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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3화 (3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3화

나는 박희택 사장과의 전화를 끊고, 바로 양이형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하다가 중간에 배가 고파서 짜장면을 시켜서 먹었다. 젓가락을 꺼내며 양이형이 말했다.

“야, 내가 작곡을 열여덟 살부터 시작했단 말이야.”

“어. 알아.”

“너 언제부터 시작했다고?”

“올해 초.”

“재수 없는 새끼, 뒤졌으면 좋겠다.”

이 형은 무슨 칭찬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양이형이 말했다.

“첫 트랙부터 다시 틀어봐.”

“밥 먹으면서도 듣고 싶을 만큼 좋아?”

“너는 입만 닥치면 내가 참 이뻐할 텐데.”

“이거보다 더 이뻐하면 부담스러운데.”

내가 일어서며 말하니까 양이형이 겁나 빡쳐 한다. 크, 놀리는 재미가 있는 형이다.

내가 첫 번째 트랙으로 만든 곡을 틀자 양이형이 말했다.

“딴 건 다 좋아. 그래, 뭐 네 감성이랑 내 감성이랑 다른가보다,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 있어. 근데 편곡은 X발, 그냥 내가 하는 거 뒤에서 보고 따라 한 게 이거잖아.”

“그냥 이런 식으로 하겠다고 틀만 잡아 온 거잖아. 결국 형이 옆에서 다 해줘야 돼.”

“그니까 그 틀을 잡아 올 수 있는 거 자체가…… 그냥 말하면 계속 빡치니까 말을 하지 말자.”

A&R팀을 통해 작곡팀의 허락을 받고, 정규 1집의 첫 번째 트랙은 지난번 퍼스트라이트의 타이틀, ‘첫 번째 프러포즈’의 아웃트로 4마디를 편곡해서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한 이번 타이틀곡의 컨셉이 첫 번째 프러포즈의 프리퀄이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 두 곡이 더 있는데 하나가 안주원이 작사한 곡, 또 하나가 야구에 관한 노래였다.

안주원이 작사한 곡의 가제는 ‘아침만 기다렸어’인데, 제목은 회의를 통해 다시 짓기로 했다.

[아침만 기다렸어 너에게 말하려구 어제는 내가 미안해 틱틱거려서

경기 이겼냐는 네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어. 점수도 말할걸 날씨도 말해줄걸!

내가 나빴어 밤새 신경 쓰여 무관심한 게 아냐 긴장해서 그래

네 앞에 서면 말이 안 나와 네가 좋아서 그런 거야 정말

Q&A 준비했어 이 안에서 물어봐 줘 제발 연습했거든

사소한 것들이 좋아 열심히 대답할래 너와의 대화에는 준비가 필요해]

양이형이 탕수육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

“난 주원이가 그 얼굴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나도.”

“너도 인기 많았을 거 아냐.”

“별로. 그냥 귀여워만 하던데.”

“그게 인기다, 인마. 여자들이 아무나 귀여워하는 줄 아냐.”

“아, 그래? 근데 어차피 쭉 피아노만 쳤고, 그 뒤에는 연습생 생활 하느라……. 나랑 같이 학교 다닌 애들 나 기억도 못 할걸.”

나는 말하며 남은 짜장면을 들이마신 후 양이형을 재촉했다.

“아, 빨리 좀 먹어. 시간 없어.”

“하, 이 새끼 형형 거리면서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네. 야, 노예도 밥은 멕인다.”

“빨리 먹으라고.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내가 양이형을 재촉하고 있을 때, 개인 스케줄을 마친 안주원이 도착했다.

개인 스케줄을 마친 후 메이크업을 바로 지우고,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나타난 안주원을 보자마자 내가 말했다.

“야, 너 진짜 잘생기긴 했다.”

“갑자기?”

안주원이 어이없어해서 내가 가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 이형이 형이 너처럼 생긴 놈이 이런 가사 생각한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거든. 근데 얼굴 보니까 이해된다.”

“그런가.”

살면서 잘생겼다는 말을 인사보다 많이 들었을 안주원이 민망해하며 말을 이었다.

“근데 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 안 나오는 마음은 다 비슷하잖아.”

쑥스러워하며 말하는 얼굴이 진짜 드라마 같다. 안주원이 국선아에서 얼굴로 데뷔한 걸 납득 못하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건 역시 실물이었다.

작사가까지 도착했으니 우리는 바로 ‘아침만 기다렸어’의 작업을 이어갔다.

