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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잡는 회귀검사-40화 (40/174)

40화 아도사키 (5)

청각의 비술(B)- lv.3

범위를 지정하여 범위 내의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들을 수 있습니다.

유효거리 30m, 범위 내 장애물이 있을 시 50% 효과 감소.

스킬 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유효 거리가 증가하고, 장애물 패널티는 감소합니다.

평소 재미 삼아 틈틈이 사용했던 스킬이 어느새 레벨3이 되었다.

이제는 익숙한 홀로그램을 지워 낸 도윤이,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금 사장님.”

“괜찮아. 성 실장 바쁜 사람이라는 거, 여기 발 들인 사람들은 대부분 다 아는 사실이니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감사까지야…….”

작지만 분명하게 귀에 박혀 드는 소리에 도윤이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번 성 실장이 나한테 한 제안, 그 제안 때문에 왔네.”

“그 말씀은…….”

“그 전에 한 가지만 확실히 하고 넘어가지. 배팅한 돈의 수백 배까지도 벌 수 있다는 말… 사실인가?”

“예. 제 제안을 금 사장님이 받아들이신다면… 세부적인 룰까지 모두 알려 드리겠습니다.”

도윤이 더욱 귀를 쫑긋 세웠다.

그때.

“…사장님?”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윤이 고개를 돌렸다.

패를 돌리는 마개의 목소리였다.

도윤은 그때서야 테이블에 마개도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도박 참가자가 직접 패를 돌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마개가 판에 끼어 패를 돌리는 경우도 있는데, 도윤이 참가한 테이블은 후자였다.

“…패 돌려도 되겠습니까?”

“예? 아, 예.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곳은 처음이라, 신기해서…….”

도윤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의 사내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뭐야, 생초짜였어? 어쩐지… 하우스가 처음이라면, 당연히 신기할 수 있지. 암.”

다른 사내도 맞장구쳤다.

“그럼! 그렇게 멍하니 보는 것보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적응도 빨리 될걸? 빨리빨리 패 돌리라고.”

“…그럼, 바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제가 정말 처음이라서 그런데, 몇 판만 이렇게 지켜봐도 될까요?”

중년 사내가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하면서 배워도…….”

“아, 제가 1년 치 월급을 다 털어 왔는데, 게임 방식도 제대로 모르고 한 번에 다 털리면 억울할 것 같아서…….”

이어지는 도윤의 말에 중년 사내가 멈칫한다.

순간 중년 사내와 나머지 사내의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하하하하! 그것도 그렇군. 마음껏 지켜봐. 생초짜인 것 뻔히 아는데, 내가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한 것 같네. 그냥 순수하게 이 바닥에 대해 가르쳐 주고 싶었던 건데…….”

나머지 사내가 곧바로 중년 사내의 말을 받았다.

“그럼, 그럼. 충분히 보고, 바로바로 판에 껴. 혹시나 다른 테이블에 가지는 말고. 우리만 한 초보들도 찾기 힘들 테니까.”

“감사합니다.”

옅게 웃은 도윤이 짧게 대답했다.

“그럼, 패 돌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마개가 패를 섞기 시작하자, 사내들이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화투 패 섞는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도윤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테이블 위로 시선을 고정한 도윤이 다시 밀실 안으로 귀를 기울였다.

“…성 실장 얘기를 모두 들은 사람 중에, 과연 이 판에 끼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을까, 싶군. 나도 참가하지.”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잠시 테이블에 한눈을 파는 사이, 금 사장이라는 사람이 설득을 당한 듯싶다.

순간 도윤이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가장 중요한 정보를 아직 듣지 못했는데, 설마 이대로 대화가 마무리되는 건…….’

“이제 룰에 대해 설명해 주게.”

‘아직 아니었군.’

속으로 쾌재를 부른 도윤이 더욱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게임 룰은 간단합니다. 곧 있을 월드컵 판에 돈을 거는 거지요.”

“…그 얘기라면 저번에 이미 들은 것 같은데. 확률 3분의 1짜리 승, 무, 패에 돈을 걸어 봤자 배당률은 뻔하지 않나?”

금 사장의 목소리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혹시나 경기 수를 늘려서 그 모든 결과를 다 맞추는 방식으로 배당률을 높이겠다는 말은 하지 마. 관심도 없는 나라에 마구잡이로 돈을 걸고 싶진 않으니까. 1경기 때문에 못 먹으면 열 받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판돈을 거시는 건 1경기만으로 충분하니까요.”

“…1경기만으로 배당금을 수백 배까지 먹을 수 있다고?”

금 사장이 다소 놀란 기색으로 물었다.

이 부분에서 도윤도 조금 눈을 크게 떴다.

금 사장과 마찬가지로 도윤도 스포츠 토토 수준의 게임 방식을 생각했다.

그 방식대로라면 판돈을 거는 경기 수에 따라, 배당률이 수천 배까지도 올라갈 수 있으니까.

“예.”

“…뭐지? 그 방식이라는 게.”

“룰은 간단합니다. 판돈을 거시고자 하는 경기의 최종 스코어, 그리고… 첫 번째 골의 주인공.”

“…….”

“그 두 가지를 모두 맞추시면 됩니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배당금을 다음 경기로 이월합니다. 물론, 0 : 0 스코어의 경우 골을 넣는 선수까지는 맞추지 않아도 되겠죠.”

“만약 맞춘 사람이 다수라면…….”

