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51화
[TRV 팬싸 촬영 가능해???]
[원래는 가능해]
[근데 퍼라는 모르겠네. 얘네는 개인 활동을 다 전 소속사에서 해서…… 신지운 소속사는 팬싸 촬영 절대 안 돼]
[↳그래도 이번엔 그냥 다 풀어줄듯]
[난 솔직히 촬영 금지해야 될 것 같은데…… 정해원 표정 관리하기 힘들듯]
[↳내 생각에도ㅇㅇ 아직 정해원 합류 마음으로 받아들인 건 아닌데, 팬싸에서 표정 관리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속상하네]
[↳↳나도…….]
[↳↳↳내가 이렇게 정해원 신경쓰이기 시작하면서 7인 지지에 목숨을 걸게 됐지…….]
[근데 이번에 퍼라 팬싸컷 생각보다 더 높더라?]
[라이징 분위기 부럽다ㅠㅠ 초동 생각보다도 잘 나오겠네]
[아닐 수도 있어ㅎㅎ 나 예판인데 송장 안 찍힘ㅎㅎ]
[설마 초동 기간 안에는 찍히겠지…….]
[왜? 송장 안 찍히면 초동 안 잡혀?]
[↳ㅇㅇ안 잡혀…….]
[↳↳?? 예판인데도?]
[↳↳↳응 예판인데도ㅎㅎ]
* * *
일곱 명의 멤버가 다 들어온 후에, 우리는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팬들과도 낯가리는 황새벽 대신 한효석이 인사를 했다.
“일단 인사부터 할까요? 서드 세컨 퍼스트. 안녕하세요, 퍼스트라이트입니다.”
인사를 하는 순간 팬사인회 장소에 환호가 가득 찼다. 박선재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우리 반년만이에요. 보고 싶어서 큰일 날 뻔했어요.”
박선재가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니까 햇살이들이 귀여워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역시 우리 막내는 귀엽다.
단체와 개인 포토 타임이 이어진 이후, 간단하게 Q&A 타임이 있었다. 내가 받은 질문은 대부분 다른 멤버들과 연관된 것들이었다. 특히 중간에 생일이 있던 멤버들 선물 뭐 줬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내가 기프티콘을 줘서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름 그것도 전 재산이긴 했는데…….
아무튼 내가 질문을 고르는 사이에 안주원이 말했다.
“이번 작사 얘기가 많네요. 작사를 어떻게 참여하게 됐냐 하면…… 우리 일라운드 촬영 때였는데, 쉬는 시간에 해원이가 제가 작업한 것들 구경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써놓은 거 보고 바로 같이 작업하자고 제안해줬어요.”
나는 내 얘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아니, 주원이가 저 가사를 자기 혼자 써놓고 아무도 안 보여줬던 거예요. 하마터면 햇살이들도 못 볼 뻔했잖아.”
“부끄러워서…….”
안주원이 민망한 표정으로 말하자 햇살이들이 꺅 소리를 질렀다. 난 속 터졌지만 햇살이들은 귀여워하는 것 같으니 됐다.
나는 다행히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질문을 찾았다.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세 가지!]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세 가지? 일단. 퍼스트라이트 데려가도 돼요?”
내가 말하자마자 황새벽이 대답했다.
“안 되지, 한 명만 데려가야지.”
“그래? 그럼 다 안 데려가. 다 같이 가거나, 혼자 가거나 해야지.”
그리고 무인도에 가져갈 걸 생각하려는데 한효석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해원이 형 맨날 우리보고 우리끼리 모여 있는 거 좋아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자기가 제일 좋아해요.”
“……너네랑 있으면 좀 재미있긴 해.”
내가 대답한 후, 신지운이 물었다.
“그래서, 무인도는 뭐 가져가요?”
“아, 맞다. 나는…… 맥북이랑.”
내 말에 황새벽이 핀잔했다.
“무인도에서 되겠냐?”
“안 돼? 그럼 가져갈 게 없는데.”
“넌 진짜 생존력이 없다. 그냥 무인도에 안 가는 게 답이네.”
“저 형이 아이돌로서만 재능이 있지, 사실 진짜 무능력자예요. 라면도 잘 못 끓여.”
신지운의 말에 내가 억울해서 대답했다.
“야, 일 인분은 잘 끓여.”
“일 인분은 누구나 잘 끓여.”
아, 억울하다…….
그렇게 잡담이 끝나고 팬사인회가 시작되었다.
팬들이 내 반대쪽 끝에 앉은 박선재에서부터 사인을 하나씩 받으며 이동했다. 팬들이 소품 같은 것들을 가져와서 멤버들의 머리에 무언가 하나씩 쌓이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귀여운 소품이 많았다.
