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48화
[효석 : 하라메 3분 전!!!!!!!!!!]
[↳민조 : 야!!!!!!!!!!! 너!!!!!!!!!!!!]
[↳↳효석 : ㅎㅎ]
[민조 : 하라메 1분 전!!!!!!!!!!!!!!!!!!!!!!!!!!!!]
[민조 : 27초!!!!!!!!!!!!!!!!!!!!!!!!!]
[민조 : 지금!!!!!!!!!!!!!!!!!!!!!!]
그리고 퍼스트라이트 정규 1집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업로드되었다.
3분 1초의 영상에서 시작부터 퍼스트라이트 팬들에게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정해원의 합류 전 마지막 앨범이었던 첫 번째 프러포즈를 편곡한 인트로였다.
[인트로부터 미쳤다]
[편곡이 정해원이야?]
[↳그러네?]
[↳↳X나 잘 만들었네…….]
그리고 2번 트랙에 지난번 디지털 싱글 활동곡이었던 불을 켜, 그리고 타이틀인 3번 트랙이 시작되었다. 타이틀곡인 ‘아침만 기다렸어(Q&A)’는 한 번에 확 귀에 꽂히는 인트로와 사랑스러운 멜로디를 가진 경쾌한 곡이었다.
[어? 작사 안주원???]
[진짜 안주원이야? 미쳤어? 이걸 네가 썼다고??? 작사를 해?????]
[가사 뭐야 너무 귀여워 숨 못 쉬겠어ㅠㅠㅠㅠㅠㅠㅠ]
[가사 짧아서 모르겠는데 궁예 해보면 퍼라가 소심한 짝사랑을 하는 내용인듯??]
[↳주원이가요……? 그 얼굴로 짝사랑……? 기만 아닌지……?]
[↳심장 떨린다……. 빨리 완곡 듣고 싶어ㅠㅠㅠㅠㅠㅠ]
[이런 말 해도 되나? 이번 타이틀에서 막내랑 리더 음색 너무 좋음……. 좋은 거 알았는데 유난히 잘 살린 기분이야]
[↳그치 아무래도 내부 작곡가라 애들 음색 살려주는 게 느껴지네]
[↳악기 쫙 빠지고 보컬 들어가는 부분에서 진짜 퍼라 보컬 자부심 느껴짐]
[↳↳와 음악 잘 몰라서 말로 설명 못 했는데 내가 음색 좋다고 느낀 지점이 딱 거기였네. 우리 애들 노래 잘한다는 자부심으로 만든 파트 같음]
그리고 4번 트랙, Get set ready가 이어졌다.
[커플링곡은 이거 같지?]
[↳백퍼ㅇㅇ]
[↳이것도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 ㅅㅂ어떻게 다 좋지?????]
[정해원 이거 작업 언제 한 거야??? 할 시간이 돼???]
[↳몸이 두 개거나 하나 있는 몸을 갈아 넣었거나…….]
[↳↳아니 내가 아직 정해원 있는 퍼라를 받아들인 건 아닌데……. 쟤가 게으르게 편집될 수가 있나……? 그게 어떻게 가능했지?]
[↳↳↳그러게 신기하네]
[↳↳↳이렇게 생각하니까 박경석이 거의 인격 하나를 창조한 것 같은데]
[원래 정해원이 의견이 쎄니까 거기다가 어그로 끌릴만한 거 가져다 붙인 듯]
[↳이게 맞는 듯]
[↳이거면 정해원이 박경석 고소해야하는 거 아닌가?]
[↳↳사실 그냥 VMC를 고소해야하는 수준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전곡이 다 좋다ㅠㅠ]
[심지어 인트로부터……. 이상하게 편곡한 버전 들으니까 첫 번째 프러포즈도 생각보다 곡이 좋았더라]
[↳ㅇㅇ약간 편곡으로 첫 번째 프러포즈에서 감상 포인트 잡아주는 느낌]
[↳근데 정해원 진짜 기 쎄네. 자기 합류 직전 타이틀을 편곡해서 인트로로 넣어버린다고?]
[↳이렇게 들으니까 쎄긴 쎄다ㅋㅋㅋㅋㅋㅋ]
이어서 앞선 앨범 곡을 유닛 버전으로 나눈 트랙과 외부 작곡가의 곡이 지나가고, 9번에 맑은 날, 그리고 마지막 10번 트랙에 이전 아홉 개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곡이 흘러나왔다. 짜릿한 전자음에 한효석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깔렸다. 그 위로 민지호의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듯한 보컬이 뒤섞였다.