나는 멜로디와 가사를 거의 같이 떠올리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가사에 맞는 곡을 만드는 작업이 드럽게 어려웠다.

“아, 어렵다, 어려워.”

내가 말하며 의자 뒤로 기대니까 소파에 누워 있던 양이형이 말했다.

“이게 어렵지.”

“근데 또 어려운 재미가 있네.”

“뭔 개소리야.”

양이형은 그런 대답을 무지하게 황당해하다가도, 피곤을 못 견디고 다시 쪽잠을 청했다.

* * *

안주원이 소파에 앉아서 자다가 눈을 떠보니, 양이형은 소파 맞은편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고 정해원은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사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 곡을 수정하는 게 어려운지, 곡을 수정할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군데군데 비어 있는 가사의 글자 수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가사에 곡을 맞춰본다.

안주원은 정해원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입을 열었다.

“안 피곤해?”

“어우, X발.”

헤드셋을 벗던 정해원이 놀라며 욕부터 뱉었다. 예전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엔 무지하게 잘 놀랐다. 계속 긴장 상태라서 그런 것처럼 보였다.

정해원이 헤드셋을 걸어 놓으며 말했다.

“시간이 너무 없어. 아니, 저 회사는 무슨 일정을 이렇게 빡빡하게 잡아.”

“그러게 말이다. 아, 네 사진 찍었는데, 인스타 올려도 돼?”

그 말에 정해원이 힐끔 안주원의 핸드폰 사진을 보고 말했다.

“스포 될 건 다 블러 처리 해줘.”

“당연하지.”

“네 사진이랑 같이 올리고.”

“그것도 당연하니까 찍어줘.”

정해원은 안주원의 핸드폰을 받아 사진을 찍고 핸드폰을 돌려줬다. 안주원이 투덜거렸다.

“대충도 찍네.”

“넌 대충 찍어도 잘 나와. 깼으면 와서 여기 가사 좀 바꿔봐. 여기 일곱 글자를 아홉 글자로.”

“응. 이것만 올리고.”

“이야, 그래도 작사가가 있으니까 편하긴 편하다. 이래서 팀을 꾸리나 봐.”

정해원이 말하며 다시 작업을 이어가고, 안주원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곧 안주원의 인스타그램에 본인의 사진과 함께 작업 중인 정해원의 사진이 업로드되었다.

[나와 이형이 형이 지쳐서 잠든 후에도 혼자 작업 중이던 해원이. 너의 치열함을 언젠가 보상받길]

그 글이 올라오고 바로 댓글이 이어졌다.

[주원아 인스타그램 하지 마……. 다른 여자들 있잖아…….]

[진짜 대존잘이다…….]

[Love u!!]

[뭐 만들고 있어? 스포 해줘!]

[인스타그램에 쓴 글 봤어? 주원이 진짜 다정하다ㅠㅠ]

[안주원 유죄ㅠㅠㅠㅠㅠㅠ]

[정해원이랑 같이 정규 작업 중인가??]

[다음 정규에도 정해원이 곡 쓴 거 들어가나 봐]

[난 솔직히 좋아]

[국선아 때랑 비교하면 많이 달라지긴 했네]

[그치 진짜 열심히 하는 게 느껴지긴 함]

[↳열심히도 안 하면 팬들 억장…….]

[어차피 이미 활동도 해서 정해원 없이 6인으로 가는 건 불가능할 듯]

[↳ㅇㅇ그냥 받아들이려고…….]

[근데 퍼라 추이 좀 괜찮으니까 VMC 바로 숟가락 얹네]

[난 합동 무대 보고 싶긴 해…….]

[↳조작멤은 빼야지]

[↳↳조작멤 확정된 것도 아니잖아. 못 뺄 듯]

[↳↳↳퍼라가 그냥 땅땅한 거 아냐?]

[↳↳↳↳이 루머 진짜 사실처럼 믿는 애들 있네]

[↳↳↳↳↳루머야??????? 나 여태 진짠 줄…….]

[아홉 명 합 좋았는데 활동하는 거 제대로 못 본 거 아쉬움]

[나 국선아 못 봐서 그러는데 합동 무대 하면 뭐 불러? 활동 거의 못 했잖아]

[↳더 킹]

[↳↳백퍼 더 킹이지 국선아 근본곡]

[↳↳↳그땐 찐 애기들이었어도 소름이었는데 2년 동안 자라서 부를 생각 하니까 X나 설레네…….]

[↳↳↳↳나도 더 킹 무대 진짜 딱 한 번만 더 보고 싶음…….]

