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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84화 (84/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84화

정해원이 급히 숙소를 나가는 소리에, 방에 죽어 있던 황새벽이 일어났다.

함께 회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팀의 막내 박선재는 황새벽이 점점 더 리더의 모습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 연습실에 모여 앉아, 민지호가 말했다.

“해원이 형, 사장님이랑 무슨 얘기 할까?”

그러자 한효석이 대꾸했다.

“신년 인사.”

“그렇게까지 예의 바른 형은 아닌데.”

“생각나는 게 없었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둘을 보던 박선재가 중얼거렸다.

“끝나고 알아서 다 말해주겠지. 배신자는 죽음뿐이니까.”

그 말에 한효석과 민지호가 번갈아 말했다.

“박곰돌이다.”

“곰은 사람을 찢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숙취를 못 견디고 연습실 바닥에 누워 있던 황새벽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더니 ‘왜’, ‘어’ 두 글자를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박선재가 물었다.

“누구야?”

“정해원. 작업실에 있대.”

그렇게 말하며 작업실로 향했다.

박선재도 황새벽을 따라 작업실로 가보니 문 너머에 정해원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저 형 일찍 죽겠지?”

박선재가 중얼거리자 황새벽이 시크하게 대답했다.

“원래 저런 놈들이 제일 오래 살아. 네 장례식에도 올걸.”

그리고 작업실로 들어가 물을 넘겨줬다.

박선재는 문밖에서 잠시 상태를 보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소파 가운데 앉아 있는 정해원을 밀며 말했다.

“아, 좀 비켜봐 봐.”

그러자 정해원이 힘으로 버텼다. 삐쩍 마른 것에 비해서는 힘이 좋은 편이지만, 박선재도 곰돌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낄낄거리며 힘겨루기를 하다가 정해원이 비켜주며 소파에 두 사람이 앉았다.

옆에서 걱정해 주는 것보다, 이렇게 장난을 걸어야 더 금방 회복하는 형이라는 걸 박선재는 어느 정도 파악했다. 예상대로 금방 죽을 것 같던 정해원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여전히 창백하긴 하지만 그건 술 때문일 것이다. 나머지 형들도 반은 시체처럼 보였으니 뭐…….

멤버들이 모이자 정해원이 입을 열었다.

“전해줄 소식이 있는데. 듣기에 따라서 좋은 소식일 수도 있고, 나쁜 소식일 수도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해석해.”

그러더니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말을 이었다.

“일단은 VMC가 TRV를 인수하려고 하거든.”

“뭐!”

민지호가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정해원이 말했다.

“이건 별로 안 중요하고.”

“이게 어떻게 안 중요해?”

“이제 중요한 건, 부대표가 팔기 전에 회사에 돈이 많이 돌게 하려고 퍼라한테 지원 빵빵하게 해주고, 유명한 프로듀서에 무대 지원에 막 하려고 해서.”

“해서?”

안주원이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준 후 정해원이 말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내가 프로듀싱할 거고, 지원도 해주지 말라고 했어. 자, 이제 긍정적으로 각자 해석해.”

“……응?”

흥분했던 민지호가 못 알아듣고 멈칫해서, 정해원이 부대표와 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요약하면, 퍼스트라이트가 너무 뜨면 오히려 VMC가 TRV를 인수할 이유가 없으니 자기가 소소하게 프로듀싱해서, 적은 팬을 유지하며 그 적은 팬들에게 굿즈로 돈을 얻겠다, 는 설득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굿즈도 너무 많이 내려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한번 설득해 볼게.”

정해원이 설명을 마치고 표정을 살폈다.

정해원은 뮤직비디오, 무대에도 돈을 많이 못 쓸 것이고, 의상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데 중점을 뒀지만 듣는 멤버들의 머릿속에는 VMC가 이 회사를 인수하려 한다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정작 정해원은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다들 대답이 없으니 정해원이 말을 이었다.

“VMC에 가면 ‘소년들’을 재결합하려고 할 거고, 그럼 내가 빠지잖아? 그럼 안 되니까 그전에 최대한 우리가 퍼스트라이트를 띄워서 사람들이 응? 쟤네 퍼스트라이트인데 왜 다른 애들이랑 있어?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지. 그러려면 내 생각에 돈은 없지만 반년에 잘 만든 미니 두 개는 내야 할 것 같아. 쉴 시간이 없어. 할 거지? 그치? 날 챙겨줘야지. 옷에 구멍 나면 기워 입자. 그리고 내 생각에 사람들이 우리를 최대한 많이 알게 하는 데는 예능만 한 게 없는 것 같아. 근데 너희가 예능에 나가면 입을 아예 안 열잖아? 자컨을 많이 살려보자.”

