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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15화 (11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15화

안주원은 댓글 반응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직접 보는 것도 안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까 악플이 있기는 한 거다.

내가 VVV엔터와 계약한 것에, 사람들이 많이 배신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뭐 배신감을 느낀다기보다는 내가 싫으니까 욕할 거리를 찾은 게 크겠지만.

아무튼 박희영의 팬클럽이 내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건 다행인 일이다. 일단 댓글 읽는 안주원이 즐거워 보이니, 안 봐도 이미 든든하다.

* * *

바로 라디오에 올라온, 박희영이 ‘먼 기억의 사랑’을 부르는 클립은 바로 인기 동영상에 올라갔다.

박희영에게 듣기로, 팬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앨범이 계획보다 좀 더 빨리 나올 것 같다는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정말로.

그리고 박희영은 말로 고맙다고 하는 대신, 한우세트를 보내줬다. 숙소 생활한다고 숙소와 부모님 드릴 걸 따로.

아직 음원도 안 나왔는데 받아도 되나 싶지만, 멤버들이 너무 군침을 흘려 일단 굽기로 했다.

든든하게 먹고 연습을 가려고, 아침부터 고기를 구우며 박희영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바로 받았다.

-왜?

“지금 고기 굽고 있어서요.”

-지금 먹어, 너무 오래 굽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 좋은 고기 구우면서 전화하는 거 보니까 넌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애가 아니야. 딴 애한테 구우라고 해. 고기 아까우니까.

맞는 말이다. 황새벽 깨워야겠다. 고기 구우라고 하면 일어날 테니까.

나는 이래저래 감사 인사를 했고, 박희영은 반응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내가 인복이 있네, 음원 차트 1위 작곡가한테 곡을 다 받고.

“아, 놀리지 마요, 누나.”

-이게 뭐가 놀린 거야. 사실인데.

“아무튼 진짜 감사합니다. 이번 것만 아니고, 그냥 지금까지 많은 게요. 제가 아는 어른 중에 누나한테 제일 많이 배웠어요.”

-어우, 얘 왜 이래. 알았어, 한우 또 사주면 되잖아.

“그걸 노린 건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나는 박희영과 흐흐 웃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황새벽을 깨우려고 했는데, 이미 일어나서 비척비척 주방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야, 이거 너무 많이 군 거냐?”

“안 태웠으면 됐지.”

“그치?”

황새벽은 요리할 때 유난히 마음이 넓어졌다. 자리를 넘겨주고 애들을 깨우러 가려니까 황새벽이 말했다.

“효석이부터 깨워. 샐러드 만들게.”

“넌 요리할 때만 상당히 효율적이야.”

나는 바로 가서 멤버들을 깨우러 다녔는데, 오늘 오디션이 있는 신지운만 이미 일어나 옷까지 챙겨 입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왜 벌써 옷 입어? 샵 가게?”

“그럼 그냥 가?”

“맨얼굴로 가. 운동하는 고등학생 역인 데다가, 안 그래도 아이돌이라고 안 내켜 할 텐데. 그 시간에 밥이나 먹어.”

“그럴까.”

신지운은 바로 설득되어 티케 엔터 매니저에게 샵을 안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덕분에 모처럼 일곱 명이 모여서 아침을 먹었다. 식사 후, 나는 숙소를 나서는 신지운에게 신신당부했다.

“어딜 가든 사람 조심해라. 사고 칠 거 같은 사람, 나쁜 물 들일 것 같은 사람 만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차도 조심하고.”

“어.”

“근데 사람은 특히 더 조심해.”

콕 집어 트리플 사고를 친 아이돌, 유범이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놈 근처에 있으면 재미 삼아 마약에 손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지운은 안 그래도 술 좋아하는 놈이라, 더더욱 질 나쁜 친구가 안 생기게 관리해야 한다.

어차피 같은 배역 오디션을 보면, 둘 중 하나는 떨어질 테니까 만날 일 없겠지만…….

하지만 ‘유범이’라는 이름을 콕 집어 말할 수 없으니 그냥 보편적인 잔소리가 됐다.

“알았다고.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잔소리 좀 그만해.”

신지운이 툴툴거렸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 나가며 잔소리를 이어갔다.

“긴장돼도 아닌 척해. 면접 보러 갔는데 낯가리는 건 너 떨어뜨려 달라는 소리잖아.”

“어.”

“아, 그리고…… 어휴, 저 애새끼.”

