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00화
[오늘 찾아가는 일꾼 게스트 누구냐?]
[↳퍼스트라이트]
[↳↳아 걔네 일 안 할 것 같은데]
[↳↳양아치들 모아놓은 것 같음]
곧이어 방송이 시작되고, 멤버들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나왔다.
[양아치 모아놓은 거 맞는데?]
[X나 가오 잡네]
마지막으로 정해원이 내리며 촬영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애들이 인사했죠?”
“네, 했어요.”
“죄송해요, 저희가 저 빼고 다 I거든요. 나쁜 애들은 아니에요.”
[지X하네ㅎ]
[시작부터 쌔빠지게 포장하네]
낯가림을 믿지 않던 시청자들은 정해원이 구호를 해도 되냐고 묻고, 리더 황새벽이 구호를 하려고 멤버들을 부르려다 타이밍을 놓치고 내리는 손을 확대한 리플레이 편집에서 서서히 그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X 진짜 타이밍 놓쳤엌ㅋㅋㅋㅋㅋ]
[소심하게 내리는 손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렇게 빡세게 생겨서 왜 저러는 거냐]
그리고 정해원이 멤버들을 한 명씩 부지런히 소개하는 장면이 나왔다.
농담과 놀림과 자랑을 섞어가며 멤버를 소개하는 장면에 최정민과 강대형이 양쪽에서 낄낄거리고, 시청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국혐 예능캐네ㅋㅋㅋㅋ]
[↳국혐이라고 하면 팬들 온다]
[↳↳ㅅㅂ 그럼 뭐라 부름]
[↳↳↳그것까지 알려줘야 되냐?]
초반부터 낯을 가린다는 캐릭터가 잡혀, 팀이 나뉜 멤버들이 서먹해해도 전부 캐릭터적으로 소화되며 넘어갔다.
[저렇게 하나같이 낯을 가릴 수가 있나]
[↳퍼라가 원래 E 하나에 I 여섯인 그룹이거든요…….]
[↳↳그 와중에 인사는 또 열심히 하네요ㅋㅋㅋㅋㅋㅋ]
[↳↳↳인사도 안 하면 그냥 싸가지없는 애들이니까요…….]
[캬 최정민은 이제 인력소 차려도 될 듯]
[↳이번에 앨범 안 냈으면 아이돌인 거 잊어버릴 뻔했네요ㅋㅋㅋㅋㅋ]
[↳↳우리 딸도 최정민이 아이돌 출신인 거 모르더라구요]
[↳↳↳출신 아니고 지금도 아이돌이에요…….]
[근데 최정민이 저 말 많은 멤버 진짜 이뻐하네요]
[↳이번 타이틀 작곡가거든요]
[↳↳네??????]
[↳↳↳이거 진짜임ㅋㅋㅋㅋㅋㅋㅋㅋ]
[↳↳↳↳워씨 다시 보이네]
장소를 이동해 팀이 나뉜 후, 방송의 꽃인 요리팀이 등장했다. 황새벽이 고기양을 가늠해 보더니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모자랄 것 같은데. 라면 충분히 있죠?”
그러자 뚱한 성격의 김수경이 힐끔 보고 대꾸했다.
“충분히 있지. 근데 그거 보기보다 양 많아.”
“저희 멤버들이 좀 많이 먹어요.”
“그거 다 먹으면 좀 많이 먹는 수준이 아니지.”
“아…….”
황새벽이 수긍하고 대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다시 신중하게 돈가스용 고기를 두들기고 있을 때, 간이 주방에 정해원이 들어섰다. 그리고 힐끔 안을 둘러보더니 다시 나갔다.
그러자 김수경이 말했다.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딱 저러는데.”
“방마다 확인하죠? 사람들 잘 있는지.”
“강아지 키웠어?”
“네, 저 데뷔할 때쯤 할머니였는데…….”
황새벽이 말을 하다 말자 김수경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 까미도 어르신이라 걱정이다. 밥을 안 먹어.”
“밥 안 먹을 때가 진짜 제일 슬퍼요.”
“그러니까. 삶의 의지가 없는 거잖아.”
“없는 거죠. 먹는 게 낙인데.”
“내 말이. 근데 혹시 너희 멤버 중에 육회 못 먹는 애 있니.”
“모르겠어요. 그냥 내려놓으면 없어져서 확인이 안 돼요.”
“아, 하긴.”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하마냐고ㅋㅋㅋㅋㅋ]
[김수경 동족 만난 표정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X나 내성적인데 죽이 잘 맞아ㅋㅋㅋㅋㅋ]
[퍼라가 전체적으로 일을 잘하네]
[↳착착 일 되는 거 쾌감]
[심지어 정해원도 겁나 시끄럽고 겁나 돌아다니는데 일도 X나 잘함]
[↳오일 넣는 부분 물 닦는 건 초심자는 아닌데…….]
