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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82화 (82/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82화

화보 설명을 들어보니 프로듀서인 부분을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뭔가 으른으른하고 섹시한 느낌이다.

역시 아무래도 팀의 맏형인 내가 먼저 어른 컨셉 스타트를……. 근데 지금 상태론 안 될 것 같으니까 운동 좀 해놔야겠다. 허허…….

안 그래도 다른 멤버들이 다들 화보를 자주 찍어서, 슬슬 햇살이들이 나도 화보가 있었으면 하는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단독 화보? 내가? 잡지에?”

내가 혼자 중얼거리니까 간식을 들고 나타난 박선재가 말했다.

“형은 맨날 TV 나오는데 잡지에 나오는 게 신기해?”

“신기해. 뭐, 아무튼 화보 찍으면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네. 실물이잖아.”

내 말에 박선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어른들한테는 실물이지. 우리 할머니도 내 화보 스크랩해서 벽에 붙여놨거든.”

나도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 화보를 수락했다.

그렇게 수락을 하고 우리는 KQS 유튜브 컨텐츠를 촬영하기 위해 일어났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신지운이 도착해, 우리는 다 함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니 새벽 두 시였다.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촬영팀이 케이크를 가져다줬다. 인사를 하고 케이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 촬영장 안이 따듯해서 다 함께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X버스에 케이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해원 : 생일 케이크! 저는 오늘 맛있는 거 많이 먹을 거예요. 제 생일이니까 햇살이들도 맛있는 거 먹고 오늘 엄청 추워진다니까 목도리 꼭 하고 나가세요.]

그렇게 올리고 나서 댓글 달리는데, 아무래도 요즘 햇살이들은 내 말에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대답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내가 잔소리가 좀 심한가 보다.

[↳너나 잘해!!!! 단명이 꿈이야?]

[↳케이크도 해원이 닮아서 상서로운 걸로 준비해 주셨네ㅋㅋㅋㅋㅋㅋ]

[↳맛있는 거 뭐 먹었는지 리스트 올려야 믿을 듯]

물론 아무리 팬들이 주로 있는 곳이라 해도 드문드문 악플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 정도는 보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 내 눈에 보이는 건 팬들의 댓글이 훨씬 많으니까.

댓글을 보고 있으니 태어나 줘서 고맙다는 말이 엄청 많았다. 그 말이 너무 좋았다.

[해원 :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햇살이들.]

그렇게 답장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다. 신기하게 이렇게 팬들에게만 말하는 건 이제 별로 떨리지 않는다.

* * *

그 후 며칠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나는 2023년의 마지막 날, 황새벽과 모자를 눌러쓰고 매니저 형들과 함께 술을 사러 갔다. 황새벽이 말했다.

“막걸리도 사자.”

“주종이 너무 많지 않냐?”

소주, 맥주, 보드카, 와인을 사고 이제 막걸리도 샀다. 워낙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안주에 맞게 주종 풀이 넓어야 성이 풀릴 것 같은 모양이다. 황새벽이 말했다.

“애들이 뭘 좋아할지 모르잖아. 근데 맥주 카X 사?”

“어, 난 소맥은 카X가 맛있어.”

“난 아직 굳이 왜 소맥을 먹는지 모르겠다.”

“몰라. 디질 때까지 회식하면서 마시다 보니까 점점 소맥이 맛있어지더라고.”

안주는 황새벽이 다 생각과 계획이 있어서 직접 만들어준다고 했다. 희한하게 황새벽은 요리할 때만큼은 체력 소모를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고, 1월 1일이 되기 전에 요리를 시작했다.

“새북아 이거 어때.”

“오, 잘 튀겼네.”

1월 1일에는 떡을 먹어야 한다고 국물 떡볶이와 모둠 튀김, 고기를 굽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튀김을 담당했는데 재능이 있는 것 같다. 확실치는 않다. 황새벽이 그냥 요리할 때 너그러워지는 것뿐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음식을 하고 나니 슬슬 열두 시였다. 심심할 막내즈를 위해 음료수도 종류별로 사 왔다. 내가 막내들에게 말했다.

“형들 취하면 방에 버려줘.”

그러자 민지호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냥 거실에 버리고 우리가 방에 들어가면 안 돼?”

……합리적인데?

“응, 그렇게 하자.”

나는 대답한 후 거실에 놔둔 상 앞에 앉았다.

특별히 뭐 술을 따라주거나 하지 않고, 자기 술은 자기가 고르고 따라서 마시기로 했다. 애초에 다들 술보다는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떡볶이 미쳤다. 뭐지?”