그리고 내 앞에 앉은 팬도 처음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건네줬다.
“이거…… 머리에.”
나는 엄청 긴장한 팬이 건네준 화관을 받아들었다.
“내 거? 진짜요?”
누가 봐도 주문 제작한 화관이었다. 생화라 돈 많이 썼겠는데…….
내가 화관을 구경하며 물었다.
“비싸지 않아요?”
“안 비싸!”
뭐라고 해야 하나. 내 앞에 앉은 팬의 얼굴에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아마 내가 팬사인회에서 소외될까 봐 엄청 예쁜 걸로 주문해 왔던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주먹을 꽉 쥐고 고비를 넘긴 후, 화관을 머리에 썼다. 내가 엉망으로 썼는지 바로 박중운 매니저가 와서 머리를 정리해 주고 다시 씌워줬다. 팬이 가만히 날 보고만 있어서 두 손으로 꽃받침을 하고 물었다.
“사진 안 찍어줘요?”
“어? 아, 어?”
팬이 당황하며 카메라를 켜는 사이에 시간이 끝났다. 내가 행사 진행 매니저에게 바로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죄송해요, 5초만요. 진짜 5초.”
그리고 다행히 그사이에 카메라를 찾아서 팬이 다시 꽃받침을 한 내 사진을 찍어서 떠났다.
바로 다음 팬이 와서 앉았다. 내가 펜을 들고 물었다.
“이름 뭐예요?”
“…….”
내가 묻는데 대답이 없었다. 오늘 딱 두 번째였다. 나는 사인을 하는 중에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미안해요.”
“…….”
“그럼 저랑 눈싸움해요. 시작.”
나는 이럴 때, 몇 가지 패턴을 돌려쓰고 있다. 그중 하나가 눈싸움이었다. 나는 턱을 한 손으로 괴고 날 안 좋아하는 햇살이와 눈싸움을 했다. 그리고 표정으로 나름의 애교를 부렸다. 불리하면 애교 부린다고 한 직원 누나의 말이 떠오른다. 솔직히, 맞는 말이긴 하다. 허허…….
바라는 게 다른 거지, 나쁜 사람이라 그런 건 아니니까, 이러다 보면 대부분 잠깐이라도 웃었다. 그럼 나도 웃은 후에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는 처음부터 웃으면서 만났으면 좋겠다.
* * *
regular_1228은 확실히 지난번 활동 때와 정해원을 대하는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방에서도 달랐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더 달랐다.
“미쳤나 봐. 쟤…… 원래 저렇게 생겼어?”
“진짜 왜 저렇게 생겼어?”
오늘 외모가 다른 팬들 눈에 뭔가 다른 모양이었다. 심지어 6인 지지인 팬들도 정해원과 눈싸움을 하고 나면 뭔가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상하네, 내 눈엔 평소랑 똑같은데.”
regular_1228의 말에 함께 와서 먼저 사인을 받고 온 친구가 말했다.
“아니…… 완전 다른데?”
“뭐가 달라?”
“아니, 그냥…… 오늘 정해원 외모 왜 이래?”
“그냥 평소처럼 예쁘구만.”
“아니, 오늘은 그냥 뭔가…… 완벽한데?”
“그니까, 평소에도 그랬다고.”
“아, 가면 바로 악수하자고 해. 그럼 안 놓고 그대로 사인하더라.”
“그래? 근데 내 심장이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안 해?”
“아니, 하지.”
안 그래도 공방에서 이름표 회사에 내달라고 말했다고, 기억해준 직후부터 regular_1228은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정해원이 최애일 뿐, 퍼스트라이트의 팬이기 때문에 regular_1228은 모든 멤버들에게 주접을 떨고 까르륵까르륵 웃고 웃기며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정해원 앞에 앉았다.
“아, 왔네?”
그리고 그 한 마디에 가지고 온 멘트들이 머릿속에서 싹 날아갔다.
“이름 뭐예요?”
“아, 어…… 이재희.”
“누난가? 동생?”
“누나! 근데 누나라고 안 해도…… 돼.”
“재희 누나.”
정신 차려 보니까 이미 정해원이 깍지를 껴서 손을 잡고 사인을 하고 있었다. 사인을 다 하고 나서, 남은 시간 동안 정해원이 빤히 마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시간이 지난 걸 알고 나니 눈물이 왈칵 났다.
“아, 준비한 거 엄청 많았는데…….”
그렇게 횡설수설하니까 정해원이 웃으며 고개를 기울이고 물었다.
“근데 나한테는 말이 안 나와, 재희야?”
