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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52화 (52/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52화

“들어오셨어?”

“잠깐만……. 어, 들어오셨어.”

[아니ㅋㅋㅋㅋㅋ앨범깡???]

[진짜 앨범깡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형이, 앨범깡하고 싶다고 해서. 저도 같이한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자기 최애를 뽑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최애 누구냐고 하니까, 자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닠ㅋㅋㅋㅋㅋ]

[나도 최애는 너야 지운아]

“제 최애는 막냉이.”

“하여튼 막내 참 좋아해.”

해원과 지운이 곧 퍼스트라이트 미니 1집을 집어 들었다. 처음이라 둘 다 조심조심 포장을 뜯고 포카 두 장씩을 꺼냈다. 정해원이 박선재와 신지운의 포카를 공개하며 말했다.

“오, 처음부터 최애 뽑았네. 네 최애는 너 줄까?”

“아니, 뽑았으면 가지고 있어. 섭섭하게 왜 이래?”

[지운이 저거 내 갈망…….]

[얘들아 오프 교환…… 되니?]

[오프 교환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미니 2집까지 뽑고 나서, 정규 1집 앨범이 버전 별로 앞에 놓였다. 신지운이 물었다.

“이것도 샀어?”

“어, 햇살이들이랑 같이 예판해서 좀 아까 작업실 도착했어. 근데 지호가 안 나오네. 지호만 있으면 멤버 다 나온 건데.”

[정해원…… 햇살이야?]

[최애 뽑고 나면 안 나와준 멤버 포카 뽑고 싶어 하는 것까지 완전 나 앨범깡할 때 모습인데]

[오늘 X이앱이 아니라 앨범깡 브이로그 같다ㅋㅋㅋㅋㅋㅋㅋ]

[오 진짜 민조 나왔다]

정해원이 민지호의 포카를 카메라에 보여준 후 말했다.

“이거 우리 뮤비 촬영 때 야구 유니폼 입고 찍은 거네.”

“아, 고유번호 포카? 햇살이들 이 포카 진짜 좋아하더라.”

“그래?”

[실시간 해원이가 고유번호 지호 뽑음]

[민프인 나도 아직 못 구한 게 왜 멤버한테ㅠㅠㅠㅠ]

댓글들을 잠깐 확인한 정해원이 말했다.

“아이고……. 햇살이가 뽑았어야 되는 걸 내가 뽑아버렸네.”

[괜찮아…… 누나는 돈으로 구할게……. 그러려고 돈 버니까…….]

[근데 해원이 안 나왔네]

[확률적으로 안 나올 가능성이 높긴 하지]

신지운이 이어서 키노를 뜯으며 말했다.

“형 안 나와서 햇살이들 걱정하네.”

“확률적으로 그럴 수 있지.”

“아, 무조건 형 뽑아야 될 것 같은 분위긴데.”

신지운이 매우 부담스러워하며 키노를 뜯었다. 그 안에 한 장 들어 있는 포카를 꺼내고 안도했다.

“와, 진짜 긴장했다. 햇살이들 보고 있어가지고.”

“오.”

[실시간 지운이가 곰돌이 포카 뽑음]

[매물 안 나오는 것만 골라 뽑네…….]

그렇게 앨범깡이 끝난 후에 정해원이 포토카드를 넣을 탑로더와 꾸밀 재료를 꺼냈다.

“우리 서로 포카 꾸며줄까?”

“그랭.”

[정해원 왜 이렇게 본격적이야……?]

[데코덴 샀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이렇게 짜는 건가?”

“어? 그게 맞아? 너무 안 예쁜데?”

“잠깐만…….”

핸드폰으로 영상까지 찾아가며 열심히 탑꾸를 하고 나서, 둘이 서로 것을 확인하더니 동시에 고개를 떨구고 웃기 시작했다.

“형…… 이거 어떡해?”

“도저히…… 보여 드릴 수가 없어…….”

정해원은 웃음이 터져 말도 못 잇고, 고개도 못 들었다. 그 사이 신지운이 열심히 꾸민 탑로더 두 개를 카메라에 보여줬다.

한동안 채팅창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 계속해서 올라왔다.

신지운이 채팅창을 읽으며 말했다.

“햇살이들 빈말로도 한 명이 잘했단 말을 안 해주네.”

[아니 이거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떻게 잘했다고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내가 본 탑꾸 중에 최악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려 흉해…….]

“해원이 형, 햇살이가 흉하니까 버리래.”