[진짜 더 킹 처음 들었을 때 그 느낌 한 번 더 느끼고 싶다. 인트로부터 소름 끼쳤어…….]

[그건 그런데 이거 발판 삼아서 아홉 명으로 다시 활동하는 건 싫어]

[나도. 딱 특별 무대 한 번이면 충분함]

[근데 TRV 입장에선 좀 그렇지 않나. 멤버가 일곱 명인데 진짜 딱 한 명 빼고 무대 서는 거잖아]

[↳나한테 퍼라는 아직 여섯 명이야…….]

[근데 정해원 진짜 국선아 때랑 많이 변하긴 했어. 오늘 안주원 인스타 보니까 빡세게 작업하는 거 같더라]

[↳어른 되긴 한 듯]

[↳↳일단 이번에 ‘불을 켜’ 만든 거랑, 햇살이들 애칭 만든 것만으로도 소처럼 일했지]

[↳↳↳햇살이 정해원이 붙였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ㅇㅇ햇살이 말고도 민조랑 효식이랑 안쭈 별명 다 정해원이 붙임]

[↳↳↳↳↳의외네 난 국선아만 봐서 정해원이랑 퍼라 사이 나쁠 줄 알았는데]

국선아 데뷔 조 아홉 명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소식과 안주원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로 밤새 몇몇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했다.

어느 정도 화제가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이틀 뒤 유튜브에 영상 하나가 업로드되었다.

국선아의 연습생 중 하나였고, 지금은 소속사를 나온 유튜버의 영상이었다.

* * *

소파에서 자던 나는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막내였다.

“막냉이 왜 왔어?”

“어, 가이드 뜨러. 아니, 그보다!”

내가 부탁도 안 했는데 가이드 뜨러 와주다니……. 고마운 일이다.

“근데 왜 이렇게 급하게 왔어?”

“형, 유튜브 안 봤지?”

“응.”

“희범이 형이 영상 올렸는데…… 엄청…… 쫌 시끄러워.”

엇. 뭐지.

갑자기 심장이 철렁했다.

그래도 보아하니 내 이야긴 것 같은 분위기라 봐야 할 것 같았다.

“볼까.”

내가 말하니까 박선재가 유튜브를 찾아서 나에게 건네줬다. 나는 섬네일을 확인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실눈을 뜨고 박선재에게 말했다.

“……희범이 형 메이크업 유튜브 해?”

“응. 어울리지 않아? 원래 엄청 관심 많았잖아.”

“그런가? 하긴.”

신희범은 하얀 테이블 위에 신상 화장품들을 늘어놓고 하울 라이브방송을 찍었다. 다른 영상의 열 배 이상 조회 수가 폭발한 걸 보니 어그로를 끌긴 했나 보다.

신희범은 새 화장품들의 포장을 하나씩 뜯고 있었다. 겹겹이 되어 있는 포장을 뜯던 신희범이 말했다.

-아, 진짜 드럽게 안 뜯기네. 아우, 짜증 나. 좀 이따가 뜯을래.

신희범이 상자를 밀어 놓더니 말을 이었다.

-뭐 화를 가라앉힐 만한 얘기 없나. 아, 요즘에 댓글에 해원이에 대한 질문 엄청 많더라? 악편? 막 그런 얘기. 아니, 근데…… 맞긴 맞지. 짜깁기.

아니, X발. 이 형 뭐지. 아이돌 때려치웠다고 약간 막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해원이 뭐. 생각해 보니까 어이없는데. 아, 짜깁기 중에 하나 생각나는 거. 걔 다른 사람들 연습하고 있을 때 연습실에서 자던 거 있잖아. 나는 그게 그렇게 나올 줄 몰랐다. 내 생각에, 아니, 생각도 아니고 그거 백퍼 밤새 연습하다가 잠든 거. 진짜 너무 어이없는 거야. 나도 몸이 좀 뻣뻣하잖아. 해원이랑 같은 조일 때 자기 잘 시간 쪼개서 나 도와줬거든. 솔직히 막 말을 이쁘게 하면서 도와주는 애는 아니지. 걔가 기본적으로 피아노 치던 애잖아. 레슨 해주는 것처럼 예민해지고 까칠하긴 해. 그럴 때 엄청 재수 없어. 근데…… 아, 진짜 불성실한 건 아니야. 절대 아냐. 아, VMC 안 무섭냐고? 뭐, 나 연예인 안 할 건데 지들이 어쩌게?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건 후폭풍이 좀 있을 것 같다.

“아, 미치겠네…….”

예상대로 회사에서 전화와 카톡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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