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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13화 (11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13화

[요즘 해원이 악플 다시 늘지 않았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ㅠㅠ]

[↳내 생각에도 그래…….]

[↳전부 신고 누르고 다니는 중]

[근데 악플 늘어날 만하지 않아? 같이 VMC 욕해줬더니 배신당한 기분…….]

[↳????]

[↳뭐가 늘어날 만해?]

[↳얘 뭐야]

[해원이가 팀 유지하는 방향으로 계약한 거라잖아 VMC가 소년들 미는 거 다 알면서 이게 이해가 안 돼?]

[↳내 말이 딱 봐도 덕분에 1년 유예 생긴 건데]

[↳↳솔직히 저런 애들은 알면서 저래]

[↳↳↳맞아 일부러 긁는 거]

[해원이 혼자 X이앱 켰을 때가 진짜 심했어]

[↳난 지호랑 다시 켰을 때부터 봤는데 그렇게 심했어?]

[↳ㅇㅇ끌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하더라 얼굴 얘기 계속 올라왔어]

[↳↳얼굴??? 누가 또 쎄하다고 함?]

[↳↳↳아니, 그냥 별로라고…….]

[↳↳↳↳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얼굴을 욕해ㅋㅋㅋ? 국선아 때 인상으로 그렇게 까던 사람들도 얼굴은 인정하던데ㅋㅋㅋㅋㅋ]

[↳해원이도 타격 없을 듯 그냥 눈 떠서 자기 얼굴 보면 개소리인 거 알 텐데ㅋㅋㅋ]

[↳↳난 모르겠어……. 얼굴 욕할 때 진짜 충격받았던 것 같아서…….]

[↳↳↳들어본 적 없는 말이라 충격받은 거 아니고?]

[↳↳↳↳이런 느낌 아님 찐으로 충격받은 얼굴이었어]

* * *

작업실에서 밤을 새우고 거울을 보니 ‘몰골’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눈은 반쯤 감겨 있고 누운 적도 없는데 머리가 까치집이다.

“……무슨 자신감으로 아이돌을 하는지 모르겠네.”

아이돌이 꼭 잘생겨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잘생긴 것만으로 뜰 수 있으면 우리 팀은 이미 세계를 제패했지…….

인형이나 조각 같은 얼굴이 아님에도 인기가 있는 아이돌은 다 이유가 있다. 끼가 폭발하고, 매력이 넘치고, 또는 능력치가 너무 좋아서 그 능력치가 그대로 매력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어디쯤 있을까.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날리려고 뺨을 두 손으로 짝짝 때리고 일부러라도 씩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건 솔직히 거짓말이다. 웃어도 계속 뱉더라……. 뭐, 그래도 덜 뱉긴 하니까.

몰골에서는 벗어나기 위해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문 두드리는 매니저 목소리가 들렸다.

“해원 씨, 준비 다 했어요?”

“네, 나갈게요.”

나는 언제나처럼 맥북이 든 가방을 메고 작업실을 나왔다. 매니저가 물었다.

“좀 잤어요?”

“많이 잤죠.”

그렇게 이야기하며 병원에 들러서 상담도 받고, 약도 챙긴 후, 팬미팅 리허설을 위해 예약한 체육관으로 향했다.

음향 체크를 하기 위해서 멤버들보다 먼저 도착해, 이번 팬미팅 연출팀과 상의도 하고 도시락도 먹었다. 콘서트부터 함께한 팀이라 다 아는 얼굴이라 반갑고 좋았는데, 체육관 시설팀은 모르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갑자기 좀 긴장되기 시작했다.

낯을 가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몸이 굳는다.

나는 국선아 이후 처음으로, 어쩌면 내가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 * *

멤버 중 제일 먼저 도착한 신지운이 물었다.

“해원이 형 어디 있어요?”

그러자 봉투를 든 새 매니저, 우정훈이 대답했다.

“먹은 게 얹힌 것 같다고 화장실 갔는데 안 오시네요. 안 그래도 약 사 왔는데.”

그 말에 신지운이 고민도 없이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정해원이 신지운을 발견하고 양칫물을 뱉었다.

“어, 왔어?”

“체했다며. 토했어?”

“응. 급하게 먹어서.”

정해원이 말하며 화장실을 나서자 신지운이 따라 나왔다. 정해원이 핀잔했다.

“뭐 그거 확인하러 화장실까지 왔어?”

“팬미팅이 코앞인데 몸이 안 좋다고 하면 걱정되지. 아프면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냐.”

“아픈데 대책이 어디 있어. 빼고 무대 해야지.”

