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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56화 (56/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56화

[IMX랑 민지호 진짜 사이 안 좋아요???]

[↳그럴 리가요 누가 봐도 대본ㅋㅋㅋㅋㅋㅋ]

[민지호가 방송을 아네]

[깐족거리는데 귀엽네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대기실 화면이 끝나고, 처음으로 여섯 팀이 스튜디오에 모였다.

IMX와 민지호의 관계는 가짜라고 생각해도, 국선아의 시청자들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관계도 있었다. MII의 우하정과 퍼스트라이트의 정해원의 관계였다.

같은 소속사 출신이고, 서로 친하다고는 하지만 국선아 시절 정해원의 성질을 누르는 역할을 하던 우하정과 다투는 장면이 종종 방송을 탔다.

방송에서는 서로 친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묘하게 어색함이 느껴졌고, 제작진도 편집에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제작진은 퍼스트라이트가 등장할 때 MII의 표정을 주로 방송에 내보냈다.

MII는 퍼스트라이트가 들어오는 것을 인사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금은 서로 친하게 지낼 이유가 없기 때문에 MII를 포함한 나머지 다섯 개의 팀들이 마지막으로 입장하는 퍼스트라이트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MC가 이야기하는 사이에 정해원이 맞은편에서 눈이 마주치자 우하정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정해원은 딱히 인사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싫거나 좋은 표정도 짓지 않고 고개를 조금 기울인 후 그쪽을 보고 있었다. 그 후 다시 MC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 *

첫 번째 무대까지 주어진 게 열흘, 그런 데다가 그 과정에서 다음 미션도 예상하며 준비해야 한다. 양이형과 INO의 프로듀서인 김성민까지 셋이서 작업실을 오가며 계속해서 작업을 했다.

나는 무대 당일 새벽까지도 외부에 나가서 새로 녹음해 온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자연스럽게 신스 소리와 섞이도록 수정 작업을 했다. 시간이 없으니 전날까지 작업한 게 우리 팀만은 아니란 게 다행이다.

내가 두 손으로 안 떠지는 눈을 누르고 있으니까 박선재가 물었다.

“밤새웠어?”

“아냐, 그래도 꽤 잤어.”

내 대답에 박선재가 힐끔 돌아보니까 신지운이 대답했다.

“자긴 뭘 자.”

“이 형은 룸메이트가 있는데도 사기를 치네.”

박선재가 투덜거리면서도 비타민을 뜯어서 내 손에 쥐여 줬다. 나는 일단 비타민을 입에 털어 넣고 피로를 밀어냈다. 박선재가 물었다.

“오르간 소리 때문에 못 잤지?”

“응. 현실 같지 않은 느낌을 내고 싶은데 파이프오르간 말고는 그 느낌을 낼 방법이 생각이 안 나서.”

내 말에 멀리 있던, 요 며칠 편곡 작업을 하며 부쩍 친해진 INO의 올리버가 말했다.

“해원아, 아니지. 그 느낌을 낼 방법이 생각이 안 난 게 아니라, 그게 답이었던 거지. 넌 겸손이 아니라 자존감이 틀렸어.”

“아, 틀렸어?”

“응, 틀렸어.”

나는 웃었고, 올리버는 정색했다.

“해원아, 자기 음악에 있어서는 자기가 정답이야!”

오.

“저 형 너무 멋있어…….”

내가 입을 틀어막으며 말하니까 옆에 앉아 있던 박선재도 나를 따라 같이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진짜 멋있어…….”

진심을 반쯤 섞어 그렇게 장난치고 나서 슬슬 리허설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옷이 걸린 행거 뒤에 숨어서 자고 있는 황새벽을 찾았다.

“새부기, 또 자? 일어나.”

“안 잤어. 생각하는 거야.”

“뭐야, 우리 아빠가 잘하는 말인데.”

나는 말하며 황새벽을 일으켰다. 황새벽이 느릿느릿 일어나는 사이에 신지운이 말했다.

“형 나도 새로 별명 지어줘.”

“넌 내가 웅이라고 할 때 치를 떨고 싫어해서 이제 안 지어줘.”

“웅이가 말이 되니? 귀엽게 지어줬어야지. 그리고 한효식도 싫어했는데.”

“효식이는 부끄러워서 인정을 못 한 거지, 내심 좋아했어.”

내 말에 INO 멤버와 함께 안무를 점검하던 한효석이 돌아보며 어린 내가 참는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우리 셋은 동생을 놀리는 게 즐거운 한심한 형들이라 그 표정에 낄낄거렸다.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에는 모든 멤버들이 메이크업을 하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피곤해하던 우리 멤버들은 무대가 가까워지니 눈에 독기가 돌아왔다.

