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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10화 (110/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10화

VVV엔터 4본부 A&R팀은 정해원에게 언제쯤 독촉을 해도 되는지 꽤 신중하게 고민을 나누었다.

사내에 작업실이 있으면 우연히 마주치는 척해서 진행 상황을 물어볼 텐데, 그것도 아니니 직접적으로 연락해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정해원이 혹시 ‘공부 잘하고 있니~’ 하고 물어보면, ‘안 그래도 공부하려고 했는데 왜 독촉하냐’고 책을 던져 버리는 스타일의 작가일 수 있기 때문에 접근이 조심스러웠다.

안 그래도 조심스러운데, 보도 자료가 나가자마자, 정해원이 계약 직전에 악플 많이 달리겠다는 자조의 말이 기우가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

[정해원 그렇게 VMC 악편 까더니 VVV엔터랑 재계약ㅎㅎㅎ]

[이래서 연예인 걱정은 하는 거 아님]

[대기업 가고 싶어서 어그로 끈 거였네]

[2년 동안 멘탈 터져 있었던 건 맞냐]

[↳그걸 믿냐 이미지 메이킹이지]

[↳국선아 때랑 비교하면 이미지 X나 좋아졌잖어ㅎㅎ]

[솔직히 국선아 아니었으면 인지도 이만큼 끌어올리지도 못했음]

[애초에 악편은 맞냐? VVV랑 재계약 그냥 국선아에서 본 그 자첸데?]

[근데 어차피 VMC 소속으로 갈 거면 TRV 인수 기다리면 되잖아? 왜 그런거임?]

[↳이건 나도 이해 안 가긴 하네]

[↳정해원이 VVV엔터 신인 앨범에 참여할 수도 있다잖아 뭔가 조건을 X나 잘 맞춰준 듯]

[↳↳이렇게 자기 몸값 올리는 기술 좋은 아이돌 처음 본 듯ㅋㅋㅋㅋ]

[↳↳↳원래도 안 좋아하긴 했는데 아이돌이 저러니까 정떨어지네]

어차피 이럴 줄 알고 본인도 알아서 인터넷을 피하고 있겠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관리가 필요할 것 같긴 했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해 작곡을 손에서 놓아버리게 되면 VVV엔터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었다.

퍼스트라이트의 거처와 상관없이, 강효준 팀장의 입장에서는 자기 손으로 하나하나 일군 신인 그룹 카일롬이 대박을 내는 것이 진정한 본인의 실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보도 자료가 나갔으니 한번 정해원에게 겸사겸사 진도를 물어볼까 고민하는데 양반은 못 되는지 정해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저 맞았어요.

“……네?”

-TRV 부대표한테요.

“…….”

상황은 이해가 간다. 목돈이 들어오면 새로운 엔터 회사를 세우려고 투자자까지 구한 TRV 부대표 입장에서 모든 계획이 뭉개져 버렸으니.

그래도 그렇지.

“어떤 개X끼가 안 그래도 일이 쌓인 사람을 때려요?”

-일이 안 쌓인 사람은 때려도 되는 것처럼 들리니까 섭섭하네요.

“그런 뜻은 아닌데, 맞으신 것보다 그게 작업에 영향 가는 게 더 화나긴 합니다.”

-왜 굳이 이렇게 솔직하실까. 사회생활 하시는 분이.

농담조로 말하는 걸 보니 심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심각할 때 농담을 뱉는 게 성격으로 보이기도 했다.

강효준 팀장은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TRV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돌아 돌아 박희택 사장에게 연결되자마자 강효준 팀장이 대뜸 물었다.

“저희 프로듀서님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셨다면서요?”

-……프로듀서요?

“네, VVV엔터 신인 프로듀싱 중이신데. 지금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있네요. 어떻게 책임지실 계획입니까?”

-아, 지금 확인 중이니까요, 곧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프로듀서님한테 이상 생겨서, 우리 애들 앨범 발매 늦어지면 법적으로 대응할 겁니다.”

-지금 병원 다녀왔다는데 큰 이상은…….

“병원이 문제가 아닌 거 아시잖아요. 감정이 상한 게 진짜 문제죠. VMC도 그렇잖아요. 법적으로 대응할 때가 좋을 거라는 거.”

-…….

“감정적으로 대응할 때보다는요.”

* * *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민지호는 화를 식히지 못했다. 나는 그런 민지호를 진정시키느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긴가민가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빅 블루의 소속사, 폼다피의 정산 메일을 받으며 정신이 돌아왔다. 분기 정산인 우리와 달리 폼다피는 월 정산인 데다가 음반 판매는 바로 다음 달에 정산을 해줘서 벌써 들어온 모양이었다.