세상에서 저 말이 제일 나오지 않을 사람에게서 그 말이 나오자, 신지운이 표정을 구겼다.

“술 먹었어?”

“내가 뭐 틀린 말 했냐?”

정해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단호한 표정과 어투로 말을 이었다.

“컨디션이 아니다, 싶으면 쉬고 나머지는 무대 해야지. 누가 됐든.”

“…….”

“당연한 거잖아?”

당연하긴 하다. 하지만 무조건 일곱 명, 그게 퍼스트라이트라고 말하던 사람이, 무대에 오를 수만 있으면 밤을 새워도 좋고,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조명과 팬들의 응원봉을 보고 있으면 우주에 있는 것처럼 몸이 붕붕 뜨는 것 같아 힘든 것도 모르겠다고 말하던 정해원의 입에서 밑밥 깔듯 나오는 건 이상했다.

정해원이 다시 연출팀과 이야기하러 가는 걸 힐끔 보던 신지운은 정해원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내심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 정해원의 누나인 정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응, 지운아. 한가해? 왜 전화질이야.

“누난 참 한결같이 절 친동생처럼 여겨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국제전화는 짧게, 본론만.

“해원이 형이 심각하게 이상해요.”

-어떻게 이상한데?

“컨디션 안 좋은 멤버 빼고 무대 올라가라고 밑밥 깔던데요.”

-……지금 해원이한테 전화할게.

* * *

“어, 누나네.”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누나에게서 욕이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욕을 들으며 나는 혹시 가족과 전화 연결하는 방송이 있으면…… 물론 미리 알려주고 전화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누나한테는 안 해야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아, 왜 욕이야.”

-지운이가 너 맛이 갔다고 해서.

“뭐래. 그리고 누나는 맛이 간 사람한테 욕을 해? 우리 조카 듣는다?”

-야, 내가 스트레스받는 게 제일 안 좋아.

그러더니 이내 진지해져서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일단 말해.

“안 돼, 스트레스받는 거 안 좋다며.”

-그럼, 너네 매형한테 말해.

“……못 알아듣잖아?”

-그러니까 더 좋지.

누나가 그렇게 말하더니 매형에게 전화를 넘겼다.

-처남! 팬미팅 온라인 왜 안 해줘? 해외 팬 무시해?

“다음부터 건의할게요. 아, 그보다 일단…… 요즘 악플이 많아서 참 힘든데.”

-아, 네, 킵 고잉 하세요.

그리고 나는 한국어로 주절주절 스트레스받은 걸 말하기 시작했다. 매형 앤서니 맥긴리는 전혀 못 알아들으면서 중간중간 영어로 추임새를 넣었다.

“아이돌로서 뭔가 확실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게 맞나 싶고. 계속해서 일하고 있기는 한데, 어쩌면 프로듀서가 더 나에게 맞는 직업이면 어떡하지……. 물론 작곡이 재미없는 건 아니지만요, 무대에 올라갈 때만큼 심장이 뛰진 않거든요. 근데 아직도 무대가 무섭고, 어느 날 갑자기 못 서게 될 것 같은 공포가 남아 있는 게 한심하고…….”

진짜 이상한 게, 나는 한국어, 매형은 영어로 전혀 소통이 안 되고 있는데도 말하는 것만으로 속이 후련해졌다. 대나무숲이 괜히 대나무숲이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못생겼다는데 오늘 아침에 거울 보니까 확실히…….”

-못생겼어?

아차, 싶었다. 못생겼다는 말은 알아들었나 보다.

아니, 근데 왜 하필 그걸 알아듣는 건데……? 매형 누가 그랬어……. 설마 우리 누나야……?

매형이 바로 누나에게 그 얘기를 전하고 나서, 누나가 전화를 받더니 말했다.

-야, 영어로 할 거니까 잘 들어.

“어? 영어?”

나는 말하며 반사적으로 녹음 버튼을 눌렀고, 누나가 뭐라고 빠르게 말했다. 너무 빨라서 한 단어도 못 알아들었다.

그때 매형도 누나에게 뭔가 통역해 달라고 말하더니, 누나가 나에게 말했다.

-혹시 여섯 명이 무대에 서는 날이 있어도 퍼스트라이트는 일곱 명이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래.

“의심할 나위 없는 햇살이네.”

-이제는 심지어 자기 작업실에도 너네 포스터 덕지덕지 붙여 놨어.

“그래도 돼?”

-안 돼도 이미 늦었지, 뭐. 이미 저기서 인터뷰도 했는데. 아무튼 전화비 큰일 났으니까 끊어.

“아, 누나 내가 용돈 보냈어.”

-어? 야! 나도 잘 번다고!

