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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5화 (3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5화

regular_1228은 알람이 오자마자 라이브방송을 켜고, 긴장된 마음으로 채팅창을 확인했다.

[04즈다!]

다행히 첫 번째부터 호의적인 댓글이었다. 정해원이 웃으며 다시 인사했다.

-네, 04즈입니다.

웃는 얼굴을 감상하느라 잠깐 멈칫거린 사이에 채워진 채팅창은 마치 황새벽 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새벽아ㅠㅠ]

[알고 있는 일본어 해주세요]

[새벽아 사랑해]

[아직 중국어 기억하고 있어요?]

[새벽이 보고 싶어ㅠㅠㅠㅠ]

[새벽아 밥 먹었어?]

빨리 뭐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정해원이 말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멤버가 저랑 새벽이 밖에 없어서요. 저희 맥주 딱 한 캔씩만 마실 건데, 뭐 마실까요? 종류별로 사 왔는데.

[스텔라]

[하이네켄]

-스텔라랑 하이네켄이 제일 많네. 너 어느 거 먹을래?

-나 하이네켄.

[regular_1228 해원아 누나 일하다 힘들면 해원이 사진 보면서 힘내]

평범하게 팬 같았나? 정상인 같았나?

regular_1228이 왠지 모르게 고민하는데 정해원이 그 댓글을 읽었다.

-제 사진 보면 진짜로 힘이 나요?

-그렇다고 하시는데 왜 되물어봐.

-아니, 너무 고맙잖아.

-아, 햇살이들. 얘 자기 눈매 기분 나쁘다고 성형하고 싶대. 혼 좀 내줘요.

-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방송 중에 야가 뭐야.

[????]

[뭔 소리야]

아니? 진짜 뭔 소리야?

regular_1228이 적지 않아도 빠르게 채팅창이 지나가고 있었다.

[야 정해원!!!!!!!!!!!!!!!]

[진짜 욕할 뻔했네]

[딴 건 몰라도 얼굴은 건드리지 마라]

[얘 미쳤나 봐]

생각보다 반응이 격했다.

그치, 팬이 아닌 사람이 봐도 얼굴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

지나치게 격한 반응에 정해원도 당황했는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대답했다.

-아니…… 너 왜 헛소리해.

-네가 헛소리한 거지. 햇살이들 화났잖아, 너 이제 죽었다.

-진짜 생각보다 많이 혼나네.

-얜 좀 더 혼나야 돼. 더 뭐라고 해주세요.

-근데 딴 얘기긴 한데. 난 진짜 하루만 안주원으로 살아보고 싶어.

-아, 그건 뭔지 알아. 주원이는 진짜 호불호 없이 잘생겼잖아.

-너는 약간…….

-뭐. 나 잘생긴 거 아니까 그냥 편하게 말해봐. 나의 첫인상 어때.

-황새는 약간 그 느낌이에요. 분위기가 엄청 독특하잖아요. 처음에 보면 분위기만 기억에 남다가, 좀 지나야 아, 잘생겼었네, 하는.

-그거 덜 잘생겼단 소리 아니냐?

-아니지. 분위기 있게 생긴 거지. 생긴 것만. 내면은 아니고.

[와. 완전 뭔지 알겠어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새벽이 입덕할 때 요약인데……? 해원이 혹시 새프니……?]

[오늘 04즈 쫌 귀엽다ㅋㅋㅋㅋㅋ]

[새벽이 평소엔 형인데 친구랑 있으니까 스무 살 같네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주량 알려줘]

-저는 아직 막 취하게 마신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정해원은 엄청 마실걸요?

-나 매니저 할 때 회식이 엄청 많았거든. 늘었어, 주량……. 컨디션 좋을 때 말고, 그냥 완전 평균적으로는 한 병 반 정도까지가 딱 기분 좋더라.

-잘 마시는 거야?

-그냥 사회 생활하기 적당한 정도? 더 마시면 숙취 있어.

아, 맞다. 해원이 매니저 했다는 얘기 있었지…….

04즈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걸 ASMR처럼 들으며 흐뭇해하던 regular_1228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regular_1228 04즈 사랑해!]

그 댓글을 보더니 정해원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많이 사랑해요.

“아, 심장 떨려. 해원아 예고 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좀 쎄한 댓글이 올라왔다.

[정해원 있는 퍼스트라이트 vs 정해원 없는 퍼스트라이트]

아니, 이런 질문을 왜…….

당연히 안 읽을 줄 알았는데, 황새벽이 오히려 그걸 바로 읽고 난 후 말했다.

-전 있는 게 좋아요. 햇살이들도 이번에 정해원이 작곡한 거 들으면 충격…….

-야! 그거 아직 픽스 안 됐어!

-어…… 햇살이들,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못 들었죠?

