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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잡는 회귀검사-18화 (18/174)

18화 마약 중간판매책

“젠장!”

조직에 들어온 지도 벌써 15년은 훌쩍 지났다.

중학생 시절, 또래 아이들을 주먹으로 때려눕히고 위에서 군림하며 뺏은 돈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려 왔다.

그 무렵 지역 큰손으로 통하는 큰 형님의 눈에 들어 일찌감치 조직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았고, 이미 권력의 달콤함에 완전히 취해 버려 다니던 학교도 그만뒀다.

학력은 중학교 중퇴, 가장 밑바닥인 따까리부터 시작하여 갖은 고생을 하였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큰 형님이 라이벌 조직인 육성파 부두목을 사시미로 찔러 살해한 죄를 대신 뒤집어썼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 일은 오히려 인생을 완전히 뒤바꾼 새로운 기회였다.

법정에서 살인죄가 확정되었음에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3년.

물론 남들에게 감옥에서 보내는 이 3년이 아주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현재 군 복무 기간이 26개월, 2년이 조금 넘는 그 기간조차 버티기 힘들어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으니까.

감옥에서 보내는 3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감옥에서 보낸 3년 이후,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다면?

출소 후 큰 형님을 대신하여 복역한 공을 인정받아 조직 최하층 계급에서 단숨에 20명의 수하를 거느린 행동대장이 되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큰 형님이 가장 믿는 최측근 중 한 사람이 되었고,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부두목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금도 누리고 싶은 것은 모두 누리고 있는데 만약 3명의 부두목 중 하나가 된다면?

그 권력과 위상은 말할 것도 없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있던 김두식이 이제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앞두고 있었다.

‘지금 붙잡히면 끝이다.’

눈앞에서 달려드는 안경 쓴 남자를 주먹으로 날려 버린 김두식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김두식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누범 기간이다.

대형 로펌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변호사를 선임했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간신히 구속은 면했다.

하지만 이번에 붙잡히면…….

빼도 박도 못 하고 백 퍼센트 구속이다.

“비켜!”

파악!

“꺄악!”

앞에서 얼쩡대는 여자를 밀쳐 낸 김두식이 빠르게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구속만은 절대로 안 된다.

큰 형님은 이제 늙었다.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이때, 만약 구속된다면 더 이상 올라설 수 있는 기회는 없다.

퍼억!

“끄어억!”

좌측에서 달려드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를 구두 밑바닥으로 걷어차 버린 김두식이 순간 눈을 빛냈다.

‘이 새끼들이 짭새들이라면 정문과 후문의 출입문은 이미 막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빠르게 판단한 김두식이 정문과 후문의 방향이 아닌 홀 한쪽 구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잡아!!!!!!”

박봉준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미 주변은 아수라장이었다.

갑작스러운 난투극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하기 바빴다.

“젠장!”

인파를 헤치던 박봉준이 조금씩 멀어지는 김두식을 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실수다.

건장한 사내 네 명이면 충분히 검거가 가능할 줄 알았다.

아니, 애초에 인원이 문제가 아니라 합이 맞지 않았다.

네 사람이 사방을 둘러싸고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조여 가야 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지금은 가만히 앉아 후회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무조건 놈을 잡아야 할 때다.

“…화장실?”

이내 김두식이 들어가는 장소를 확인하고는 박봉준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제 발로 막다른 곳에 기어 들어가다니.

제정신인가?

덜컹.

강화유리로 된 화장실 출입문은 시정장치가 있는지, 김두식이 안쪽에서 잠근 상태였다.

출입문 안쪽은 블라인드 처리가 되어 있어 김두식이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박봉준이 그런 출입문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고 있자, 어느새 나머지 세 수사관도 박봉준의 뒤에 도착했다.

“잠겼네요. 어쩌죠?”

“어차피 이곳에서 더 도망갈 곳은 없습니다. 나이트 관리자를 부르든, 열쇠업자를 부르든 천천히 문을 따고 검거하면…….”

투쾅! 쿵!

어느새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다시 고쳐 쓴 수사관이 말을 잇고 있을 때, 화장실 안쪽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연이어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서로를 마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네 사람.

“……!”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는지 박봉준이 더욱 크게 눈을 떴다.

“환풍기!”

이내 박봉준이 큰 소리로 고함쳤다.

“젠장!”

“두 사람은 여기를 지키세요. 대기하면서 부장검사님께 바로 연락드리구요. 우리는 지금 바로 바깥으로 나갑니다.”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박봉준이 나이트 출입문을 향해 뛰기 시작하자 나머지 한 수사관도 박봉준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그런데 정말 이쪽으로 올까?”

호식이 도윤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우리 부장검사님께 얼굴도장도 안 찍었는데 혹시라도 두식이가 검거되면…….”

호식이 자못 불안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 순간.

투쾅!

“……!”

눈앞에 환풍기가 굉음과 함께 떨어져 나가자 호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와 동시에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빼꼼 얼굴을 내밀며 기어오른다.

“준비는?”

도윤의 물음에 호식이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강력범들, 그중에서도 특히 마약사범들은 흉기를 소지하고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때문에 현장 수사관들은 일선에서 살인범을 검거할 때보다 마약사범을 검거할 때 본인의 안전에 더 유의한다.

