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2화
[이런 짜깁기를 왜 해?]
[↳시청률…….]
[↳솔직히 정해원 없었으면 국선아가 이 정도까지 대박은 안 났을 듯]
[생각해 보니까 그때 정해원 어리긴 했다…….]
[아 국선아 때 열여덟 살이구나 아직도 어리네ㄷㄷㄷ]
[퍼라가 생각보다 어려 제일 연장자가 스무 살]
[정해원이 인성 터진 짓 해도 편집만 잘해줬으면 이렇게까진 욕 안 먹었을 듯]
[↳시청률이 나오는데 안 해주지ㅎㅎ]
[↳2년 지나니까 좀 불쌍한 면이 있긴 하네]
[↳↳인성 터진 것도 맞는데 욕도 과하게 먹긴 했어]
[아니 근데 그건 그거고 퍼라팬들은 뭔 죄야 걔를 왜 받아줘야 돼?]
[↳ㅇㅇ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뭐지 일라운드 인동에 있네]
[그게 되는 거였어???]
[국혐 여기서도 시청률 캐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회 수보다 댓글 폭발한 게 큰 듯]
[이야 진짜 프로 어그로꾼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자체 예능 방송분, 첫 번째 라운드.
라이트 컴퍼니가 있는 2층을 뒤지던 민지호가 같은 팀원인 신지운과 안주원에게 말했다.
“아, 형들. 말 좀 해. 방송이야.”
민지호가 말했지만 둘 다 승부욕에 불타 말이 없었다.
민지호가 자기라도 방송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자기를 찍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저 팀 바꾸면 안 돼요? 저 형들 진짜 말 너무 없는데.”
“지호야, 찾아라.”
신지운의 말에 민지호가 대꾸했다.
“아, 방송은 해야지. 형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하는 거 아냐.”
정해원이 바로바로 중재한 이후부터 자잘한 싸움은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중재자가 없으니까 바로 감정적인 말싸움이 튀어나왔다.
민지호가 투덜거리다가 다른 팀과 연결된 워키토키를 들었다.
“여기는 42. 들림?”
-……여기는 14.
“해원이 형, 거기서 뭐 찾은 거 없어?”
-있으면 뭐 말해주겠냐?
“아, 근데 거기 방송 분량 괜찮아? 여긴 형들이 말도 안 하고 나 구박해.”
-네가 나댔겠지.
정해원의 말에 민지호를 제외한 둘이 낄낄거렸다. 정해원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지호 동생이니까 너네가 좀 챙겨줘.
“들었지? 챙겨주라잖아.”
민지호가 워키토키를 끄며 말하자 신지운이 대꾸했다.
“그 짧은 사이에 잔소리를 하네.”
“성격이야, 저거는.”
안주원이 동조하더니 손짓해 두 명을 불렀다.
“근데 이리 와봐.”
나머지 두 명이 달려가 보니 안주원의 손에 찾아낸 편지가 있었다. 안주원은 편지를 읽었다.
“2043년 6월 14일, 한효석 팀장님, 김 박사입니다. 드디어 3년에 걸친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회사에 계시지 않아 관련 서류는 자료실 A구역에 보관 중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전에 민지호가 자료실 문으로 달려가 말했다.
“형들, 자물쇠 있고, 비밀번호 네 자리.”
“비밀번호?”
안주원이 되물어보니까 신지운이 서류를 받으며 말했다.
“이 서류 안에 비밀번호 있지 않겠어?”
“오, 역시 지운이 형이 똑똑해.”
민지호는 감탄만 하고, 글씨 읽는 게 싫어서 저만치 떨어져 있고, 신지운과 안주원이 종이를 펼쳐놓고 첫 줄부터 읽기 시작했다. 안주원이 물었다.
“심플하게 2043부터 넣어볼까?”
“어, 일단 해보자.”
그 말에 민지호가 2043 비밀번호를 누르자 자물쇠가 열렸다.
“와씨. 설레.”
민지호가 자물쇠를 던져 버리고 자료실로 들어갔다.
자료실 안, A구역에서 선반에 놓인 상자를 발견한 신지운이 뚜껑을 열자 안에 편지와 아이패드 하나가 들어 있었다.
신지운이 아이패드를 꺼내며 중얼거렸다.
“20년 지났는데 구형 쓰네.”
그 말에 안주원이 터져서 흐흐 웃었다. 그사이 민지호가 아이패드 위에 놓여 있던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지구가 빙하로 뒤덮인 후 3년이 지났습니다. 대기를 뒤덮은 미확인 물질층이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지난달 말, 보호구역 밖에서 1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반드시 퍼스트 컴퍼니를 인수해야만…… 뭐야, 2043년에는 밖에 못 나가?”
“지구 망했네.”
안주원은 중얼거리다가, 신지운이 계속 아이패드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발견해 말을 이었다.