[와 와]
[!!!!!!!!!!!!!]
[어아ㅓ;ㅐ]
[ㅅㅂ미쳤다]
[이야 와 지호 요즘 신나 있던 게 확 오네]
[이거 콘서트용이지? 맞다고 해줘]
[↳콘서트용 맞을듯ㅇㅇㅇㅇ]
[이번 정규 돌아버린 퀄리티…….]
[좀 이르지만 솔직히 명반인데…….]
[아니 근데 나만 눈물 나?]
[퍼스트라이트 다 컸어…….]
[이번에 진짜 컴백 분위기 너무 좋다 유입 늘어난 것도 느껴지고 팬덤 단합도 잘 되는 느낌이야]
[딴 것보다 정해원 진짜 이번에 몸 갈아 넣었다]
[↳하 ㅅㅂ 신경쓰여…….]
[↳↳진짜 딱 이거네. X나 신경쓰여…….]
10개의 트랙이 끝나고, 순식간에 실시간 트랜드가 이번 정규 앨범에 대한 키워드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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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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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번 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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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악편_아웃
12. 빌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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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작곡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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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써틴’ 방송 이후 나는 계속 인터넷을 살피고 있었다. 영상 통화 이후의 반응은 나에게 긍정적인 방향이었다.
동시에 하이라이트 메들리에 관해서는…….
좋은 반응도 많지만, 동시에 나쁜 반응도 많았다. 하기야 중간에 끼어든 멤버가 타이틀곡을 작곡했으니, 여섯 명을 지지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힘겨운 소식일 것이다. 그건 정말 그 팬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퍼스트라이트에 합류 초기에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에 멤버들이 진심으로 내 곡을 좋아해 줬기 때문에. 내 곡에 대한 자신감은 확실히 있다.
아무튼 선플이든 악플이든 보이는 족족 죄다 읽고 나서 핸드폰 화면을 껐다. 굳이 그걸 다 읽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며 눈을 감고 머릿속을 비우려 애썼다.
“……X발, 그냥 안 보는 게 맞았네.”
머리가 딱히 좋은 편도 아닌데, 이렇게 쭉 댓글을 보고 나니 나쁜 것들만 머리에 남는다.
이제 다시 인터넷을 안 봐야겠다.
최근 내 멘탈이 좋았던 건 매니저 생활을 할 때였다. 무대에 서는 일은 꼭 먹기 좋은 독을 삼키는 일 같았다.
나는 잠깐 연습실을 나와서 복도에 앉았다.
“미치겠네, 진짜.”
나는 압박감과 불필요하게 남아 있던 우울감 때문에 심하게 저리기 시작한 어깨와 목을 주물렀다. 뭔가 근육이 속에서 엉키고 있는 기분이다. 그러더니 결국 숨이 안 쉬어지기 시작했다.
어,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
나는 숨을 쉬기 위해 근육을 계속 풀려 했지만 이제 손에 힘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산소가 부족해 정신이 핑 돌더니 복도 천장이 보였다.
와씨, 이거…… 진짜 죽겠는데?
아니지. 차라리 기절하면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회복이 될 거다. 나는 기저질환 없는 건강한 20대 청년이니까…….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 애쓰고 있을 때.
“근데 해원이 형은 어디 갔…… 형!”
박선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달려와서 운동화를 벗기고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풀었다. 그 후 날 일으켰다.
옆에서 취해준 조치가 다 꽤 잘 들어서, 다행히 어느 순간 숨이 돌아왔다.
민지호가 119에 신고를 하고 있어서 내가 빨리 말했다.
“민조, 끊어, 끊어.”
“왜!”
“미쳤냐, 컴백 직전에 응급실을 왜 가.”
컴백보다 다른 가십이 더 크겠다.
다른 멤버며 매니저 형들도 병원에 가라고 해서 나는 고집을 부리며 반대했다. 아니, 어디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잠깐 호흡 좀 곤란한 걸로…….
나는 몸에 저린 게 풀리자마자, 잔소리하려는 사람들을 피해서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양이형의 작업실로 향했다.
내가 작업실에 들어오니까 콘서트 편곡을 고민 중이던 양이형이 돌아봤다.
“어? 연습 중 아니냐?”
“응. 근데 어차피 밤샐 거니까 잠깐 쉬려고. 음악 듣자. 좋은 거 틀어주라.”
“좋은 거?”
