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화씨지벽 (6)
“하으, 앗! 아흣……!”
예결이 몸을 뒤채며 내뱉는 달콤한 신음에 하량은 혀로 살기둥을 감싸며 핥아 올렸다.
목구멍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잔뜩 성이 난 성기는 단단하고 뜨거웠다. 쉽사리 달아오르는 몸이라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이리 한번 열을 지펴 놓으니 지독하게 야했다.
예결이 놀랄 걸 알면서도, 전희 따위는 전부 내던지고 저 다리 사이에 파고들고 싶었다.
‘음탕하기 짝이 없군.’
같은 사내의, 그것도 아껴 마지않던 사제의 아랫도리를 빨면서 하량은 명백히 발정하고 있었다.
“대사, 대사형.”
하량은 그 부름에 답하기 위해 예결의 성기를 더 깊게 빨아들였다. 목구멍을 자극하는 감각에 기침이 나올 것 같았으나 참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어떻게 하면 예결을 더 녹진하게 녹여낼 수 있는지, 어디를 제일 좋아했는지 같은 생각을 쉴 새 없이 떠올리고 있었다.
무공을 익힐 때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 그만. 나올 것, 같.”
차마 붙잡을 수는 없었는지 그의 머리 위에서 서성이던 예결의 손이 허우적거리는 게 느껴졌다.
수치심과 임계점을 넘는 쾌감에 만류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차마 밀어내지 못할 정도의 연약한 마음.
하량은 손쉽게 그 틈을 파고들어 제 목적을 이뤘다.
“아……. 하읏!”
연즉 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던 신음 중 가장 날카로운 교성이 들렸다. 입 안에 가득 차는 미끈미끈하면서도 텁텁한 백탁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삼킨 하량이 고개를 들었다.
예결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이보다 더한 짓을 몇 번이나 겪었음에도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지 처음처럼 부끄러워하는 사제의 모습에 하량의 속이 시끄러워졌다.
“왜 그리 얼굴을 숨기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양 묻자 예결이 웅얼웅얼 답했다.
“몰라요.”
“같은 사내끼리 무어가 그리 부끄럽다고.”
여상한 투로 도발을 건네자 바로 반응이 왔다.
“저는, 대사형이 그냥 그런 ‘같은 사내’로 느껴지지 않는걸요.”
목덜미를 붉힌 예결이 따지듯 말했다.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 던지고, 같이 미역을 감을 수 있는, 그런 아무나가 아니란 말이에요.”
“…….”
가만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하량도 모르던, 그가 원하는 말만 쏙쏙 골라서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걸, 다. 사, 삼키면.”
어찌 마무리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건지, 예결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의 음성은 거의 훌쩍이기 시작한 사람처럼 가늘어졌다.
“내 서툴러 조금 흘렸는데, 다 삼키지 못해서 섭섭했구나.”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면서도 하량은 부러 능청을 떨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예결이 발끈해서 고개를 들었다가 시선을 마주하고는 아차,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발그스름하게 물든 볼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더 괴롭히고 싶어졌다.
‘어릴 적에도 이런 것에 즐거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호감 있는 상대를 툭툭 건드리고 그 반응을 관찰하는 또래를 볼 때마다, 하량은 무심한 눈으로 지나치곤 했다.
“퍽 진하더구나. 앞을 어떻게 달래는지 알려줬는데, 숙제를 게을리한 모양이야.”
하량은 그리 말하며 예결의 발목을 끌어당겼다. 금방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간 예결은 이렇다 할 반항도 못 하고 질질 끌려왔다.
옷자락이 뒤집히고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허리끈이 흘러내리면서 옷깃 사이로 발긋한 유두가 보였다.
“상이 아니라 벌을 받아야겠구나.”
그리 말한 하량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또 구음을 시도할 줄 알았는지, 예결의 다리가 움찔했으나 하량이 파고든 곳은 그보다 더 아래였다.
회음부를 건드릴 것처럼 허벅지를 눌러 벌린 남자는 그 민감하기 짝이 없는 살을 간질이다가 더 아래로 내려갔다.
둔부를 양옆으로 잡아 벌리자 예결의 하문이 눈에 들어왔다.
고작해야 보름 정도 색사를 쉬었을 뿐인데, 밀지는 단단하게 다물려 있었다.
이리 보면 저 안에 양물을, 아니 손가락 하나라도 밀어 넣는 것 자체가 가혹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하량은 저 안이 얼마나 부드럽게 풀어지는지, 또 탐욕스럽게 제 성기를 삼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행이지.’
마음이 약해진다고 그만둘 생각도 없으면서 하량은 손쉽게 제 죄책감을 덜어냈다.
“적실 걸 가져다 놓지 않았는데…….”
하량은 부러 예결이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비교적 얌전히 다리를 벌리고 있던 사제의 몸이 바둥거리는 게 느껴졌다.
“가만히.”
다리를 붙든 손에 조금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예결의 움직임이 조금 잦아들었다. 기대와 두려움이 반씩 섞인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사제의 모습에 하량이 약속했다.
“흠뻑 적셔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렴.”