이런 이유로 도윤은 특히 안전에 유의하라고 호식에게 신신당부해 놓은 상황이었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김두식이 이내 환풍구를 통해 바깥으로 몸을 완전히 빼내자 도윤이 외친다.

“덮쳐!”

도윤의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이 김두식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이런 씨발!”

판단은 빨랐고 행동은 더 빨랐다.

욕지거리를 내뱉은 김두식이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상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 들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으랴아아아아아아아!”

도윤보다 호식이 한발 빨랐다.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힘을 그대로 이용한 호식이 오른쪽 어깨로 김두식의 가슴팍에 부딪혀 갔다.

퍼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한데 뒤엉킨 호식과 김두식이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크억!”

등부터 떨어져 내린 김두식이 단발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이게 바로 나의 우상, 골드버그 형님의 스피어(Spear)다아아아앗!”

호식이 큰 소리로 외치며 넘어진 김두식의 다리 관절을 꺾기 시작했다.

물론 어느새 도착한 도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회귀 전 도윤은 그라운드 기술의 달인이었다.

두 다리를 이용하여 김두식의 오른팔을 단단히 고정시킨 도윤이 그대로 암바를 시전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김두식의 쩌렁쩌렁한 비명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

* * *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윤만석과 박봉준 일행은 김두식이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고생들 했다.”

마침내 김두식의 양 손목에 수갑을 채워 호송 차량에 태운 윤만석이 도윤과 호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뭐, 이쯤이야…….”

겸손을 떠는 도윤과 달리 자못 우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는 호식이었다.

그 상반된 반응에 윤만석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으드득.”

반대로 두 사람이 하는 꼴을 가만히 바라보던 박봉준은 이를 갈며 고함친다.

“누가 니들 마음대로 단독행동 하라고 했나!?”

“…….”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호식이 순식간에 풀이 죽었다.

“고작 실습 나온 연수생 새끼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보고도 없이 함부로 날뛰나? 어디서 배워 처먹은 행동이냐?”

“누구는 뭐 그런 생각 못 해서 안 한 줄 아나, 건방지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했던가?

쏘아붙이는 박봉준에 이어 뒤에서 지켜보던 김영재가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리자 호식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 선배가 얘기하는데 이 새끼, 표정 봐라. 너, 내가 우습냐?”

이어지는 말에 호식은 진심으로 눈앞의 박봉준을 바닥에 내다 꽂고 싶어졌다.

‘케인 형님의 초크 슬램(Chokeslam)이나 트리플 에이치 형님의 페디그리(Pedigree)로 바닥에 내다 꽂은 다음에 부커티 표 스윗친 뮤직(Sweet Chin Music)으로 아작을 내 버릴까 보다’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호식이 이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바닥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

“우스운 것 아닙니다.”

“하, 머리 하나 믿고 미쳐 날뛰는 고졸새끼나, 근본도 없는 자식이나, 지들이 잘난 줄…”

“……!”

박봉준의 말에 호식은 물론이고 도윤의 표정도 굳어 가기 시작했다.

“거기까지 하지.”

표정을 굳힌 것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윤만석도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뒤에 피의자 안 보이나?”

승합차량 맨 뒷좌석에서 수갑을 찬 김두식이 몸부림 치고 있었다.

양쪽에 앉은 두 수사관이 양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음에도 차체가 흔들흔들거렸다.

“일단 지청으로 돌아가지. 그리고 자네.”

윤만석이 박봉준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상급자 앞에서 해도 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네. 그 짬이면 그 정도는 구분되지 않나?”

“그건…….”

“아니면, 요즘 말로 짬을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

윤만석의 말에 박봉준이 찢어질 듯 눈을 부릅떴다.

윤만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 튀어 나왔다.

무서운 눈빛으로 도윤과 호식을 노려보던 박봉준이 이내 윤만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

잠시 후 고개를 든 박봉준이 홱 하고 몸을 돌렸다.

박봉준이 차량에 오르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오성춘과 김영재도 재빨리 차량에 올랐다.

“같이 가고 싶지만 분위기가 이래서 따로 오는 게 좋을 것 같군. 자리도 부족하고 말이야.”

윤만석이 차량에 몸을 싣기 전 도윤과 호식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저희는 요 앞 찜질방에서 사우나라도 하고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우나?”

순간 혹한 표정을 짓던 윤만석이 이내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다음에는 나도 같이 가지. 식혜랑 계란은 내가 사지.”

윤만석의 말에 도윤과 호식이 멋쩍게 웃었다.

이윽고 윤만석까지 차에 오르자 차량은 빠른 속도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차량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호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직장 생활 뭐 이리 힘드냐?”

“이 정도 가지고 뭘.”

호식의 말에 도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몸 한번 지지러 가자. 잠도 못 자고 아주 지쳤다, 지쳤어.”

말을 마친 호식이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도윤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잠시 후 가위표 옆에 위치한 밑줄 문자(underscore)로 내려 둔 홀로그램이 도윤의 눈앞에 나타난다.

[‘마약 중간판매상 김두식을 검거하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레인보우 주사위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마치 컴퓨터 시스템창처럼 떠오른 홀로그램의 중앙에 위치한 확인 버튼을 누르자 도윤의 손아귀 안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지지직.

“……!”

마침내 손안에서 만져지는 물체의 느낌에 도윤이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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