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05화 (10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05화

[올해 탑백 진입한 남돌 곡 두 개가 다 정해원 작곡이네]

[빅 블루는 어차피 들어갈 거긴 했는데 퍼라 타이틀은 진짜 좋더라]

[새벽이 솔로곡 들어봤니 제발 들어주라]

[↳이거 진짜임]

[↳드라마야말로 곡빨로 실차 들어감]

[수록곡 실차에 넣을 수 있는 남돌 얼마 안 되지 않냐ㄷㄷㄷ]

[음악저작권협회 정회원 금방 되겠네]

[↳올해부터 3년이면 될 듯ㅎㅎ]

[X나 부럽다 영앤리치]

[욕먹은 건 안 됐는데 같이 음악하는 입장에선 솔직히 2년 동안 그렇게 까이면 곡 술술 나올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그래 보이는데 밝은 노래밖에 안 만드네]

[↳그니까 우울한 곡 뽑으면 잘 뽑힐 것 같은데]

[↳누가 좀 알려줘]

[↳↳본인이 몰라서 안 만들겠냐 알아서 하겠지]

[캬 천재 컨셉이 좋긴 좋다 실드충 X나 늘어났네]

[↳좋겠냐 너처럼 열폭하는 새끼들도 동시에 양성 중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멤버들은 곧바로 침대로 뛰어들어 갔다.

세 시간이면 뭐 넉넉히 잘 수 있는 편이다. 다행히 멤버들은 잠의 소중함을 아는 놈들이라, 그 세 시간을 일 분도 허비하지 않았다.

두 번째 음방이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A&R이 나에게 말했다.

“드라마, 실차 심지어 계속 오르는데요?”

“그래요?”

타이틀 일간 순위는 100위 밖이었지만 탑백에서는 나가지 않고 꾸준히 버티고 있었다. 신기한 건 황새벽의 솔로곡도 계속 실시간 차트에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기특한 내 새끼들.

솔직히 지금 미리 찍어둔 ‘드라마기를’의 영상을 풀어주면 훨씬 오를 것 같은데, 회사 입장에서 화력을 분산시킬 수 없는 것 같다. 황새벽도 피곤한 건 질색하는 놈이라 찾아가서 자기 몫 찾아 먹을 리가 없다.

그때 민지호가 내 어깨를 잡아 소파에 끌어앉혔다.

“이천칠백!”

“뭐가?”

“천만까지!”

“어? 벌써?”

잠깐만.

이래도 돼?

아무리 프로모션을 돌렸다고 해도 기껏해야 25시간째였다.

25시간 만에 천만 뷰.

“우리…… 혹시 잘나가?”

내 헛소리를 민지호가 받아줬다.

“형, 우리 잘나가나 봐…….”

거기까진 농담이었는데, 황새벽이 진심으로 중얼거렸다.

“……부담스럽다.”

그러자 은근 내향인 투탑인 신지운이 말했다.

“나도.”

“……아이돌이 잘되는 걸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냐.”

나는 내가 생각해도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딴 놈들이 잘도 아이돌이 됐다. 물론 각 회사에서 꼬드기고 꼬드겨 가까스로 데뷔시킨 놈들이긴 하지만.

A&R이 말했다.

“심지어 추이도 계속 좋아요.”

그 말에 한효석이 불쑥 일어나더니 매니저에게 물었다.

“……형, 소화제 있어요? 저 체한 것 같아요.”

“어, 있어, 있어.”

하, 이 얼굴값 못하는 놈들…….

나는 진심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 * *

퍼스트라이트 컴백 3일 차. ‘다음 이야기’가 일간 87위로 올라왔다.

VVV엔터 강효준 A&R은 음원 차트 일간에 기어코 자리를 잡은 퍼스트라이트의 ‘다음 이야기’를 발견했다.

4본부 A&R팀 A&R들도 그 순위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진짜 일간 들었어?”

“와, 퍼라 미쳤네.”

팬덤이 탑백에 올려놓은 곡이 3일 차에 일간 순위에 들었다는 건 대중이 이 곡을 듣고 있다는 뜻이었다.

빅 블루도 여전히 일간 순위에 있었으므로, 지금 정해원이 작곡한 곡 두 개가 모두 일간 순위에 들어 있었다. 덕분에 강효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엔터계 A&R의 머릿속에 정해원의 이름이 강렬하게 박혔다.

4본부 A&R이 모두 같은 걸 듣고 있으니, 한 사람이 스피커로 음원을 틀었다.

“아, 이거지.”

“사운드 죽인다.”

사운드가 달랐다.