첫 계약 후 반년이 지나고, TRV와 재계약을 하면서, 내 저작권료는 TRV를 아예 거치지 않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폼다피에서 바로 내 통장에 꽂혔다.

음반을 많이 팔면 음원 사이트 1위보다 단기로 들어오는 돈이 많다고 듣기는 했는데, 내 통장에 들어온 돈이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이게 음반 판매만이야?”

평소에 양이형이 작곡가 손에 떨어지는 건 얼마 안 된다고 하도 겁을 줘놨더니, 들어온 돈이 너무 커 보였다. 하긴 초동만 150만 장이 나갔으니까.

나는 통장을 잠시 보다가, 가슴팍을 토닥이며 쫄리기 시작한 심장을 달랬다.

“돈 많이 들어왔다고 쫄리면 저놈들이랑 똑같이 이상한 놈 되는 거다, 해원아.”

내가 혼잣말을 하자 막 TV를 틀던 안주원이 말했다.

“들으라고 한 말이지?”

“당연히 들으라고 하는 거지.”

우선은 부모님 선물부터 사야겠다. 그리고 세 달 후에 출산할 누나 선물도 사고. 그다음에 안 그래도 차가 필요했으니까, 사든지 리스하든지 할 생각이었다. 혹시 멤버들과 다 같이 여행 갈 수 있으니까 7인승으로 봐야겠다.

나는 우선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은 내가 골라도 되고, 모시고 가서 사도 되는데 누나는 아니었다. 내가 알아서 샀다가 자기 취향 아니면 창고에 처박아 놓고 영원히 안 꺼내 쓸 사람이었다.

-왜.

“나 빅 블루 형들 앨범 수익 일부 들어왔는데, 뭐 사줄까?”

-잠깐만. 링크 보낼게.

“여러 개 보내. 그중에서 골라서 사주면 나름 서프라이즈잖아.”

-왜 그래야 돼?

“그게 재미…… 아니, 누나는 무슨 예술가가 이렇게 삭막해?”

-임신한 사람한테 뭐라고 하지 마.

“알았어. 미안해.”

어휴, 사주면서 눈치를 봐야 하나. 조카 만들어주니까 내가 참아야지…….

“사면 엄마, 아빠 영국 갈 때 가져가시라 할게.”

-알았어. 그럼 그때 너희 뭐 팬미팅 굿즈 있으면 같이 보내줘.

“우리 팬미팅 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너도 말 안 하는 걸 너네 매형이자 내 남편이 말해주더라.

못 오면 또 섭섭해할 것 같아서 말 안 했더니, 그 집에 햇살이가 살아서 알게 된 모양이다.

아무튼 누나는 평소에 워낙 안 울어서, 톡으로 ‘눈물이 난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쓰자마자 부모님이 임신했다는 걸 알아차리게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무슨 얘기만 하면 중간부터 울먹울먹한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지금처럼.

“아, 또 왜에.”

-아, 몰라. 네가 돈을 벌고 있는 게 이상해.

“뭐가 이상해. 그럼 계속 놀아?”

-힘들면 놀아도 돼. 내가 벌면 되니까.

“어휴, 그런 사람이 나보고 일하러 가라고 문 뽀개고.”

-아, 그땐 그때고.

나와 누나는 흐흐 웃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게 임신을 하고 나서부터 누나랑 전화하면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바로 작업실로 가면 욕 먹을 것 같아서 숙소에서 좀 쉬며 눈치를 봤다. 안주원은 어차피 야구 볼 거고, 민지호와 한효석도 한참 연습하다 에너지를 쏟아내고 병원까지 다녀온 후라 놔두면 한잠 잘 것 같으니 그때 나갈 생각이었다.

그때 숙소로 개인 소속사에 다녀온 황새벽과 박선재가 들어섰다.

“어, 왔어?”

그리고 둘 다 말이 없더니, 박선재가 황새벽의 팔을 쿡쿡 찔렀다. 그 후에야 황새벽이 말했다.

“OST가 들어왔어.”

“오.”

드디어!

나는 기대감에 차 있는데 황새벽이 더 이상 말이 없어서, 결국 답답해하던 박선재가 말했다.

“일본 드라마래.”

“그래? 신기하네.”