“걸었던 판돈에 따라 배당금을 나누면 됩니다. 이번 VIP들을 위한 판은 최소 판돈이 ‘억’으로 시작하니, 맞추기만 하면 생각하시는 것, 그 이상을 먹을 수 있습니다.”

“흠…….”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던 금 사장이 입을 열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어떻게 끌어들일 생각이지? 아무리 VIP 전용 판이라지만, 이쪽 바닥이라는 게 머릿수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 성 실장도 잘 알 텐데? 질과 양, 두 가지를 모두 잡아야…….”

“판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 조건, 그 조건을 충족하고 신분이 확실히 보증된다면 누구나 받을 생각입니다.”

“…VIP가 될 수 있는 최소 조건이라… 궁금하긴 하군.”

금 사장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던 성 실장이 대답한다.

“10억.”

“…….”

“10억 이상의 자본을 융통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최소한의 신분이 보증된 사람. 제가 생각하는 최소 조건입니다.”

“좋군.”

이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모두 들은 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마침 첫 번째 판이 모두 끝이 났는지, 일제히 도윤을 돌아본다.

“이봐, 젊은 친구. 갑자기 왜 일어나고…….”

“테이블을 옮기겠습니다.”

이어지는 도윤의 말에 번개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들짝 놀란 중년 사내가 다급히 말한다.

“아니, 갑자기 왜!? 뭐 한 게임도 안 하고 테이블을 옮긴다니! 흥 깨지게 왜 이래, 젊은 친구!”

“한 게임은 해 보고 가지, 뭘 벌써 일어나고 그래!? 내가 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니까, 그러네!”

나머지 사내도 필사적으로 도윤을 말렸다.

하우스 내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진행된 게임이 5번 이내라면, 돈을 얼마를 땄든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게임을 하면서 찝찝한 기분이 든다든가, 꺼림칙하다면 특별한 이유 없이도 다른 테이블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뒷말이 나오는 것을 우려한 망치파 측에서 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물론, 도윤은 출발하기 전에 대략적인 하우스 룰을 모두 들은 상태였기에, 이러한 사실도 전부 알고 있었다.

“다음 기회에 하시죠.”

말을 마친 도윤이 하우스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멀어져 가는 도윤과 번개를 보며 나머지 두 사람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쩝… 호구 하나 물 수 있었는데…….”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테이블 주위로 조용히 울려 퍼졌다.

* * *

“아직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만…….”

하우스 구석, 인적이 드문 곳.

번개의 말에 도윤이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그 짧은 시간에 얻은 정보가 있긴 있다는 건가?”

도윤의 반말에도 개의치 않고, 번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뭘 준비하는지 모르지만, 몇몇 테이블에서 마개들이 공장목을 사용하더군요. 그것도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삼과 삼삼을요.”

“이삼과 삼삼이라면…….”

“화투 뒷면의 무늬. 불빛에 45도 각도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절대 눈치챌 수 없습니다.”

“…….”

“전문 타짜들도 있었습니다. 패를 쪼이는 척하면서 끄트머리에 손톱자국을 내는 놈부터 밑장 빼는 놈까지, 중요한 건 제가 본 모두가 망치파 쪽 식구들이었다는 것.”

“…….”

“아마 석두 놈이 얘기한 판을 위해 호구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거겠죠. 하우스에 반나절 정도만 죽치고 있으면, 판에 끼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예?”

도윤의 말에 번개가 멍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도윤이 곧바로 청각의 비술을 통해 입수한 정보들을 번개에게 모두 설명하기 시작한다.

한참이나 설명을 듣고 있던 번개가, 마침내 도윤이 말을 마치자 눈을 부릅떴다.

“대… 대체 그걸 어떻게…….”

도윤이 피식 웃었다.

“내 귀가 조금 밝거든.”

무언가 묻고 싶은 말이 굴뚝같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그러한 기색을 지워 낸 번개가 입을 열었다.

“만약 방금하신 말씀이 모두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쉽게 판에 끼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본이 있다는 걸 보여 주기만 하면 되고, 그게 힘들면 그냥 돈을 잃어 줘도 무방하니까요.”

도윤이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 도윤을 보며 잠시 머뭇거리던 번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의아한 표정을 짓던 도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번개가 말한다.

“무얼 하시고 싶은지는궁금하지 않습니다. 큰 형님이 아무것도 묻지 말고, 자기 대하듯 성심성의껏 도와드리라고 했으니까요. 다만…….”

“…….”

“VIP 도박판이 월드컵 경기의 스코어 맞추기나, 선수 맞추기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변수도 많을 뿐더러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

“만약 돈이 목적이시라면…….”

조심스럽게 말끝을 흐리는 번개를 보며 도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고작 돈 몇 푼 벌자고 여기까지 왔을까?”

“예?”

멍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번개를 보며 도윤이 말을 잇는다.

“뭐, 쓰레기 놈들이 주머니 채우는 거,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생각도 없지만.”

말을 마친 도윤이 하우스 내부의 밀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잠시 그쪽을 바라보던 도윤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좋아. 꿩도 먹고, 알도 먹어 보자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자성어 중에 하나가 일석이조거든.”

“…….”

“내 별명이 겐또와 찍기의 신이야.”

번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무렵의 번개는 전혀 알지 못했다.

평생 겪을 놀랄 만한 일을 단 하루 사이에 겪게 될 것이라는 것도.

존경해 마지않는 박판섭만큼이나, 존경하는 인물이 생길 것이라는 것도.

이번 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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