[확실히 찾아가는 일꾼은 일 잘하는 게스트가 호감이네요]
[우리 부모님도 일 잘하고 잘 먹는다고 푹 빠져서 보고 계시네요ㅋㅋㅋㅋㅋ퍼라 입덕하실 듯ㅋㅋㅋㅋㅋ]
[멤버들이 하나같이 독기가 있어서 보기 좋아요]
[전 해원이란 멤버 나올 때마다 터지네요ㅋㅋㅋㅋㅋㅋ 저도 입덕하려나~]
[↳아니 근데 정해원 타임터너 있는 거 아닌가요 온 사방에서 나타나네]
[↳나중에 영입한 멤버라는데 퍼스트라이트 진짜 로또 맞았네요. I만 여섯 명 있었으면 심히 노잼그룹이었을 것 같은데]
[↳↳심지어 작곡도 하죠]
그리고 저녁 시간, 카메라가 통기타를 들고 후원 쪽으로 가는 정해원을 촬영하려 하자, 머뭇머뭇거리던 박선재가 메인 피디 쪽으로 다가왔다.
“아까요, 해원이 형이 저희 소개 다 해줬는데 해원이 형 소개는 못 해서 제가 지금 해도 돼요?”
“아, 하세요.”
그러자 박선재가 말했다.
“해원이 형은요, 본인은 이런 말 진짜 싫어하지만 작곡 천재구요. 일단 잘생겼고, 좀 차갑게 생기긴 했는데 사실 진짜, 진짜 착해요. 멤버들 있을 때는 엄청 외향적으로 보이는데, 멤버들 없으면 그렇게 좋아하는 무대도 좀 어려워해요. 그건 좀 컨디션 차이가 있긴 한데요.”
“그래요?”
“네. 근데 진짜 착해요. 녹음이나 연습할 때 성질이 드러워지긴 하지만, 그래도 착해요.”
[선재도 촬영 때 햇살이들이랑 똑같은 생각했구나 아까 햇살이들이 오늘 해원이가 멤버들 많이 찾는다고 카메라 공포증 심해진 것 같다고 얘기했잖아…….]
[↳이 얘기 밖으로 끌고 나가지 말아줄래 해원이 본인이 싫어하잖아]
[↳22 지워주라]
[혹시 퍼스트라이트 팬들 있니? 궁금한 게 아직도 해원이 영입 멤버라고 싫어하는 팬들 있어?]
[↳그 와중에 있더라ㅎㅎ]
[↳억까들 있긴 한데 대부분은 후회햇살이들임]
[↳↳나도 원래 해원이 영입할 때 반대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해원이만 보면 미안해서 가슴 아프고 눈물 나…….]
[근데 해원이는 후회햇살이 괜찮아해?]
[↳사인회 때 어떤 팬이 미안하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우리끼리 그런 말 하지 말자고 함]
[↳그래도 진짜 괜찮아서 그런 말 한 건 아닌 거 햇살이들도 알지…….]
[그나저나 퍼라 진짜 자기 팀 좋아한다]
[↳이거 좀 의외야 난 계약 기간이 짧아서 글케 팀 애착 없을 줄]
[↳나도 그럴 줄 오늘 방송 보고 놀랐어]
[↳VMC에 TRV 인수해도 퍼라 유지해 주겠지?]
[↳↳해원이 워낙 밉보여서 모르겠다…….]
[↳↳ㅎㅎ해원이한테 불이익 있으면 시위해야지]
[↳↳↳나 스키퍼인데 같이 가쟈]
[↳↳↳↳든든하다ㅠㅠㅠㅠㅠ]
* * *
찾아가는 일꾼 퍼스트라이트 편의 반응은 엄청 좋았다. 일을 열심히, 무엇보다 ‘잘’하고 먹기도 잘 먹어서 인지도와 호감도가 올랐다.
우리 부모님도 방송이 너무 좋았는지, 전화로 두 시간쯤 어디가 어떻게 좋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이전에 서바이벌 나갔을 땐 잘 보고 있다고는 하셔도 감상이 상세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찾아가는 일꾼이 진짜 어른들 맞춤 방송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이런 예능이 좀 더 들어오면 좋겠다.
그사이, 미니 3집 공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주일 전인 오늘 컨셉 트레일러를 시작으로 하이라이트 메들리와 티저가 하나씩 공개될 예정이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컨셉이라 멤버들은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모여서 컨셉 트레일러가 공개되는 12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핸드폰을 확인하는 안주원의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왜?”
내가 물어보니까 안주원이 말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합병, 거의 확정됐나 봐.”
