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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85화 (8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85화

“들어요? 이걸요?”

한효석이 묻자 신지운이 대답했다.

“응. 편곡은 다른데, 이거야. A&R팀이 듣는 거 회의실 지나가다 들었어.”

그 말에 박선재가 의심스럽게 물었다.

“……형, 그 회사 보안 괜찮아?”

“우리 회사 원래 아티스트한테는 아무런 제재도 안 하잖아.”

“그니까. 보안 안 괜찮네.”

“막 괜찮진 않지.”

신지운이 수긍했다.

내가 푼 적이 없는 데모가 어떻게 다른 회사 A&R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신지운의 회사에 들어갔다는 건, 폼다피 A&R에게도 갔을지 모른다.

황새벽이 말했다.

“폼다피에서도 백퍼 들었지. 아니면 이 곡이 까일 리가 있나.”

그 말에 멤버들이 동의해서 나는 웃음이 나왔다.

“너네 참 내 노래 좋아한다.”

내 말에 신지운이 대꾸했다.

“다 좋진 않아.”

“맞아, 아직 그 정돈 아니야.”

민지호가 옆에서 맞장구쳤다. 하, 이 새끼들. 그래도 내가 헤맬 때 이 은근 냉정한 둘이 꽤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어쨌든 이 말을 듣고 나니까 어쩌면 X다피 엔터도 내 곡이 후져서 깐 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신지운에게 물었다.

“나 티케 엔터 A&R 전화번호 좀 받을 수 있어?”

“거긴 내가 할게. 형은 폼다피에 해봐.”

“아, 어, 땡큐.”

신지운이 티케 엔터로 전화하는 사이, 나는 폼다피 엔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폼다피의 A&R이 전화를 받은 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제 곡 전에 이미 들어보셨어요?”

-네? 아…….

확실하게 대답을 못 하는 걸 보니 그게 맞는 모양이다.

와씨, X 될 뻔했다.

그나마 미리 알았으니 다행이지, 이대로 곡을 그냥 퍼스트라이트가 녹음까지 해버렸으면 안 좋게 될 뻔했다. 티케 엔터의 후진 보안이 도움이 됐다.

만약에라도 다른 팀에서 먼저 준비해서 나와버리기라도 했으면, 나는 일을 키워 스트레스를 받느니, 조용히 내가 가진 음원을 폐기했을 것이다.

나는 빙빙 말을 돌리는 폼다피의 A&R에게는 더 얻어낼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빅 블루의 이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다려도 안 받아서 촬영중인가, 했더니 끊고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국제 전화라 아직 가벼운 후배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모양이다. 뭐 계약금 덕에 그렇게까지 가볍지는 않지만 소시민의 지갑이기는 하니까. 국제 전화…… 누나한테도 내가 걸어본 적은 없긴 하다.

“바쁘세요?”

-지금은 괜찮아요.

“그, 저 오늘 폼다피 A&R분들이랑 회의를 했는데요. 작은 문제가 생겨서요.”

생각하기에 따라 클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나는 말을 이었다.

“곡이 어디서 유출이 됐나 봐요. 오늘 A&R분들이 곡 받고 반응이 안 좋아서, 멤버들 들려줬더니 한 명이 다른 회사에서 들었대요.”

내 말에 이준희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작은 문제는 아니네.

“사실 그렇습니다……. 저는 나름 보안을 신경 쓰고 있어서요, 아무래도 회사 내부에서 유출된 것 같아요. 아, 이형이 형한테도 물어보긴 할게요. 아무튼, 제 거예요, 이 곡.”

-알아요. 초기 컨셉부터 받았으니까.

이준희가 골치 아픈지 한숨을 쉬었다.

지난번에 봤을 때는 그냥 멋진 연예인의 느낌이었는데, 같이 일을 하려니까 은근 무서웠다. 이준희가 말했다.

-그럼 그 유출된 데모, 누구한테 받았는지 들었어요?

“그걸 말을 안 해주셔서 형한테 전화했어요. 죄송합니다.”

-왜 죄송해, 피해잔데. 알았어요, 회사에 전화해 보고 다시 전화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자, 자기 회사 A&R과 전화하고 온 신지운이 나에게 와서 말했다.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대.”

“너한텐 말해줬어?”

“응? 응.”

아무리 엔터마다 분위기가 다르다지만 티케 엔터는 너무 아티스트를 떠받든다. 나는 전화해도 모든 대답을 회피하던데, 티케 엔터는 신지운이 전화를 걸자마자 술술 다 말해준 걸 보니.

내가 되물었다.

“아무튼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는 게 무슨 말이야?”

“데모를 보낸 메일에 적힌 번호로 연락해 봤는데, 이름, 번호 다 가짜였대.”

