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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잡는 회귀검사-85화 (85/174)

85화 추적(追跡)

부르르르르르.

도윤의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 대기 시작했다.

귀청을 찢어발기는 총성과 거의 동시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총알에 몸을 관통당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불과 바로 전까지는 말이다.

도윤이 떨리는 시선으로 고개를 내렸다.

“끄으윽…….”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남의 신음 소리.

“대체 왜…….”

도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망치파 조직원 중 한 명이 목이 찢어질 듯 고함친다.

“형님!!!!!!!!”

오성춘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박판섭이 도윤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빠르게 총구를 떠난 총알은 그대로 박판섭의 몸에 명중했다.

도윤을 감싸 안은 채, 피를 흘리며 모로 쓰러지는 박판섭을 보며 분노한 망치파 조직원들이 오성춘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

“저 새끼 잡아! 잡아서 죽여!”

재차 방아쇠를 당기려던 오성춘이 그 모습에 쯧 하고 혀를 찼다.

쏠 수 있는 총알이야 아직 몇 발 더 남았지만, 자칫 시간을 지체했다간 눈이 뒤집힌 주위의 깡패들에게 둘러싸여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다.

격분한 깡패들이 품 안에서 분분히 숨겨 둔 나이프를 꺼내 드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깝군.”

눈엣가시 같은 놈을 해치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주변에 머릿속이 텅텅 빈 무식한 깡패 놈들도 많이 있었기에, 적당히 그 죄도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

아마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주 잠깐, 고민하는 듯하던 오성춘이 입맛을 다시며, 재빨리 차량에 올랐다.

콰직!

“이 씨발놈!”

간발의 차이로 오성춘이 있던 자리에 도달한 망치파 조직원이 그대로 차량 뒤 범퍼에 뛰어올랐다.

사내가 양손에 쥔 쇠 파이프로 차체를 힘껏 내려치려는 순간.

부와아아아아앙!

차량이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차량에 올라 있던 사내가 순간 중심을 잃어 휘청했다.

이내 사내가 차량 위에서 굴러 떨어졌고, 오성춘이 탄 검은색 승용차는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따라가, 빨리. 큭…….”

“……!”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도윤이 순간 바로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

“옆구리에, 스쳤을 뿐이야. 저 망나니 놈, 사격 실력은 폐급이군. 큭큭…….”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장난스럽게 중얼거리는 박판섭을 보며, 도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바로 옆에, 우리가 타고 온 스타렉스가 하나 있다. 따라가, 빨리. 저 쓰레기만도 못한 망나니 놈이 또다시 더러운 짓을 꾸미기 전에…….”

“일단 병원부터…….”

“됐다니……! 큭.”

버럭 고함치려던 박판섭이 순간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박판섭은 스쳤다고 했지만, 움켜쥔 옆구리에서는 끊임없이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도윤이 119를 부르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들자, 박판섭이 손을 휘휘 저었다.

“…성만아.”

“예, 형님!”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던 사내가 박판섭의 부름에 재빨리 뛰어왔다.

“애들 2~3명 정도만 데리고, 이 친구 따라가. 저놈 하는 것 봤지? 총기 소지 자체가 불가능한 나라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총격을 가하는 놈이야. 들어서 알겠지만, 마인드 자체도, 끅. 상당히 위험한 놈이고. 저런 놈들을 그냥 두면… 평생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거다.”

“……!”

박판섭의 입에서 꿈이라는 말이 나오자, 성만이라 불린 남자가 잠시 눈을 크게 떴다.

성만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개! 압박붕대, 찾았나!?”

“아, 예! 찾았습니다!”

성만의 말에 물개라 불린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형님 응급처치, 확실히 해. 119는?”

“이미 불러 놨습니다!”

말을 하면서도 물개가 박판섭의 상처 부위를 연신 살펴 대기 시작했다.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박판섭의 손을 조심스럽게 치워 낸 물개가 재빨리 상처 부위를 압박했다.

“…큭!”

“생각보다 상처가 그렇게 깊지는 않습니다. 엠뷸란스 오는 대로 바로 치료받으면, 문제없을 겁니다.”

물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성만이 도윤을 향해 홱 하고 고개를 돌렸다.

“가시죠!”

잠시 흔들리는 눈빛으로 박판섭을 바라보던 도윤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

스타렉스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도윤이 힐끗 박판섭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

식은땀을 흘리던 박판섭이 고개를 들어 도윤을 바라본다.

“왜, 날 감쌌지?”

“…….”

도윤의 물음에 잠시 입을 다문 채 침묵을 지키던 박판섭이,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글세… 나도 잘 모르겠군.”

“…….”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라고. 정말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이니까.”

“…….”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잇는 박판섭을 잠시 바라보던 도윤이 이내 몸을 돌렸다.

“어쩌면…….”

“……?”

“진심으로 니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

주먹을 꽈악 말아 쥔 채 침묵하던 도윤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놈은 내가 꼭 잡아 오겠다.”

“그러셔야지.”

“감사 인사는 그때 하겠어.”

“…….”

“그때까지…….”

뒷말을 흐리던 도윤이 이내 스타렉스를 향해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윤이 차량에 올라타자, 대기하고 있던 성만이 곧바로 차량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부와아아아아아앙!

시꺼먼 스타렉스가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시야에서 사라지는 스타렉스를 멍하니 바라보던 박판섭이,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귀여운 놈.”

