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잡는 회귀검사-32화 (32/174)

32화 첫 번째 투자 (3)

“Mark?”

도윤의 유창한 영어 발음에 남자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본다.

“Hello?”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는 눈앞의 남자를 보며 도윤은 확신했다.

‘그 사람이 맞다.’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 도윤이 표정을 가다듬으며 묻는다.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잠시 도윤의 두 눈을 응시하던 남자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벤치로 가시죠.”

남자가 이끄는 벤치에 자리한 도윤이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한국에서 온 강도윤이라고 합니다.”

“한국? 아, 압니다. 중국 옆에 있는 그 아름다운 나라를 말하는군요?”

남자의 반문에 도윤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먼 곳에서 저를 만나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구요?”

“맞습니다.”

도윤의 대답에 남자가 고개를 갸웃한다.

“대체 왜… 아니, 그보다 저를 어떻게 알고……?”

“슬래시닷(Slashdot) 포스팅 기사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마크 씨의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synapse media player)에 관심이 많아서요.”

슬래시닷은 기술 관련 대형 뉴스 웹사이트로, 트래픽이 매달 550만 사용자에 육박하는 수준이며, 한 해에 People's Voice Awards를 포함한 20개 이상의 상을 휩쓸 정도로 영향력 있는 웹사이트이다.

“아아…….”

이윽고 남자가 알겠다는 듯 감탄사를 터뜨렸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용자의 취향을 프로그램 스스로 파악하고, 자체적으로 음악을 추천해 준다. 저는 태어나서 이런 획기적인 프로그램은 처음 봤습니다.”

“…….”

“아마 인텔리전트 미디어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기업에서도 군침을 흘리고 있겠죠.”

도윤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 그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와 AOL(America Online)이 눈앞의 남자가 만든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를 사들이고, 남자를 고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까.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기업인이셨습니까?”

도윤의 말에 남자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 얘기를 할 수 있는 기업인이라고 보기에는 도윤이 너무 어려 보였다.

가뜩이나 서양에 가면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는 동양인들이다.

남자가 보기에 눈앞의 도윤은 그런 동양인들 기준에서도, 상당히 어린 축으로 보였다.

‘기껏해야 내 또래로 보이는데…….’

남자가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기업인은 아닙니다. 그저 개인 투자자 차원에서 투자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어지는 도윤의 말에 남자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는 제가 인텔리전트 미디어 그룹(Intelligent Media Group)에 고용되어 있을 당시에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

도윤이 입을 다문 채 침묵을 지키자 남자가 계속 말을 잇는다.

“독자적으로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더러… 굳이 외부에서 수혈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자금은 충분합니다.”

도윤은 물론 이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애초에 부부 의사를 부모로 둔, 유복한 집안의 자제다.

당장 시냅스 프로그램 하나만 팔아 치워도 수백만 달러, 그 이상을 벌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목적은 그 프로그램이 아니지.’

남자의 말에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에 투자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예?”

“다른 것에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도윤의 말에 남자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죄송하지만,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를 제외하면 딱히 투자 얘기를 꺼낼 만한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프로그램에 투자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예?”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남자를 보며 도윤이 말을 잇는다.

“마크, 바로 당신에게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대체 그게 무슨…….”

“저는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싶습니다.”

“……!”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에 있는 누구든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

“서로 취미가 맞고, 취향이 맞고, 마음이 맞으면 국적이나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

“그것을 위한 매개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웹상에서 서로 각종 관심사와 정보를 교환하고, 다양한 자료들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도윤이 잠시 말끝을 흐리자 남자가 꿀꺽 침을 삼켰다.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의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이런 제 꿈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의 인공지능으로 사용자들의 취향을 파악해서, 기호별로 그룹을 묶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말이군요?”

물 흐르듯 자연스레 대답하는 남자를 보며 도윤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도윤의 짧은 대답에 한참이나 그의 두 눈을 들여다보던 남자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믿기지가 않는군요.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다.’ 방금 말씀하신 내용은 제 꿈이자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

순간 고개를 갸웃하는 남자를 보며 회귀 전 남자의 인터뷰 내용을 떠올린 도윤이 말을 잇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들의 투고를 보고 싶어 합니다. 공인들이 자신들의 리얼한 모습들을 사진으로 팬들에게 공유하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넷상으로 제공하면 어떨까요?”

“……!”

“사진만이 아니죠. 공인들의 일상생활 라이브 영상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참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이미 있죠. 당장 우리나라에도 하두리라는…….”

