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3화 (2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3화

밤사이 퍼스트라이트 계정에는 안주원이 작업한 앨범 커버 후보들이 두 개 더 올라왔다.

[B컷도 이쁜데 아깝다ㅠㅠㅠㅠ]

[주원이 진짜 퍼라 활동 진심이었구나ㅠㅠㅠㅠㅠ]

[↳퍼라 활동 부진하면 바로 연기로 빠질 줄…….]

[그냥 프로가 작업한 것 같은데……?]

[↳안주원 산디과 학식임 학교 생활 X나 열심히한다던데ㅋㅋㅋㅋㅋㅋㅋㅋ]

[↳↳학교 은근 자주와. 처음에 학교에서 봤을 땐 이목구비 아우라 소름이었는데 이제 신비감 떨어짐ㅋㅋㅋㅋ연예인 안 바쁘냐ㅋㅋㅋㅋ]

[열심히 배웠나 보네]

[↳나 산디인데 저건 그냥 재능]

[↳↳그냥 재능222]

[지운이랑 주원이 진짜 하이틴 재질이야ㅠㅠㅠㅠ]

[지운이는 안정의 프롬킹 주원이 전학 온 뉴키즈…….]

[↳나 이거 X플릭스에서 봤다]

[↳주원이 전학 와서 말없이 뭐 그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주…….]

[↳↳하 개설렘…….]

[퍼스트라이트 멤버들 스펙이 좋긴 한 듯 일라운드 보니까 애들 머리도 괜찮더라]

[지운이 아이패드 찾자마자 계속 비밀번호 눌러서 비활성화 시간 늘리는 거 소름ㄷㄷㄷ]

[효석이 워키토키 놓고 와서 아차하는 표정 너무 좋았어…….]

[↳이거 귀엽더라]

[↳근데 또 신경 곤두섰었다는 거 들으니까 눈물 나고…….]

[아니 미친 국혐 짤계 생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khgif_1228

오로지 얼굴만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얼굴만 좋아합니다]

[↳kh는 뭐야 팬계정은 아닌 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뮤직비디오 촬영이 시작되었다.

나는 은발인 상태가 멤버들과도 이번 컨셉과도 너무 안 어울린다고 해서 결국 머리 색을 다시 덮었다.

‘핑크’로.

나는 촬영 현장에 있는 거울을 들여다봤다.

“햐, 아이돌 같다.”

내가 혼잣말하니까 옆에서 멤버들이 어이없어한다. 아니, 그럼 핑크색 머리를 아이돌 말고도 하겠냐…….

거의 은발과 큰 차이가 없는 연한 색이기는 한데, 그래도 핑크로 좀 덮었더니 스태프들 반응도 나쁘지 않다. 특히 탈색을 그렇게 해댔는데 쌩쌩한 머리를 보더니 탈색을 해준 형이 내가 아이돌로서 가장 타고 난 건 머리인 것 같다고 했다. 굉장히 자기 직업 중심적인 생각이다.

“이 머리가 괜찮나 봐. 은발일 땐 약간 스태프들이 날 안 좋아하는 기분이더라고.”

내가 좀 아주아주 살짝 애정 결핍이라 그런지, 스태프들이 날 불편해하는 것 같으면 뭐라도 해서 풀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말하니까 옆에서 신지운이 대꾸했다.

“아니, 그냥 형이 너무 쎄…… 아, 쎄하다는 거 말고 비슷하고 좋은 말 없냐? 이 형이 쎄하단 말 싫어하잖아.”

“냉해?”

안주원이 제안하니까 신지운이 말했다.

“아니, 그거는 이 형이 못 알아들어. 은근 머리가 별로 안 좋아.”

“이 새끼, 어른 된 줄 알았더니 성격 나오네.”

“어, 만 원.”

“아…….”

우리는 욕할 때마다 만 원씩을 내기로 했다. 물론 내가 제일 불리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돈을 걸어야 빡세게 할 테니까.

다행히도 나는 우리 중 최고로 지갑이 비어 있기 때문에, 금연을 한다면 면제해 주기로 했다. 허허. 빡세지만 희망 있는 인생…….

우리는 뮤직비디오 첫 번째 착으로 교복을 입었다.

나는 열여덟 살에 자퇴하고 방에 틀어박혔기 때문에, 교복을 입을 수 있는 시간이 좀 짧았다. 그래도 저기 막내즈 셋보다는 길다. 너무 교복을 못 입어본 막내즈가 좀 안쓰러울 때가 있다.

