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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9화 (29/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9화

[애들 실물 어때요? 궁금해요ㅠㅠㅠㅠ]

[↳새벽이 화면으로 보면 예쁘장한데 실물 완전 남자…… 너무 잘생겼어요…….]

[↳지호는 반대로 씹덕상 같은데 실물 의외로 곱상하게 예뻐요]

[정해원 실물도 그렇게 쎄해요?]

[↳↳실물은 더 쎄해요. 진짜 충격적으로 차가움…… 근데 사람 자체는 국선아 때 본 거랑 너무 달라요]

[↳↳↳진짜 달라요 아 저도 아직 충격에서 못 벗어나서 설명이 제대로 안 되는데 진짜 봐야 돼요ㅠㅠㅠㅠ]

[↳↳↳↳그냥 파워 아이돌이에요. 무인도에서 태어났어도 어떻게든 눈에 띄어서 아이돌할 상…….]

그때 X버스에 정해원이 처음으로 글이 올렸다.

[해원 : 햇살이들 안녕! 오늘 무대 재미있었어요? 무대에서 응원 들었]

[↳???]

[↳?????]

퍼스트라이트 팬들의 물음표가 이어질 때 황새벽의 급한 댓글이 올라왔다.

[↳새벽 : 해원이가 안 올리고 지우고 있는 거 뺏어서 올리다가 이렇게 됐어요]

[↳새벽 : 뒤에 ‘어요 고마워요’였어요]

[↳막내 : 아 이 형들 뭐 하는 거야ㅋㅋㅋㅋㅋ]

[민조 : 햇살이들 나도 고마워!!!!!!!!!!! 사랑해!!!!!!!!!!! 라디오 잘 들어주구 내일 봐♡♥♡♥♡♥]

[↳안주원 : 난 저 네 명 탄 차 안 타서 다행이다. 차 따로 타고 가는데도 시끄럽네…….]

[↳↳민조 : 형아!!!!!!!!! 우리 이번엔 서로 다 받아주기 했자나!!!!!!]

[↳↳↳안주원 : 오냐…….]

[지우니 : 눈치게임 1]

[↳효석 : 2 근데 이거 왜 해요?]

[↳안주원 : 3 몰라 신지운이 심심한가 봐]

[↳막내 : 4 근데 이렇게 하면 그냥 마지막에 보는 사람이 지는 거 아냐??]

[↳민조 : 5!!!!!!!!!!!!!!!!!!!!!!!!!!!!!!5!!!!!!!!!!!!!!!!!!!!!!!!!!5!!!!!!!!!!!!!!]

[↳↳효석 : 제발 한 번만 써…….]

[↳해원 : 6]

[↳새벽 : 정해원 내가 이번만 봐줬다]

[아니 우리 애들 뭐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버스 알림 계속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잠깐 꺼놨어ㅋㅋㅋㅋㅋ]

[↳↳차 같이 타고 가는 거 아닌데도 시끄러워……ㅋㅋㅋㅋㅋ]

[퍼스트라이트 비활동기에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애들이 갑자기 비글이 됐는데……?]

[↳난 이 분위기 너무 좋다…….]

[↳↳솔직히 나도. 내가 국선아 C조 이런 느낌을 좋아했었어…….]

[난 지금까지 정해원이 C조 분위기를 망쳤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지금 보니까 정해원 없으면 그 분위기가 안 나오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C조 파다가 소원해졌던 팬들 중에 요즘 이 생각하는 사람 좀 있을 듯ㅇㅇ]

* * *

황새벽이 핸드폰을 뺏어가서 내 첫 게시글을 올려버린 후부터 핸드폰이 바빠졌다.

멤버들은 계속해서 글을 올리고 있고, 직원들도 예의주시하느라 계속해서 단톡방이 울린다.

라디오는 내 할 일이 딱 정해져 있어서 힘들지 않았다. 멤버가 적은 편이 아니다 보니, 나는 곡 소개 정도만 해도 다른 멤버들이 충분히 오디오를 채웠다.

그리고 새벽에 금요일 TYT에서의 음악방송 사전녹화가 있었다.

TYT 쪽에서는 아무래도 퍼스트라이트가 TY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이니, 서바이벌 곡 중 하나인 ‘별이 된다면’을 부르길 바랐다.

내가 짜깁기 논란을 만들든 말든, 다음 서바이벌을 위해 가장 히트한 곡 중 하나의 무대를 원하는 걸 보니, 이래저래 다음 서바이벌에도 많이 엮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명은.