“올해 먹은 떡볶이 중에 제일…… 아, 올해 첫 떡볶이구나. 작년 포함해서 제일 맛있어.”

“빨리 튀김도 칭찬해. 내가 했으니까.”

“튀김도 맛있어.”

“이쁘게 잘 튀겼다.”

우리는 시끌시끌 떠들며 먹고, 또 먹고, 또 먹었다.

그리고 배가 슬슬 부르기 시작한 후에야 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취했을 때, 나는 박중운 매니저에게 빌린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들었다. 1월 1일에 딱 한 대. 미리 그렇게 약속을 했었다.

“나갔다 올게.”

금연 아파트기도 하고, 술도 깰 겸 박중운 매니저와 잠깐 밖으로 나가 보니 눈이 오고 있었다. 새벽이라 길에는 아무도 없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만 있었다.

나는 빈 골목에 서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술기운이 도는 몸에, 영하의 온도 속에서 입술에만 따끈한 게 닿고 나니 긴장이 확 풀어진다. 반년 만에 담배를 피우니까 너무 좋아서 욕이 나왔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와, 뭐야.”

내 말에 박중운 매니저가 흐흐 웃었다. 흡연인이니 내 감상이 공감 가는 모양이다.

나는 한 모금 만에 담배를 바로 껐다. 박중운 매니저가 기겁해서 말했다.

“왜, 뭐 해?”

“이거 다 피우면 아예 못 끊을 것 같아서. 그냥 평생 안 피울래.”

내 말에 박중운 매니저가 혀를 찼다.

“지독하다. 반년 만에 피운 담배를 한 모금 만에 끌 수가 있냐, 사람이.”

“그니까. 그게 되네.”

의지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중독이 너무 잘되는 성향이라 그런 것 같다. 노래를 더 잘하고 싶다. 더 많은 곡을 쓰기 위해, 체력도 좀 더 좋았으면 좋겠다. 피부도 잘 관리하고 싶다.

나에게 태어나 줘서 고맙다는 말을, 팬들에게 더 오랫동안 듣고 싶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 당장 담배를 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박중운 매니저가 말했다.

“먼저 들어가.”

“눈 구경 좀 하지 뭐. 천천히 피워.”

나는 말하고 나서 점퍼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스물한 살이네.”

“좋겠다.”

박중운 매니저의 대답에 나는 흐흐 웃었다.

숙소로 돌아가 보니 멤버들이 그사이에 슬슬 취하고 있었다. 막내즈는 평소보다는 웃긴 형들을 보며 낄낄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히려 술 마시는 사람보다 맨정신인 사람들이 빨리 잠들어 하나씩 방으로 들어가고 성인이 된 넷이 마저 술을 마셨다.

나는 술 게임을 진짜로 싫어하는데, 안주원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해주다가 계속 져서 술을 엄청 많이 마셨다. 이게 회식인지, 즐겁자고 먹는 건지 슬슬 헷갈릴 즈음 나는 만취해서 상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쟤는 술버릇도 뒷정리네.”

황새벽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말해서 내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평소에 너무 정리가 하고 싶은데 억눌려 있거든. 이 정신 없는 숙소를 봐라…….”

먼지가 쌓여 있거나 한 건 아닌데, 짐이 너무 많다 보니 물건이 사방에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곧 있으면 이사를 할 테니 그건 다행이다.

나는 상 위를 정리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막내들 보고 싶어.”

“어, 나도.”

황새벽이 날 따라 일어났다. 오늘만 막내들이 안방에 모여 자기로 해서, 안방 문을 열어보니 방주인인 민지호는 오히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고, 나머지 둘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나는 취하긴 해서 자꾸 기울어지는 고개를 문틀에 기대고 말했다.

“아, 내 새끼들 귀여워.”

그러자 신지운이 대꾸했다.

“여기 네 새끼가 어디 있어.”

“네 새끼? 니? 니이?”

내 말에 신지운이 바로 가벼운 무릎을 꿇었다.

“어휴, 취해서 안주원인 줄 알았어.”

“무릎 참 가볍다……. 애초에 이게 다 안주원이 그라데이션이라 그래.”

그렇게 시비를 걸자 안주원이 대꾸했다.

“빠른의 고통을 아냐. 한 살 올리면 올린다고 뭐라고 하고, 내리면 어린 척한다고 뭐라고 하고…….”

그렇게 말하는 게 불쌍해서 이번에는 황새벽에게 화살을 돌렸다.

“네가 정리를 잘해줬어야지.”

“네가 했어야지. 없었잖아.”

“…….”