내가 하도 잔소리하니까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연타한다. 하여튼 싸가지없는 새끼…….

* * *

“지운아, 긴장 풀어. 잘되면 좋고, 안 되면 다음 퍼스트라이트 활동 편하게 하는 거지.”

“하, X발…….”

신지운이 중얼거리고 고개를 푹 떨궜다.

티케 엔터테인먼트에서 연기 수업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웹드라마 경력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웹드라마는 화제가 되지 않았고, 그때의 연기력을 생각하면 그 웹드라마가 흥하지 않아 다행인 수준이었다.

오디션 장소로 향하며,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청심환 꺼내줄까? 있는데.”

“형, 미안한데 나한테 말 안 걸면 안 돼요?”

“어, 어어. 미안.”

매니저는 서둘러 사과하고 운전으로 관심을 돌렸다.

비공개 오디션 현장.

제작사 대표와 감독, 작가는 소속사에서 보낸, 신지운이 이전에 찍었던 웹드라마 편집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소속사에서 보내는 종이 자료는 과장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영상 자료 쪽이 더 파악하는 데 좋았다.

“연기를 못하는 건 괜찮은데, 사람이 케미가 없네.”

갑자기 주조연을 맡아버린 아이돌 출신 신인 배우에게 자주 보이는 현상이었다. 자기 연기 하기에도 정신이 없으니, 상대방의 연기를 듣고 반응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니 로맨스적인 문제를 떠나, 극 중에서 대면하는 모든 상대와 케미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제작자가 중얼거리며 힐끔 감독과 작가를 보니, 둘 다 뭔 생각인지 알기 힘든 표정이었다. 제작자가 말했다.

“님들은 어떨지 몰라도 난 티케 엔터랑 잘 지내고 싶으니까 일단 보긴 합시다.”

“얘 얼굴이 선겸인데?”

“완전 선겸이네. 얘네.”

지금 볼 배역의 이름, 1명의 여자주인공, 3명의 남자주인공 후보 중 하나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야구를 막 그만두고 방황 중인 이선겸이었다.

어제 오디션을 본 유범이의 2차 오디션이 결정되며 배역이 거의 확정된 분위기였는데, 뒤늦게 감독과 작가가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또 모르게 되어버렸다.

잠시 후 호명한 신지운이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과 눈빛만 보고 제작자가 확신했다.

‘진짜로 이선겸이네…….’

자기소개를 하는 신지운의 목소리는 톤이 일정하고, 발음과 전달력이 아주 뛰어났다. 날카롭고 트렌디한 미남에, 분위기는 남자 그 자체.

연기를 못하는데, 그 외의 장점이 너무 컸다. 대본을 그대로 빚어 놓은 듯한 배우. 어느 제작진이 그것을 거부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기력. 예상대로 제작진과 대사를 주고받는 지정 연기는 꽤 잘 소화했지만 문제는 이미 확정된 여자주인공과의 케미였다. 로맨틱 코미디는 모든 배역 간의 케미가 유난히 중요시되는 장르였다.

감독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배역에 대해서 연구는 좀 했어요?”

“네.”

드라마는 여자주인공이 해외 시상식에서 큰 상을 수상하며, 소감 중에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시점은 여자주인공의 신인 시절에서 시작되었다.

감독이 신지운에게 대본을 건네줬다.

“극 중에서 유안(여자주인공)이가 너무 하고 싶었던 배역이 학창시절 자기를 괴롭히던 동창에게 돌아가 우는 장면이에요.”

“네.”

“유안이가 울고 있으면 뭐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잠시만요.”

신지운이 잠깐 생각하며 대본을 쭉 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선겸이는 가정형편 때문에 하던 운동을 아예 그만두게 된 사람이니까요.”

“그렇죠.”

“우선 자기가 돈이 없어서 감독님이 주전으로 안 내줬을 때를 떠올릴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유안이한테…… 배우 그만둘 생각이 있는 거 아니면 참고 견디라고 할 것 같아요. 연기가 그렇게 좋고, 꿈이면 벤치에라도 앉아서 버티라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극이면 단역으로라도 가서 붙어 있으라고요.”

“…….”

“뭔가를 좋아한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시놉시스가 유출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확한 대답이었다. 이선겸의 대답 그 자체.

명목상 2차 오디션은 보겠지만, 제작진들의 마음속에서 이선겸의 배역은 이미 확정이었다.