“잠깐, 잠깐만요.”

남자가 도윤의 말을 중간에서 급히 끊었다.

“갑자기 너무 엄청난 말들을 많이 들어서 당황스럽네요.”

“…….”

“아니, 평생 놀랄 말을 오늘 다 들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도윤을 보며 잠시 머뭇거리던 남자가 이내 말을 잇는다.

“솔직히, 미스터 강이 방금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저도 평소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남자의 물음에 도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정리가 끝나는 대로 제가 직접 묵고 계신 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끝이 났는지 캠퍼스 내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럼, 이쪽으로 연락주시겠습니까?”

도윤이 품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박 대리에게 미리 받아 놓은 휴대폰 연락처가 적힌 종이였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남자가 이내 건물 안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 * *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사장님?”

박 대리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호식이 천천히 다가오는 도윤을 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한다.

“일단 대화의 장은 만들어진 것 같네.”

“뭔 말이야? 그래서, 투자는 얼마나 받겠대?”

호식의 물음에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몰라. 그리고, 그 사람에게 돈은 딱히 중요하지 않아.”

“뭐?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프로그램 개발자가 돈이 필요 없다는 게 말이 돼?”

“돈이라면 이미 차고도 넘치는, 앞으로도 썩어 넘칠 정도로 많을 사람이니까. 딱히 돈에 대한 욕심도 없는 사람이고.”

“엥?”

호식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봤다.

도윤이 알기로 그 사람은 창업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6년, 인터넷 대기업인 야후(Yahoo)로부터 1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았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조 9천억 원 수준의 어마어마한 금액.

물론 개인의 비전과 꿈이 있었던 그 사람은 야후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고, 이 때문에 그 사람의 결정에 실망한 경영진을 비롯한 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특히 이제 스타트를 시작하는 기업을 키우는 것보다 거액에 회사를 파는 것을 대박이라 생각하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 스스로도 이때의 일이 사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살아생전에 회사 지분의 99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할 거라 선언한 사람이기에 물욕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도윤도 돈이 주목적은 아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s)’

속으로 중얼거린 도윤이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앞으로 약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한다.

젊은이들 대부분이 종이 신문이 아닌, 스마트폰 하나로 뉴스나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메신저 프로그램만큼이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이 SN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

각종 회사에서는 이 SNS 마케팅을 통해 자신들의 물건을 홍보하여, 판매 실적을 올린다.

아예 판매 회사를 대신하여 돈을 받고 홍보를 해 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그뿐인가?

선거판에도 이 SNS가 활용된다.

선거철, 정치인들의 행보들을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자신들의 비전과 공약, 생각들을 이 SNS를 통해 밝히는 식으로 말이다.

국민들의 표심을 사기 위한 정치인들의 선거 활동이 드디어 SNS에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잘만 이용하면 여론 몰이나 여론 조작도 가능하겠지.’

정부에서 괜히 초고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국정원을 이용해 인터넷 댓글들을 조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한번 기세를 탄 여론은 성난 파도와 같다.

타오르기 시작한 민심을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재벌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대통령일지라도…….’

회귀 전 기억을 떠올린 도윤이 옅게 웃었다.

크리스 휴스나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되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단지 그 작은 끈, 그 끈 하나면…….

“강센세?”

순간 옆에서 들려오는 호식의 목소리에 도윤이 고개를 돌린다.

“멍 그만 때리시구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호식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도윤이 힐긋 시간을 확인하더니 곧바로 대답한다.

“약속 시간까지 한참 남았으니까… 시내나 한번 돌아다녀 볼까? 여긴 니가 좋아하는 스타도 못 하니까.”

“제가 안내… 아니, 내가 안내할게. 주변에 강이 많아서, 강변 공원이 상당히 아름답거든. 바로 옆에 미국 독립 박물관도 있고 말이야.”

박 대리의 말에 호식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여기서부터는 대리 형만 믿어 볼까?”

호식의 말에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야, 어련히 알아서 하시기로 했으니,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하나만 알자.”

“……?”

“저 사람 이름. 그래도 나중에 만날 땐 나도 같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름도 모르면 좀 그렇잖아?”

호식의 말에 이윽고 도윤이 씨익 웃었다.

2017년 기준, 총 재산 560억 달러.

한화로 약 63조원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자본을 보유한 초거부.

전세계 자산 순위 5위에 해당하며, 미국 정부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그의 이름은…

“마크.”

“…….”

“마크 엘리엇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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