“원래 VMC 드라마 쪽에 데모 보내볼까, 했는데 VMC는 보안 때문에 드라마 설정을 전혀 안 알려준대. 근데 새벽이 형이 원래 과몰입을 잘하잖아, 그래서 설정 모르고 드라마 OST 부르는 건 좀 그럴 것 같아서, 먼저 연락해 준 일본 방송국 쪽이랑 일하기로 했나 봐. 추리 드라마고, 제목은 ‘그 집은 불운하다’래.”

그 말에 황새벽은 고개만 끄덕끄덕거린다. 아주 말을 가성비 있게 하는 놈이다.

황새벽은 좋은 소식을 들고 온 사람치고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낯가리는데, 혼자 일본에 가서 녹음하고 돌아올 생각 하니까 부담스러운 게 분명했다. 그래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대단하다. 황새벽이 나에게 말했다.

“부사장님이 너한테 엄청 고마워하더라.”

“나한테? 왜.”

“네 덕에 드라마 들어온 거라고.”

“어, 그치. 거긴 내 덕이 있지, 확실히.”

나는 신이 나서 스스로의 공치사를 했다.

바로 작업실을 가려고 했지만, 나도 돈이 들어왔고 황새벽도 OST를 부르게 됐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곧이어 마지막으로 신지운까지 숙소에 도착했다. 내가 신지운에게 물었다.

“뭔 얘기를 이렇게 오래 했어?”

“아, TRV도 다녀오느라고.”

“그래?”

“부대표 잘리겠더라, 분위기 보니까.”

어? 그 정도야?

“그게 돼? 대표 아들인데?”

“어, VMC가 껴들면 그게 되나 봐.”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허허 웃음이 나왔다.

“이야, 우리 당분간 활동 꽤 자유롭게 하겠네.”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지.”

“한 대 맞고 이 정도면 수확이 괜찮지 않아?”

라고 농담을 했는데. 거실에 멤버들이 다 나와 있는데도 아무도 안 받아줬다. 그 후 분위기가 확 가라앉아 민망해하고 있을 때, 때마침 TRV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자 신지운이 내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마. 쫄려서 전화하는 걸 거야.”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신지운 말대로 더 쫄리게 놔두라고 했다. 전화야 자느라 못 받았다고 하면 되니까.

나는 핸드폰을 던져놓고 말했다.

“오늘 내가 밥 사줄게. 뭐 먹을래.”

“치킨.”

“나도!”

민지호가 잽싸게 말했다. 다들 치킨 분위기라 나는 핸드폰을 꺼내며 투덜거렸다.

“아니, 이 자식들은 내가 뭐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해도 치킨이야.”

그러자 야구가 지고 있는지 슬슬 흥미가 떨어진 안주원이 말했다.

“요즘 치킨 얼마나 비싼데.”

“하긴.”

나는 대꾸하고 치킨을 주문하며 말했다.

“치킨 먹으면서 황새벽 ‘드라마기를’ 영상 보자, 다 같이. OST 들어온 기념으로.”

“아, 그러지 마.”

황새벽이 빠르게 반대했지만 멤버들은 이미 내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치킨을 기다리며, 나는 신지운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진짜로 티케 엔터는 왜 갔어?”

그러자 신지운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드라마 오디션 보라고. 근데 안 본다고 했어, 재미없어 보여서.”

“무슨 드라만데.”

“뭐지, 무슨 첫 번째 뭐 마지막 그런 건데.”

“첫 번째 남자친구가 마지막 남자친구?”

“뭐야, 어떻게 알아.”

내가 예지몽 속에서 본 걸 기억 할 정도로 대박이 난 드라마니까…….

그리고 그 대박 이상으로 큰 리스크 때문에 더더욱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그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재탕할 수 없는 드라마로 알려져 있었다. 남주 찾기 드라마로 유명한 이 드라마에서, 큰 인기를 끈 한 아이돌 출신 배우가 마약, 불법도박, 음주운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방송계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리스크가 크기는 하지만, 분명히 흥행할 드라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드라마에 참여하게 되면, OST 한 곡 부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팀 활동에 지장이 가겠지.

그런데 그렇다고, 흥행할 드라마란 걸 알면서 한 번 부추겨 보지도 않는 건? 또 양심이 찔린다.

묘한 기분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치킨이 도착했다.

“치킨 왔다.”

“치킨 주세여, 치킨.”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만 듣고 멤버들이 우르르 달려가 문을 여니까 치킨을 양손 무겁게 든 배달원이 흠칫 놀라더니 얼른 내려놓고 떠났다. 일곱 명이 우르르 달려드니 당황하셨나 보다. 죄송스럽다, 허허.

나는 치킨 냄새 덕에 잠깐 고민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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