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65화
더 라이징은 2회부터 제작진도 당황할 정도의 급물살을 탔다. 국내 화제성은 물론, 해외 팬들의 유입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1차 미션의 무대들이 업로드된 직후에는 대부분이 한국어 댓글이다가, 2차 미션부터는 업로드 직후부터 외국어 댓글이 주를 이루었다.
댓글창에서 정해원은 완전히 별개의 수혜를 받고 있었다.
[정해원이 천재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거야]
[미쳤어]
[국선아를 다 봤는데 완전히 다른 인격 같아]
[↳편집을 나쁘게 했대]
[↳더 라이징 2회 방영분 전체를 보면 TYT의 제작진이 얼마나 나빴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국선아랑 편집 비교 영상도 있어]
[국선아 제작진이 뭐 만들었어? 안 보려고]
[↳더 써틴]
[↳?? 더 써틴 이번에 TYT 뮤직 어워드에서 데뷔하잖아?]
[↳↳심지어 자카르타에서]
[↳↳↳자카르타 오지 마!!]
그리고 3차 미션이 시작되었다.
3차 미션은 시작부터 과감한 전략을 사용한 뉴데이즈의 메인 댄서이자, 브레인인 강진영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3차 미션을 확인하자마자, 강진영이 보컬 둘과 랩퍼 멤버에게 말했다.
“너희 셋은 찢어지고, 나머지는 나랑 한 유닛으로 가자.”
보통 강진영의 말에 따르던 멤버들이 바로 이해를 못 하고 머뭇거리자 강진영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유닛 1등을 하는 거야.”
여전히 조용했다. 모든 멤버들은 두 번 연속 꼴찌로 위축되어 있었고, 자신의 실력에 대한 불신도 올라오고 있었다. 강진영이 말했다.
“내 전략은 해원이 형이야.”
그 말을 듣고서야 멤버들이 이제야 하나둘 입을 열었다.
“해원이 형?”
“우리 유닛으로요?”
“어떻게요?”
“어떻게든!”
강진영이 확고하게 말했다.
“무조건 해원이 형이랑 우리 다섯이 같은 유닛을 만들어서, 프로듀싱 부탁해서, 1등 하자. 최고의 무대를 만들자.”
강진영은 여론을 만드는 묘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기가 죽어 있던 뉴데이즈의 멤버들은 강진영의 그런 태도에 하나둘 동화되었다.
“맞아, 1등 하자!”
“우리 원래 무대 잘해! 해원이 형이 천재처럼 파바박 하시면, 우리가 다 따라가자!”
“저도 좋아요!”
계획은 한 번에 확정. 자막이 지나갔다.
[뉴데이즈 전략 = 해원]
그리고 그 장면부터, 시청률은 다시 유의미한 상승을 보이기 시작했다.
[와일드카드 정해원ㄷㄷㄷ]
[강진영 캐릭터 X나 특이하네ㅋㅋㅋㅋㅋ]
[근데 전략 좋다 따로 떨어졌으면 저 네 명은 분량 아예 안 나왔을듯]
그 후 죽기 살기로 게임에 덤벼들어 댄스 유닛에 정해원을 데려오는 데 성공한 후에는 뉴데이즈 팬들과 퍼스트라이트 팬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진영이 진심인 거 보니까 해원 님 방송으로 보는 것보다 더 천잰가 봐]
[↳저 햇살인데 진영 님이 왜요?]
[↳↳진영이 보기보다 승부욕 엄청 강하고, 원팀!!! 스타일이라 해원 님 진짜 진짜 믿지 않으면 이런 전략 안 낼 애라서요…….]
[근데 민조랑 효식이는 표정 진짜로 안 좋네]
[↳거의 무슨 산타 없다고 들은 표정인데…….]
[↳아니 해원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거 아니야 얘들아ㅋㅋㅋㅋㅋㅋㅋ]
[↳↳햇살님들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애들이 다급해가지고ㅠㅠㅠㅠㅠ]
[↳↳↳해원이 잘 부탁드려요……. 외로움 타는 애니까 잘 챙겨주세요…….]
낯가리며 구석에 구겨져 앉은 민지호가 옆에 같이 구겨진 한효석에게 말했다.
“해원이 형이 배신했어.”
“그니까.”
“심지어 즐거워 보이네?”
“즐겁겠지, 뉴데이즈 멤버들이 말 잘 들으니까. 우린 말을 안 듣잖아.”
“언제는 우리가 의견이 세서 좋다며? 많이 싸워야 좋은 무대가 나온다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아니ㅋㅋㅋ왜 효석이까지 지호한테 동화돼서 이래ㅋㅋㅋㅋㅋㅋㅋㅋ이성적으로 돌아와 효석아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애들이 정해원 많이 따르네]
[국선아 때는 서로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런 것도 악편이 되나]
[↳↳될 거 같아. 해원이가 많이 싸워야 좋은 무대 나온다고 했다잖아…….]
