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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77화 (77/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77화

VMC 뮤직어워드가 끝나고, X버스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작업하는 정해원의 손과 맥주캔 사진이었다.

[안주원 : 캔 뜯어 놓고 일하느라 잊어버린 천재작곡가……. 같이 마셔주고 싶지만 3주 남았어요ㅠㅠ 이제 잘 줄 알았더니 연말 시상식 편곡 수정 중…….]

[주원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분위기는 으른인데 빠른이라 아직 술 못 마셔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브엠뮤 작업 끝나고 또 일해?]

[정해원!!!!!!!!!!!!!!!!!!! 단명이 꿈이야??????????]

[일하지 마!!!!!!!!!!!!!!!!!!!!!!]

[↳해원 : 너는 왜 안 자? 밝아?]

[↳안주원 : 네가 밤샘 작업하는데 미안해서 어떻게 자…….]

[↳해원 : 그냥 자. 근데 우리 왜 룸멘데 X버스에서 이러고 있지]

[↳안주원 : 네가 맥북에서 눈을 안 떼고 있으니까 그렇지?]

[↳해원 : 아]

[↳지우니 : 뭐야 왜 둘이 놀아 나 부르라고 했잖아]

[↳해원 : 이게 노는 걸로 보이냐?]

[↳지우니 : 그럼 이게 일하는 거냐? 지금 감]

[↳해원 : 넌 좀 혼자 자는 법을 배워야 돼]

[얘네 뭐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라데이션즈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운이 외동인데 왜 이렇게 된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퍼라 진짜 단콘 2천석이야?]

[↳ㅇㅇ2천석 양일ㅎㅎㅎㅎㅎㅎ]

[↳퍼라가 2천석? 돌았나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건 빡빡한 정도가 아니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

[↳플미 장난 아니겠네ㄷㄷㄷㄷㄷ]

[TRV 일 참 X같이 하네]

[그래서 블레 내주고 내년 초에 팬미팅도 한대…….]

[바로 블레랑 팬미팅 공지 안 냈으면 TRV 폭파 됐을 듯]

[↳근데 또 이해도 되는 게 정규 1집 전에 잡은 거+더 라이징 유입이 이렇게 많을 걸 예상 못함…….]

[↳↳급하게 잡은 거 치고는 오히려 엄청 넉넉하게 잡은 편이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진짜임. 그냥 퍼라가 너무 예상을 넘는 라이징이 된 거지…….]

* * *

나는 호텔에서 이래저래 할 게 많았다. 그래서 꼼짝도 안 하고 일만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공항이었다.

“기념품 사야 되는데…….”

내가 중얼거리니까 박중운 매니저가 웃었다.

“너희 내년에 해외 주야장천 나갈 텐데 뭐.”

그러려나?

내년 일은 정말 모르겠다.

나는 생각하며 핸드폰을 힐끔힐끔 확인했다.

어제 보낸 문자 답장이 아직도 없다. 지금쯤이면 이준희가 확인을 했을 것 같은데…… 바쁜가? 어디 또 스케줄 있나? 있겠지, 바쁜 형이니까…….

곡이 별론가?

어떠냐고 또 물어보려다가 구질구질할 것 같아서 참았다. 다행히 한국에 돌아와 보니 이준희에게 답장이 와 있었다.

[주니 형 : 첫 콘서트 끝날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릴게요]

‘꾹’이라고 쓴 것으로 보나, 마지막에 골라서 달아 놓은 컨페티와 불꽃 이모티콘으로 보나. 누가 봐도 아이돌이다.

다행이다. 마음에 드는 것 같다.

그럼 일단은 이준희의 말대로, 코앞까지 다가온 콘서트에 집중해야겠다.

* * *

작곡과 편곡을 계속하고 있다 보니, 콘서트 사운드 체크를 할 때 나와 양이형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체육관에서 연습과 리허설을 마치고 나는 멤버들보다 먼저 사운드 체크를 위해 공연장에 들어섰다.

이미 공연 준비는 끝나 있었고, 스탠딩 무대를 위해 정리가 되어 있었다.

2천석 양일. 많은 아이돌들이 첫 단콘을 거쳐 가는 곳이다.

음반 판매량이 미친 듯이 뻥튀기되는 시대이다 보니, 콘서트 규모의 감을 잡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표를 못 구한 햇살이들이 X버스에서 언뜻 봐도 너무 많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일단은 앵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잘 진행되기를 기다려 봐야겠다.

