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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71화 (71/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71화

[반년을 계약했다고?]

[왜 반년을 해? 그게 뭐야? 퍼라도 계약 기간이 짧은데 뭐하러?]

[↳합류 분위기 계속 안 좋으면 팽하겠다는 거지…….]

[↳↳진짜 이거 말고 다른 이유는 없는 거야?]

[↳↳↳응…….]

[TRV 미친 거냐? 반년 짜리 계약은 X발 듣도 보도 못했네]

[아니 ㅅㅂ 그럼 뭐야. 해원이가 욕은 욕대로 먹고 TRV는 일 잘못돼도 책임 안 지고 계약 끝나는 거였다고?]

[아니 해원아 그딴 계약을 왜 해ㅠㅠㅠㅠㅠㅠ]

[↳무대 좋아하니까…….]

[↳무대……222]

[왜 우리 애는 이렇게 뜯어먹으려는 놈들만 만나지…….]

[↳진짜로 열정페이면 되는 애라…….]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네ㅎㅎ]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 같은데 맞는 말이네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솔직히 정해원 초반 이미지 생각하면 계약을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 아닌가]

[↳TRV 직원이야?]

[솔직히 그냥 다른 회사 갔으면 좋겠는데 그럼 또 퍼라를 못하니까 그것도 안 돼…….]

[↳진짜 X같다ㅎㅎㅎ]

[일단 그냥 계속 문의 전화해. 회사도 솔직히 이 상황에서 해원이랑 어떻게든 계약해야 하는 거 알아야 하니까]

[↳안 그래도 받을 때까지 하고 있다ㅎㅎ 반년 전에 해원이 영입 반대한 게 나일 리가…….]

[↳↳어? 왜 수정이 안 되지?]

[다들 화난 분위기에서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해원이 혹시 다른 회사 갈 확률 있어……?]

[↳나 같으면 X같아서 나갈 것 같긴 해]

[↳↳X나 눈치 없네]

[↳모르겠어…….]

[↳평소 같으면 의리 지켜줬으면 하고 말이라도 할 텐데 솔직히 해원이가 우리한테 지킬 의리가 있나 싶구…….]

[↳그니까…… 해원이가 기존 햇살이들한테 무슨 마음일까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까 애초에 햇살이란 말도 해원이가 만들었네…… 햇살이라는 말 만들어줘서 너무 좋은 게, 애들이 선라이즈란 말은 거의 안 썼었잖아. 입에 좀 안 붙었다고 하나? 근데 햇살이란 말 생기고 나서는 맨날 햇살이 햇살이야ㅠㅠㅠㅠㅠㅠ]

[↳애칭 생기고 퍼라랑 팬들이랑 확 친해진 느낌…….]

[↳↳해원이 퍼라 애들도 다 애칭으로 부르잖아…….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나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애칭 붙이는 듯……. 팬들 다 영입 반대할 때도 친해지고 싶어서 붙인 거 아닐까…….]

[↳↳↳이거 왜 눈물나냐ㅠㅠㅠㅠ]

[↳↳↳↳햇살이두? 나두…….]

* * *

[펄 정해원 올해 계약 끝난대]

[TRV랑 재계약 할라나?]

[↳절대 안 할 듯]

[↳반년 전에나 갈 곳 없었지 지금 정해원이 간다고만 하면 모셔갈 회사 널렸는데]

퍼스트라이트 팬들이 우울하고 황당하고 분노한 사이, 그 외의 케이팝 팬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었다.

황새벽은 정해원의 퍼스트라이트 영입 이상으로 소란스러운 인터넷을 확인하다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수능 언제 끝나냐?”

황새벽의 말에 박선재가 같이 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제2외국어 본다고 했으니까…… 6시쯤?”

그 말에 패딩을 말아서 베고 연습실 바닥에 누워 있던 민지호가 말했다.

“지운이 형 기사 확인하면 국선아 초기로 돌아갈걸. 잘생긴 양아치.”

그 말에 멤버들이 국선아 초기의 신지운을 떠올렸다. 박선재가 말했다.

“난 망나니랑은 같은 팀 못 해…….”

그 말에 멤버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그때 연습실 문이 열리고 안주원과 정해원이 들어섰다. 정해원이 패딩을 벗으며 말했다.