* * *

내가 궁금해서 티케 엔터 직원과 전화하는 신지운 근처를 기웃거리니까, 신지운이 스피커폰으로 바꿔줬다.

-캐스팅 디렉터가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거의 확정 분위기더라, 지운아! 웬일이야, 우리 애가 오디션 무패야!

“거의 확정이 어디 있어요. 2차 가봐야지 알죠.”

-제작진들이 다 너 너무 마음에 들어 한다? 메이크업 안 하고 간 것도 배역 몰입한 것 같아서 좋았다고 그러고. 특히 네가 배역에 대해서 대답한 게, 완전 그 배역 그 자체래.

그 말에 신지운이 날 정말로 수상하게 본다. 내가 실제지만 가상의 친구 원일이 핑계를 대며 ‘이선겸’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다 말해준 게 지나치게 자세했나 보다.

어쨌든 트리플 범죄자를 밀어내고, 신지운이 배역을 딴다면 제작진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해원이 형이 그렇게 하래요.”

-진짜 신기하네……. 아무튼 은혜 꼭 갚겠다고 말씀드려 줘. 꼭! 진짜로 갚는다고!

그렇게 내 공치사까지 실컷 들은 후 전화를 끊고, 우리는 X이앱을 위해 준비한 자리에 앉았다.

팬미팅 하루 전, 모든 리허설이 끝났다. 멤버들이 다 자리를 잡고 나서, 내가 말했다.

“나 오늘 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건데, 괜찮아?”

“얼마나 단도직입적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가 있으면 채팅창 더러워지니까 빠질까도 생각해봤는데, 오히려 내가 빠지면 햇살이들 더 걱정할 것 같아서.”

“형 멘탈 괜찮겠어?”

박선재가 걱정스럽게 물어서 내가 대꾸했다.

“내 연약한 멘탈을 보니까, 안 피해도 깨지지만 피해도 깨져. 그럴 거면, 한마디 하고 깨지는 게 낫지.”

내 말에 멤버들이 수긍하고,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내가 핸드폰을 보고 있으니 오늘도 어김없이 악플이 이어졌다. 라방에 참여하는 햇살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물론 응원해 주는 댓글이 훨씬 더 많았다.

[해원아ㅠㅠㅠㅠ]

[쟤네 인생이 쓰레기라 저래 내 댓글 안 읽어도 되니까 그냥 다 읽지 마ㅠㅠㅠㅠ]

나는 댓글들을 쭉 읽다가, 멤버들의 대화가 끊겼을 때 입을 열었다.

“요즘 저 보기 싫다는 댓글이 많아서, X이앱 어떡하지, 고민을 했어요.”

그 말에 멤버들이 다 내 쪽을 돌아봤다. 나는 말을 이었다.

“근데 제가 X이앱 안 나오면, 그 댓글들이 바라는 대로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안 피하려구요. 햇살이들한테 미리 인사할 거예요. 내일 팬미팅 재미있을 거라고 얘기도 해주러 왔어요. 그러니까 햇살이들, 우리끼리 그냥 재미있고 좋은 얘기 해요.”

다행히, 햇살이들은 내 마음을 바로 알아줬다.

[맞아 해원이도 웃는데 내가 뭐라고 우울해했네!]

[우울한 건 팬미팅을 못 가는 게 우울하지ㅠㅠ]

[햇살이들 우리가 더 많이 써서 밀어버리면 되죠!]

역시 우리 햇살이들이다. 히히.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끌시끌 이야기를 이어갔고, 악플과 햇살이들의 댓글도 계속 이어졌다.

나는 채팅창을 읽으며 햇살이들과 소통을 하다가, 한 햇살이의 댓글에 멈칫했다.

[내가 신고한 악플러들 다 있네 X나 뒤지지도 않아]

[매크로 돌리나 똑같은 문장 계속 올라오네]

“……응?”

매크로?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옆에 있던 민지호가 물었다.

“형 왜? 어디 안 좋아?”

“그게 아니라.”

잠깐만.

나는 X이앱 중인 것도 잊고 생각에 빠졌다.

뭐 세상에 한 명 정도는 매크로 돌려가며 악플 달 만큼 내가 싫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에 그게 한 명이 아니라면?

나는 속이 울렁거리고 장기가 꼬이는 기분이 들어도 계속해서 채팅창을 읽으며 햇살이들과 소통했고, 그 과정에서 그 사실을 확신했다.

이건 알바다.

누가 고용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대충 짐작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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