나는 무대에 앉아서 잠시 멍하니 객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여기에 앉아 있는 것도, 콘서트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는 내 옆에 앉는 양이형에게 물었다.

“나 백퍼 울겠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물 많이 마셔. 탈수돼.”

“그래야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그날 물 진짜로 많이 마셔야겠다.

콘서트 전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너무 촘촘하게 쓰고 있으니, 느리게 간다는 기분이 드는 한편, 너무 빨리 지나갔다.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고, 콘서트 전날 런스루 리허설까지 마쳤다.

내일 콘서트에 앞선 마지막 예행연습을 긴장한 상태로 끝내고, 멤버들이 대기실에 모였다.

콘서트가 워낙 빡세다 보니 이번 주 내내 다들 초긴장 상태로 연습과 체력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했다.

그만큼 첫 번째 콘서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콘서트 직전까지 너무 소식이 없으면 햇살이들이 걱정할 것 같아서, 우리는 잠깐이나마 X이앱을 켜기로 했다. 내내 목 아끼려고 말도 거의 안 하던 멤버들이 X이앱이 켜지자마자 시끌시끌했다.

팬들과 만나자마자 신이 난 멤버들을 보니, 아이돌이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멤버들도 날이 갈수록 점차 아이돌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성장형 아이돌이다. 허허.

* * *

콘서트 전날.

@regular_1228, 이재희는 어렵게 성공한 콘서트 양일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콘서트장 가까운 곳에서 친구와 호캉스를 하기로 했다.

침대에 풀썩 누워서 이재희가 말했다.

“캬,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

“너 굿즈 다 뜯어봤어?”

“나 프리미엄 포토랑 트레카 안 뜯고 가져왔어. 콘서트 보고 뜯으려고.”

“프리미엄 포토를 안 뜯어봤다고?”

이재희와 함께 다니며 저절로 퍼스트라이트 팬이 된 친구가 침대를 손으로 탕 치며 말했다.

“빨리 가져와서 뜯어. 당장. 이번에 해원이 프리미엄 포토 미쳤어.”

“아, 나 콘서트 보고 뜯을래.”

“제발 그냥 뜯어줄래.”

친구의 말에 이재희가 꿍얼꿍얼거리며 마지못해 프리미엄 포토를 가져왔다. 포장되어있는 뽁뽁이를 뜯은 이재희의 입이 저절로 열렸다.

“……찢었다.”

하얀 셔츠를 입은 정해원이 정면을 보고 찍은 프리미엄 포토에 이재희가 입을 틀어막았다가 중얼거렸다.

“실물이랑 거의 근접하게 나왔네.”

“거의? 지금 팬들이 이거 품절 돼서 난리가 났는데…….”

실제로 바로 앞에 앉아서 볼 때 느낀 그 기분은 사진으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었다. 팬 사인회에서, 팬을 보며 사랑에 푹 빠진 사람처럼 웃는 얼굴은 6명을 지지하던 팬들의 마음을 완전히 열어버렸다.

아무튼 뭐, 그래도 평소에 비하면 실물에 가깝기 때문에 팬들 반응이 난리가 나겠구나, 싶기는 했다. 실제로도 핸드폰을 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얘들아 해원이 프포……. 진짜 미쳤다……. 다 미쳤는데 해원이 프포 뭐야…….]

[아니 X발 너무 예뻐서 눈물 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V X나 재고포비아 새끼들이네 지금 굿즈 다 품절임ㅎㅎ]

[프리미엄 포토 7명 다 품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팬 아닌데 샀다ㅎㅎㅎㅎ 퍼라 프리미엄 포토가 소장가치가 없을 리 없음…….]

[프리미엄 포토가 뭔데?]

[↳고화질 얼빡 포토? 합판 같은 건데]

[↳진짜 무조건 사야 돼 안 사면 백 퍼 후회함]

[↳↳품절이라구요…….]

[근데 정해원도 품절임?]

[↳ㅇㅇ품절]

[↳↳애초에 물량을 적게 뽑았겠지ㅎㅎ]

[↳↳↳X나 꼬였네]

그때 핸드폰에 X이앱 알람이 울렸다. 얼른 X이앱을 켜보니 멤버들이 후드를 쪼매고 팬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이들! 우리 내일 만나죠?