“……이제 연락해 봤다는 건 내 곡이 까였었다는 거네?”

A&R은 떨어진 데모의 작곡가들에게 일일이 이게 왜 떨어졌는지를 설명해 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떨어졌다는 연락도 대부분 안 한다.

라고 양이형에게 들었었는데, 나는 인맥으로 A&R에 막 곡을 밀어 넣었으니까 그 떨어지는 느낌을 지금껏 잘 몰랐다.

“형, 지금 그게 중요하니?”

“그럼 작곡가한테 곡 까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 있냐.”

“형 작곡가 아니고 아이돌임.”

하긴…….

내가 그 사실에 위로받고 있을 때, 신지운이 말을 이었다.

“애초에 가사랑 멜로디 비슷한 것 빼고는 곡 진행도 편곡도 완전히 달랐어.”

“그래? 그럼 그렇지.”

“……형은 가끔 보면 자기애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있다고 봐야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이준희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전화를 받고 말했다.

“전화비 아까우니까 영상 통화하시면 안 돼요?”

이준희가 흐흐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우면 그럴게. 지금 A&R에 전화해 보니 연락처가 가짜라는데요.

“그래요?”

그럼 진짜 말 그대로, 나 X 되라고 본인에겐 이득 될 것도 없는데 데모를 온갖 회사 A&R에다 뿌렸다는 건데. 물론 요즘 내가 약간 적을 만들고 다니긴 했지만…….

그나저나 빅 블루가 굳이, 모처럼 하는 활동을 이미 온갖 소속사 A&R들에게 뿌려진 곡으로 할까, 싶다. 그것도 내가 직접 뿌린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먼저 뿌려버린 곡을. 도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아마 우리 회사 A&R도 필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아이돌의 곡으로서의 생명은 죽었다고 봐야 했다.

이제부터 유출한 사람을 찾는 것과 별개로, 이 곡은 이제 나 혼자 듣는 곡으로…….

-아무튼 해결됐으니 데모 멤버들에게 보내줘도 괜찮죠?

이준희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

“네? 굳이 유출된 곡을 쓰실 필요가…….”

-유출됐으니, 빨리 픽스해야죠.

방어적으로 된 나와 달리, 일상적이고 여유로운 대답이었다.

데뷔 10년 차가 넘어가면 이런 여유가 생기는 모양이다.

* * *

빅 블루의 이준희는 정해원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어차피 유출된 음원이니 그냥 빅 블루 멤버들이 있는 단톡방에 뿌렸다.

다들 바빠서 마지막 연락이 한 달 가까이 전이었다.

[곡 받았는데 같이할 멤버 구함]

그러자 생각보다 빠르게 나머지 4명의 멤버 모두 글을 읽었다.

“……생각보다 한가하네.”

이준희가 중얼거리며 시계를 확인했다. 곧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한 명에게라도 답이 오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3분 4초짜리 곡이니 넉넉잡고 5분은 걸리리라 여겼으나, 30초도 되지 않아 한 명이 답했다.

[박민하 형 : 나 함]

[곡은 들었냐]

[박민하 형 : 들을 상황 아닌데]

[박민하 형 : 네 귀를 믿어ㅋㅋㅋ]

다행히 박민하를 제외한 나머지는 곡을 다 듣고 답을 보내왔다.

[빅 블루 대장(최정민) : 곡 뭐야 누구한테 받았어?]

[후배. 내 인맥]

[빅 블루 대장(최정민) : ……네가 작곡가 인맥 만들 시간이 있어 지금?]

[유찬희 : 나도 할래. 아니, 근데 지금 한다고 안 하면 빼고 가?]

[어]

[박민하 형 : 이주니 성격이면 그러고도 남아]

[다니 형(다니엘 서) : 나도 할래!]

[빅 블루 대장(최정민) : 아니 근데]

[빅 블루 대장(최정민) : 얘들아, 곡은 다 들었어?]

[빅 블루 대장(최정민) : 다 바쁘다더니 한가해?]

[빅 블루 대장(최정민) : 잠깐만 나 촬영 끝나고 듣고 옴 나 빼고 아무것도 하지 마]

[나도 촬영]

걱정 많은 리더를 제외하고는 역시 예상대로 듣자마자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준희가 촬영을 하고 돌아오니 빅 블루의 리더 최정민도 곡을 들은 후였다.

[빅 블루 대장(최정민) : 준아, 이거 처음부터 우리 위해서 쓰인 곡이네?]

[응]

[빅 블루 대장(최정민) : 나 울었다. 곡도 좋은데 우리랑 팬들 이야기라서…… 내가 그동안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하다…… 그리고]

[유찬희 : 나도 울었고 형 마음 다 알았으니까 요약해서 말해 제발]

[빅 블루 대장(최정민) : 미안해…… 진행병이 생겼어…….]