엇. 갑자기 내가 원흉이 되네.

신지운이 덧붙였다.

“2년 동안 방에 있어서 시간 X나 많았을 텐데 연락을 다 씹더라.”

얘네 술도 마셨는데, 이러다 한 대 맞는 거 아닌가 진지하게 염려하고 있을 때 착한 안주원이 말했다.

“그래도 어쨌든 나왔잖아.”

“맞아, 어쨌든 나왔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멤버들이 좀 웃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 얘기는 술 마시면 매번 끌려 나올 것 같다. 하, 벌써 피곤하네.

다시 거실로 돌아와서, 좀 진지해진 분위기 속에서 신지운이 안주원에게 물었다.

“너 연기할 거냐?”

“……너무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거 아니야?”

“뭐 어려운 거 물어봤다고 되물어봐.”

“지금은 모르지. 상황 봐서.”

안주원이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더니 황새벽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랑 몇 달씩?”

“아, 하긴.”

그 말에 우리는 넷이 동시에 낄낄거렸다. 취하긴 했나 보다. 별것도 아닌 게 웃기다.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황새벽이 중얼거렸다.

“우리 1년 반 뒤에도 같이 갈 수 있겠지?”

그 말에 신지운이 현실적으로 대답했다.

“우리가 다 많이 양보하면, 할 수 있지.”

그러자 황새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내가 잘할게. 많이 양보해서라도 우리 팀에 남고 싶게.”

맨정신이라면 절대 안 할 말에 우리는 황새벽이 취했다고 확신했다. 황새벽이 날 보며 말했다.

“근데 어차피 네가 곡 좋은 거 뽑아주면, 그것 때문에 퍼스트라이트에 남을걸?”

그 말에 내가 대답했다.

“하긴, 배신자한테는 곡 못 주지.”

그러니까 멤버들이 낄낄거리고, 안주원이 말했다.

“그 말이 제일 무섭네.”

* * *

“……이 형들 밤에 뭘 했을까?”

박선재가 거실에서 잠든 형들과 가운데 놓인 종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한효석이 같은 걸 내려다보며 말했다.

“전혀 모르겠는데.”

낙서로 가득한 종이 중에 한 장만 안주원이 깔끔한 필체로 써놨다.

[배신자에게는 죽음뿐]

민지호가 그 종이를 들며 말했다.

“빨간 글씨로 썼어. 무서워…….”

“무섭다면서 그거 왜 붙여?”

한효석이 황당해하거나 말거나 민지호는 마약 금지 포스터 옆에 그 종이를 붙였다. 세 사람이 종이들을 살폈다. 대충 전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짐작이 갔다.

“근데 이건 뭐야? 저주야?”

박선재가 ‘사랑해’라고 여러 번 쓰인 종이를 들고 말하니까, 개중 제일 먼저 깬 안주원이 말했다.

“아, 그거. 새벽이가 취해서 계속 사랑한다고 해서 말하지 말고 쓰라고 했어.”

“저 형이 사랑한다고 했다고? 진짜로? 나도 새벽이 형이랑 술 마실래.”

박선재는 말하며 황새벽을 깨우고, 민지호가 신나서 물었다.

“다른 형들 술버릇은? 안 찍어놨어?”

“다 취해서 찍을 정신이 없더라. 해원이는 습관적으로 정리하고, 엄청 치대고. 지운이는 옛날 성격 나오고, 나는…….”

안주원의 말을 끊고, 담요 속에 머리를 파묻은 신지운이 말했다.

“계속 먹여. 웃는 미친놈이야.”

그리고 억지로 몸을 일으킨 후에, 나머지 둘도 깨웠다. 황새벽은 아예 일어날 의지도 없어 보여 본인 방에 질질 끌어다 놓고, 정해원도 욕을 하며 일어나서 안주원을 보고 중얼거리며 다시 쓰러졌다.

“아니, X발, 저 새끼는 왜 멀쩡해…….”

“숙취가 없는 편인가 봐.”

안주원이 하하 웃으며 말하자 정해원이 방석을 집어 던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표정을 구기며 허공을 보더니 멤버들에게 물었다.

“지금 위기가 생길 만한 일이 뭐 있지?”

“1월 1일이니까…… 열애설?”

박선재의 대꾸에 정해원이 급하게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딱히 기사가 없는 걸 알고 안도했다.

“하긴, 이건 극복의 문제가 아니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언제라도 튀어 나가기 위해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하던 정해원은 곧 나란히 붙은 마약금지, 배신금지 포스터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아니, 이게 아이돌 숙소야, 흥신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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