우리는 마지막 무대였다.

예상대로 앞선 두 팀은 락적인 요소를 듬뿍 넣고, 메인보컬의 보컬을 강조하는 무대였다. 내가 안전빵으로 가고 싶어 하던 무대이기도 했다. 전 연령에 걸친 관객들이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그 퀄리티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메인 보컬의 보컬 능력일 테니까. 나였어도 그럴 것이다.

반면 우리는 퍼포먼스 중심에, 쉽게 입에 붙지 않는 멜로디를 가진 곡의 매시업이다. 허허, 내가 특이한 사람들과 팀을 하고 있구만.

그나저나.

“……잘한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잘했다. 네 팀 다 실력이 있었다. 특히 내가 가장 집중한 건 민지호의 전 소속사의 IMX, 그리고 황새벽의 소속사 Bad one의 무대였다.

함께하는 IMX는 워낙 대기업 소속으로, 멤버의 얼굴에서도 명품을 리폼한 의상에서도, 심지어는 사용한 악기에서도 돈 냄새가 났다.

반대로 Bad one은 중소 소속사에, 데뷔 초부터 나이 많은 연습생 털기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룹이었다. 누구의 기대도 없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고 있는 팀.

나는 무대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진짜, 말도 안 되게 잘한다.”

말도 안 되게 빡센 안무를 가볍게 소화하며 표정 연기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우리 팀의 박선재나 황새벽처럼 특색과 실력을 모두 갖춘 보컬도, 민지호나 한효석 같은 엘리트 댄서들도, 신지운과 안주원 같은 압도적인 외모들도 없다.

그런데도 숨이 턱 막히게 잘했다. 아홉 명의 실력이 합쳐진, 배드원이라는 한 명의 솔로 같았다.

곧이어 우리의 무대가 시작되기 전, 강한우가 말했다.

“선라이즈와 앤써즈…… 그러고 보니까 즈즈네. 우리도 합칠까?”

그걸 듣자마자 민지호가 말했다.

“아이라이트!”

“오, 괜찮은데?”

다들 괜찮아하는 분위기였다.

이름을 정한 보상으로 민지호가 구호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원이 워낙 많아서, 열여덟 명의 손을 다 모을 수가 없었다. 낑낑거리고 어떻게 한 번 원을 만들어보려다가 강한우가 정리했다.

“얘들아, 막내라인만 안에서 손 모으고, 나머지 형들은 바깥에서 어깨에 한 손씩 얹자.”

그 말에 우리 팀 막내즈 셋, INO 막내즈. 셋이 손을 모으고 나머지 형들이 어깨에 각각 열두 개에 손을 올렸다. 캬, 저 팀은 진짜 리더가 정리를 잘한다.

민지호가 말했다.

“내가 ‘자’하면 ‘어’하고, 하나둘셋 하면 ‘아이라이트’ 해주세요.”

“응, 해줄게.”

“그래, 그래.”

그리고 민지호가 손을 모은 후 외쳤다.

“아이라이트 가자!”

“어!”

“태우자!”

“어!”

“하나둘셋!”

“아이라이트!”

그렇게 구호를 외친 후, 열여덟 명의 멤버와 함께 무대로 향했다.

* * *

[저 햇살인데 올리버 오빠한테 설레면 이상해요……?]

[자기 음악에 있어서는 자기가 정답이라잖아요…… 정상이에요…….]

[아니 근데 새부기 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거북이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웅이는 해원아 너무하긴 했다]

[↳저도 이건 지운이 편]

[앤써즌데 퍼라 애칭 부르는 분위기 너무 부러움…….]

[아이라이트 이름 귀엽네]

[무대 걱정된다…….]

[즈즈들 우리 손 잡고 같이 떨어요ㅠㅠㅠㅠㅠㅠ왜 이렇게 긴장되지ㅠㅠㅠㅠ]

[저도 긴장 돼요…… 우리 애들 공중파 예능 무대 잘했으면…….]

그리고 곧 무대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스크린을 뒤로하고 무대 한가운데 놓인 긴 계단에 댄서들이 서 있었다. 스크린은 햇빛이 쏟아지는 녹음. 그리고 어느 순간 녹음이 시들며 자막이 떴다.

[너를 깊은 우울 속으로 끌고 갈 것이다]

DEMON의 영어 가사를 번역한 문장이었다.

그리고 스크린이 양쪽으로 열리며, 그 문 뒤에서 가면을 쓴 열한 명의 INO 멤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부터 파이프오르간 소리와 신스 소리가 엉기며 이제야 INO의 팬들은 이 노래가 DEMON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 이거 DEMON이었어?]

[편곡 개좋다]

[이거…… 명곡이었네?]