[↳↳지호가 재데뷔하고 X이앱 같은데서 해원이 얘기 종종 한 게, 방송이라서가 아니라 진짜로 보고 싶어서 한 거였나봐…….]
[↳↳↳아니……. 민프들 국선아 때 해원이가 지호 너무 힘들게 해서 영입 반대했던 건데 그게 악편이면 해원이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 돼?]
그렇게 댓글을 달고 난 민지호의 팬, @minjojo_는 잠깐 핸드폰에서 멀어졌다.
정해원에게 악플을 달았던 건 아니지만, 불만을 드러냈었고, 퍼스트라이트 영입 이후에는 한동안 없는 사람처럼 대했었다.
퍼스트라이트 팬들 중 가장 많은 타입의 팬이 자신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minjojo_는 알고 있었다. X버스에 올라온 글에 나머지 멤버의 글에는 응원봉을 찍지만, 정해원의 글은 건너뛴다든지, 공식 트위터에서 올린 사진의 리트윗을 빼고 한다든지 하는 아주 소소하고 일상적이기 짝이 없는 배척.
그 정도는 여섯 명의 팬으로 시작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왔다.
@minjojo_는 잠깐, 자신의 계정에서 ‘해원’을 검색했다. 나오는 게 없다는 사실에 약간 놀라며, ‘주어 없음’으로 검색하니 글이 몇 개 나왔다.
[진짜 우리 애한테 너무한다]
[아니 남이 말하면 좀 들어줘 화부터 내지 말고]
[이번 국선아 끝나면 다시 묶일 일 없으니까 좀만 참자 지호야]
“미치겠네, 진짜…….”
@minjojo_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중얼거렸다가 일단은 글들을 지우고, 다시 방송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조건 정해원에 대한 믿음으로 전화를 기다리면서도 나름으로 후보곡을 논의 중인 뉴데이즈의 모습과 먼저 정해원에게 곡을 받은 허해준 작곡가의 모습이 극적으로 교차되고 있었다.
허해준 작곡가가 곡을 받고 자기도 모르게 펄쩍 뛰었다가 바로 카메라를 보았다.
“아, 카메라 있지……. 아이고,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얘는 왜 이걸 우릴 주지……. 아니, 얘가 왜 이러지?”
누가 봐도 곡을 받자마자 극도로 흥분한 허해준 작곡가가 안절부절못하고 시계를 보며 작업실을 맴돌았다. 곡을 받고 2분쯤 그러고 있다가, 급하게 작업실을 나섰다.
“지금쯤이면 전화했겠지? 끝났겠지? 그치?”
그리고 연습실로 달려가서는 이제야 뉴데이즈 멤버들이 정해원과 전화를 하고 있는 걸 알아차리고 당황하며 다시 연습실을 나왔다. 그 후 전화를 마친 뉴데이즈 멤버들이 바로 곡을 받은 걸 못 믿고 허해준 작곡가의 작업실로 달려가 몇 번이고 따져 묻는 장면에서 이번 회차가 마무리되었다.
그들이 받은 곡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었다.
[아니 방송이 절단신공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해준이랑 뉴데멤들 리액션이 미쳤네ㅋㅋㅋㅋㅋㅋㅋㅋ]
[↳X나 궁금하게 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라이징’의 실시간 톡은 즐거운 기대감으로 시끌시끌한데, @minjojo_는 방송이 끝나고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 * *
더 라이징 마지막 화는 생방송이지만, 파이널 미션 무대는 사전 녹화였다.
사전 녹화까지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나는 3차 미션이 끝나자마자 정신없이 파이널 미션에 집중했다.
파이널 미션 주제는 ‘라이징 스타’였다. 말 그대로 자신의 팀이 ‘라이징 스타’라는 것을 선보이는 무대.
사실상 자유 주제이자, 퍼스트라이트가 어떤 팀인가를 보여줘야 했다.
파이널 미션 주제만큼은 첫 주부터 알려줬기 때문에, TRV에서는 미리부터 파이널을 준비 중이었다.
웬일로 제목이 먼저 나온 곡.
제목은 ‘마태오’, 멤버인 신지운의 세례명이다.
신지운이 본인의 싹퉁머리를 회개하고 싶어서인지 안 어울리게 성당을 나름 꾸준히 다니는 게 아이러니해 보여서 만들기 시작한 곡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해줬더니 신지운은 내가 남의 성깔을 논하는 건 어이없지만, 나머지는 마음에 든다고 했다. 3차 미션 때 내가 무대에 못 올라가고 있던 것에 대해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신지운은 거기에 대해서는 다시 거론하지 않았다.
아무튼, 1차 미션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따 올 때, 이번 곡의 트랙도 같이 따 왔다.
내 작업실에 찾아온 양이형이 파이프 오르간 트랙을 들으며 말했다.
