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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던 사형이 악당이 되어버렸다-81화 (81/203)

81화. 화대 (4)

벌써 끝내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거치적거리는 인피면구를 요령껏 벗어서 던져버린 하량은 사제의 몸을 뒤집었다.

누워 있을 때보다 엎드려 있을 때 상대의 몸에 부담이 덜하다고 훈련받은 까닭이었다.

하량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 시절 배운 것을 써먹게 될 줄이야.’

무엇보다도, 원래대로 돌아온 몸의 무게감을 착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먼젓번에는 미약에 취해 대충 속여넘길 수 있었을 테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나름의 계산을 마친 하량은 축골공이 풀려 원래대로 돌아온 양물을 벌름거리는 예결의 비부에 처박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내벽이 그의 성기를 매끄럽게 받아 삼켰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며 조여드는 감각에 하량은 예결의 둔부를 꽉 움켜쥐었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비단처럼 손끝에 휘감겼다.

“아!”

예결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아니라 기쁨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재차 박아넣기가 무섭게 마침내 절정에 달한 그의 성기에서 정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정작 예결은 앞이 보이지 않으니 정액이 아니라 실례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수치스러운 꼴을 어떻게든 면해보고자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이성이 돌아온 예결과 달리, 하량은 그 모습에 이성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잔뜩 쑤셔서 헤프게 벌려 놓았다곤 하나 이마저도 잘 받아먹으면. 그러면.

‘망가뜨릴까.’

하량은 사제의 목에 이를 박아넣었다.

이유 모를 심술에 예결이 흐느꼈다.

“읏……! 흐윽. 아, 아프.”

쾌락 사이로 유독 선명한 고통의 색채에 하량은 아쉬움을 삼키며 사제의 목덜미를 놓아주었다.

거의 영원처럼 참아온 것 같은 거친 숨을 내뱉은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 자제심을 잊었다. 머리 어느 한구석이 이상해진 게 분명했다.

그가 안고 있는 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사제 문예결이었다. 오래도록 그리워했고,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 여겼다가 이제야 되찾은 존재.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채기 하나 나지 않게끔 온전히 지켜야 한다고, 그렇게 여겼는데 이르게 찾아온 밤의 열락 앞에서 하량의 결심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아니, 어쩌면 애써 가둬 두었던 욕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일지도.

“으읏…….”

예결은 바닥을 짚은 손이 대사형의 허릿짓에 자꾸만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중심을 잡으려 해도 이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독하리만치 저를 꿰뚫는 양물은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더듬더듬 한 손을 뻗은 예결은 아랫배를 만졌다. 무언가가 튀어나와 있는 것 같았다. 예결의 움직임을 알아챈 하량이 말없이 허리를 움직여 뱃가죽을 두드렸다.

“튀, 튀어나왔…… 아.”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가 그 안에서 맥동하기라도 하는 듯 선명하고 소름 끼치는 감각에 예결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저를 가둔 두 팔 사이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저 꿰뚫린 채 눈가가 짓무르도록 우는 게 고작이었다. 집요하기 짝이 없는 정사에도 그의 몸은 손쉽게 쾌락을 얻었다.

대사형이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것 같다. 흑귀일 때는 이보다는 견딜 만했는데, 이제 정말 이성이 뚝뚝 끊기고 있었다.

이러다가 실수라도 저지르면 어쩌지.

예결은 코를 훌쩍였다.

이제 겨우 세운 공든 탑이다. 열락에 눈이 멀어 무너뜨리고 싶진 않았다. 그는 제 가이드 한정으로 헤퍼지는 입을 단속하기 위해 침상 위를 더듬어 잡히는 야금을 입에 물었다.

체액이 튀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고려할 정도로 사정이 좋진 않았다.

“하아…….”

어둑한 신음이 예결의 위로 내려앉았다.

“좋으, 십니까?”

예결은 답 없이 고개만 끄덕끄덕 움직였다.

비록 파문당했다곤 하나 제하량은 여전히 무림인이었다. 그런 사내의 호흡이 거칠어진 것만으로도 예결은 대사형이 얼마나 몰입한 상태인지 알 것 같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예결은 전율을 느꼈다. 대사형의 손길과 그로 말미암은 가이딩에서 얻는 육체적 쾌락과 별개인, 정신적인 만족감이었다.