그리고 일곱 명의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이 ‘불을 켜’의 파트에 등장했다.

열여덟 명의 대인원을 사용하여 만들 수 있는 압도적인 군무, 디테일한 동선, 발레와 아크로바틱으로 표현한 악마에게서 도망치는 인간.

퍼포먼스는 숨돌릴 틈이 없고,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음악은 관객을 퍼포먼스에 이입시키고, 감정을 더욱 출렁이게 만들었다.

[완전히 영화 음악을 만들었네]

[↳아 무슨 느낌인가 했더니 이거구나]

[↳용감하고 천재다]

[나중에 음악만 따로 들어야겠다 보컬도 개좋음]

그리고 무대 중간에, INO 멤버 이수한의 인터뷰 화면이 삽입되었다.

-음악보다 팀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목표예요.

그후 신지운의 인터뷰 화면이 나왔다.

-저희요? 그냥 멋있는 거 하려구요.

같은 코드가 진행되는 파트에서 두 곡이 합쳐질 때, 무대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그리고 난투극에서 가면을 쓴 멤버 하나가 살아남아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모든 멤버가 쓰러져 있는 무대에 그 한 멤버만 남은 후, 문이 열렸다.

그리고 가면을 벗자 한효석의 얼굴이 보이고, 특유의 곧은 자세로 걸어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악마는 태우고, 나는 살아남았다는 것]

그 후 무대에 불이 꺼졌다.

[한효석 진짜 깨끗하게 잘생겼네ㅠㅠㅠㅠ]

[얼굴이 서사의 완성ㅎㅎ]

[동선 누가 짰지 저거 짜다가 대가리 터졌을듯]

[↳민지호]

[↳↳하 ㅅㅂ퍼라가 천재밭이네]

[무대 하나 봤는데 기빨린다 영화 한 편 때린 것 같으]

[관객 점수는 몰라도 유튜브 조회 수는 무조건 잘 나올듯]

[정해원 생각보다 착하네 본인은 경연 엘리트코스로 락 편곡으로 가자고 했는데ㅋㅋㅋㅋㅋㅋ 멤버들이 퍼포먼스 위주로 가자고 우기는 거 들어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미친듯이 잘함]

[↳↳어차피 편곡은 양이형이 다 해주는 건데 뭐. 작곡 좀만 배워보면 아이돌이 진짜 작곡하는 거 아닌 거 알 텐데]

[↳↳↳??? 양이형은 라틴 악기 꼭 넣어서 편곡이 지문 수준인데 이 편곡은 라틴 악기 없고, 클래식 악기를 많이 썼잖아. 작곡 배웠는데 그게 안 들리면 솔직히 귀가 안 따라주는 거고 재능 없는 거니까 포기해라]

* * *

무대가 끝나고 우리는 대기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뻗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민지호가 소리쳤다.

“우리가 제일 잘했어!”

그 말에 신지운이 대답했다.

“왜 당연한 얘기를 하면서 힘을 빼냐?”

말투는 싸가지없지만 남들 다 지쳤을 때도 대답을 잘해주는 놈이다. 민지호가 다시 소리쳤다.

“힘이 남아!”

“……누웠잖아?”

“앉을 힘은 없어. 목에서 피 맛 나…….”

민지호가 말하며 억울해했다. 저 체력 좋은 민지호가 목에서 피 맛이 날 정도로 빡센 안무였다. 특히 난투극 군무는 나도 하다가 머리가 핑 돌았다. 내가 말했다.

“네가 그러면 황새벽은 어떻겠냐.”

그러니까 걱정되는지 민지호가 슬금슬금 황새벽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러 왔다.

“새부기 형아, 살아 있어?”

“꺼……져…….”

“오, 살아 있네.”

관객들은 나가면서 키오스크에 투표를 하기 때문에, 거의 투표가 끝나자마자 결과가 나올 거라고 했다. 그사이에 우리는 이렇게 누워서 체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안주원이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모여서 누워 있으니까 웃기고 좋다.”

그 말에 멤버들이 다 지친 와중에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렇게 누워서 쉬다 보니 스태프가 부르러 왔다. 투표가 끝난 모양이었다.

순위를 생각하고 한 무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위가 나왔다는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이기고 싶다. 그것도 무지하게.

우리가 우하정네 팀한테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확 현실감이 든다. 순위는 상관없는데, 우하정에게는 질 수 없는 그런 기분이다. IMX와 배드원에게도 마찬가지고.

퍼포먼스는 완벽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내 편곡에 있는…… 아니지, 잠깐만. 이렇게 생각하지 말자.

‘해원아, 자기 음악에 있어서는 자기가 정답이야!’

올리버의 말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다.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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