많이 불안했는지 숨은 쉬나 싶게 떠들자 황새벽이 박선재에게 말했다.

“거봐, 쟤 오래 살 거라고 했지?”

“어휴…….”

박선재가 어른처럼 한숨 쉬자, 정해원이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도 내가 갔다 와서 다행이지, 황새벽이었으면 부대표 한 대 쳤을 듯.”

그러자 신지운이 중얼거렸다.

“새벽이 형이 갔으면 내 속은 시원했겠네.”

그 말에 안주원이 대답했다.

“그래도 아이돌이 사람을 패면 안 되잖아.”

“리더는 그래도 돼.”

“그럼 네가 제일 먼저 맞지 않았을까.”

그 말에 신지운이 잠깐 생각하더니 황새벽에게 말했다.

“아이돌이 사람을 패면 안 돼.”

“내가 사람을 때릴 체력이 없는데 무슨 소리야.”

황새벽이 말하고 숙취 때문에 의자에 뒤로 기대 다시 골골거리자 정해원이 말했다.

“해장하면서 마저 얘기하자. 짬뽕시켜 먹을까?”

그러자 황새벽이 바로 눈을 떴다.

“어, 내가 지금 뭐가 먹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짬뽕라면이었어. 먹으러 가자.”

“가자고?”

“어, 가까워. 걸어서 20분만 가면 돼.”

그러더니 멤버들을 다 일으켜서 라면을 먹으러 이동했다.

* * *

라면은 맛있었고, 맵긴 했지만 해장은 확실하게 됐다. 아니면 그냥 입이 마비되어 아무것도 못 느끼고 있거나…….

아무튼 황새벽은 회사가 있는 광화문 근처 맛집은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대단하다.

라면을 먹으며 회의해 보니, 멤버들은 ‘VMC가 인수하려 한다’는 부분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우리 이제 투자 많이 못 받을 거다, 라는 말은 거의 흘려듣는 것 같았다. 컴백 준비를 해보면 알겠지. 우리가 활동하는데 돈이 얼마나 미친 듯이 들고 있었는지.

그리고 다음 날인 오늘까지는 휴식일이라, 나는 휴가에 개인 활동을 처리하기 위해, 빅 블루의 소속사인 폼다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현재 동시 사용 가능한 룰렛은 2개입니다]

[등록할 룰렛을 선택하세요 (택2)]

[(일상) 실버 룰렛]

[(히트곡 메이커)의 레드 룰렛]

[(슈퍼 아이돌)의 퍼플룰렛]

어제는 나의 약한 멘탈이 너무 흔들리고 있어서 제대로 못 봤다.

일단 작곡 룰렛은 너무 필요했으니까 바로 고르지만, 나머지 하나는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체력이나 정신을 회복해 줄 룰렛도 너무 필요하지만, 슈퍼 아이돌 룰렛도 뺄 수 없으니까.

[(히트곡 메이커)의 레드 룰렛을 선택합니다]

[프레젠테이션 기술 B

탑라이너 B

L급 히트곡 제작 확률 0%

S급 히트곡 제작 확률 0.1%

A급 히트곡 제작 확률 5%

B급 히트곡 제작 확률 20%

C급 히트곡 제작 확률 60%]

[‘올해는 만나자(가제)’의 히트 확률을 계산합니다]

[확인 중…….]

[확인 중…….]

[‘올해는 만나자(가제)’

(빅 블루)

S급 히트 확률 20%

A급 히트 확률 50%

B급 히트 확률 100%

(퍼스트라이트)

A급 히트 확률 8%

B급 히트 확률 50%

C급 히트 확률 80%]

허허허허…….

그니까, 똑같은 곡을 빅 블루가 불렀을 때와 우리가 불렀을 때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건가 보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빅 블루가 부르면 망하고 싶어서 몸부림을 쳐도 B급 히트는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아무리 잘돼도 A급 히트.

그나저나 A급 히트라는 게 뭐지?