‘더, 나를 더 원해 주었으면.’

가까스로 놓치지 않은 채 물고 있는 야금이 젖어갔다. 이미 잔뜩 싸질렀음에도 그의 하반신은 잔뜩 성이 나 꺼떡였다.

하량이 그를 치고 들어올 때마다 발기한 물건이 침상의 매끄러운 금침 위로 비벼졌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금침은 손 쓸 도리 없이 더럽혀져 쓸 수 없는 물건이 되리라.

방 안은 결합부에서 나는 찰박거리는 소리와 예결이 흘려내는 끙끙 앓는 소리, 그리고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로 가득했다.

하량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예결의 신음이 잦아들었다는 걸 알아챘다.

예결이 애써 신음을 참는 게 낑낑거리는 강아지 같아서 내버려 두었던 하량은 손을 뻗어 사제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을 가린 허리끈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그 아래로 드러난 뺨은 붉었다.

내도록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렸으면서 어찌 이토록 조용했나 했더니 야금을 문 채 필사적으로 소리를 참는 예결이 보였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나를 부르지 않기 위해서.’

기묘한 배덕감이 제하량의 아랫배를 들쑤셨다.

그렇게 원해 놓고, 또 그렇게나 앓았으면서. 이미 들킨 이름을 삼키려 안간힘을 쓰느라 벌게진 예결의 얼굴이 하량의 시선을 옭아맸다.

기특함? 가련함?

아니. 그런 걸로는 도저히 퉁칠 수 없는 시뻘건 욕망이 그의 가슴에 빠듯하게 차올랐다.

“너무 참지 않으셔도 됩니다.”

야금을 앗아가자 사제가 몸을 굳혔다. 하량은 그가 입술을 앙다문 채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사내에게 다리를 벌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여기저기 입단속을 하며 낑낑거리던 예결, 닿기만 해도 움찔움찔 반응하다가 결국 그를 피해 다니던 예결, 임계점까지 차오른 욕망을 어떻게든 해소해보려 혼자 낑낑거리고 손을 움직이다가 결국 실패해서 흐느끼던 예결, 대화를 위해 찾아든 사형을 결코 배신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 예결…….

그리고, 제 욕망을 대사형에게서 영원히 숨기기 위해 암시장의 싸구려 낭인에게 몸을 열러 온 사제.

“비싼 값을 주고 사셨으니, 마음껏 쓰셔야지요.”

참을 필요 없다고 충동질하는 대사형은 악랄하기 짝이 없었다.

“대…… 흐윽, 사형……! 대사형……. 아, 아흣!”

입을 틀어막는 데 쓰던 야금이 뺏긴 예결은 오래 찾아온 이를 불렀다.

“크윽…….”

그 순간 하량은 사제의 안에 파정했다. 아랫배가 저릿저릿했다.

“흐윽, 흑…….”

예결은 쾌감에 흐느꼈다. 처음 몸을 섞을 때만 해도 하량은 절대 안에 파정하지 않았다.

오로지 해독이 목적이었을 뿐, 정사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등에 맞닿은 하량의 가슴에서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목덜미에 흘러내리는 거친 호흡이 예결의 정신을 쥐어짜고 흔들었다.

‘이러다가 정말 실수할지도.’

더 늦기 전에 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이게 멍청한 짓이라는 걸 깨닫기엔 예결의 판단력은 이미 엉망이 된 후였다.

서럽게 울며 빼앗긴 야금을 찾아 더듬더듬 뻗는 예결의 손을 낚아챈 하량의 낯에 깊은 만족이 어렸다.

그는 제 사제가 인내하길 원치 않았다. 하량의 관대함은 그런 면에서 얄팍하기 그지없었다.

숨을 고르고 단숨에 성기를 빼내자 그 안에 가득 찼던 정액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갑자기 안이 텅 비어버리자 예결의 뒷구멍이 움찔거렸다.

허전함에 다리가 움칫움칫 떨렸다. 하량은 엎드린 채 바르작거리는 예결의 날개뼈 사이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체향에 덕지덕지 엉킨 땀 내음과 정액 냄새가 야릇하기 짝이 없었다.

예결의 아쉬움이 채 길어지기도 전, 하량은 그의 몸을 돌려 덜렁 안아 올렸다.

“아악!”