겉으로 보면 맑게 들리는 사운드 하나를 내기 위해 비단 짜듯이 씨실 날실을 촘촘하게 엮어 놓았다. 투자에는 결코 돈을 아끼지 않는 VVV엔터가 보유하고 있는 억대 스피커로 들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강박적으로 만들어낸 사운드.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이어폰으로 듣는 것에 맞춰서 만든 곡이었다. 그저 더 제대로 즐기고 싶으면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라는 것뿐.

그리고 어차피 아이돌 팬들에는 공연장에서 제대로 즐긴다는 선택지가 있다.

이제부터 4본부 A&R팀은 정해원과 ‘카일롬’의 음악을 하나씩 만들어갈 예정이었다.

A&R들은 지금 듣고 있는 이 곡의 작곡가를 미리 붙잡아다 4본부의 새싹을 키우게 만든 강효준 팀장에게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무슨 방법을 쓴 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 * *

눈뜨면 음방, 음방이 없으면 라디오와 팬 사인회 등의 스케줄이 이어졌다.

일주일이 물 흐르듯이 지나고 수요일 밤, 나는 작업실 소파에 누워서 습관적으로 X버스를 켰다.

햇살이들은 어떻게든 우리에게 첫 1위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애쓰고 있었다. 조건 없이 들이는 시간과 노력. 그런 팬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자주 X이앱을 켜는 정도였다.

안 그래도 나는 직원들에게 오늘 한 번 더 앨범깡을 하겠다고 허락을 받아뒀다.

우리의 이번 앨범 ‘stationⅠ’, 그리고 빅 블루의 2월 컴백 앨범 ‘cruise’.

나의 천재 작곡가 컨셉을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것이다. 흐흐흐…….

stationⅠ이 4가지 버전, cruise가 2가지 버전. 이렇게 6개의 앨범을 깔 예정이었다. 나는 막 작업실을 지나가던 황새벽을 붙잡고 물었다.

“제목을 뭐라고 지으면 스키퍼까지 볼까?”

“올해 작곡한 것들.”

황새벽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는데 혜안이었다. 약간 나대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게 전부 함의돼 있다.

황새벽은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연습실로 떠나고, 나는 작업실에서 X이앱을 켰다.

[!!해원!!)올해 작곡한 것들]

너무 자주 켜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컴백했으니 한 번쯤 햇살이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팬 사인회에서 볼 수 있는 인원은 적으니까.

X이앱을 켜고 잠시 후 햇살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초반 댓글을 좀 읽었는데, 하도 안 피곤하냐고 햇살이들이 걱정해서 앨범을 꺼내며 말했다.

“오늘 앨범깡 할 거예요. 이것만 다 뜯어보고 갈게요. 그래도 햇살이들 덕분에 음원 성적도 너무 좋고, 그래서 그냥 고맙다는 말도 하고, 앨범도 같이 뜯어보려고 왔어요.”

나는 말하며 우선 stationⅠ의 첫 번째 버전을 뜯었다. 그리고 포카가 나오는 대로 우리 팀 굿즈 바인더에 하나씩 정리했다.

[깔끔하게 잘 뜯는다]

[역시 확신의 J인간ㅋㅋㅋ 뜯으면서 정리하네]

[꽃포카만 뽑지 마 내가 뽑아야 하니까ㅠㅠ]

“꽃포카가 어떤 거예요? 꽃이랑 찍은 거 여러 장인데.”

[줄리엣로즈]

[장미 그거]

[핑크핑크한 거]

기억이 날 것도 같고…… 라고 생각하며 세 번째 앨범의 포카를 꺼내다 멈칫했다.

아, 이거구나…….

[그걸 왜 네가 뽑아!!!!!]

[야!!!! 정해원!!!!!!!!!!!]

컨셉 포토 촬영장에 있던 소품 꽃이랑 찍은 포카였다. 나는 꺼낸 김에 그 포카를 유심히 살폈다. 햇살이들이 이렇게 나오는 거 좋아하는구나.

[해원아 다시 집어넣고 교환 구해]

[직거래ㄱ]

[너무 바쁘면 주소 보내줄게]

[햇살이들ㅋㅋㅋㅋㅋㅋ]

[이 솔직한 사람들ㅋㅋㅋㅋㅋㅋ]

나도 댓글을 보며 흐흐 웃었다. 그리고 나머지 포카를 다 뜯어본 후, 빅 블루의 cruise 앨범 두 개도 앞에 뒀다. 채팅창을 보니 그사이에 앨범깡 소문이 났는지, 빅 블루의 팬들도 좀 보였다.

[최애 누구야?]

최애…….

솔직히 생각 안 해본 것 같다. 그냥 팀 전체를 좋아한 거라.

“최애라기보다…… 제 눈엔 준희 형이나 주원이 같은 정석 미남이 진짜 잘생긴 거 같아요. 뭔가 진짜 신기하게 딱딱 맞게 깎은 조각처럼 생겼잖아요.”