그 말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심장. 내 심장 뛰나? 안 뛰는 것 같은데. 어, 잠깐만. 얘 지금 나한테 반말했나? 아, 내가 하라고 했구나.
그리고 시간이 끝나자 regular_1228은 급하게 가방에서 준비한 선물을 꺼내서 내놨다. 정해원이 손을 놓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또 봐.”
regular_1228은 하마터면 계단에서 넘어질 뻔했으나, 뒤늦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자마자 친구가 물었다.
“너…… 살아 있니? 영혼이 없는데? 영혼 정해원 앞에 두고 왔어?”
“찌, 찍었지? 어?”
“야, 당연히 찍었지. 너랑 절연할 일 있냐.”
영상을 돌려보니 목소리까지는 안 들어가도 입 모양은 보였다.
“어? 이런 표정이었다고?”
“표정 못 봤구나. 하긴, 봤으면 네가 살아서 못 돌아왔지.”
영상에 들어간 정해원의 표정은 다정하기 짝이 없었고,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오늘 뭐지? 팬싸 다녀온 6인 지지자 햇살이분들 다 7인 지지로 바뀌셨네]
[오늘 정해원 팬싸 대응+얼굴이 미쳤었대요……. 저어는 광탈…….]
[팬싸 올라온 영상계도 다 정해원 같이 올라왔던데요]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7인 지지를 얼굴로 끌어냈다고ㅋㅋㅋ???]
[납득이 안 되는데 되네ㅋㅋㅋㅋ]
[regular_1228님 계정 영상 보셨나요 근데 나한테는 말이 안 나와, **야…….]
[그 말 할 때 표정 진짜ㅠㅠㅠㅠㅠㅠ 너무 따수워서 눈물이ㅠㅠㅠㅠㅠ]
[팬싸 후기 반응이 다 하나같이 정해원 표정 따수웠다고 하네. 실물 안 쎄해요?]
[↳쎄한 건 모르겠는데 실물은 화면보다 더 차가워요. 퍼라 애들 다 냉한데 그중에서도 파워냉…….]
[↳샵 바꾼 것 같아요. 저 첫 사녹부터 갔는데 냉한 거랑 별개로 오늘 분위기 진짜 미쳤어요. 딴 사람 수준]
[↳↳222 저도 첫 사녹부터 갔는데 오늘은 화환이랑 해서 진짜…….]
[이번에 정해원 곰돌이 포카 귀엽던데]
[↳그건 쫌 귀엽긴 하더라구?]
[↳↳반응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돌이 포카 시세 어때?]
[↳↳↳↳낮았었는데 지금 매물이 없어]
[↳↳↳↳↳어? 지금 검색해 봤는데 진짜 매물 싹 사라졌네ㄷㄷㄷ]
* * *
팬사인회가 끝나고 우리는 회사로 돌아왔다. 민지호가 안무에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해서, 오늘도 연습실에서 밤샘 확정이었다. 하여튼 누가 반대하면 될 텐데, 이놈들이 하나같이 다 찬성하는 바람에…… 물론 나도 찬성하긴 했다.
연습 전에 X이앱 스케줄이 있었다. 막내즈 셋은 UO와 안무 수정을 하러 갈 거고, 황새벽은 탈진 상태라 잠깐 재워야 할 것 같고, 안주원은 과제를 하고 싶은 눈치다.
슬슬 나도 한번 해야 할 것 같은 타이밍이기도 하고, 햇살이들을 만나고 와서 들떠 있기도 했기 때문에 내가 손을 들었다.
“오늘 내가 할게.”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신지운이 물어봐서 내가 대답했다.
“앨범깡. 퍼스트라이트 앨범 버전 별로 다 사 왔거든.”
“오. 나도 할래. 내 최애 뽑고 싶다.”
“너 최애 있어?”
“응, 나. 귀여우니까.”
“뻔뻔한 새……친구네.”
“새친구랑 앨범깡하러 가자.”
혼자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멤버가 하나 있는 게 채팅창 분위기상 좋을 것 같긴 하다.
내가 앨범을 테이블에 보기 좋게 쌓아 놓는데 신지운이 말했다.
“형, 우리 낮밤즈래. 나는 ‘불을 켜’에서 밤은 안 온다고 가사 쓰고, 형은 ‘투 빌런즈’에서 태양은 안 뜬다고 가사 써서.”
“아, 진짜? 나도 별명 붙여주셨네.”
내가 감동하고 있는 사이, 신지운이 물었다.
“가사 노렸지?”
“당연히 노렸지.”
“아, 나 이런 거 재미있어. 좋아.”
신지운이 신나 하며 제목을 달았다.
[낮밤즈와 앨범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