“아.”
나는 내가 VMC와 척지는 장면은 상상해 봤어도, VMC 소속이 되는 상상은 안 해봤다. 반대로 나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VMC 소속으로 데뷔를 했다가 흐지부지되었으니, 다들 기분이 묘할 것 같다.
그런데 안주원의 표정을 보니 거기서 할 말이 끝이 아니었다. 그래서 보고 있던 핸드폰을 보니 스파이가 이전에 빼돌려 준 방송에 대한 보도 자료였다. 소년들 멤버들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소년으로부터’ 편성 확정……. 국선아 데뷔 조 ‘소년들’의 새로운 모습 예고]
허허.
다행이다. 미리 확인하지 않았으면 그 충격이 진짜 컸을 테니까. 그래도 이미 이런 기획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그렇게 많이 놀라지 않았다.
내가 생각보다 안 놀라니까 옆에서 민지호가 약간 삐진 표정으로 물었다.
“형 왜 안 놀라냐? 지금 이렇게 심각한 기사가 났는데!”
“아냐, 놀랐어. 너무 놀라서 그래.”
아무래도 팀을 찢어 놓을 생각이니, 우리 앨범이 나오기 직전에 보도 자료를 풀어버린 것 같다. 내가 물었다.
“햇살이들 반응 어때?”
그러자 소파에서 핸드폰을 보던 신지운이 대꾸했다.
“안 좋아.”
“야, 안 좋은 건 알지. 어떻게 안 좋냐고.”
“아, 그냥 안 좋다고. 형은 관심 가지지 마.”
“너…… 너 혹시 또 사춘기니?”
내가 충격받은 연기까지 해가며 말했는데 씹는다. 하, 아무래도 나갔던 개X끼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신지운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보나 마나 햇살이들이 스트레스받고 있을 텐데, 지금 내가 그걸 확인할 멘탈은 아니다.
나는 대신 X버스를 켰다.
[해원 : 햇살이들! 컨셉 트레일러 기다리고 있죠?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두근두근하네요]
내가 올리자마자 힘없이 누워 있던 민지호가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맞아. 이럴 때일수록 기운 빠져 있지 말고 햇살이들 안심시켜 줘야지.”
그러더니 멤버들을 모으며 말했다.
“머리는 스포하면 안 되니까, 팀반지만 찍게 손 모아봐. 나이 순서대로!”
민지호의 요구에 박선재부터 차례대로 손을 쌓았다. 안주원이 팀반지가 잘 보이면서 사진도 예쁘게 나오도록 구도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민지호가 사진과 함께 X버스에 글을 올렸다.
[민조 : 햇살이들!!!!!!!!!! 얼마 안 남았어!!!!!!!!!!!!!!!!!!!! 그럼 민조는 트레일러 음악도 해원이 형이 만들었다는 스포를 남기고 떠날게…….]
라고 해놓고, 트레일러가 나오기 5분 뒤에 또 글을 올렸다.
[민조 : 5분!!!!!!!!!!!!!!!! 햇살이들 5분 뒤야!!!!!!!!!!!!!!!!!!!!!!!]
그걸 보고 내가 웃으니까 민지호가 휙 돌아보며 물었다.
“왜 웃었어?”
“그럼 이거 보고 안 웃냐?”
“난 긴장돼서 웃음이 안 나와…….”
무대 좋아하는 민지호는 대담해 보여도, 앨범 나오기 전에 가장 많이 긴장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민지호가 아니어도 나머지 멤버들도 최대한 벽 쪽에 구겨져서 핸드폰 시계만 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돌아보다가, 내 핸드폰을 보았다.
우리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는 지푸라기든, 독사의 꼬리든 잡을 생각이 있다. 나는 이전에 문자를 받고 저장한 번호를 찾았다.
[VVV 엔터 강효준 A&R님]
그리고 그 번호로 문자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정해원입니다. 늦은 시간에 문자 죄송합니다. 드릴 말이 있는데 전화 가능한 시간 말씀해 주시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다.
[트레일러가 업로드된 후에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대기업이고, 대표 조카여도 A&R은 밤샘을 하나 보다. 허허. 극한직업…….
* * *
12시.
퍼스트라이트 미니 3집, 컨셉 트레일러가 업로드되었다.
총 1분 1초의 분량.
VMC의 폭탄 같은 어그로로 초상집 분위기였던 퍼스트라이트 팬들은 다행히 멤버들이 X버스에 올린 글들로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리고 12시.
[하…… 우리 애들 뭐지…….]
[1분 동안 심장 녹는 기분…….]
[꿈인가 내가 본 게 현실이야?]
트레일러가 나오자마자 그쪽으로 모든 신경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