“너희는 회사에 의자 있는 곳도 많은데 왜 맨날 연습실 바닥에 앉아 있냐.”

“다른 데는 직원분들 있잖아.”

황새벽의 대답에 정해원이 말했다.

“내 작업실 가 있어.”

“그래도 돼?”

민지호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가 자기 이마를 팍 쳤다.

“아, 맞다. 나 아직 화났지.”

그 말에 옆에서 멤버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황새벽이 말했다.

“작업실 잠겨 있잖아.”

“아, 그러네. 그럼 카드키 빌려줄…….”

정해원이 무심코 카드키를 꺼냈다가 멈칫하며 다시 넣었다. 한효석이 물었다.

“그거 직원용 아니에요?”

“형이 왜 가지고 있어?”

박선재도 따라서 물었다가 알아서 깨닫고 말했다.

“아, 형 직원일 때 받았구나. 반납 안 했어?”

“……지문 인식 귀찮아. 장갑 벗어야 되잖아.”

정해원이 카드키를 다시 지갑에 넣었다. 진심으로 반납하기 싫었는지 멤버들에게 입단속까지 시킨 후, 다 함께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에 도착해서 직원의 도움으로 도어락에 나머지 멤버들의 지문을 등록했다.

환경은 좋지만 좁은 작업실이었다. 2인용 소파에 셋이 끼어 앉고, 나머지 셋은 의자와 직원이 가져다준 스툴에 앉았다.

그 후 한동안 말이 없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한효석이 입을 열었다.

“해원이 형.”

“어.”

“다른 회사 안 갈 거죠?”

“내가 미쳤냐. 안 가, 너희가 싫어해도 평생 같이 갈 거야.”

“계약하러 다 같이 갈까요?”

“너네 몰려다니면 무서워, 그냥 여기 있어.”

정해원이 핀잔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보다, 내가 사장실 안에 들어가서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야. 알지?”

지금 재계약에서 회사가 잡은 가장 큰 무기는 퍼스트라이트라는 그룹이었다. 반대로 말해서 정해원이 퍼스트라이트라는 그룹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좀 더 큰 이익을 도모할 수 있었다.

평소에 아이돌은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해원이었지만, ‘내 가장 큰 약점이 너희다’라는 말은 차마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멤버들이 작업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정해원은 사장실로 들어가 박희택 사장과 대면했다. 박희택 사장은 정해원이 회사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텐데도 어디냐고 묻지 않았다. 여유로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박희택 사장이 말했다.

“바라는 거 있으면 말해봐. 최대한 맞춰줄 테니까.”

“바라는 거요? 너무 많은데.”

다른 퍼스트라이트 멤버들과 계약 할 때는 애초에 성인이 아니니 부모님을 대동했었고, 거기에 개인 활동 부분에 대한 복잡한 계약 때문에 각 소속사의 직원들이 따라붙었었다.

정해원도 물론 부모님을 대동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였지만, 첫 계약 때도 지금도 혼자가 편한 듯했다.

박희택 사장이 말했다.

“일단 다 말해봐.”

계약 기간을 맞춰달라고 말하리라 예상했다. 정해원에게는 처음부터 그게 유일한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해원의 입에서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저 사실 터미널 엔터에서 연락받았어요.”

“……그치, 그럴 것 같더라.”

어쩐지 아까 전화할 때와 달리, 계약이 수월하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정해원이 복잡한지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조건이 너무 많이 좋아요…….”

“그래?”

“너무 많이요. 저를 꼭 데려가야 하는 이유가 있나 봐요.”

박희택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그럼 가야지. 너무 좋으면.”

“그래요?”

“널 생각하면 그렇지.”

정해원이 멈칫한 사이, 박희택 사장이 말을 이었다.

“우리도 너 잡고 싶지. 근데, 솔직히 말할게. 이거 너 우습게 보려고 하는 말 절대 아니니까 알아줘.”

“……네.”

“너 터미널 엔터 안 가고 여기 남으면. VMC가 우리 회사 예뻐하겠니? 너 있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어.”

그 말에 정해원이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에이.”

“뭐가 에이야?”

“반대로 저 안 잡으시면, 햇살…… 퍼스트라이트 팬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더 라이징으로 유입된 팬들이?”

인터넷 반응을 거의 못 보기는 해도, 멤버들과 꾸준히 이야기하며 분위기 파악은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정해원이 말을 이었다.