“순수예술가들이 돈이 어디 있어. 우리 조카 용돈이니까 아껴 써.”

나는 말하고 잽싸게 전화를 끊었다.

누나는 유학 시절에 자기는 돈이 없어서 라면 한 개로 하루를 버티면서도, 생일과 크리스마스에 내 선물은 꼭 사서 보냈었다. 앞으로 난 돈을 많이 벌게 될 테니까, 누나도 슬슬 동생에게 용돈 받는 것에 적응하긴 해야 한다.

그 후에 기분도 확인할 겸, 신지운에게 가서 누나가 빠르게 쏟아낸 영어를 들려줬다.

“야, 우리 누나가 뭐래?”

그러자 신지운이 퉁명스럽게 통역을 해줬다.

“형이 처음에 아이돌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셨는데.”

아, 그랬었지.

부모님은 내가 피아노를 그만두고,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돈이라고 확신하셨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준비하는 데 돈이 적게 들고, 빨리 벌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내가 무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도 확 와닿지 않아 하셨다.

신지운이 말을 이었다.

“그때 누나가 설득을 하셨대.”

“……누나가? 그런 말 안 했는데.”

“못 할 만하지.”

그러더니 정지를 시키고, 그 부분을 다시 들려줬다. 일부만 잘라 들으니까 알겠다.

-걘 누나인 내 눈에도 잘생겼는데, 걔가 아이돌 안 하면 누가 해?

“……소름 끼쳐. 우리 누나 아니야, 이거.”

“형, 내 팔 봐. 진짜 소름 끼쳤어.”

“나 다시 체한 거 같은데.”

“나도.”

나는 2차로 체했고, 신지운에게 증상을 옮겼지만, 충격은 확실했다. 남매만큼 외모에 평가가 박한 사람이 없으니까.

갑자기 자신감이 확 올라온다. 내가 어릴 때 많이 귀엽긴 했다. 솔직히.

* * *

오늘은 나에게 무슨 누나들의 날인가 보다.

연습이 끝난 직후, 그사이 박희영이 ‘먼 기억의 사랑’을 스포하다 못해 라디오에서 전곡을 불러 버린 것을 알았다.

그걸 말해준 건 안주원이었는데, 스포했다는 걸 말해준 후에도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못 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선공개라고 쳐도…… 다섯 달 전 선공개네.”

“다섯 달 뒤도 빠르면 다섯 달이라더라.”

“진짜 모르겠다. 트로트계의 시간 흐름.”

“내 말이. 반응은? 어때?”

나는 박희영의 매니저 생활을 해봤음에도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가 얼마나 다른 음악인지, 지금 처음으로 실감했다.

내 이름을 검색하면 연말 시상식에서 부른 마태오의 페이스캠이 제일 먼저 떴다. 조회 수를 보니 외모 자신감이 한층 더 생긴다. 히히.

그리고 안주원이 거기 최근 댓글을 나에게 보내줬다.

[우리 보배 가수의 보물 같은 노래 참 감사합니다. 드디어 우리 희영 님 국가행사 가시면 부를 노래가 생겼네요.]

[얼굴도 참 고운 작곡가님 꽃길만 걸으소서~^^]

[애틋하고도 애절한 명곡입니다. 감동이 깊습니다. 그대를 응원합니다.]

[노래가 박희영이듯이 작곡은 정해원입니다]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힐링된다.

[평생 기쁜 사람도 없고 평생 슬픈 사람도 없더랍니다 다 지나가게 마련이어요]

이런 위로 댓글이 많은 걸 보고 있으니, 박희영이 작년 말, 재계약 후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난 이해가 안 돼. 네 최대 무기는 불쌍한 거야. 왜 그걸 안 써먹어? 너 그거 써먹으면 대기업도 이겨. 한국 사람 정서가 그래.

아무래도 박희영이 방송에서 뭔가 말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안주원에게 물었다.

“주원아, 희영 누나가 방송에서 무슨 말 했는지 볼 수 있어?”

“잠깐만. 네 영상계에 올라왔을 수도 있어.”

안주원은 햇살이들의 영상계들을 죄다 구독하고 있다. 심지어 브이로그도 다 본다. 햇살이들이 알면 충격에 쓰러지거나, 영상계를 닫아버릴 수 있으니 꼭 비밀로 하라고 안주원이 그랬다.

아무튼 안주원이 내 영상계를 눌러보니 진짜 클립이 있었다.

[퍼스트라이트/해원/ 희영 가수님이 말씀하신 ‘아이돌 정해원’]

아니, 이 사람아…….

무슨 작곡가 얘기를 라디오에서 14분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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