촬영장은 서울에 있는 폐교였는데, 폐교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그냥 방학 중인 학교 같았다.

모처럼 학교에 오니까 기분이 묘하다.

나의 뮤직비디오 촬영에 대해서 박희택 사장한테 물어봤더니, 퍼스트라이트 팬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일단 밀어붙이자고 했다. 내가 어그로 끄는 게 나름 도움이 되나 보다.

그리고, 예상외로 아직까지는 내가 국선아 편집 짜깁기에 대해서 흘린 것에 대해, VMC에서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컴백 후 진행할 음악방송 스케줄들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한 번 정도는 닥치라는 연락을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좀 불안하다.

하지만 나는 약간 더 빠른 사회생활과 긴 꿈 속에서, 내 눈에 태산같이 보이는 기업들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사소한 것으로, 더더욱 말도 안 되는 강짜를 놓기도 한다는 걸 배웠다. 내가 별것 아니라고 해도, VMC는 분명 신경을 쓰고 있을 텐데.

아무튼 나는 내 이미지 쇄신을 위해 방법을 찾을 생각이지만, 일단 이번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는 VMC를 들이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만약에 내가 너무 들쑤셔서 퍼스트라이트의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면.

햇살들도 영영 날 용서하지 않겠지만 나도 나를 용서 못 할 것 같다.

* * *

오늘 촬영에서 새삼 알게 된 게 있다면,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이 진짜 하나같이 날 티 나는 데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지운한테 묻혔던 것 같다.

특히 고아한 선비상이라고 생각했던 한효석이 짜증이 난 얼굴로 교복 넥타이를 풀어 던지는 씬에서 촬영장 안에 있던 모든 여자 스태프들이 환호했다. 반면 멤버들은 놀리고 싶어 했지만 혹시 한효석이 위축될까 봐 돌아서 있었다. 솔직히 웃겼다.

만약 음원 성적을 내기를 원했다면 내 곡과 함께 최종 후보에 있던, 이지리스닝에 퀄리티도 좋은 유명 프로듀서의 곡으로 활동했을 것이다.

이번 퍼스트라이트의 목표는 하나. 퍼스트라이트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강한 안무, 더 강한 비트, 그리고 뮤직비디오에 모든 돈을 쏟아부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은 이미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가, 안무는 진짜 한 번 추면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빡셌다.

다행히 멤버들은 한창때라 그런지, 마지막까지 열정이 이글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촬영을 이어갔다.

* * *

컴백까지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나마 외부 스케줄이 없어서 좀 낫지만. 다른 멤버들은 이것저것 단체, 개인 스케줄을 나가느라 무지하게 바빴다.

멤버들이 스케줄을 나가는 동안 나는 비자발적 집돌이라, 일을 안 하면 아예 집에서 곡 작업만 했다.

내 집 월세 계약이 남았는데, 회사에서 거기 계속 사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해서 퍼스트라이트 숙소에서 옷방으로 쓰던 방을 비워줬다. 대신 모든 옷이 거실로 나와 거실이 복잡해졌지만 멤버들은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은근히 착한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나는 회사에서 오후 한 시에 공개되는 뮤직비디오 티저를 같이 보기 위해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막 들어서는데 핸드폰이 울려서 전화를 받아보니 누나였다.

“어, 누나.”

-엄마가 너한테 전화 좀 해보래. 너무 떨려서 엄마는 못 하겠다고.

“아, 진짜?”

나이가 열 살이 차이 나다 보니, 나에게 누나는 약간 엄마 같을 때가 있다. 오히려 엄마에게는 못하는 솔직한 말들을 누나에게는 할 수 있다.

-너 가끔이라도 집에 전화 좀 하냐?

“아, 누나가 하면 되잖아아.”

-전화비 많이 나와. 네가 해. 막내잖아.

“나 그냥 놔둬도 떨려. 뭐라고 하지 마.”

-왜 떨어? 노래 좋은데. 넌 할 만큼 했어.

가족이라서 하는 말이겠지만 노래 좋단 소리를 들으니까 긴장이 조금은 풀린다.

회사 안에 소규모 영화관 같은 게 있어서, 거기서 멤버, 직원들이 모여 티저와 전체 뮤직비디오 모두 처음으로 다 같이 보기로 했다.

나는 스케줄 마치고 와 있던 멤버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작곡한 곡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 심장이 너무 뛰어서 몸 밖으로 튀어 나갈 것 같다.