그리 말한 대사형은 예결의 샅 사이로 다시 파고들었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말캉한 감촉에 예결은 울상을 지었다.
‘이거 진짜……. 진짜 너무 좋아서 싫은데.’
팽팽해진 몸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것처럼, 하량의 손이 허벅지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예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하문에서 말캉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으…… 대, 대사형…. 흣! 뭐 하시는, 무슨!”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아무런 말이나 주절주절 내뱉는 건 쉬웠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대로 출력하면 되니까.
“안, 아 돼요. 아흣! 그, 거긴.”
혀가 안을 파고들고 있었다. 머리를 타들어 가게 만드는 쾌감과 수치심이 누가 먼전지 겨루는 양 가열하게 교차했다.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질 수 없는 감각이 있다면 그게 바로 이것일 것이다.
예결은 최대한 숨을 죽이려 애썼으나 아래를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쾌감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흣! 흐아……!”
아래가 빨리는 감각에 다리가 절로 벌어진다. 샅을 잡아 벌릴 필요가 없어 자유로워진 하량의 손은 엉덩이를 주무르며 성감을 곤두세웠다.
밀지에 말캉한 것이 들락날락하며 내는 질척한 소리가, 그 습윤한 감촉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면서도 비현실적이었다.
“그냥 넣어, 넣어 주시면 안 되나요?”
예결은 울며불며 애걸했다. 그때 하량의 속삭임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이 우형이 결이 너를 아프게 할 리가 없지 않니.]
‘누가 혜광심어를 이럴 때 써요……!’
화로에서 밤을 꺼낼 때만 해도 무공을 이런 일에 사용하는 게 익숙지 않다더니, 인제 보니 재능이 넘쳤다.
“그, 아, 흣!”
문장은커녕 단어조차 완성하지 못한 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음절마다 절박함과 쾌감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하량은 제 손아귀 안에서 흐드러지는 예결의 몸을 그 어느 때보다 탐닉하듯 관찰하고, 또 집어삼키고 있었다.
예결이 차마 숨기지도 못하고 흘려보내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반응이 하량을 즐겁게 했다. 그간 몸을 섞으며 어떤 면에서는 능숙해지긴 했지만 조금만 수치심을 자극해도 무너져 내리는 예결을 보는 건 그의 기쁨이었다.
파고들 틈일랑 전혀 없던 하문은 혀로 몇 번 쑤석거린 것만으로도 몇 번이고 쾌감을 선사한 상대를 알아챈 양 슬그머니 벌어져 그를 환영했다.
손도 작고 발도 작은 사제는 이 안까지 좁았다. 그래도 하량이 빽빽하게 새겨놓은 욕망은 여전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적셨다고 생각한 하량은 그만 빠져나오려다가 멈칫했다.
예결을 기쁘게 하고 싶었다. 그가 쾌락에 몸서리치길 원한다. 사제의 처음을 가져간 흑귀보다도 더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고 싶었다.
‘추하군.’
첫 경험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관념 때문에 저 자신을 질투하는 꼴이다.
그래도 하량은 예결의 안에서 자신이 다른 그 무엇에 비교되길 원치 않았다. 대안 같은 게 없는 하량과 달리, 예결은 흑귀를 선택한 적이 있었다.
하량과 달리 예결은 수치심이 뭔지 아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모나 욕망보다도, 인간의 도의를 지키고자 다른 사내의 품으로 갔다.
‘두 번은 안 되지.’
설령 그게 제 다른 모습인 흑귀라 한들, 하량은 예결을 내어주고 싶지 않았다. 애당초 예결을 그런 식으로 탐한 것은 실수였다.
하량의 안에는 그조차 모르던 성급함이 존재했다. 한 번도 다른 누군가에게 사내로 다가선 적이 없었기에, 그는 본인이 서투르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하, 으흣! 흐아, 아……!”
달큰한 교성이 예결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너, 넣어……. 제발. 흐윽. 대사형…….”
숫제 훌쩍이는 울음 사이에도 비음이 섞였다. 예결의 내벽이 움찔움찔 움직이며 더 안까지 채워달라는 양 조르는 게 느껴졌다.
하량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결아.”
나직한 부름에 예결이 그를 바라봤다.
가려지지 않은 두 눈은 열락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리저리 튀는 시선마저도 애달프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면 제가 미친 걸까.
하나 하량은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았다.
일부러 가리거나 속이지 않아도 그 두 눈은 온전히 하량을 담고 있었다. 숨길 수 없는 당혹으로 물들어 있음에도 항상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 어떤 색도 저보다 아름답지는 못하리라.
‘이걸 이제야 보게 되었다니.’
처음부터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영영 놓칠 뻔했다.
풀려서 벌어진 밀지에 성기의 끝을 가져다 대며 하량은 예결의 젖은 뺨을 쓸어내렸다.
속 시커먼 욕정과 투명하기 짝이 없는 연정은 뜻밖에도 공존할 수도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이 우형이 너를 연모하고 있단다.”
바로 답을 들을 작정으로 꺼낸 말은 아니었다.
“저도요.”
한데 예결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두 팔로 하량을 끌어안았다.
“제게 대사형을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기꺼운 명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