“뭐해? 비활성화돼.”
“그니까. 많이 틀려놔서 비활성화 시간 길어지라고. 쟤네가 거기서 더 틀리면 오래 잠기게.”
그 말에 민지호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저 형이랑 같은 편이라 다행이다.”
“지구 쟤 때문에 망한 거 아니냐?”
안주원도 동조했다.
곧 민지호가 일어나서 말했다.
“형들, 저기 박스 테이프 있던데 죄다 막아 놓자.”
“……아무리 생각해도 지구 우리 회사 때문에 망한 거 같은데.”
안주원이 말하며 어쩔 수 없이 다른 둘을 따라서 테이프를 가져다 붙였다.
* * *
결국 라이트 컴퍼니는 서랍마다 붙어 있는 테이프를 떼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자료실 문을 열었다.
A구역에서, 황새벽이 편지를 정해원에게 건네주고, 아이패드를 꺼내며 물었다.
“아무 비밀번호나 눌러볼까? 2043이라도?”
그 말에 정해원이 편지를 읽으려다 황새벽부터 말렸다.
“아니, 비밀번호 확실하면 누르자. 박스까지 테이프 감아놨으면 아이패드도 꺼내 봤을 텐데, 그럼 신지운이 백퍼 비밀번호 막 눌러놨다. 비활성화되게.”
그러자 박선재가 깔깔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와, 진짜 지운이 형이 할 법해.”
“아, 근데 사회자 뽑는 것도 잊어버리면 안 돼요.”
한효석이 말하자마자 황새벽이 정해원을 보며 말했다.
“나. 제발 나. 나 말싸움 진짜 못하잖아. 한 장면도 안 나올걸? 그니까 그냥 사회자 시켜주라.”
너무 간절하기도 하고, 말싸움 싫어하는 건 황새벽의 성향이란 걸 다들 알기 때문에 멤버 모두 황새벽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탐색 시간이 끝나고, 멤버들이 다시 1층으로 향했다. 카메라가 불편해서 제일 먼저 튀어 나갔던 정해원이 뒤따라 계단을 내려오던 한효석을 돌아보고 물었다.
“워키토키 챙겼어?”
“아, 맞다.”
한효석이 얼른 뒤돌아서 다시 워키토키 가지러 갔다. 그 모습에 황새벽이 말했다.
“효석이 너 없을 땐 절대 물건 놓고 다니거나, 이런 실수 안 하는데.”
“근데 나 있으면 왜 그래?”
“너한테 의지하는 거지. 너 없을 때는 엄청 신경 곤두서 있는데, 요즘 완전 풀어졌어.”
그런 두 사람의 대화 이후, 일곱 명의 멤버는 곧 건물 안 대회의실에 다시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거기서 자체 예능 새로운 시리즈 첫 편이 끝났다.
* * *
회사 직원들 반응을 보니, 이번 자컨 반응이 꽤 괜찮은 모양이었다.
너무 부정적인 반응만 세게 오면, 기껏 찍은 거 다 날려야 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음 주 업로드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그사이 나와 민지호, 안무팀 UO는 ‘불을 켜’의 안무를 완성했다.
멤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런을 한 번 돌리고 나서, 나와 민지호는 물론 댄서들까지 지쳐서 주저앉았다.
멤버들이 조용하더니, 제일 먼저 신지운이 입을 열었다.
“저걸 우리보고 하라고?”
내가 대답했다.
“어, 지금 무릎이랑 체력 제일 좋을 때 해야지.”
“너무 빡센데? 새벽이 형은 3분 30초 할 체력이 없을걸?”
신지운의 말에 황새벽이 대답했다.
“어, 난 못 해.”
“그러니까 운동해야지.”
“아니,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어지간히 빡세야지.”
황새벽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일어서서 바로 안무를 배우러 오고 있었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모든 멤버들이 머리가 은근 좋았다. 바로 몸에 익히지는 못해도 머리로는 상당히 빠르게 외웠다. 하지만 안무가 어렵긴 어려워서, 디테일은커녕 동선도 다 못 외웠는데 이미 새벽이 지나고 아침 6시였다.
민지호가 말했다.
“우리 한 번만 맞춰보고 국밥 먹으러 가자.”
그리고 우리는 처음으로 ‘불을 켜’를 맞춰봤다.
운명을 바꿔보려고는 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퍼스트라이트의 성공에 대한 짐작을 전혀 할 수 없다. ‘불을 켜’는 내 취향이니까, 내 귀에나 좋지 대중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지난번보다 더 안 팔릴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도 했다.
그래도 분명한 건 멤버들은 이번 무대를 분명히 즐거워할 거라는 것이다.
민지호가 누가 봐도 칭찬받고 싶은 얼굴로 물었다.
“근데 멋있긴 멋있지?”
그 말에 의외로 한효석이 대답했다.
