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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던 사형이 악당이 되어버렸다-119화 (119/203)

119화. 드라마보다 더한 건 (7)

그 말을 들은 흑귀의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표정해졌다.

“아무한테나 배우면 버릇이 나쁘게 들 텐데-”

흘러내린 옷 대신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던 예결은 간절한 시선으로 흑귀를 보며 애걸했다.

“그러니까, 흑귀 님에게 배울래요…….”

버릇이 좀 나빠지면 어떤가. 대사형의 손에 망가지는 거라면 상관없었다.

천진하다 못해 도발적인 발언을 입에 담아 놓고도, 예결은 흑귀를 믿는다는 듯 바라봤다.

하량은 이 아이가 한 번 믿음을 주면 쉬이 꺾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말 한 줌도 안 되는 것만 손에 쥐고, 이를 절대로 놓지 않는다.

욕심이라 보기엔 헌신적이고 희생이라 하기엔 이기적인 방식.

“당신 같은 사제에게 감시인 한 명 붙이지 않는다니, 문 공자의 대사형도 제정신은 아니군요.”

예결은 어안이 벙벙한 시선으로 하량을 바라봤다. 연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스스로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앞으로 감시인을 붙이겠다는 선고인가?’

그것도 좀 억울했다. 삼랑이 할 거 뻔히 다 아는데.

“다리 벌리고 발목을 잡으세요.”

예결은 시키는 대로 손을 움직였다. 그사이 하량은 주변을 쓱 둘러봤다.

“문 공자 같은 숫보기에게 술을 사용하는 건 너무 자극적일 거 같고…….”

윤활유로 쓸만한 것을 찾았는데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았는지 그는 혀를 찼다.

“수, 숫보기라니…….”

동정 취급당한 예결의 시선이 어지러이 흔들렸다.

대사형, 그러니까 흑귀와 같이 지새운 밤이 며칠인데 자신이 순결한 몸이란 말인가?

“혹 앞을 써보신 적 있는 겁니까?”

흑귀가 날카롭게 물었다. 예결은 고개를 빠르게 내저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하면 문 공자는 동정이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미 사내를 아는 몸인데 숫보기라고 부르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아. 하긴. 숫보기치고는 지나치게 음란한 몸이긴 하군요.”

흑귀는 흘러내린 예결의 옷자락을 다시 그의 입에 가져다 댔다.

“절대로 뱉어내시면 안 됩니다. 뭐, 황학루 전체에 청해상단주가 숫보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으시다면 천을 무는 대신 신음을 내질러도 무방합니다만…….”

예결은 하량이 가져다 댄 천을 황급히 입에 물었다.

“문 공자가 느끼는 뒤로 수음하려면 약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량은 정말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처럼 입을 열었다.

“윤활유가 있으면 공들여서 아래를 풀면 되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타액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흑귀가 몸을 숙였다.

처음엔 손가락을 핥아서 집어넣을 줄 알았던 예결은 뜨거운 숨이 다리 사이에 와 닿자 깜짝 놀랐다.

말캉한 혀가 하문을 맛보는 양 할짝거렸다.

“으? 읍!”

이러려고 다시 옷 물고 있으라고 했구나!

예결은 대사형을 말리고 싶었으나 발목을 잡은 손을 놓을 수도, 그렇다고 입에 문 천을 뱉어낼 수도 없었다.

흑귀는 지체하지 않고 밀지를 살짝 빨아들였다가 놓아주기를 반복했다. 깃털로 간지럽히는 것만큼이나 그리 대단치 않은 자극이었으나 하필 하문을 건드리는 행위였기 때문에 몸에 저절로 긴장과 기대가 퍼져나갔다.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침칠만 하고 끝내는 거 아닐까? 하고 긴장을 푸는 순간, 요설을 내뱉던 혓바닥이 비부 안으로 파고들었다.

손가락보다 더 깊게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리 단단하지도 않은데 이성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대사형이 자신의 아래를 빨고 있다는 걸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안으로 들락날락하며 충분히 적셨다고 생각했는지 흑귀가 예결의 허벅지를 짚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입술은 평소보다 야릇하게 붉었고 움찔대는 예결의 밀지를 응시하는 시선에서는 집요함이 느껴졌다.

예결은 흑귀와 정사를 나눌 때면 항상 가려졌던 시야가 자유롭다는 걸 비로소 의식하게 되었다.

“이제 충분히 적셨습니다만. 문 공자가 느끼는 부분은 조금 깊은 곳에 있습니다.”

안 그래도 탁한 흑귀의 목소리가 더 가라앉아 있었다.

“손가락만으로는 닿을 수 없을 정도지요. 하지만 제게 가르침을 청하셨으니……. 노력해 보겠습니다.”

낮게 웃은 사내가 검지와 중지를 아랫구멍에 집어넣었다. 가위질하듯 움직이며 앞서 느낀 쾌락에 이완된 내벽을 벌렸다.

두툼하고 굵은 손가락이 안을 헤집고 파고드는 감각이 유독 선명하게 느껴졌다. 눈을 가리고 있을 때는 그리 의식하지 않았던 사실이다.

하량이되 하량이 아닌 사내에게 몸을 내주고 있다는 이질감이 지나치게 적나라했다.

인간은 시각적인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더니, 예결도 예외는 아니었다.

“흐, 윽!”

거친 감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부드러운 손길이 예결의 하문을 들락거렸다. 밀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내벽을 희롱했다.