우리 회사에서도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 하면서 ‘별이 된다면’을 부르기로 결정되었다.

아무래도 ‘별이 된다면’으로 욕을 심하게 먹었던 기억이 있으니, 나는 노래를 부르기 전부터 잘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의상을 갈아입고, 나름으로 목을 풀고 있는데 촬영장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내 전 연예인들, 박희영과 부정태였다.

“철이!”

“어, 누나? 형!”

둘 다 근처에서 촬영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는 모양이었다.

“아니, 바쁜데 뭐하러 왔어요.”

“이 자식, 넌 바쁜 놈이 맨날 제로 사이다 먹으라고 연락을 하냐?”

“아, 형 오래 살라구.”

내 말에 부정태가 흐흐 웃고, 박희영이 내 팔을 퍽 때리며 말했다.

“야, 너 파트 몇 초 되지도 않더구만 뭘 이렇게 긴장하고 있어? 목소리는 쫄아 있으면 더 안 나와.”

맞는 말이다. 국선아 때 뒤로 갈수록 연습을 해도, 해도 노래를 점점 더 못해지던 기억이 났다.

박희영이 말을 이었다.

“숨 크게 들이마셔 봐. 그냥 네 몸 안에 빈 부분을 숨으로 전부 다 채운다고 생각해.”

나는 박희영의 말대로 숨을 들이마셨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숨을 채운다는 기분으로 들이마시고, 박희영이 세는 숫자에 맞게 숨을 뱉었다.

“노래는 결국 목 가지고 하는 게 맞아. 그러니까 목 관리는 당연히 잘해야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노래할 때 몸 다른 부분들이 놀고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네 신경이 목에만 가 있으면 안 된다고.”

무슨 소리인지 완벽히 이해가 가는 건 아니지만, 숨을 들이마신 후부터 뭔가 발성이 조금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신경이 누그러지며 목에 긴장도 풀렸다.

옆에서 연습하는 걸 보던 부정태가 말했다.

“손발 털고, 표정 막 망가뜨려 보고. 개그고 연기고 긴장하면 실력 안 나와. 무조건 긴장 풀어야 돼.”

부정태는 연극영화과 출신이라 연기 쪽으로 내 긴장을 풀어줬다. 내가 이렇게까지 두 사람에게 도움이 된 것 같지 않은데, 진짜 좋은 사람들이다.

둘 다 바쁜 사람들이라 얼마 있지는 못했다. 박희영이 말했다.

“누가 물어보면 우리가 네 연예계 엄마랑 아빠라고 해.”

“그래, 이혼해서 각자 살림 차렸다고 해.”

옆에서 부정태도 맞장구쳤다. 나이도 얼마 먹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러는 게 어이없는데 웃겼다.

두 사람이 와서 이야기하고 간 후, 녹화가 시작되었다.

무대는 무지하게 예뻤다. 무대 바닥 스크린은 물론 전체적으로 별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곡에 대한 이해만큼은 자신이 있다. 팬들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혹시 변하더라도 나는 한자리에 있겠다는 가사.

새벽에 팬들이 기다리는 게 걱정됐는데, 다행히 딜레이 없이 녹화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 만났다고, 이제는 햇살이들을 보니까 긴장보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짝사랑에 빠진 기분인데, 그게 은근 설레는 걸 보니 긴장이 풀리긴 했나 보다.

* * *

촬영이 끝나고, 정말 잠깐 쉬고 다시 TYT로 출근했다.

본방에 인터뷰가 있어서, 인터뷰에 나갈 멤버를 정하고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혹시 지난번에 전화해 은근한 협박을 하던 TYT 직원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데뷔 2년 차, 11인조 보이그룹, INO(아이노)의 리더 강한우와 나머지 열 명이었다. 어쩌면 열한 명이 다 온 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냥, 많았다. 우리도 많은데, 저기는 한마디씩만 해도 열한 마디였다.

소파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대학교 과제를 하던 안주원이 말했다.

“해원아, 네가 합류한 거 우리보다 더 기뻐할 사람 왔다.”

“아, 너도 기뻐?”

“난 당연히 기쁘지.”

다정다감한 편인 안주원과는 잘 티키타카가 안 된다. 허허. 민망하네. 그래도 사람은 좋다.

아무튼 안주원의 말대로 강한우의 표정은 진짜로 기뻐 보였다.

“동생들! 너희 이제 일곱 명이지?”

“형, 야구 하자고 왔지?”

신지운의 말에 강한우가 대답했다.

“어! 이제 우리 멤버 2명을 임대해 가면 야구를 할 수 있어.”