[놀고 있네]

[지가 왜 남의 얼굴을 부러워해?]

그렇게 구박을 들어가며 뜯은 포카는 이준희, 박민하가 한 장, 유찬희가 두 장 나왔다.

“근데 준희 형 이 포카 왜 이렇게 잘 나왔어요? 여태까지 본 포카 중에 제일 잘 나온 것 같은데.”

나는 말하면서 채팅창을 보다가 흠칫했다.

[실제로 제일 잘 나왔으니까…….]

[그래서 반포자이가 되어버렸네요^^]

[스키퍼인 우리 언니 뒤에서 흥미진진하게 보다가 준희 선배님 포카보고 소리 지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문 듣고 온 스키퍼인데 해원 님 뽑기 운 뭐예요ㅋㅋㅋㅋㅋㅋㅋ]

[핫했던 포카 다 뽑으셨네 포카로 재테크 하셔도 될 듯]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실트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실트 뭐 있어요?”

[준등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뽑은 포카가 수요가 많은 것들인 모양이다. 화제가 될 정도로. 포카 교환을 대부분 준등기로 하니까, 준등기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아니, 나는 작업 얘기하려고 작업실도 왔는데……. 실트에 준등기가 올라가면…….”

내가 어처구니없어서 말을 흐리는데 댓글에는 ‘ㅋㅋㅋㅋㅋㅋㅋ’와 ‘준등기가 뭐냐’는 해외 팬의 댓글로 가득하다.

그나저나 아이돌이 ‘실트’라는 말을 하면 내가 찾아가서 계정을 볼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다. 세상에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나이기는 한데, 왜 햇살이들이 자기 계정을 못 보게 하는지는 좀 궁금하긴 하다.

결국 쓸데없이 핫한 포카를 골라내는 내 망할 손 때문에 곡 얘기는 거의 못 하고 슬슬 끝내려는데 화면이 바빠졌다.

[근데 해원아 쓰러질 뻔한 거 뭐야]

[맞아 그거 뭐야]

[말해주고 가!]

맞다, X이앱을 켠 김에 이 얘기도 하려고 했었구나. 잊어버리고 끌 뻔했다.

“아, 그거. 그 뭐지 기립성저혈압 같은 건가 봐요. 갑자기 핑 도는?”

별일 아니었으니 별일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면 더 걱정한다는 걸 알게 되어 오히려 호들갑을 떨었다.

“진짜 깜짝 놀랐어요. 원래 건강한 체질이라 그런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홍삼 같은 거 맨날 챙겨 먹고 있어요.”

나는 그렇게 둘러댔고, 햇살이들은 걱정은 해도 좀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잘 넘어가고 나서 X이앱을 껐을 때, 상태창이 떴다.

[달성!]

[‘다음 이야기’의 조회 수가 1,200만을 달성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일간 84위에 등록되었습니다]

[B급 히트를 기록하세요!]

[보상이 주어집니다]

아니.

일간 84위가 B급이 아직 안 됐어? 빡시네.

그래도 뭐 저렇게 미션이 뜬 걸 보니 가시권이긴 한 모양이다.

아니, 근데 잠깐만.

아까 멤버들이 오늘 1,200만 돌파할 것 같다고 하던데, 그럼 그게 실 조회 수야?

……어? 우리 이번에 프로모션 전혀 안 돌렸구나?

그런 사정까지 관심 가질 여유가 없어서 모르고 있었다. TRV가 진짜 우리한테 돈 안 쓴다는 건 알겠다. 최기문 부대표 때문이겠지. 허허, 이 새끼.

그래도 어쨌든 뿌듯한 소식이라 기분 좋게 짐을 챙기고 있을 때, VVV엔터의 강효준 A&R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드디어 인수 건에 대해 뭐 좀 윤곽이 나왔나, 싶어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TRV는 아티스트 관리를 안 해요?

인사도 없이 대뜸 그렇게 물어서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하긴 하는데요?”

그래도 우리 전 소속사에 비하면 잘해주는 편인데…….

아니, 그보다.

“지금 X이앱 보셨어요?”

-네. 저희 프로듀서님이신데 당연히 봐야죠.

뭐가 당연하냐, 인마. 남의 회사 아이돌 X이앱까지 보는 건 일 중독자다.

안 그래도 VVV엔터 4본부에서 A&R팀과 비주얼 디렉터가 함께 기획한 기획안들을 보내주고 있는데, 그 세밀한 완성도만 봐도 워커홀릭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 성향 덕에, TRV와 일하는 것이 오염수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막연하다면, VVV와 일하는 건 1급수에서의 시야를 가진 기분이 들게 한다.

우리 회사 A&R도 빡세게 일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인원 차이부터 크게 나니까.

내가 물었다.

“그 얘기 하려고 전화하신 건 아니죠?”

-아, 네. 그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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