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독제비는 참지 않고 (5)
“잘 먹는구나.”
희고 붉은 색의 대비가 퍽 아찔했다. 예결은 이상하게도 식욕이 이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저도 모르게 혀를 내민 예결은 흠뻑 젖은 하량의 손가락을 핥았다. 나름 분주하게 사제가 먹을 과일을 손질하던 하량은 말캉한 감촉에 시선을 주었다.
아차, 싶어서 물러나는데 낮게 웃은 하량이 양껏 먹으라는 듯 예결의 입에 손가락을 물려주었다.
망설이던 예결은 솜털처럼 부드럽게 밀려 들어오는 가이딩에 홀려 그 끝을 입에 물고 천천히 핥아 올렸다. 손가락의 마디마디를 더듬어 올라가며 아프지 않게 잇자국을 남겼다.
이미 기예단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량은 울음으로 발긋해진 예결의 코끝을 내려봤다. 몽롱해진 눈으로 손을 핥는 예결은 지금이 한창 정사를 나누는 중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색기가 흘렀다.
“물러가라.”
넓은 옷소매를 펼쳐 예결을 푹 덮은 하량의 목소리가 내공을 담고 널리 퍼졌다.
한창 불꽃 고리 세 개를 한 번에 통과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던 기예단이 부산스레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게걸스럽게 하량을 탐하던 예결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부끄러운 양 하량의 품에 고개를 박았다.
쿵, 쿵.
평소보다 조금 빠른 울림으로 뛰는 심장. 예결은 안도했다.
저 혼자 이렇게 넋이 나간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안아주세요.”
옷깃을 거의 쥐어뜯듯 그러쥔 예결이 하량에게 요구했다.
하량은 잠자코 사제의 몸을 끌어당겨 안정적으로 지탱하고는 그를 제 품에 깊이 끌어들였다.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으나 등을 쓸어주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손길도 좋았다.
“기예단이 싫었던 건 아니지?”
재차 확인해오는 미련 많은 하량의 태도에 예결은 말없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답하기 싫었다.
삼랑을 탈탈 털어 그의 과거사를 알아냈다는 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이 미련 없이 죽으며 남긴 약속이 여태 하량을 지독하게 옭아맨 족쇄 노릇을 했다는 걸 알고 이렇게 서럽게 울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너무 염치없는 짓 아닌가.
“다행이구나…….”
하량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섧게 울고 난 예결은 미안해졌다.
대사형은 그저 자신을 기쁘게 해주려 했을 뿐이다. 한데 돌연 사제가 뭔지도 모를 이유로 야단을 부린 탓에 십만대산까지 기예단을 공들여 데려온 보람이 다 무색해지지 않았나.
“달래주지 마세요.”
울어서 붉어진 코를 한 예결이 하량의 목에 팔을 두르며 속삭였다.
“울고 떼쓴다고 달래주면 버릇 나빠져요.”
“네 일인데?”
“제 일이어도요.”
하량은 예결은 안은 채 몸을 일으켰다. 눈높이가 바뀌는 것도 이젠 익숙했다. 청형전으로 들어선 하량은 침소가 아니라 탕옥으로 향했다.
따로 물을 준비하라고 언질을 준 것 같지도 않은데, 탕옥 내에는 더운 수증기가 가득했다. 예결은 이 높은 산에 상시 온수를 공급하기 위해 하량이 어떤 수를 냈을지 궁금해졌다.
하량은 예결을 탕옥의 난간에 앉혀놓고, 그의 신발과 옷을 벗겼다. 예결은 하량이 벗겨내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옷의 등 쪽에 하량의 손 크기만 한 붉은 자국이 점점이 찍힌 걸 발견했다. 손을 씻을 겨를조차 없이 예결을 안고 탕옥까지 오느라 석류즙이 남긴 얼룩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대사형은 홑옷 차림이 된 예결을 탕옥에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남 시중드는 일이 그리 익숙지 않아서인지 하량이 걷는 것을 잊어버린 미색의 옷소매가 너울너울 물에 젖어 들었다. 마치 빗물을 흠뻑 머금은 날개 같아 보였다.
“잠시만.”
하량은 옷을 벗으려는 건지 예결을 놓고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대사형과 떨어지는 게 싫었던 예결은 그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첨벙!
그리 힘주어 잡아당긴 것도 아닌데, 하량은 너무도 쉽게 끌려와 물에 빠져버렸다. 제 몸 위에 덮쳐지는 무게에 예결은 배시시 웃다가 대사형과 눈이 마주쳤다.
상반신을 일으킨 그는 예결이 물에 푹 빠지기 전에 그의 등을 받쳐서 지탱해 주고는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긴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옷이 연한 색인지라, 하량이 움직일 때마다 살갗이 천 너머로 비쳤다. 언뜻 두드러지는 아랫배의 윤곽에 예결은 이미 젖어 있는 입술을 핥았다.
“짓궂기는.”
하량이 눈을 흘기는 척하다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영 어색했는지 멋쩍게 웃어버렸다.
예결은 언제나 여유로운 하량답지 않게 풋풋함이 느껴지는 미소에 가슴이 멀미라도 할 것처럼 울렁거리는 걸 느꼈다.
하량이 밝은 미색의 장포를 걸치고 있다는 게 새삼 눈에 밟혔다. 대사형은 예결이 아무렇게나 툭툭 던진 말조차 충실하게 지켰다.
그 지독한 성실함 탓에 죽지도 못하고 살았을 사내가 가여워서, 또 너무 어여뻐서 괴로웠다.