“불을 켜는 어느 정도 히트야?”

“네?”

운전하던 강영호 매니저가 돌아봐서 내가 대꾸했다.

“제가 아직 술이 덜 깨서 혼잣말을 좀 많이 할 것 같아요.”

“아. 네. 못 들은 척할게요.”

내가 아무리 치대도 절대 말을 안 놓아서 여전히 거리감이 있는, 강영호 매니저가 상쾌하게 대답하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어쨌든 쪽팔림을 무릅쓴 보람이 있었다.

[‘불을 켜’의 히트 기록이 없습니다]

나는 충격과 함께 어이없어서 실소가 나왔지만, 일단 넘어갔다.

“아침만 기다렸어는?”

[‘아침만 기다렸어’는 C급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불을 켜’보다 ‘아침만 기다렸어’가 실시간 차트 100위 안에서 좀 더 오래 버틴 건 사실이지만, 히트 수준이 다르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팬들에게 좀 더 ‘퍼스트라이트’를 파격적으로 알린 건 ‘불을 켜’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게 있다면 ‘불을 켜’가 디지털 싱글이라 앨범이 없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침만 기다렸어’는 이제 10만 장 정도가 나갔다. 앨범 판매량이 히트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면, 빅 블루처럼 초동 100만 장을 넘겨본 기록이 있는 팀에게는 내가 만들어도 B급 히트가 기본이 되는 모양이다.

초동 100만 장인 팀한테 곡을? 내가?

그렇게 생각하니 좀 심장이 떨리다가, 좀 더 생각해 보니 나의 제작 확률과 퍼스트라이트가 불렀을 때 히트 확률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는 건.

……이미 곡을 좀 잘 뽑았다는 건가? 히히.

빅 블루의 이준희가 곡을 거절하면, 우리 팀이 가져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X다피…… 아니, 폼다피에 도착했다. 아이돌보다는 배우 매니지먼트에 가까워서인지, 입구부터 내가 가본 아이돌 소속사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앨범 대신 영화, 드라마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부터, 이 소속사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게다가 분위기도 무슨 인테리어 회사 쇼룸 같은 분위기였다.

이준희는 OTT 플랫폼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를 촬영 중이라, A&R 직원 두 사람이 마중을 나왔다. 나는 A&R들을 따라 걸어가며 말했다.

“회사 분위기가 진짜 달라요. 우린 복도 벽에 핑크색 트랙 조명 있는데. 꿈과 환상의 나라처럼.”

내 말에 A&R 직원들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렇게 사소한 이야기로 어색함을 풀며 빈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도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거기서 A&R 직원들과 곡 설명과 편곡 방향, 추후에 있을 프로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서 음악을 들었다. 음악이 끝나고, A&R 직원이 잠깐 생각하더니 자기들끼리 잠깐 회의실을 나가 이야기를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A&R팀에서 좀 더 상의하고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아, 네. 그럼요.”

“죄송해요.”

회의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났고, A&R 직원이 죄송하다는 말로 그 회의를 끝낸 것도 뭔가 찝찝했다.

……이거 혹시 조심스럽게 거절한 건가?

나는 생각하며 찝찝한 상태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는 휴일을 보낸 멤버들이 거의 다 돌아와 있었다. 민지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이렇게 빨리 와?”

“……까인 거 같은데?”

“어어? 거의 다 진행된 거 아니었어?”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 곡 좋은데.”

“형은 형이 작곡한 거 다 좋아하잖아.”

“응. 내 취향이니까.”

그러자 안주원이 말했다.

“뭐 어때. 까이면 우리가 부르면 되지.”

“그치?”

믿는 구석이 있어서 좋다. 히히.

나는 회의가 끝나면 멤버들에게 곡을 들려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다들 모인 거실에서 데모를 들려줬다.

멤버들이 주의 깊게 듣는데 표정이 밝았다가 어두워졌다.

“……진짜 까인 거면 좋겠다. 우리가 하게.”

“내 말이!”

“근데 이게 까였을 리가 없는데…….”

멤버들의 중얼거림에 나의 자신감은 팍팍 되돌아왔다.

그때 처음부터 끝까지 묘한 표정으로 곡을 듣던 신지운이 말했다.

“……이거 나 전 소속사 갔을 때 들었는데?”

응? 이게 뭔 소리야.

……정초부터 액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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