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0화
[오늘 별이 된다면 무대 진짜 꼭 봐 꼭 봐야 돼]
[우리 막내 남자야…… 오빠 됐어…….]
[걔는 여전히 노래를 못하네]
[↳노래는 까면 안 되지 국선아 때 비하면 진짜 많이 늘었음]
[↳↳늘긴 했더라 국선아 때는 정해원 노래 부를 때 내가 불안했는데 이제 안정감이 생김]
[나 새벽 사녹 갔었는데 정해원 생각보다 무대 공포증 없어 보이던데?]
[↳컨셉 아닌가ㅋㅋㅋㅋ]
[↳컨셉이어도 이상하지 않긴 해]
[↳솔직히 무대 공포증 생겼다는 얘기 듣고 퍼라 팬들이 많이 동요하던데…….]
[아닌데 첫방 사녹 때는 연기일 수가 없게 떨던데?]
[↳그래?]
[↳뭐지…….]
* * *
디지털 싱글은 목요일에 컴백해서 일요일 음악방송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막방에서 팬들은 유난히 더 힘내서 응원을 해줬다.
음원은 차트아웃 되었지만, 뮤직비디오의 상승 추이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해외 팬들이 뮤직비디오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활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퍼스트라이트는 막방 기념으로 가까운 공원에서 미니팬미팅이 예정되었다. 이번에는 앨범이 없어 팬사인회도 없으니, 팬들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다.
공원은 내가 박희영과 음악방송을 했을 때도 미니팬미팅을 해본 곳이었다.
차에서 막 내려보니 팬들이 모여 있었다.
“우와. 와. 와!”
민지호는 차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햇살이들을 보며 말을 못 하고 와와거리기만 했다. 민지호 말고 다른 사람들도 사실 설레는 건 마찬가지였다.
앞에 차가 먼저 서고 멤버들이 내리기 시작하니까 팬들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서 선 후, 인사하라고 황새벽 쪽을 봤는데 고개를 빠르게 젓는다. 황새벽은 나서는 게 괴로운지, 가능하면 나한테 인사를 넘겼다. 진짜 지독하게 내성적인 놈이다.
나는 할 수 없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서드 세컨.”
그리고 멤버들이 동시에 ‘퍼스트, 안녕하세요, 퍼스트라이트입니다.’ 하고 인사했다.
인사를 하고 나서 바로 마이크를 내리고 옆에 서 있던 한효석에게 말했다.
“커피차 말씀드려.”
“아, 저희 커피차. 있습니다. 엄청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이상하게 다들 내용물보다 껍데기를 좋아하시더라구요.”
그 말에 팬들이 웃음이 터지고 한효석이 말을 이었다.
“해원이 형이 로고를 프린트한 리유저블 컵으로 하자고 의견을 내서 그렇게 준비했어요.”
굳이 한효석이 내 공치사를 해줬다. 다행히 팬들은 누가 의견을 내든 상관없이, 퍼스트라이트의 로고가 프린트된 리유저블 컵에 아주 호의적이었다.
“왜 우린 못 주게 하면서 너넨 줘!”
그러다 한 팬이 음방에서 조공 금지인 TRV의 정책 이야기를 하니까, 한효석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규칙은 규칙이니까 할 수 없어요. 뭐라고 해도 우린 줄 거니까 그냥 받기만 하세요.”
한효석의 말에 팬들이 웃고 즐거워하는 걸 보니 나도 웃음이 나서 같이 웃었다. 본인 캐릭터다운 답이었다.
날씨와 짧은 활동기에 대한 스몰토크 후에, 준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팬들이 질문과 부탁을 적은 포스트잇들이 붙어 있어서, 그중에 골라서 하면 되는 거였다. 멤버들이 모두 포스트잇을 골라 간 후에도 나는 한참을 더 고민했다.
[선재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야]
[사랑해!]
[일 년에 한 번 컴백해도 되니까 건강만 해줘]
또는 일라운드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세상에서 제일 착한 주원아 빌런 누군지 스포 좀ㅠㅠ 햇살이들 궁금해서 못 자ㅠㅠ]
진짜 마음 약한 사람 딱 잡아낸다, 싶었다.