그 말에 웃음 많은 정해원이 다시 터져서 거의 흐느끼기 시작했다.

[얘들아 잠깐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배 아파서 그만 웃고 싶어…….]

멤버들도 팬들도 기괴한 완성품에 한동안 웃고 나서, 정해원과 신지운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주원아.”

“안주원! 좀 와줘!”

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자 가까운 곳에 있던 안주원이 촬영하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과제를 하느라 평소에 자기가 쓰는 약간 도수가 있는 안경을 쓴 안주원이 카메라 뒤에 서서 물었다.

“왜 불렀어?”

“우리가 탑꾸 했는데, 이렇게 됐어. 이거 고쳐줘.”

정해원이 탑로더 두 개를 들어 보이자 안주원이 바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야, 못 고쳐, 그냥 버려…….”

[미대생 포기 선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원이에게 왜 이런 시련을…….]

[아나 진짜 너무 웃어서 힘들다]

신지운이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안주원이 할 수 없이 일단 방송에 참여했다. 그리고 햇살이들에게 한번 인사한 후 말했다.

“딴 것보다 일단 포카인데 얼굴은 보여야지. 둘 다 얼굴을 가렸잖아.”

“얘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나는 그 정도는 아닌데 얼굴을 가리면 더 멋질 것 같아서.”

“아니, 얘네 뭐야…….”

안주원이 어이가 없어 말을 못 잇고, 이제는 셋이 터져서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안주원이 다시 진지하게 두 사람의 탑로더를 보더니 우선 얼굴이라도 안 가리게 사진을 반대로 끼웠다. 안 되는 걸 집중해서 하는 사이에 신지운이 댓글을 보며 안주원에게 말했다.

“주원아, 햇살이들이 너 족보 브레이커래.”

“그러게, 그렇게 됐어요.”

그러자 정해원이 할 말이 많았는지 입을 열었다.

“국선아 때는 형이라고 했었는데. 2년 만에 다시 만났더니 지운이가 주원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거예요. 새벽이가 뭐라고 안 했어?”

정해원은 지난 2년에 대한 말을 금기시했기 때문에, 먼저 그 2년에 대한 말을 꺼냈다는 사실에 안주원도 신지운도 잠시 멈칫하며 정해원을 보았다. 그리고 안주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새벽이는…… 아무래도 그런 거에 참견할 체력이 없지.”

그러자 신지운이 옆에서 맞장구쳤다.

“그 형은 자기 몸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하잖아.”

[새벽이 이미지 어떻게 돼가는 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방문 열면 있는 애 됐잖아ㅋㅋㅋㅋㅋㅋㅋ]

두 사람의 말에 정해원이 납득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미 늦었지. 그냥 이렇게 그라데이션으로 살아야지, 뭐…….”

[그라데이션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미치겠다…….]

[퍼라 라방 중에 웃긴 걸로 오늘이 1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애들은 또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잘생겼어…….]

앨범깡으로 시작했던 라이브는 ㅋㅋㅋㅋ가 난무하는 상태로 종료되었다.

* * *

[내 돌 라방에서 탑꾸한 거 봐줄래]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만든 거야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정해원이랑 신지운…….]

[지운이가 팬싸에서 한 말이 맞네 해원이 아이돌로서 능력치 빼고 무능력자라고]

[↳근데 자기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햇살이 왤케 모질어ㅋㅋㅋㅋㅋㅋㅋㅋ]

[족보 브레이커도 개웃김ㅋㅋㅋㅋㅋㅋ그라데이션으로 살아야 한대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 햇살이들한테 궁금한게 정해원 2년 동안 퍼라 멤버들이랑 아예 연락 안 한 거야?]

[↳↳오늘 라방 보니까 그렇다는 것 같더라]

[↳↳↳그럼 뭐했대?]

[↳↳↳↳전 소속사에서 데뷔 준비했던 거 아님?]

[↳↳↳↳↳이건 아님. 소속사 바로 나갔어]

[그럼 2년 동안 뭐했대?]

[갓반인?]

그리고 잠시 후 한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다.

[친구가 정해원이랑 같은 반이었는데 국선아 이후에 학교 안 왔대. 원래 쭉 피아노 치고 연습생 생활했으니까, 친한 애가 없어서 상황은 잘 모르겠다는데. 전 소속사 연습생들한테 물어봐야 될 듯?]

[↳전 소속사 연습생 중에 데뷔한 사람 있어?]