“오.”

“우리 예능이랑 너희 예능이랑 콜라보로 야구 하면 방송 뽑고 좋지.”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듣던 안주원이 나에게 말했다.

“너도 구기 잘하잖아.”

“농구? 그것도 2년 넘게 안 했어. 나 야구는 룰도 몰라.”

“하면서 배우면 돼.”

“……진짜 하자고?”

“응.”

왠지 야구 얘기 나오니까 안주원의 눈빛이 바뀌었다. 뭐지. 야구팬이란 이런 건가.

그나저나 야구라…….

상태창에서 본 것처럼 이번 활동이 끝나면 퍼스트라이트는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내게 될 것이다. 내가 그때까지 활동을 할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많은 곡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안주원과 함께 작업한 곡은 멤버 버프가 있으니 웬만하면 들어가게 될 테고, 거기에 한 곡이라도 더 넣고 싶다.

야구라는 말을 듣자마자부터 떠오르는 곡의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국선아 때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을 생각했다.

내가 안주원에게 물었다.

“주원아, 가을야구라는 게, 가을에 하는 거지?”

“……너 우리가 옆에서 그렇게 야구 얘기를 했는데 귀를 이렇게 닫을 수가 있냐?”

“아니, 난 야구를 몰라서 그런지 재미가 없어. 그리고 야구팬들은 뭔가 화가…….”

“야구팬 모욕하지 마라. 우리는 우리의 인생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야구 얘기하니까 안주원이 말이 많아진다. 아무래도 야구는 인생에 해로운 모양이다.

아무튼 나는 머릿속으로 스토리를 정리했다.

‘더워 죽겠다. 나가 놀고 싶은데 너무 더워서 못 나가는 내가 산책 기다리는 강아지 같아 힝

여름 해는 또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어. 그래도 결국 밤이 왔고 나는 친구들과 만나서 야구를 할 거야.

밤을 새우고 새벽까지. 여름에서 겨울까지. 언젠가 우리의 시간이 올 거야. 그러니까 GET SET READY 기다려 볼까 우리의 시간.’

[퍼스트라이트 정규 1집]

[키워드 ‘야구’가 등록되었습니다]

내가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는데 안주원이 급하게 내 입을 막았다. 내가 손을 떼고 물었다.

“왜?”

내가 물어보니까 안주원이 물었다.

“그거 만들 거지?”

“응.”

“유출하지 마. 다른 팀 있잖아.”

“아, 그러네. 땡큐땡큐.”

“해원아.”

안주원이 이번엔 두 손으로 자기 입을 감싸더니 말했다.

“이거…… 아니, 욕 안 쓰고 말을 못 하겠네. 야, 너무 좋아. X나 좋아.”

한 번은 참았는데 두 번째는 욕을 못 참는다.

안주원이 욕을 하는 게 들렸는지 먼저 메이크업을 받던 박선재가 돌아보며 물었다.

“형들, 뭐가 좋아?”

“해원아, 빨리 찍어줘. 막내 들려주게.”

안주원이 이렇게 재촉하는 거 처음 본다. 이 자식, 아무래도 그냥 주제가 야구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핸드폰을 찾아서 개러지밴드 어플로 방금 떠올린 멜로디와 비트를 간단하게나마 찍었다. 옆에서 보던 안주원이 말했다.

“……넌 진짜 천재다.”

“프로그램이 낯설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네가 천재가 아니면 누가 천재야?”

하, 은근슬쩍 다정한 새끼.

나는 안주원의 어깨를 툭툭 쳐준 후 내 이어폰을 가져가 스태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박선재의 귀에 꽂아주었다.

내가 찍은 부분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박선재가 소리를 쳤다.

“이거! 형! 됐어!”

안 그래도 메인보컬이라 성량이 큰 놈이 소리를 치니까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돌아봤다.

다른 멤버들까지 우르르 모여와서 음악을 듣는 사이, 강한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해원 씨죠? 아니, 애들이 자체 예능은 해원 씨한테 얘기하라고 해서.”

“그냥 말 편하게 해주세요.”

“그래도 되나. 아무튼 같이 야구 한번 하자. 컨텐츠도 나오고.”

“네, 그럼 저도 자컨팀에 건의해 볼게요.”

그때 음악을 듣고 난 우리 멤버들은 소리치고, 뭔지 몰라도 INO 멤버들도 그냥 따라서 같이 소리를 쳤다.

아오, 정신없어……. 야구를 하면 이 짓을 몇 시간을 하게 되겠지. 아, 야구 길어 보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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