긴장이 어느 정도 가시자, 조금씩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일까?

연신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물개의 손길을 느끼며, 박판섭이 스르륵 눈을 감았다.

뒷일에 대한 걱정 따위는 없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봐 온 도윤이라면 또 한 번 입이 쩌억 벌어질 정도로 일을 마무리할 것이니까.

흐릿해지는 의식 사이로 박판섭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 *

성만의 운전 실력은 망치파 조직 내에서도 단연 첫 손가락 안에 꼽혔다.

어느새 약 100미터 전방에 익숙한 검은색 승용차가 보이자, 도윤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오성춘……!”

외곽 지역을 지나 산길을 타고 올라가고 있어, 연신 차체가 덜컹거리고 있음에도 도윤의 시야에 그 검은색 차량만큼은 또렷하게 들어왔다.

시외에 위치한 인적이 드문 야산.

그리고 야산 산길을 타고 올라가고 있는 검은색 승용차량.

아마 놈은, 이곳 어딘가에 가지고 있는 총을 묻어 버리고 움직이려 할 것이다.

이런 곳에 물건을 묻는다면, 대대적인 수색을 벌여도 찾기 힘들어진다.

그런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지금 놈이 가지고 있는 총기는 이번 일의 결정적인 증거였으니까.

이제서야 자신들의 추적을 눈치챘는지, 앞서가고 있는 오성춘의 차량도 조금씩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빨리, 안 되나?”

산길이라 속도를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이런 승합차량은, 자칫 커브 길에서 차체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도윤이 조급한 마음에 중얼거렸다.

만약 여기서 오성춘을 놓치게 되면, 놈이 또다시 무슨 짓을 꾸밀지 아무도 몰랐다.

‘잡아넣을 수야 있지만, 그보다 확실한 건…….’

도윤이 앞서가는 오성춘의 차량을 보며 눈을 빛냈다.

지금 놈이 가지고 있는 총기와 박판섭이 쓰러져 있는 현장 상황.

‘만약 여기서 놈을 잡을 수 있다면.’

“더, 더 빨리!”

“꽉 붙들어 매십쇼.”

도윤의 말에 눈을 번뜩인 성만이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부아아아아아앙, 끼기기긱.

속도를 낼 때는 확실히, 줄여야 할 때는 최대한 속도를 유지한 채 안전하게.

성만의 운전 실력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어느새 도윤이 타고 있는 승합차량이 오성춘의 차량 약 10미터 뒤까지 도달했다.

“조금만 더 따라붙으면…….”

도윤이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그 순간.

“……!”

갑작스레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앞 차량을 보며 도윤이 눈을 크게 떴다.

일정 수준까지 속도가 떨어지자, 차량 조수석 창문이 열리더니 오성춘이 몸을 내밀었다.

물론, 손에 쥔 총구를 후방으로 향한 채 말이다.

“숙여!!!!!!”

도윤이 다급하게 고함쳤다.

그와 동시에.

타아아아아아앙!

또 한 번 커다란 총성이 장내를 찢어 발겼다.

태애애애애앵!

총알이 차량 백미러에 맞았는지, 우측 백미러가 너덜거렸다.

이미 오성춘이 총구를 들이밀던 그 순간부터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던, 차량 내부 사람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움직이는 차량 내에서 총을 쏴, 목표물을 맞추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상황은 도윤 일행에게 충분히 위기였다.

“저런 미친 새끼가……!”

뒷좌석에 앉아 있던 망치파 조직원 중 한 명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마 그 짧은 순간에 총상을 입은 박판섭도 함께 떠올랐으리라.

“…자세 낮추고, 꽉 잡아라.”

핸들을 잡고 있던 성만도 인상을 굳혔다.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앙!

완만한 직선코스가 나오자 성만이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

총구를 최대한 고정시켜,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차량 속도를 줄일 것을 지시하고 있던 오성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직선코스라지만 자신들의 진행 방향 바로 앞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놈들이 보여 주는 지금 저 속도라면, 같이 죽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밟……!”

가속페달을 밟으라고 외치려던 오성춘이 멈칫했다.

지금 속도를 높여 거리를 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 상황에서는, 차라리.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은 오성춘이 총구를 정확하게 스타렉스 운전석을 향해 조준했다.

지금 운전하고 있는 놈만 죽이면, 추적을 따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결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스읍~ 후우~”

심호흡과 함께 총구 흔들림을 최대한 줄인 오성춘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마침내, 승합차량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타아아아아아아앙!

또 한 번 귓가를 찢어발기는 총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총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거대한 굉음이 연이어 귀청을 때렸다.

“씨……!”

무언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오성춘이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있던 승용차량과 속도를 최대한 높인 채, 추적해 오는 승합차량의 충격.

끼기기기기기기긱!

오성춘이 타고 있는 차량이 스키드 마크(black mark)를 남기며,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가드레일 하나 없는 완벽한 산길.

부우우우우우웅!

한참을 뱅글뱅글 돌고 있던 오성춘의 차량이 그대로 하늘을 날았다.

낭떠러지를 떨어져 내리며 차체가 나무 여기저기에 부딪히고 있는지, 그 와중에도 연신 굉음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최초 차량이 충돌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굉음이, 이름 모를 야산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침내 시꺼먼 연기가 그 야산을 자욱하게 뒤엎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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