“사장님, 안 해준다고 하시는 건 상관없는데, 제 몸값 너무 후려치지는 마세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정해원에 대한 데이터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박희택 사장이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정해원이 잠시 박희택 사장을 보더니 이내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말했다.

“아, 못 하겠다.”

“……뭘?”

“멤버들, 하나도 안 중요하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 말이 안 나와요. 저한테 쟤네 진짜 중요하고, 그래서 저 TRV에 있고 싶어요. 웬만하면요. 그니까 조건 잘 맞춰주세요. 터미널 엔터만큼은 아니어도 되는데, 이미 제시를 받았으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맞아야 하잖아요. 제가 호구는 아니니까.”

이 새끼 봐라?

박희택 사장은 차라리 정해원이 솔직하게 다 털어버리자 어이없으면서도 편해서 팔짱을 끼고 의자 뒤로 기댔다.

“그치, 네가 호구는 아니지.”

“제가 되게 해드릴게요. VMC에서 불이익 줘도, 티가 안 날 정도로 퍼스트라이트가 성공하게 만들게요.”

“…….”

“그냥 비싸게 사세요. 지금이 제일 쌀걸요?”

정해원의 말에 박희택 사장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 스무 살 맞냐? 아주, 사람을 도박꾼으로 만드네.”

“이제요? 같이 도박하신 줄 알았는데.”

정해원이 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전 처음부터 목숨 걸고 도박한 건데요.”

“…….”

처음부터 목숨을 건 도박.

박희택 사장이 느끼기에도, 정해원의 그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 * *

오전부터 시작된 계약은 긴 시간이 걸렸다. 내 입장에서는, 의도는 불순하지만 터미널 엔터가 접촉해준 게 고맙게 됐다. 재계약을 할 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버지가 목록 정리를 잘해주신 덕이다. 맛있는 거 사드려야겠다.

계약을 마무리하고 나니 저녁 여덟 시였다. 작업실로 가보니 아직도 멤버들이 있었다.

“여태 뭐 했냐?”

내가 들어가며 물어보니까 황새벽이 작업실 구석에서 패딩 후드를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는 신지운을 가리켰다.

“쟤 개지랄하는 거 말렸지.”

“고생이 크게 많네.”

“애 낳기 무섭다. 저런 거 태어날까 봐.”

황새벽의 말에 지쳐서 졸던 민지호가 말했다.

“나도!”

“다 끝났어요?”

한효석이 물어서 내가 대답했다.

“재계약하고 왔어. 조건이 너무 좋아서 너희한테 말을 못 해주겠다.”

그 말에 박선재가 말했다.

“형 어차피 저작권 부자 될 거니까 상관없어. 맛있는 거나 사줘.”

“맛있는 건 당연히 사주고, 팀반지 맞추러 가자.”

내 말에 신지운이 실눈을 뜨고 힐끔 날 본다. 삐져서 나 들어와도 자는 척하고 있었나 보다. 신지운이 슬그머니 일어났다.

“비싼 걸로.”

“싼 거, 새끼야. 너는 형을 털어먹으려고 하냐.”

“아, 나 다시 삐질래.”

신지운이 다시 드러누우려 해서 죄를 지은 내가 할 수 없이 일으키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미안하다. 털어먹어라, 싹.”

팀반지 소리에 다른 멤버들도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지호만 자리에서 잠시 안 일어나더니 나에게 물었다.

“형, 그럼 우리 계속 같이해?”

“응.”

내 말에 민지호가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떨구더니 투덜거렸다.

“씨, 놀랐잖아.”

“아, 미안하다고…….”

많이 놀랐었는지 민지호는 잠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른 멤버들도 돌아보니 눈가가 좀 빨갛다. 멤버들이 놀랐던 걸 생각하니, 그제야 무지하게 미안해졌다.

* * *

그날 밤, X버스에 정해원이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작은 반지 공방에 퍼스트라이트 멤버 일곱 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해원 : 햇살이들! 퍼스트라이트 팀반지를 맞췄어요. 일곱 명이 서로 취향이 달라서 도안 고르는 데 오래 걸렸어요ㅠㅠ 오늘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작점은 달랐지만 우리는 같은 곳에 도착하게 될 거예요! 햇살이들, 정말로 정말로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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