뒷구멍에 성기의 끝을 맞춘 채 하량은 손을 놓아버렸다. 대사형의 무릎에 주저앉은 예결은 꼬챙이에 온몸이 꿰뚫리기라도 한 것 같은 감각에 숨도 쉬지 못하고 헐떡였다.

하량은 예결의 몸이 뒤로 휘어져도 완전히 넘어가지 않게끔 허리를 단단히 받친 채 그가 숨을 고르고 정신을 차릴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었다.

“너, 너무. 아랫배가. 이대론, 아…….”

“어서 움직여야지요.”

기괴하게 뒤틀린 다정이 예결의 턱 끝을 어루만지더니 가슴께로 내려가 성난 유두를 꾹 눌렀다.

“저는 그동안 여기가 균형이 맞게끔 키워 드리겠습니다.”

사내의 속삭임에 예결은 어쩔 도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 숙인 하량은 사제의 가슴을 깊게 빨아들였다. 오돌토돌한 돌기를 혀 위에 굴리며 맛본 그는 여전히 달큰한 살내에 흥분했다.

예결은 하량의 머리를 깊게 끌어안은 채 신음하며 머리를 뒤로 젖혔다. 대사형의 입 속은 습한 동굴 같았다. 나오는 길을 찾기는커녕 마주 붙든 채 움칫거리던 예결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흐응…….”

최대한 여유롭게 움직이려 해도 예결은 긴장한 채였다. 자칫 힘이 빠져 주저앉기라도 하면 처음 자세를 바꿨을 때처럼 하량의 성기에 꿰뚫린 채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거다.

또 그렇게 되었다가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제 유두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사뭇 적나라하게 들렸다. 질척이는 아래에서 들리는 마찰 소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사이에 얽혔다. 이대로 잡아당겨 얼굴을 들어 올리고, 입 맞추고 싶다.

‘안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넘치는 중에도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한 탐욕 하는 에스퍼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가이드를 더 깊게 품었다.

“읏, 흐으. 으응…….”

어설프기 짝이 없는 요분질이었으나 코끝에서 새는 비음은 예결이 퍽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쾌락이 무언지 갓 알아낸 학생처럼 그는 열심이었다.

하량이 직접 움직일 때에 비하면 소꿉장난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예결이 직접 허리를 흔드는 모습은 자극적이었다.

“아, 아, 아!”

하량은 예결의 등허리를 따라 손을 미끄러뜨렸다.

턱 끝에 매달린 땀방울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번들거렸다. 하량은 그 끝에 입술을 가져다 대려다가 멈칫하고는 사제의 어깨를 밀어 침상으로 무너뜨렸다.

할딱대는 호흡과 함께 예결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등이 바닥에 닿는 것을 느낀 예결의 낯에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

하량은 허리를 뒤로 움직였다. 비부를 범하던 침입자가 마침내 물러가는 기색에 몸이 반사적으로 이완되었다.

그러나 이는 속임수였다.

안에 귀두 끄트머리만 걸쳐놓은 하량은 사제의 어깨를 짚어 고정시켰다. 거의 빠져나왔던 살기둥은 한 번에 가장 깊은 곳까지 치받고 들어갔다.

“흐…… 아……!”

예결은 입을 벌렸다. 타액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다. 어지러웠다. 잔뜩 혹사당해 부어오른 내벽은 처음보다 더 민감하게 대사형의 양물을 받아들였다.

극점을 노리고 집요하게 반복되는 마찰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사, 흐읏, 사형……! 대사형.”

가슴을 헤집어 들뜨게 하는 열기에 예결은 할딱였다.

‘하량, 제하량…….’

이제 정말 한계라는 걸 깨달은 예결은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제 손등을 깨물었다. 하량이 앗아간 야금을 찾을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참아볼 요량이었다.

하나 이를 좌시할 하량이 아니었다.

“이런, 또…….”

긴 신음을 내뱉은 사내가 예결의 손을 끌어당겨 깍지를 꼈다.

붉은 잇자국이 난 손등이 안쓰러웠다. 제 살까지 상해가며 버티려 드는 사제가 야속하기도 했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한 몸 바쳐 욕망을 해소해주고 있는데 왜 자꾸 참으려 드는지…….

하량은 예결의 손등 위에 입술을 가져다 댄 채로 속삭였다.

“나쁜 버릇이 들기 전에 고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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