“난 진짜 네가 어릴 때 피아노를 쳐서 리얼 악기 이해도가 높다고 믿으려 했는데, 다른 작가들한테 물어보니까 아니더라고. 이제 놀라기도 지겹다.”
나는 그냥 허허 웃었고, 양이형은 오르간 트랙이 마음에 들었는지 반복해서 들으며 말했다.
“같은 날 따 온 오르간 두 개가 어떻게 하나는 성가 같고, 하나는 느와르냐.”
“다른 음악이니까.”
“재수 없는 새끼……. 아무튼 분위기는 죽인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생각했다.
‘느와르 영화 속에서 곧 총격전이 일어날 성당을 배경으로 흘러나올 것 같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다. 양이형이 물었다.
“근데 너무 느와른데. 이걸 어떻게 성당 느낌으로 만들어?”
“막냉이 있잖아.”
“선재가 코러스 녹음하겠대?”
“응. 하겠대.”
도입부에 박선재 목소리로 코러스를 쌓아서 아카펠라를 넣을 생각이었다.
3차 미션에 파이널 곡을 뺏겨(?) 나의 일정이 빡셈에서 개빡셈으로 진화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파이널에 좀 더 어울리는 곡이 만들어지고 있기는 했다. 이 파이널에 내가 이번 서바이벌에서 느낀…… 사실 새삼 감탄한 멤버들의 능력치를 맛보기로 두루 넣어볼 생각도 하게 됐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파이프 오르간으로 시작한 1차 미션과 수미가 상응하게 되었다.
그렇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팀들 다 파이널에 번쩍번쩍하고 막 화려한 거 할 텐데, 이건 너무 어둡지 않냐?”
내 말에 양이형이 말했다.
“뭐 어때, 곡이 잘 빠졌는데. 무대 X같이 해도 넌 욕 먹을 일 없어.”
“아니, 형.”
나는 황당해서 대답했다.
“우리 애들이 무대를 X같이 할 리가 없으니까, 무대가 망하면 내가 곡을 못 만든 거지.”
그 말에 양이형이 잠깐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너 만 원.”
“함정 수사야, 뭐야. 그리고 금연 중이라 벌금이 무섭지 않아.”
“참 빡시게 산다.”
“아니, 금연이 별로 안 힘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인마. 야, 이거 완전히 흡연 욕구로 쓴 곡인데. 음악에서 담배 냄새나.”
“…….”
약간 그렇다, 약간…….
* * *
그리고 회사에서는 파이널 미션 컨셉 회의가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나는 수정 작업만 해도 바쁘다고 빼줘서, 심심할 때만 회의에 참여했다.
“느와르는 정장이죠.”
“가! 죽! 재! 킷!”
이미 한 번 턱시도를 입어본 적 있고, 그 컨셉에 대해 호평은 아니었기 때문에 라이더로 가야 한다는 파와 그래도 느와르는 정장이다, 라는 파로 갈렸다.
멤버들도 의견이 달랐다.
“저 라이더에 완깐하고 싶어요!”
“저도 정장은 좀 그래요.”
“저 목걸이 제 거 해도 돼요?”
역대 컨셉 회의 중 가장 활발한 회의였다.
기본적으로 멤버들의 머릿속에는 팬들이 ‘정장을 별로 안 좋아했었다’는 기억이 남아 있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막내인 박선재의 침통한 목소리가 결정적이었다.
“나 어제 X이앱했잖아? 팬들한테 첫 번째 프러포즈 때 턱시도 솔직히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콩쿠르 나가는 초등학생 같았대…….”
그 말에 모든 멤버와 직원들이 안 웃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박선재가 옆에서 웃음 참기를 제일 힘들어하는 신지운에게 화풀이를 했다.
“형은 진짜 웃으면 안 되지. 형이 노안이라 그렇잖아.”
“뭔 소리야, 내가 너 때문에 성숙해 보이는데 네가 미안해야지.”
“아닌데? 난 내 나이로 보이는데?”
“근데 초딩이 라이더 재킷은 입어도 되냐?”
“형도 면허 없잖아!”
“난 며칠 뒤에 딸 거야.”
둘이 유치하게 싸우는 것을 익숙하게 무시하며, 스타일리스트 이예영이 말했다.
“그나마 라이더 재킷이 스타일링할 방법이 다양하긴 해요. 그리고 선재도 이 멤버들 사이에 있어서 그렇지, 은근히 세게 생겼고.”
“에이. 막냉이가요?”
나는 어쨌든, 우리 막냉이 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컨셉은 라이더 재킷으로 결정되었고, 인트로는 마태오 당사자인 신지운만 정장을 입고 성당에서 VCR을 따로 찍어 왔다.
그리고 사전 녹화 당일.
나는 멤버들을 보자마자 이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너희…… 누구 묻으러 가?”
내 말에 황새벽이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
“남 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