낯설게 느껴지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몸부림쳤으나 마음처럼 될 리가 없었다. 예결이 무얼 하는지 속속들이 알아채는 흑귀가, 제하량이 자신의 사제를 지척에서 주시하고 있었기에.

예결의 몸 위로 얼굴을 숙인 하량은 예결의 유두를 입 안에 머금었다. 일찍부터 주시하고 있었던 만큼, 혀로 굴릴 때의 감촉이 각별했다.

아래로는 손가락이, 위로는 혀가 움직이며 몸을 지분거리는 느낌에 예결은 자꾸만 입이 벌어지는 걸 느꼈다. 그는 애써 입을 앙다물었다.

흑귀가 물려준 옷이 흘러내리면 소리를 죽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남에게 사제의 신음을 들려줄 생각이 없는 하량이 이미 기막을 쳐 놨다는 사실을 모르는 예결은 필사적이었다.

움칠대며 뒤로, 또 뒤로 물러나던 예결의 머리카락 끝이 술에 젖었다. 잔이 쓰러지며 식탁 위에 흘러내렸던 것이었다.

그조차도 모른 채, 예결은 거칠어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벌어진 입가로 타액이 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 일일이 연연하기에는 제 몸을 적시는 쾌락이 다디달았다. 하량의 혀가 쿡쿡 쑤신 가슴이 욱신거렸지만, 그마저도 열락이 되어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헤집어 놓았다.

예결은 흑귀의 손에 제 몸을 온전히 맡겼다.

“응! 흣!”

깊이, 더 깊이.

이런 건, 숫보기는 절대 모를 기쁨이다.

“자, 이제 시범은 충분히 보여드린 것 같고…….”

몸을 일으킨 하량은 밀지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애액인지 타액인지 모를 불투명한 액체가 그의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게 보였다.

예결은 발발 떨리는 몸을 추스르려 애쓰며 흑귀를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왜 벌써 자신을 놓아주냐는 원망이었다.

‘끝까지 해주는 게 아니었어?’

시선으로 던진 질문에 낮게 웃은 흑귀가 속삭였다.

“다리는 제가 잡아드릴 테니 스스로 넣어 보시지요.”

고개를 끄덕인 예결은 거의 수갑처럼 스스로를 옥죄고 있던 손을 풀어냈다. 아래로, 아래로 손을 움직였으나 벌름대는 뒷구멍이 아니라 회음을 눌렀다.

“거기가 아닙니다.”

어수룩한 손짓에 흑귀는 친절하게도 예결의 손목을 잡아 하문 쪽으로 옮겨 주었다.

“헤매는 것 같으니, 특별히 도와드리지요.”

손 위에 손을 겹친 하량은 손등을 꾹 눌렀다.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던 예결은 제 손가락이 밀지를 파고드는 감각에 허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히읏! 응……!”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량이 속삭였다.

“넣을 때 자꾸 긴장해서 그런지 뺄 때보다 안으로 들어갈 때 감도가 더 좋은 편입니다.”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다 싶어 두 번째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 넣던 예결의 눈가가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하량이 그렇게 말해서인지 정말 삽입할 때의 감각이 더 적나라한 것 같았다.

예결은 흑귀가 제 몸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되기까지 보냈던 밤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가이드는 정말 절륜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예결이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기 전의 에스퍼라지만 매번 하량보다 먼저 정신을 놓곤 했다.

꼭 체력 때문은 아니었다. 에스퍼의 자제심이란 가이드 상대로는 난약하기 짝이 없어서, 쾌감에 매몰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기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사형은 무림인이라 그런지 쉬이 지치지도 않고 예결을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이 정도로는 부족해.’

수음만으로는 도저히 해갈되지 않는 욕망이 예결의 안에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도와달라고 애타는 시선을 던졌으나 스승으로서의 하량은 엄격한 사내인지 예결의 눈길을 모르는 척 발갛게 달아오른 둔부 사이로 움직이는 손을 지켜볼 뿐이었다.

“흐응…… 흣……!”

쾌락을 주체하지 못하고 히끅대며 우는 얼굴을 내려다본 사내가 은근슬쩍 훈수를 놓는다.

“더 깊이 넣으셔야 합니다.”

엄격한 음성에 예결은 열심히 손을 놀렸다. 예결의 성기는 직접 만질 때보다 잔뜩 성이 난 채 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너무 음탕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걱정 같은 건 되지 않았다. 하량은 그의 사제가 아무리 난잡하게 굴어도 관대하게 받아 주었으니까.

“아래가 이토록 요란하니 입에 재갈을 물려봤자 소용이 없군요. 바로 앞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에겐 이리 질척하게 젖은 소리가 다 들리겠습니다.”

흑귀가 늘어놓는 말들은 아무리 정중하게 포장했다곤 하나 그 이면에 녹아든 뜻은 음탕하기 짝이 없었다.

정말이냐고 묻는 듯 어지러이 흔들리는 예결의 시선이 흑귀를 즐겁게 했다.

“문 공자도 참 큰일입니다. 앞은 샌님 같은데……. 뒤는 이토록 난잡하니.”

흘깃 던진 시선과 피식 휘어지는 입꼬리.

이제는 정말 한계였다.

예결은 침에 젖어버린 옷을 뱉어냈다. 몸을 일으켜 팔짱 낀 채 지켜보던 흑귀의 손을 붙든 예결은 잔뜩 기대치만 올려놓아 욱신거리는 아래에 가져다 댔다.

“넣어, 넣어주세요.”

어떻게든 신음을 참아보려 끕끕대며 던진 말 그대로의 애원에 흑귀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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