민지호가 발랄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 다 염색한 건 아닌데, 누가 염색했는지 모르게 하려고 다 후드 썼어요. 궁금하죠?

그리고 한효석이 말을 이었다.

-진짜 멋있을 거예요, 햇살이들.

그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 채팅창에 눈물이 가득했다.

[오빠들 저는 못 가요ㅠㅠㅠㅠㅠㅠㅠ]

[광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퍼라한테 2천석이 말이 돼……?]

[진짜 속상해…….]

그러자 소파 한 구석에서 댓글을 확인하던 정해원이 ‘아이고…….’ 하고 걱정스러운 소리를 냈다.

[아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해원이 염색했나????]

정해원이 댓글 관심이 쏟아지자 후드의 끈을 더욱 꽉 잡아당기며 말했다.

-저 머리 비밀이에요. 근데 내일 못 오는 햇살이들 이렇게 많구나……. 아이고…….

[ㅋㅋㅋㅋㅋㅋ해원이 너무 걱정하잖아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네 탓 아니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상했는데 해원이가 걱정해주니까 기분 좀 좋아졌어ㅠㅠㅠㅠㅠㅠ]

곧 안주원이 말했다.

-햇살이들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앵콜콘…….

그 순간 모든 멤버들이 돌아봤다. 안주원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으나 이미 양옆에서 신지운과 황새벽이 등을 퍽퍽 때리고 있었다. 채팅창에는 앵콜콘에 대한 댓글로 도배되고 있었다.

[앙콘해? 해? 주원아!!!!!!!!!!!!!!!!!!!!!!]

[시원하게 스포해버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작스러운 스포로 멤버들이 얼었다가 박선재가 수습하기 위해 말했다.

-와, 우리 만날 때까지 진짜 24시간도 안 남았네. 19시간? 그쯤 남았죠?

[주원아 우리 어차피 내일 못 보는데 그냥 머리 스포해 주면 안 돼ㅠㅠㅠㅠㅠ?]

제일 마음이 약한 안주원을 팬들이 공략하며 슬픈 시늉을 하자, 안주원이 멤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한 명 정도는 스포해도 되지 않아?

-이야, 진짜 관점의 변화다.

신지운이 옆에서 어이없어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너 보여줘.

-그럴…….

-아니, 아니, 아니.

안주원이 바로 후드를 벗으려 해서 신지운이 다급하게 막고 후드의 줄을 최대로 잡아당긴 후에 리본까지 묶어줬다.

박선재가 급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누구 하나 사고 칠 것 같으니까 저희 이제 갈게요.

-내일 봐요 햇살이들!

-잘 자구 사랑해요!

그렇게 급하게 X이앱이 꺼졌다.

그리고 퍼스트라이트 팬들은 앵콜 콘서트에 대한 스포일러로, 콘서트에 가지 못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 * *

퍼스트라이트 첫 번째 콘서트에 입장이 마무리되었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팬들은 오늘, 퍼스트라이트 모르게 준비한 이벤트를 빠르게 확인하고 있었다.

첫 번째 콘서트에서, 멤버들에게 확실한 감동을 주고 싶다는 팬들의 마음이 담긴 이벤트였다.

이재희 역시 친구와 이벤트를 열심히 확인한 후 말했다.

“콘서트 직전이 진짜 최고 설레.”

“알지, 알지. 오프닝 할 때…….”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공연장의 불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등이 콘서트의 시작이라는 것을 안 팬들이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엘이디에 불이 들어오는 동시에 묵직한 808베이스 사운드가 들려왔다. 정해원이 제대로 작정하고 만든 사운드에 순간, 공연장 안 모든 팬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THE FIRST]

[THE FIRST]

[THE FIRST]

검은 배경에 같은 글자가 점점 더 빠르게 점멸하다가, 3, 2, 1 숫자가 뜬 후 퍼스트라이트의 로고가 떴다.

그 순간 팬들의 함성 소리는 도무지 인원수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무대 위에 퍼스트라이트 멤버 일곱 명이 나타났다.

정해원이 서 있는 곳 근처의 팬들은 입을 못 다물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올해 여름, 자체 컨텐츠는 은발로 찍고 왜 활동은 핑크색으로 했는지가 팬들 사이에서는 소소한 논란거리였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의 팬들은 완전히 은발로 탈색한 정해원을 보고 바로 이유를 알았다.

‘아, 약간 기절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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