“이거 팬분들 앞에서 할 때 쾌감 장난 아니겠다.”
“그치? 반응 좋겠지?”
그리고 황새벽이 나에게 물었다.
“너 무대 진짜 얼굴 가리고라도 설 거야?”
“어. 안 가리고 설 수 있음 더 좋고.”
내 대답에 황새벽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황새벽은 내가 합류한다고 말한 이후 거의 매일 나에게 와서 확인을 한다. 진짜 팀 이끄는 게 병 날 정도로 싫은 모양이다.
뭐, 나중 일이야 어쨌든 일단은.
“우리 활동 재미있게 하자. 제일 중요한 건 선라이즈…… 야, 팬클럽에 애칭 붙여도 되나?”
퍼스트라이트 팬클럽 이름은 선라이즈로 올해 초에 정해졌다. 그런데 발음이 어려워서인지 멤버들도 팬들도 팬클럽 이름을 잘 안 쓰는 느낌이었다.
한효석이 혼잣말했다.
“진짜 뭐든지 애칭 붙이네.”
“오, 우리 효식이 드디어 반말하네.”
“아, 효석이라니까. 그래서 뭔데요, 애칭?”
진짜 슬슬 말을 놓는 것 같다. 뭐, 형이라고만 하면 상관없다.
“햇살이?”
“그거 완전 내 취향이야.”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귀여운 거에 집착하는 신지운이 마음에 드는 듯 말했다. 다행히 신지운 말고 다른 멤버들도 다 마음에 드는 표정이었다.
내가 말을 이었다.
“햇살이들한테 무대 즐기는 모습 보여드리자.”
그 말에 옆에서 박선재가 작게 말했다.
“우리 성적에도 좀만 연연하자.”
“어, 막냉이 말 맞다. 성적에도 연연하자. 올라갈 곳 많아서 좋다. 누가 구호 한번 할래?”
내가 물어보니까 웬일로 안주원이 말했다.
“내가 할게.”
“형이, 웬일이야.”
“오오. 안주워니.”
웬만하면 조용히 있는 안주원의 말에 멤버들이 다 은은하게 감동하며 호응했다. 안주원이 멤버들의 한 손을 모두 겹치고 말했다.
“얘들아, 찢자. 서드, 세컨.”
안주원의 숫자 이후에 멤버들이 동시에 ‘퍼스트’하고 박력 있게 외쳤다. 체력들도 좋다. 난 아무래도 술을 끊어야 쟤네를 따라갈 것 같다.
* * *
그리고 그날 밤 12시.
퍼스트라이트 공식 계정에 컴백 일정과 관련 아트워크가 올라왔다.
[퍼스트라이트 디지털 싱글
‘불을 켜’
2023.06.14. 18:00
Release]
그리고 이어서 퍼스트라이트가 입점해 있는 SNS에 민지호가 올린 단체 사진이 올라왔다. 국밥집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햇살이들 이번 무대 멋있다!!!!!!!! 진짜 멋있다!!!!!!!!! 아 햇살이는 우리가 선라이즈 애칭 만든 거야~ 마음에 들어???? 싫으면 말해줘!!
주원이 형이 만든 앨범 커버도 많이 좋아해 줬음 좋겠어!!! 주원이 형 요즘 완전 열정 넘쳐ㅋㅋㅋ 아까도 구호할 때
“얘들아, 찢자!!!!!!”
했는데 멋있었어!!!!!!!!!!!!! 진짜 찢을 것 같애!!!!!!!!!!
그니까 햇살이들 딱 3주만 기다려!!!! 얼른 보러 갈게!!!!!!!!!!!! 사랑해!!!!!!!!!]
민지호가 단체 사진을 올리고 히히 웃으니까 옆에서 보던 한효석이 핀잔했다.
“느낌표 좀 그만 써. 아, 정신없어.”
“신나잖아.”
“그리고 저렇게 쓰면 주원이 형이 우렁차게 말한 것 같잖아.”
“주원이 형이 이 정도 말했으면 우렁차지.”
“그건 그렇다.”
둘 말고도 핸드폰을 들고 있는 멤버들 표정을 보니까 반응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팬분들 햇살이 다 좋아하시네.”
“해원이 형, 햇살이 너무 귀엽대!”
아, 나도 팬들 반응 보고 싶다. 내가 만든 노래, 우리가 만든 무대,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형, 반응…….”
그래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지, 신지운이 댓글을 좀 읽어주려고 날 봤다가 그만뒀다. 누가 봐도 겁쟁이의 표정인가 보다.
뭐, 겁나는 것과 별개로 설렘도 당연히 있다.
한 명만 있어도 무대에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연습을 하면 할수록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를 싫어하지 않는, 운 좋으면 좋아하기까지 하는 팬으로 가득 찬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다면, 나는 그날,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