“하고 싶어요.”
심술을 부린 이유가 발정이 나서인 것처럼 입에 담은 예결은 초조한 낯으로 하량의 낯을 살피다가 그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갑자기 탕옥으로 끌려들어 오느라 하량이 벗지도 못한 장포 아래로 파고든 손이 허리춤을 쥐고 바지를 벗겨내려 들었다. 물에 젖은 옷은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주지 않았기에 예결은 몇 번이나 헛손질하며 낑낑거렸다.
그는 절실했다. 자신이 가진 것 중 하량에게 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집요한 애정과 소름이 끼치는 맹목, 그리고 이 몸 외에는 전부 하량에게서 받은 거였다. 하다못해 그 잘난 능력조차 하량이 없으면 예결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독이 된다.
예결은 하량에게 기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겨우살이였다.
“결아, 이런.”
기예단을 앞에 두고 갑자기 울어버렸던 사제가 갑자기 정사를 나누자 조르는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하량은 그를 잘 달래서 떼어놓으려 했다.
하나 저돌적으로 나오는 예결을 밀어내기에 하량의 거부는 소극적이었다.
예결은 마침내 대사형의 성기를 꺼냈다. 모양 자체는 반듯하게 잘생긴 편이었으나 크기나 길이가 지나치게 흉흉했다. 이걸 몇 번이나 제 안에 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량의 양물은 이미 반쯤 발기한 채였다. 예결이 그 아래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흥분한 것 같았다.
대사형이 예결의 어깨를 붙들었다. 슬쩍 밀어내며 무어라 말리려 드는 기색에, 예결은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그의 성기를 입 안에 머금었다.
한껏 입을 벌리고 귀두 끝을 안에 집어넣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입꼬리가 뻐근했다.
예결은 혀로 요도 끝을 살살 핥았다.
“윽…….”
하량의 낮은 신음이 들렸다. 예결의 어깨를 쥐고 있던 손길이 조금 느슨해졌다. 예결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고개를 더 앞으로 숙였다.
양물의 끄트머리가 각도 때문에 목구멍 쪽이 아니라 입천장을 비볐다. 예결은 하량의 허벅지를 붙들고 천천히 머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느린 움직임에도 반응해 찰랑찰랑 움직이는 수면이 그의 턱과 뺨을 번갈아 때렸다. 하량의 손길이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흘깃 위를 올려다보자 하량이 붉어진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발긋하게 달아오른 눈가를 보고 있으니 입에 침이 절로 고였다. 예결은 살기둥을 혀로 감싼 채 열심히 움직였다
“읏, 겨…… 결아…….”
변변찮은 기교에도 대사형이 속수무책으로 신음하는 얼굴이 야하기 짝이 없었다. 예결이 할 줄 아는 건 그냥 서툴게 혀를 움직이는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나 반응하는 걸 보면 정말 민감하고 음란하기 짝이 없는 몸이다.
예결은 여기가 중원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게다가 대사형은 천마이니 아무도 함부로 그를 넘보지 못할 것이다.
“그만, 흐윽…… 그만두렴. 이러다가.”
하량의 허벅지에 두어 번, 힘이 들어갔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예결이 하고 있는 양을 내버려 두고픈 충동과 당장에라도 그를 엎어놓고 박고 싶다는 욕망이 번갈아 교차하는 게 노골적으로 티가 났다.
느릿한 애무와 달리 하량의 성기는 빠르게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를 세우지 않으려 해도 자꾸 살이 닿는 게 느껴졌다. 그때마다 제 머리를 틀어쥔 하량의 손에도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예결의 등허리를 타고 오싹오싹한 감각이 흘러내렸다.
“이런, 버릇은 들인, 적이 없는데…….”
낮게 읊조리는 하량의 음성이 뚝뚝 끊겼다. 그의 손에 머리카락이 헤집어지는 감각조차 지금의 예결에겐 자극적이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어야지. 결아. 응?”
그만두라는 듯 어르는 대사형의 목소리에 눅진한 색향이 묻어났다.
하지 말라는 말로 사람을 이렇게 부추기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날로 삼켜도 비리지 않을 것 같아.’
대사형을 보고 있노라면 실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단한 성기가 목구멍 가까이 치받을 때마다 예결은 눈을 깜박였다. 숨통이 막혀서 눈가가 경련하듯 떨리는 걸 숨기기도 어려웠다.
‘조금만, 조금만 더…….’
아주 삼킬 작정으로 고개를 숙이는데, 하량이 적시에 손에 힘을 줬다.
머리채를 쥔 손을 더 거칠게 박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결을 말리기 위해 쓴다는 게 참으로 대사형다웠다.
“아, 흑…… 쿨럭.”
사내의 양물을 목구멍까지 삼켜 보려다가 제지당한 예결은 물기 어린 눈에 원망을 담아 하량을 올려다봤다. 타액이 흐른 입가에 손으로 가린 예결은 기침을 내뱉느라 말도 못 하고 있었다.
하나 하량은 그의 의사를 다 알아들었다는 양 바삐 대꾸했다.
“그러다가, 목이 상하면. 어쩌려고…….”
예결을 잠시 제지하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마친 대사형은 허리를 뒤로 물렸다. 흥분의 기색이 번진 낯이긴 했으나 여전히 견고한 이성이 자리 잡고 있는 얼굴에 예결은 시무룩해졌다.
오늘은 글렀나.
“이리 오렴.”
살살 달래고 어르던 하량이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했는지, 그는 예결이 거부할 수 없는 미끼를 던졌다.
“꽃잠 자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