멤버고 직원들이고 많이 긴장했는지 말이 없었다.

진짜로 회사의 사활이 걸린 활동이니까.

혹시나 내가 앞으로 많은 음악을 만들더라도, 오늘만큼 긴장하는 날은 없을 거라고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디지털 싱글이다 보니,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없는 대신 공개할 2개의 뮤직비디오 티저 중 하나를 조금 일찍 공개하기로 했다.

이전 앨범과 곡 스타일이고, 컨셉이고 완전히 다른 데다가, 자체 예능과 나름 스토리라인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컨셉 트레일러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팬들에게 보여주는 이번 활동에 대한 첫 번째 영상이었다.

“아, 심장 토할 것 같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옆에서 황새벽이 했다. 긴장할 체력도 없을 것 같은 놈이었는데 의외다. 하여튼 퍼스트라이트 놈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야망이 크다.

“나도.”

내가 대답하는 사이, 1시.

화면에 26초 동안, 뮤직비디오 티저가 지나갔다.

교복을 입은 퍼스트라이트 멤버 일곱 명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현장 반응이 가장 좋았던, 한효석이 넥타이를 풀어 던지는 장면이었다.

티저가 끝나자마자 민지호가 벌떡 일어섰다.

“해원이 형, 이건 햇살들이 안 좋아할 수가 없어!”

“민조, 진정하고 앉아.”

“지금 어떻게 진정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야기하는 나와 민지호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유튜브 댓글을 보고 있었다.

“티저 반응 미쳤다. 개…… 엄청 좋아.”

“와, 이게 찐으로 좋아하는 거였네. 지난번 컨셉 햇살들 사실 싫어했네.”

그래, 그러니까 내가 너희랑 안 어울린다고 했잖니…….

나는 댓글 보고 있는 멤버들의 표정으로 이번 티저의 반응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햇살들이 퍼스트라이트 멤버들 이야기를 하는 것만도 바빠서 내 이야기까지 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그저 좋은 이야기들인 것 같다.

내가 손을 들고 물었다.

“티저 한 번만 더 보면 안 돼요?”

“아, 더 봅시다?”

“아휴, 작곡가님이 더 보자고 하시는데 백 번도 볼 수 있죠.”

어우, 작곡가님. 맞는 말인데 기분 드럽게 이상하네.

그나저나 회사 직원들이 은근 날 되게 오구오구 해준다. 멘탈 관리인가보다. 내가 또 이런 공치사 은근 좋아하지……. 오구오구도 좋아하지…….

팬들이 정말로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상태창이 떴다.

[미션 달성까지 남은 조회 수 12,245]

[미션 달성까지 남은 조회 수 11,900]

[미션 달성까지 남은 조회 수 11,826]

엥?

미션이 조회 수 100만 달성 아니었나?

……뭐가 100만인데?

내가 생각하는데, 영화관 문이 덜컥 열리고 퍼스트라이트 자체 예능, 일라운드의 김재성 PD가 내 쪽으로 달려오려다가 박희택 사장을 발견하고 멈칫하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박희택 사장이 가보라고 손짓하니까 김재성 PD가 나한테 달려왔다.

“해원아, 티저 중요한 건 아는데 이것도 축하해야지.”

자체 예능 컨셉 회의에 내가 몇 번 참여하느라 친해진 김재성 PD의 말에 내가 되물었다.

“진짜 100만 돼가요?”

“어? 유튜브 봤어?”

“아뇨. 느낌이.”

허허, 상태창이 보여서 다행이다. 댓글을 못 보니까 그게 나한테 길잡이가 되주기도 하는구만.

대충 직원들 이야기하는 걸 들어봤을 때는 아무래도 내가 멤버로 나오기도 하고, 거기에 짜깁기 논란이 퍼지면서 댓글이 폭발해 계속 인기 동영상에 있었다는 모양이다. 그 덕을 본 모양이다.

핸드폰을 확인한 박선재가 말했다.

“뮤직비디오 한 번 보고 가면 딱 100만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좀 같이 보겠습니다.”

김재성 PD가 싱글벙글해서 말하며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3분 30초의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다.

엔터계에서 인기는 인격이자 권력. 사실상 모든 것이다.

나는 직원들, 그리고 계속해서 댓글을 확인하는 멤버들의 표정을 돌아보며 안심했다.

이번에, 망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끝났을 때, 상태창이 떴다.

[영상 조회 수 100만을 달성했습니다]

[(히트곡 메이커의 레드 룰렛)의 A급 티켓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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