양이형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지하게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는 진짜 앨범 발매 전까지만 듣는다. 발매되면 절대 안 들어, 지겨워서.”
그러더니 나와 곡 작업을 하는 동안 진짜 천 번쯤 들었을 ‘아침만 기다렸어(Q&A)’를 틀었다. 츤데레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낄낄거리고, 양이형이 민망해하며 말했다.
“나보다 네가 더 질렸겠다. 너는 안무 연습하면서 내 두 배로 들었을 거 아냐.”
“난 내가 만든 곡은 안 질려. 내 취향이거든.”
“어, 그래. 좋을 때다.”
“뭐가 좋을 때야. 형도 이십 대인데.”
“아니, 나이 말고 작곡. 지금은 그냥 막 새로운 게 계속 생각나고, 만드는 곡마다 지금까지 네가 안 만들어본 곡이지. 몇 년 지나고 만든 곡 쌓여봐라. 슬슬 내가 안 해본 게 뭐 있나,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진짜 머리 쥐어뜯게 되거든.”
“그거 우리 누나도 똑같은 말 하던데. 창작자는 다 비슷한가 봐.”
“너네 누나는 천재잖아. 나랑 비교를 하냐. 머리 쥐어뜯는 고통의 수준이 다르지.”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낄낄거리고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숨이 막혔다가, 트였다가, 죽을 것 같았다가, 괜찮았다가 한다. 엄청 커다란 동물 같은 걸 삼킨 것 같다.
이번 활동 끝나면 정말로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야겠다.
지난번에는 진지하게 상담을 하다 보면 혹시, ‘넌 맛이 간 것 같으니까 당분간 무대에 올라가지 말라’는 소리를 할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속에 있는 말 대신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시간을 죽였다.
어쨌든 그렇게 건성으로 상담을 해도 약을 주긴 줬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 정도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좀 더 성실하게 상담에 임해야겠다. 이러다가 진짜 맛이 가서 무대에 못 올라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나는 소파에 누워 우리의 타이틀곡을 들었다.
“캬, 노래 좋다.”
내가 만든 곡 들으면서 내가 말하니까 양이형이 어이없어하더니 말을 이었다.
“좋긴 좋지.”
“잘될 거야.”
“그건 모르지.”
그 와중에 현실적인 양이형의 말에 나는 크게 웃음이 터졌다.
* * *
양이형은 한효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어, 소파에서 잠들었어. 연습해야 되면 깨워?”
-아뇨, 한…… 두 시간은 자도 될 것 같아요. 해원이 형 원래 안무 빨리 외우거든요.
“그래도 쟤 깨워서 연습 안 시키면 나한테 개지랄 떨 것 같은데.”
-그건 또 그렇죠……. 그럼 죄송하지만 연습실 가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알았다.”
양이형이 대답하고 소파에서 자고 있는 정해원을 흔들었다.
“야, 연습하러 가.”
그 말에 정해원이 눈을 떴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더니 자다 깨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몇 시야?”
“두 시.”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정해원이 안도해 한숨을 쉬었다.
“국선아 때 생각나서 소름 돋았어, 갑자기.”
“아, 연습실에서 잠든 거?”
“어. 그때 평생 먹을 욕 다 먹었어…… 라고 말하기에는 아직도 먹을 욕이 많긴 하다.”
정해원이 말하며 농담이라는 듯이 웃었다. 쟤는 가끔 자기가 말끝에 웃으면 남들이 다 농담으로 넘겨줄 줄 아는 것 같다고 양이형은 생각하고 있었다. 하여튼 자기 외모에 자신감은 없어도, 일단 외모 때문에 편하게 살아온 경험이 분명히 있으니까. 잘생긴 것들은 기본적으로 삶에 대한 태도가 달랐다.
“재수 없는 새끼.”
“아, 왜 갑자기 욕을 해?”
“어, 그냥 네 얼굴만 봐도 욕이 나와. 꺼져, 빨리.“
“어어.”
정해원이 몸을 일으켰다. 아직 몸이 저린 게 덜 풀렸는지 목덜미를 손으로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비율이 천상 연예인이었다.
“넌 진짜……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형, 진짜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술 먹었어?”
“뭐 이 X발, 네가 복도에서 갑자기 기절했다고 해서 마음에 없는 말 좀 해주는데. 그냥 네, 감사합니다, 하고 꺼져.”
“네에, 감사합니다.”
정해원이 능청을 떨며 인사하고 박중운 매니저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며 작업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