[MII 우하정이랑 박재원? 둘 다 연습생 생활도 비슷하게 했을 것 같은데]

* * *

일요일에 음방과 컴백쇼, 그리고 다시 팬미팅과 사녹, 본방이 이어졌다.

그사이 초동 기간이 끝났다. 초동 7만 1천 286장. 초동 종료 시간까지 꾸물꾸물 올라가는 초동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초동이 끝난 바로 다음 날, 2만 장이 더 나갔다. 초동 기간에 송장에 찍히지 않은 게 하루 늦게 찍힌 것이었다.

초동 숫자가 주는 이미지가 있으니 팬들만큼은 아니어도, 멤버들도 좀 아쉬워했다. 어쨌든 목표 이상의 정말 좋은 성적이었다. 멤버들도 나도 각자의 방식으로 햇살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나는 스케줄 틈틈이 콘서트 세트리스트에서 확정된 첫 번째 프러포즈의 안무를 외웠다.

민지호가 동선을 일곱 명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하는 김에 나에게 안무를 알려줬다.

연습하다 잠깐 쉬는 틈에 민지호는 바로 미니 냉장고로 달려가 이온 음료부터 꺼냈다. 민지호는 체력은 항상 넘치는데, 더운 것이 힘들어서 쉬는 편이었다.

민지호가 물었다.

“형 요즘 안무 같이 못 짜서 아쉽지?”

“조금?”

곡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국선아 때처럼 민지호와 연습실에 와서 살았을 것 같다. 민지호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국선아 때 형이랑 안무 짤 때가 제일 재미있었는데.”

“어, 나도.”

“나야…… 형이 곡 작업해 주는 게 좋고, 고맙긴 한데.”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뭐가 고맙냐?”

“고맙지. 근데 가끔 좀 미안하긴 해. 형도 연습실 오고 싶은데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아서.”

“춤은 네가 좋아하지. 난 너만큼 좋아하진 않아. 곡 작업 재미있어.”

“그럼 다행이긴 한데.”

그사이에 민지호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나 보다. 하여튼 겉으로는 별생각 안 하는 것 같지만, 은근히 남 걱정을 많이 한다.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이 전반적으로 예민한 구석이 하나씩은 있었다.

민지호가 다시 드러누우며 말했다.

“그나저나 비 오고 시원해진다며. 왜 더 더워.”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전 소속사에서 함께 데뷔를 준비하다 국선아에 함께 나갔던 우하정에게서 연락이 왔다.

[해원아. 팬싸에서 팬들이 아직도 너랑 친하냐고 물어보네]

난 딴 것보다 내가 아직도 우하정 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근데]

[일단 친하다고 했어]

[사기꾼이네]

[ㅎㅎㅎ왜에 우리 친하잖아]

“미친 새…….”

“누구? 누가 또 새……친구야?”

“우하정.”

“아, 그 형이면 새친구일 만하지.”

하여튼 꼬투리 잡을 거 하나 생기면 신나게 놀리는 놈들이라, 내가 새친구라고 말한 이후 퍼스트라이트의 은은한 유행어가 됐다. 새친구가 욕을 대체하고 있다.

계속 퍼스트라이트를 걸고넘어지는 박경석 피디가 짜증 나서, 2년 동안 히키코모리 짓 한 걸 털어놓으려고 했더니 그게 곤란한 사람이 VMC 사람들 외에도 있었다. 그 박경석 피디가 만든 이미지를 같이 이용한 사람들.

[우리 KQS 방송국에서 보면 예전 일 다 잊고,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자]

“와, 이 새친구 진짜.”

그래도 대체어가 있어서 내가 돈이 굳는다. 민지호가 옆에 와서 힐끔 문자를 보더니 말했다.

“우리 KQS 서바이벌 확정 아니잖아.”

“그러게.”

VMC에서 워낙 확정처럼 언플하고, KQS도 손해 볼 거 없어 가만히 있으니 확정 분위기가 생긴 모양이다.

“근데…… 형.”

요즘 늘 신나 있던 민지호가 미안해서 나와 눈도 못 마주치고 말했다.

“나 솔직히 이거 하고 싶어. 다들 꺼려서 포멧도 좀 바뀌었다고 들었고. 형이 제일 힘들 거 알긴 하는데…….”

“아. 네 새친구도 출연하지, 거기?”

민지호는 복잡한 상황으로 이전 소속사를 나왔다.

아니다. 뭐 복잡할 게 있나. 그냥 조용한 따돌림이었지.

그리고 그 멤버들도 이번에 이 KQS 서바이벌 출연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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