[다니 형(다니엘 서) : 아오 정민아 할 거야 말 거야 그걸 말해!!!]

[박민하 형 : 다니 형이 답답해할 정도면 진심 개답답한 거다 정민이 형ㅋㅋㅋㅋㅋㅋㅋㅋ]

[빅 블루 대장(최정민) : 아 해야지 당연히. 하자. 가보자! 이 곡 참 좋다! 꼭 하자!]

[형 한 번만 말해도 알아들어]

[빅 블루 대장(최정민) : 네…….]

이준희는 무뚝뚝하게 답장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거봐, 곡 좋으면 뭉친다니까.”

유출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하기로 했다. 지금 바로 해결할 테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악의적으로 데모가 뿌려진 걸 보니, 정해원은 적이 많은 것 같았다. 좀 능구렁이 같아서 그렇지, 나쁜 사람 같진 않던데. 무엇보다 잠깐 본 사람이지만 절대로 놓치면 안 되는 인맥이라는 확신을 줄 정도의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했다. 그 바쁜 연말 스케줄 속에서도 언제까지 뭘 주겠다고 하면, 반드시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작업물을 보냈으니까.

이번 곡이 잘되든 그렇지 않든, 관계를 이어갈 생각이 있었다. 언젠가 곡 받기 어려울 정도의 거물이 돼도 곡을 받을 수 있게.

* * *

회사에서도 어느 쪽으로 유출이 되었는지 파악에 들어갔고, 나는 회사와는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일단 범인을 소년들의 최윤솔, 내가 가장 의심하는 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멀쩡한 사람 모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영호 형. 혹시 윤솔이 알아요?”

해보려고 했는데, 내가 좀 떠보는데 약한 것 같다.

그냥 바로 건넨 질문에 강영호 매니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소년들 멤버분이요? 당연히 알죠.”

“뭐 개인적인 친분은 없구요?”

“전혀 없어요. 왜요?”

“……그냥요.”

막 던졌더니 수습이 안 돼서, 일단 사람들이 날 좀 불쌍해한다는 걸 이용해 울적한 표정을 지으니까 예상대로 강영호 매니저가 알아서 같이 울적해졌다.

“혹시 VMC에 인수되면 매니지먼트 팀이 소년들만 챙길까 봐요?”

오우, 그 해석 좋다.

“아, 네. 그거요.”

“그전에 제가 정리되는 걸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이고. 그것도 그렇다.

TRV가 VMC에 인수되면, 여기서 정리될 직원이 있을 것이다. 그게 누가 될지 모르니, 다들 불안할 테고.

내가 울적해진 강영호 매니저에게 말했다.

“아, 형. 왜 우울해해요, 우리 같이 가야죠.”

“……그쵸? 같이 가요, 해원 씨!”

멤버들과 전체적으로 거리를 두는 사람이라 제일 먼저 의심했는데, 지금 얘기해 보니 그냥 덜 사교적인 사람 같다. 허허. 어쩐지 우리 멤버들은 다 좋아하더라.

강영호 매니저 외에 그나마 내 맥북에 접근이 쉬운 사람은 박중운 매니저인데, 늘 날 잘 챙겨주는 박중운 매니저가 유출했을 리는 없다. 내가 멘탈이 나갔을 때, 멤버들보다 더 마음 편하게 무너져 있을 수 있는 것도 박중운 매니저였다.

그럼 또 누가 작업물에 접근이 가능한가, 고민하는데 내 작업실로 박선재가 들어왔다.

“형!”

강영호 매니저가 알아서 자리를 피해준 후 박선재가 나한테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거 영상 봐봐.”

“뭔데?”

나는 박선재의 핸드폰을 받았다.

방금 끝난 이준희의 라이브 방송을 편집한 영상이었다. 내 핸드폰을 보니, 나도 이준희의 방송 알림이 와 있었다.

나는 다시 박선재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15분 전 영상인데 조회 수 뭐야…….”

나는 모처럼 이준희의 영향력을 실감하며 영상을 봤다.

라이브 방송 중, 이준희가 무심코 내가 보낸 곡을 흥얼거려 스포하고 멈칫하더니 말했다.

-스포? 무슨 스포. 아니야.

유출된 데모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먼저 공개를 해버린 것이다.

“……준희 선배님 진짜 연기 잘하신다.”

“그치, 아무래도 연기자니까…….”

박선재의 말에 나도 공감하며 대답했다.

빅 블루의 컴백을 5년째 기다리던 팬들에게 흘러나온 컴백 스포.

당연히 빅 블루의 팬은 물론, 대중들까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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