드물게 당황한 황새벽이 의미 없는 수습을 하고, 정해원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너 진짜 컴백 직전엔 절대 라이브방송하면 안 되겠다. 죄다 스포 하겠네.

-나만 그러는 거 아닌데.

-그게 자랑이냐?

-아니…….

[새벽이가 혼나는 장면은 새롭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가 퍼라에서 새벽이 혼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네ㅋㅋㅋㅋㅋ]

[04즈 조합 너무 좋다 술방 또 해줘ㅠㅠ]

“이번 정규도 해원이 곡 들어가는구나……. 우리 애가 알고 보면 천재?”

regular_1228은 혼잣말하다가 다시 눈매가 기분 나쁘다고 생각한다는 걸 떠올리고 라이브를 끝내기 위해 인사하고 있는 채팅창에 빨리 적었다.

[regular_1228 해원이 눈매 뭐라고 하는 사람들 내가 혼내줌]

[진짜 누구야 데려 와봐]

[미쳤나 봐 애한테]

다행히 regular_1228의 말에 동의한 사람들의 글이 이어졌다. 인사하고 끝나는 중이라 되짚어주지는 않았지만 표정을 보니 분명 읽은 것 같았다.

* * *

방송은 힐링 그 자체였다. 나는 방송 내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방송을 끝내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서 거실 소파에 앉아 맥주 한 캔씩을 더 마셨다. 내내 회식으로만 술을 마셔서 술맛을 몰랐는데, 하루를 마치기 전에 마시는 맥주가 시원하고 좋다.

“사장실에선 뭔 얘기했냐?”

내가 물어보니까 황새벽이 대꾸했다.

“희범이 형이랑 컨택해 본다고. 그 형이 지금은 도움 되는 거 같은데, 솔직히 유튜버라 어디로 튈지 모르잖아.”

“그건 맞지.”

“네가 알아야 될 거 있으면 바로 말해줄게.”

“응. 고마워.”

나는 내가 나름 엔터 회사 직원이었으니, 회사 일에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장실에 황새벽이 대신 가서, 한 사람 건너 전달받는 게 확실히 마음이 편했다.

맥주를 다 마시고, 씻고 처음으로 바뀐 내 방에 들어갔다.

“……방 진짜 작다.”

침대 두 개에 서랍장 하나 들어가니까 꽉 찼다. 나는 신지운이 안 깨게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내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런데도 깬 신지운이 몸을 일으키고 앉았다. 그러더니 핀잔했다.

“아, 집에 좀 제때 들어와.”

“알았어.”

“어지간히 안 들어와야지.”

“넌 빨리 크기나 해라. 술 한잔하게.”

“반년만 기다려. 대작해 줄게.”

신지운이 말하고 다시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났다.

“맞다, 형, 여기 뭔가 딱…… 한 문장만 생각해 봐.”

그리고 자기가 미는 컨셉에 맞게 강아지가 그려진 노트를 펼쳐 끄적거린 랩을 건네줬다.

랩 파트들을 쭉 써놨는데, 한 파트에 빈 부분이 있었다.

[밤새 준비해도 네 앞에선 미안해 한마디도 못 해 처음이라

사랑에 서툰 내가 한심하겠지만 -------]

“한심하겠지만 뒤에?”

“어. 뭔가……. 순수해 보였으면 좋겠는데, 내가 이 순수함을 모르겠어.”

“그치, 넌 때 탔지.”

“디스하라는 게 아니구요, 생각을 해달라고.”

나는 가사를 한참 생각하다가 ‘한심하겠지만’ 뒤에 가사를 이어 적었다.

[아직 연애는 몰라도 사랑은 알아]

내가 쓰자마자 신지운이 바로 랩을 흥얼거려 해보더니 말했다.

“형, 글자가 남는데 이 가사 다 때려 넣고 싶으니까 곡을 수정해 줘.”

“미친놈아.”

“아, 다 넣고 싶다고.”

“네가 애냐?”

“어, 애다. 몰랐냐?”

하, 저거 좀 사람 만들어놨는데 다시 애새끼가 되어가고 있다. 내 업보인가 보다.

* * *

내내 작업실 소파나 접이식 간이침대에서 자다가 모처럼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자고 나니까 몸이 개운했다. 그래도 중간에 신지운이 한 번 깨운 걸로 봐서 여전히 잠버릇은 안 좋은 모양이다.

오늘은 다시 뮤직비디오 촬영장인 폐교로 가서, 퍼스트라이트 컴퍼니 시리즈를 촬영하는 날이었다.

그사이에는 활동 비하인드 같은 것들이 자체 컨텐츠로 올라갔는데, 퍼라컴 언제 올라오냐는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은근 뿌듯하다. 흐흐.

그나저나 핑크색 머리는 정말로 유지가 어려웠다. 원장 형이 계속해서 물었다.