아무튼 멤버의 이름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나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내 이름이 적힌 걸 찾고 싶었다.
그리고 다행히 내 이름이 적힌 게 하나 있었다.
[해원아 깨물하트 해줘!]
“아, 깨물하트? 잠깐만 연습해야겠다.”
나는 소중한 포스트잇을 핸드폰에 붙여놓고, 위를 깨물어 하트를 만드는 연습을 했다. 내가 제일 가까이에 있던 신지운을 붙잡고 물었다.
“봐봐, 하트야?”
“어, 완전.”
“그래? 나 잘하네.”
내 말이 어이가 없는지 신지운이 흐흐 웃었다.
나는 충분히 어수선한 기회를 노려서 마이크를 들고 포스트잇을 읽은 후 말했다.
“그러면 깨물하트를…….”
옆에서 멤버들이 핸드폰과 마이크를 들어줘서 나는 두 손으로 방금 연습한 깨물하트를 했다. 다행히 앞에 있던 몇 명의 팬들이 환호해 줬다. 나는 그 팬들 쪽으로 물었다.
“잘했어요?”
그러니까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 애교는 내가 부렸는데 팬들이 귀여웠다.
내 할 일이 끝났으니까 나는 이제 마음 편하게 다른 멤버들이 민망해하는 걸 보고 웃고, 포스트잇을 골라주기도 했다.
팬들이 앞에 있어서 그런지 자꾸 웃음이 나왔다. 좀 한심해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 *
긴장이 풀린 데다가, 밖이 더웠던 탓에 멤버들은 차에 타자마자 지쳐 쓰러졌다. 나 역시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선재야, 정해원 깨워. 빨리.”
잠결에 황새벽 목소리가 들려서 눈을 떠보니까 박선재가 날 흔들고 있었다.
“응? 왜.”
내 말에 박선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형, 무슨 잠꼬대를 이렇게 무섭게 해?”
“뭐야. 내가 뭐라고 말했어?”
“말을 한 건 아닌데 심하게 앓는 소리 냈어.”
“아, 그래? 어우, 무서웠겠는데.”
“진짜 섬뜩했다니까.”
이야, 내가 그렇게 잠버릇이 나쁜 줄 전혀 몰랐다.
“미안미안. 그래도 잠깐 잤더니 개운하네.”
내가 기지개를 켜며 말하니까 운전 중이던 강영호 매니저가 말했다.
“해원 씨 개운할 만큼 안 잤어요.”
“그래요? 개운한데.”
어차피 나 아니어도 다들 못 자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하는데, 강영호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해원 씨는 이번 달 내내 쪽잠 잤잖아요.”
“너 그렇게 빡세게 살다가 단명한다.”
황새벽이 무서운 소릴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무튼 저 깨우기 힘든 놈이 깰 정도였으니, 내가 어지간히 잠꼬대를 험하게 했나 보다.
또 잠들기가 민망해서, 나는 앨범 제작팀 단톡방을 확인했다.
[정규 1집은 9월 초인 건 확정이에요]
[이따가 라방에서 말해도 돼요?]
[최대한 오늘 내로 픽스해서 말씀드릴게요]
A&R팀과 앨범 제작팀 모두 이미 바쁘게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서, 나도 최대한 빨리 곡을 뽑아 줘야 한다.
이번이 디지털 싱글이라 퍼스트라이트의 향후 팀 활동을 우려하던 팬들은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니까, 이번 활동을 정규앨범의 전초전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팬들은 여름 중에 정규앨범이 나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너무 늦은 일정이었다.
정규앨범이 나오면 콘서트 일정도 같이 잡힐 확률이 크다고 했다. 좀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모든 일정이 착착 진행되는 걸 보니까 이번 앨범에서 가능성이 보였던 모양이다.
이제 막방 했는데, 빨리 다시 컴백하고 싶다. 지난 4일의 음악방송이 주는 희열을 빨리 느끼고 싶었다. 무엇보다 지난 4일 동안 팬들이 나를 보는 표정은 매일매일 조금씩 더 익숙해졌고, 가끔은 반가워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조금씩 받아주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활동이 종료되니 뭔가 끊겨버리는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힘들다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평생 이 일을 해도 마냥 좋을 것만 같다.
