않았으나 가는 길 내내 사람 한 명 만나지 않은 걸 보니 일부러 인적이 드문 통로만 골라 이동한 듯했다.
검게 칠한 장지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는 대사형이 앉아 있었다.
들고 있던 죽간을 마저 읽은 후에야 서안에 내려놓은 사내가 예결을 보며 입술을 열었다.
“깨어나셨군요.”
언제 몸을 섞었냐는 양 담백한 태도였다.
‘그래……. 한 번 했다고 두 번째가 쉬울 리 없지.’
예결은 차분히 생각했다. 이번 상황이 여러모로 특수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그래도 난공불락의 성채라고 생각했던 대사형에게도 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좋은 경험인 셈 치기로 했다.
하량은 예결의 앞에 놓인 찻잔에 뜨거운 찻물을 채워주었다. 은은한 황금빛 수색과 그윽한 향기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절로 차분해진 예결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럼, 흑점의 귀한 고객을 해하려 든 이에 대한 처분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요.”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