“해원아, 안 따가워? 따가우면 진짜 말해.”

“진짜로 안 따가워요.”

나는 대답하고 다시 핸드폰으로 A&R팀, 양이형과 톡을 주고받았다.

‘첫 번째 프러포즈’를 편곡한 1번 트랙은 확정이 되었고, 분위기를 보니 또 한 트랙, ‘아침만 기다렸어’도 거의 확정이었다. 다만 제목 의견이 계속 갈리고 있었다.

[아침만 기다렸어 그냥 가면 안 돼요?]

[조심스럽게 큐앤에이에 손 들어 봅니다…….]

제목만 정하면, 멤버들도 A&R팀도 다행히 이 곡을 너무 좋아해서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거기다 안주원이 작사 단계에서 함께 제작해 놓은 아트워크가 있었는데, 유니콘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기도 한 게 달짝지근하고 예뻐 보였다.

내가 물었다.

[트랙리스트 회의는 언제 해요?]

[해원 씨가 팬송 만드시면요]

[네?]

[힘드시죠ㅠㅠ]

[해원 씨 파이팅ㅠㅠ]

아, 내가 느려서 못하는 거야?

[죄송]

까지 치다가 빨리 지웠다. 황새벽이 자기 잘못 아닌 걸로 사과하지 말자고 했으니까. 오히려 이게 상대를 불편하게 할 것 같다.

뭐, 곡이 안 나오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아닌 거 맞나? 근데 팬송 넣자고 주장한 게 나잖아……. 엇, 내 잘못 맞네.

[얼른 만들어볼게요]

나는 메이크업까지 마치고 나서 일어나며 거울을 봤다. 햇살이들이 괜찮다고 하는 걸 듣고 나니까 뭔가 오늘은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내 얼굴은 내 취향이 아니다. 뭐,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니까…….

나는 어제 본 채팅창을 다시 떠올리며 샵을 나섰다.

그래도 술방이 도움이 됐다. 어렴풋하지만, 그냥 채팅창을 보고 있으니 마냥 좋은 마음 외에도, 어쩐지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냥 차로 가려고 하니까 강영호 매니저가 기겁해서 달려왔다.

“해원 씨!”

“아. 감사합니다.”

나는 강영호 매니저가 준 우산을 받아 들었다.

“음…….”

내가 우산을 받은 김에 관찰하고 있으니까 뒤이어 나오던 민지호가 날 따라서 같이 우산을 보며 물었다.

“우산 관찰해?”

“응.”

“나도 할래.”

그러더니 뭔지도 모르고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같이 봐준다. 민지호의 이런 단순함과 집중력이 뒤섞인 부분을 팬들이 사랑하는 부분인 것 같다. 민지호가 말했다.

“근데 형. 우산이라는 단어에 집착할 필요가 있어?”

“그래도 너희한테 맞춰야지.”

“에이, 형. 나는 있잖아. 꼭 말하자면 우산보다는 슈퍼파워야. 쪽팔려서 말을 못 했어.”

“뭐가 쪽팔려.”

내 말에 민지호가 히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무대에 딱 서서 햇살이들을 보면 여기가 내 세상 같아. 여기 막 운석 같은 게 떨어져도 내가 다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진짜 폭발적인 힘이 생기거든.”

“음…….”

“형은 2년 만에 그렇게 원하던 무대에 올라왔잖아. 백만 가지 생각이 들 텐데, 팬송을 못 쓰는 게 말이 돼? 다른 곡은 그렇게 잘 뽑아내면서.”

“와.”

“왜왜?”

“내가 민지호한테 뭔가 배움을 얻을 줄은……. 진짜 내가 실망스럽다.”

“아, 왜에. 나 뭐어.”

민지호는 징징거리며 치대다가 차로 돌아갔다. 하여튼 놀리는 맛이 있는 녀석이다.

나는 자리에 서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민지호의 말대로, 내가 무대에서 응원하는 팬들을 보며 느낀 감정을, 가사로 다듬기 전에 일단 전부 적어보기로 했다.

[빗속을 오래 걸었어 맑은 날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나에게 달려온 너는 내 손을 잡고 말했어]

[“우리 손을 꼭 잡고 해가 뜨기를 기다릴까?”]

[네가 말해주니 기억이 나 햇살이 있던 순간]

[포근하게 마른 옷에 감싸여 있던 기분]

[이 비가 영원히 그치지 않아도 나는 네 목소리에 다시 맑은 날을 기억하고]

[젖은 흙이 마르지 않더라도 나는 영원한 햇살을 상상할 수 있게 될 거야]

[너는 나의 영원한 햇살이야]

[끝없는 어둠과 빗속에서도]

[내가 너를 만날 때, 세상은 맑은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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