나는 핸드폰으로 내 체크리스트를 확인했다.
기획하고 있는 곡들은 내가 개인 활동이 전혀 없으니 변수만 없으면 만들 시간이 충분히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황새벽이 며칠 전에 제안한 04즈 술방은…… 이건 진짜 해도 되냐고 매니지먼트팀이랑 상의해봐야겠다. 뭐 술방이라고 해도 맥주 한 캔이겠지만.
그리고…….
앞에 두 곡보다도 전부터 고민하는 게 있는데, 여전히 답이 안 나오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할 일이 하나 있었다.
[팬송]
정규앨범에는 꼭 팬송을 하나 넣고 싶었다. 그리고 팬송이니까, 우리가 작곡이 가능한 이상 더더욱 퍼스트라이트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단하게 아우트라인을 잡아서 멤버들에게 넘겨줄 생각이었는데, 아우트라인 자체가 안 잡힌다.
팬들을 생각하면 그냥 마냥 좋은데. 좋다는 말만 3분 30초 동안 할 수는 없고, 내가 가사 쓰면 좋아 좋아 진짜 좋아 수준일 것 같다.
아무튼 팬송 부분은 뒤로 미루기로 하고, 나는 직원들과 뭔가를 상의하면 바로바로 정리해서 멤버들과 매니저 형들이 있는 단톡방에 알려줬다.
무대에서 진을 빼고 빈사 상태였던 민지호가 그걸 보자마자 소리쳤다.
“형, 우리 정규앨범 나와?”
“나와.”
내가 대답하자마자 어디서 기운이 생겼는지 멤버들과 매니저 형이 환호했다.
나는 이제 또 당분간 양이형 작업실에서 신세 져야겠다. 흐흐.
[정해원 : 이따가 잠깐만 회의하자]
[박선재 : 나 배고파…….]
[민지호 : 라방부터 하고 싶어!!!!!!!!!!!!!!]
[한효석 : 그건 시간 정해져 있잖아]
[민지호 : 지금 자고 인나서 컨디션 제일 좋을 때 햇살이들 보고 싶은데ㅠㅠㅠㅠㅠㅠ]
[안주원 : 그러게 아쉽네]
[신지운 : 라면 먹고 싶다]
[황새벽 : 해원아 정리 좀]
“야이씨, 떠맡기지 마, 황새벽.”
“어차피 애들 네 말 밖에 안 들어. 내 말은 힘이 없어.”
황새벽이 한껏 약한 척을 하고 나서 다시 자는 척을 했다.
[정해원 : 회의는 숙소 가서 하고, 라방 시간 당겨달라고 할게. 먹방할까?]
[민지호 : 꺅♥♥♥♥♥♥♥♥♥]
[한효석 : 그래. 오늘은 MSG 좀 먹자]
[민지호 : 오???? 효식이 웬일????]
[황새벽 : 내가 시킴. 일단 불족발이랑 막창이랑 막국수 시킬 건데 먹고 싶은 거 더 있는 사람? 나는 치킨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안주원 : 새벽이는 참 먹는 얘기 할 때만 시끄럽네]
[정해원 : 내 말이. 막내는 뭐 먹고 싶어?]
[박선재 : 우리 일단 라면부터 끓이자. 몇 개???]
[신지운 : 10개부터 시작하자 형이 맛있게 끓여줌]
[박선재 : 응! 내가 보조할게!]
나는 바로 가수 매니지먼트팀으로 연락해 라이브를 좀 일찍 켜서 먹방을 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네 해원 씨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지난번에 신지운이 사고 칠 뻔한 얘기인 것 같다.
회사에 도착해 보니 아직 직원들이 다른 일정 중이라 그렇지, 방송 준비는 끝나 있었다. 케이크도 사놓고, 커튼에 풍선과 조명 같은 것도 달아놨다. 막방 했다고 나름 꾸며준 모양이다.
우리는 난생처음, 직원 없이 매니저 형과 우리들끼리만 라이브방송을 켤 준비를 했다. 탕비실로 가보니 박선재가 라면 열 개를 뜯어서 쌓고 있었다.
라면은 끼니가 아니라 간식 취급이다. 이러니까 숙소와 연습실에 아무리 라면을 많이 사다 놔도 맨날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